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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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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 눈을 뜨자마자 제 옆에 앉아 안경을 쓰고 열심히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는 허니를 발견했다. 클라이언트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웃지 않으면 꽤나 차가운 그 얼굴로 고민하고 있었다.


테일러는 누워 한참동안 일하는 허니를 쳐다봤다. 허니의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린 이후로 허니는 제 집에 눈치를 좀 덜 보면서 오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터는 배송주소를 제 집으로 잘못 입력하기도 하고, 정장 한 대여섯벌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뭐야, 일어났어요? 말을 하지."



"... 일하는 거 보고싶어서."



테일러의 코코아색 후드티는 허니의 몫이 되었다. 한두번 입더니 똑같은 걸 사겠다는 걸 말려서 제 것을 주겠다고 하자 꽤나 좋아했다. 허니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테일러와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근처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거였다.


풀어진 차림의 허니를 보는 건 즐거웠다. 안경을 쓰면 지나치게 맹해지는 저와 달리 허니는 안경을 쓰면 엄청 귀여워보였다. 그래서 직장에서 안경을 안 쓴다고 했던 거 같다. 가뜩이나 결혼 안한 변호사라 형사소송이 아닌 이혼 소송을 맡으면 불신의 아이콘이라고.



"더 자지. 아직 열시밖에 안 됐어요."




"으응, 충분히 잤는데... 어제 산책을 너무 열심히 했나봐. 레오가 너무 신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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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옆집 개였다. 체력이 안되는 옆집 할머니께서 종종 산책을 부탁하곤 했는데, 테일러가 해주는 날이면 꼭 산책을 더 야무지게 하곤 했다. 마치 테일러의 개처럼 둘다 러그에서 잠들어있는 걸 보게 되곤 했다. 허니는 둘이 방전되어있는 걸 보며 킬킬 웃고 둘을 깨워 각자의 잠자리로 데려다줬다. 



"레오 이사가면 당신 울겠어요."



"... 그런 말 말아요. 벌써부터 눈물 날 거 같으니까."



"우리도 나중에 개 키울까요?"



"좋아요. 어떤 개?"



"으음... 난 보더콜리가 좋은데. 보더콜리는 체력이 너무 좋아서 나랑 사는 게 불행할지도 몰라요. 아니면 웰시코기도 좋고... 근데 이건 그냥 희망사항이고, 품종 상관없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고싶어요."



허니는 대부분의 문제에 있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싸울 일이 없었다. 액티비티도 좋아했고, 정적인 활동도 좋아했다. 다만 테일러에 비해 허니의 체력이 떨어지고 외향적인 것도 덜해서 허니가 더 빨리 지칠 뿐이었다.


변호사는 워라밸이 없어요. 하며 새벽에 걸려온 클라이언트의 통화를 지친 표정으로 웃던 허니가 생각나서 이렇게 여유로운 주말도 띄엄띄엄 있었다.



"맞다... 이번 여름 휴가 때, 우리 가족 온댔는데 만나도 괜찮아요?"



"... 가끔 자기는 당연한 소리를 되게 새삼스럽게 물어보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도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한꺼번에 열명도 넘게 만나려면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하니까."



형제 수가 많아 테일러의 가족사진을 보고 이름을 외우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허니는 메일을 전송하고나서 노트북을 덮었다. 다시 이불 속에 들어오더니 테일러의 팔을 베고서는 허리를 폭 끌어안고 안겨왔다. 테일러는 백퍼센트 허니가 낯을 가릴 테니 가족들에게 말을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



"테일러네 가족 처음 만나는 건 난데 왜 이렇게 굳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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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가 도저히 이 숫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할까봐요."



"그래서 나 링겔도 맞고 왔는데. 지금 비싼 커피도 마시고 있고."



공항에서 테일러의 가족을 기다리는 내내 생각보다 평온한 허니와 달리 테일러가 꽤나 긴장해있었다. 우리 가족 볼 때는 그렇게나 태연했으면서, 왜 저렇게 가만히 있지를 못하지. 허니는 아이스커피를 쪽쪽 빨아마시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테일러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허니는 테일러와 사귀면서 전보다 건강해졌다.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걸 좋아할 뿐더러, 밥도 챙겨먹이고, 잠도 모자라지 않게 꼭꼭 재우는데 건강해지지 않을 리가 있나.



허니는 테일러의 가족과 이박삼일 정도 같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뭐 일주일도 아니고, 이박삼일인데 뭐 어떤가 싶어서 함께했는데... 테일러가 갑자기 한 명에서 여러 명이 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조카들까지, 끝내줬다. 싫은 건 아닌데, 기가 쭉쭉 빨렸다.


