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8221420
view 5362
2024.03.20 01:02

IMG_0464.JPG

오... 잘생겼는데. 허니는 저를 데리러 온 테일러를 보고 잠시 멍을 때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차에 기대 핸드폰을 보고 있는 테일러를 힐끗거렸다. 아, 욕하고 싶을 만큼 잘생겼다. 마른 세수를 하려다가 화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내렸다. 장난을 치고 싶어져서 테일러에게 다가가 일부러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말을 거는 입꼬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있었다.



"저, 그쪽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혹시 명함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여자친구가 있어서요.. 허니?"



"오, 교육 안 시켜도 재깍재깍 나오는데.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왔어요?"



재생다운로드IMG_3724.gif
"자기 오늘 면접 본대서, 정장 입을 거니까... 맞춰 입고 왔죠. 와, 정장 이렇게 잘 어울릴 줄 생각도 못했는데."



"변호사라는 게 뻥은 아니었구나, 싶죠? 나 피곤하니까 안아줘요."



팔을 뻗어 허니를 안은 테일러는 평소 제 가슴팍에나 닿는 허니의 얼굴이 살짝 올라온 걸 보고 밑을 내려다봤다. 꽤나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걸 보니 또 새롭게 좋았다. 평소에는 운동화나 편한 로퍼만 신어서 그다지 큰 편이라고 생각 안했는데, 오늘은 꽤나 훤칠해서 더 굽히지 않아도 볼에 입맞추기 편했다. 



"면접 분위기는 좋았는데, 그냥 좀 걸리는 건... 그전 회사 지사라는 거죠. 이럴 거면 퇴사가 아니라 발령 신청하고 대기하지 뭐하러 퇴사했냐 해서..."



"뭐라고 대답했어요?"



"그냥, 급하게 가족 사정이 있어서 대기할 시간 없이 이쪽으로 넘어와야 할 일이 있었다고 했죠, 뭐."



"뭐, 나랑 가정을 꾸리면 그게 가족 사정이 되겠다. 그쵸. 가정을 꾸리러 온 거니까-"



"진짜 틈만 나면..."



재생다운로드IMG_0760.gif
"회사에 거짓말은 하면 안되잖아요, 그쵸?"



허니는 테일러를 잠깐 밉지 않게 흘겨보면서도 테일러가 잡고 있는 손은 놓지 않았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 사람이 자꾸 이렇게 하는 말들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테일러가 가족과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들으면서 그가 가족들에게 저를 소개하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이미 직장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물론 사내비밀연애를 했으니 다 처음 경험해보는 거였지만- 모두가 저가 테일러의 '그 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랑 닮은 사람이랑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좋아하면 다 퍼주고, 숨기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확신 받고 싶어하고, 미래를 약속하고 싶어하는 걸, 내가 더 좋아하는 걸 티내도 마음이 돌아올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가끔은 씁쓸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테일러가 더 좋아지기도 했다. 허니는 까치발을 들어 테일러의 볼에 입맞추고는 웃으면서 가자고 했다. 아직까지도 허니가 먼저 하는 스킨십에는 면역이 없는 테일러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



재생다운로드Tumblr_l_2696665889956.gif
"오랜만이네."



"어어... 그러게."



"여기 지사로 옮겼다는 얘기는 들었어. 팀장님이 좀 서운하다고 전해달라던데."



"서운해하신다는 거 전해주려고 출장까지 왔어? 반갑지 않으니까 할 말만 하고, 본인 일 하고 가세요, 갈리친 변호사님."



허니는 고작 출근한 지 일주일 만에 왜 이딴 시련이 쏟아지나 싶었다. 직장 상사도 동료도 맘에 들고, 직장 위치도 맘에 들었는데. 심지어 추천서를 써준 직장 상사 덕분에 그 전에 맡아서 하던 분야의 소송들을 수월하게 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직장에 전남자친구가 제 발로 찾아오는 불행 따위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거지같이 헤어졌지만 안 예쁘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그 낯짝으로 왔다. 심지어 살이 좀 빠졌는지 말라있었다.



"나 일주일 정도 있다 가는데,"



"네, 잘 있다 가세요."



"나 아직 말도 안 끝났어... 밥 한번만 같이 먹으면 안돼?"



"내가 당신이랑 밥 먹는데 밥이 넘어가겠어? 내가 LA 출신이라고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쿨하게 구남친이랑 밥먹는 사람은 아니라서."



"... 설명할 기회를 줘."



"내가 왜?"



재생다운로드Tumblr_l_995114652467006.gif
"우리 이렇게 끝날 사이 아니잖아, 허니. 제발..."



"그래, 이렇게 끝날 사이가 아니었지. 그런데 정정하자면 이미 끝난 사이야, 닉. 둘 중 하나만 했어야지. 나랑 끝내던지, 그 부잣집 여자랑 선을 보지 말던지."



"..."



"상처받은 건 난데 왜 당신이 이렇게 나와? 몇년 내내 도시 안에선 제대로 데이트도 못하고, 남들 몰래 만난 남자친구가 나 몰래 부잣집 여자랑 선 보고, 내가 어디서 들어서 물어보니까 그제야 말해주고. 헤어지자고 말하고 나서 내가 퇴사하기까지 한달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단 한번도 붙잡지 않아서, 변명 조차도 없어서 슬퍼야 하는 건 난데, 왜 당신이 여기 와서 울먹거려?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나만큼 슬퍼? 천만에. 익숙하게 사랑해주던 내가 없으니까 아쉬운 거겠지."



"아니야, 허니. 나 너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 애초에 팀장님이 큰 고객 딸이니까, 한번만 나가달라고 해서 딱 한번 나간 게 다고, 그 이후로 정리했고, 다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그땐 이미 없었어. 여기 오기까지 너무 바빠서 짬을 낼 수가 없었어. 진짜 바로 오고 싶었는데...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아니, 나 모르겠어. 그리고 나는 이제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허니,"



"나는 내가 부족해서... 우리 집이 변호사 사무실 차려줄 정도로 부자는 아니라서, 그래서 그 여자를 만나러 나간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나를 사랑하는데 그랬어? 어떻게 그래? 어떻게 사랑하는데,"



"..."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어? 차라리, 차라리 부잣집 사위가 되고 싶었다고 하지. 번듯한 사무실 하나 갖고 싶었다고 하지. 당신은 내가 바보같이 맨날 당신 좋다고 하니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 안해도, 바보같이 기다리면서 사랑한다고 하니까, 그거 믿고 그런 거야. 나 혼자 당신과의 미래를 꿈꾸는 걸 당신은 알았던 거라고."



재생다운로드Tumblr_l_451438265144661 (1).gif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표현도 잘하고, 당신 힘들게 안할게. 뒤통수 치는 일 다신 없을 거야. 미안해, 허니. 나 한번만 봐줘."



"... 너무 늦었어, 니키. 내가 당신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칠 때 그러지 그랬어."



"..."



"나 만나는 사람 있어. ... 일 잘 해결하고 가."



허니는 제 사무실에 닉을 홀로 두고 나왔다. 오후에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있어서 울 수가 없었다.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내 사랑을 믿고 저렇게 굴었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 허니는 엉엉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테일러가 아니었다면 분명 어버버 하면서 저가 그토록 사랑하던 저 두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게 그렇게나 안쓰럽고 애처로워서 허니는 죄다 잊어버린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제 가슴을 쥐어뜯는 한이 있더라도 닉을 다시 사랑하고야 말았을 거다. 그러다 불확실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랑에 미쳐버렸겠지.



-



재생다