다들 허니를, 너무, 너무 좋아했다. 엄청나게 외향적인 가족에게 상대적으로 내향적인 허니는 배려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너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허니의 장점은 이러했다. 허니는 내 말을 끊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줘! 사실 그건 허니의 직업병일 뿐이긴 했는데... 아무튼 다들 좋다면 좋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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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틀만에 살 빠진 거 같은데... 나랑 갑자기 결혼하고 싶지 않아진 건 아니죠?"



"... 그건 변함 없는데, 일단 나 오늘 한인타운 데려가서 맛있는 거 안 사주면 내 집 가서 잘 거예요."



"뭐 먹고 싶어요?"



"고기... 된장찌개... 냉면... 그정도는 먹어야 기운이 날 거 같은데."



"초코버블티도 사줄까요?"



"일단 안아줘요. 기력충전해야 돼. 여자들끼리만 우리 꽃집에 가서 다행이지... 조카들까지 다 왔으면 울엄마도 기절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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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당연하죠... 이박삼일동안 진짜 고생했어요. 다들 허니 너무 좋아하던데. 어머니랑 아버지가 진짜 좋아하셨어요. 형제들도."



"내가 원래 어른들 픽이에요. 상견레 프리패스상이라고 들어는 봤나 몰라."



조카들도 너무 좋아하더란 말을 하면서 차에 도착한 둘은 정말 간만에 둘만 남아 정적이 흐르자 크게 웃었다. 떼로 있는 게 그새 익숙해졌다는 게 여실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다들 허니를 가족으로 이미 생각한다는 게 너무 명확해서, 허니는 모두에게 넘치도록 사랑받는 기분에 행복했다. 옆에 있는 이 시카고 출신 남자가 뭐라고, 수없이도 의심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회복시키고자 했던 것들을 무색하게도 돌려놔주었다.



"...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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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요."











오늘따라 늘어지고 노잼이네 다들 읽어줘서 코맙
후딱 끝내볼게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22 18: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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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후딱 끝내다니 무슨 소리야.. 억나더까지 질질 끌어줘!!!!!
[Code: 6f81]
2024.03.22 19: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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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달달해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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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 19:08
ㅇㅇ
모바일
아니 센세 끝이라니 우리에게 끝은 없어...!
[Code: a53e]
2024.03.22 19: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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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센세!!! 너무 좋다.. 달아서 녹아내려
[Code: 11ff]
2024.03.22 19: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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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지마아악!!!!!! 센세 나랑 영원히 함께 해......
[Code: 6be3]
2024.03.22 2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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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는 끝이라는 단어를 몰라..... 모른다고.... 결임육 다 보는거다 우리??? 같이하는거다??? 어??????
[Code: 23b8]
2024.03.22 20:35
ㅇㅇ
모바일
후딱 끝내겠다고..? 후딱..? 후...딱...?? 절대 안돼
[Code: 0f9a]
2024.03.22 2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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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이라고했어??????센세 우리 영원을 약속한게 아니었어???와 센세 나만의 착각이야 당황스럽다 진짜;;
[Code: f135]
2024.03.22 2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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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자식이 대학갈때까지는 책임져야지 어딜가 센세
[Code: f135]
2024.03.22 2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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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 후딱 손주보는얘기까지 써줌다 이거지? ㅇㅋㅇㅋ
[Code: 50fd]
2024.03.22 2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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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외전 끝없이 내줄거라 믿어....!!!!!!!!!!!!!센세 억나더!!!!!!
[Code: d168]
2024.03.22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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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수인이 내 센세라니…💓 후딱 끝내는 거 없음 💕 암튼 내가 없앴음 💖
[Code: 1283]
2024.03.23 0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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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우리 갈 길이 멀어 그치 맞지? 후딱 끝내고 그런건 있을 수 없잖아.. 나 맨날 센세 올때만 기다리는데 내 심장이 이제 센세 무순 아니면 안뛰는데 제발 센세.. 억나더 경나더 !!!!!!!!
[Code: 6239]
2024.03.23 1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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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후딱 끝내지마 센세 절대 그러면 안돼
[Code: cdb3]
2024.03.23 11: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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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우리 사이에 끝은 없어
[Code: bb36]
2024.03.24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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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이라니요...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이 나는데ㅠㅠ 저 강물은 다 제 눈물이고 저 산들은 다 제 광대이며 별은 다 센세를 향한 저의 마음입니다ㅎㅎ 너무 재미있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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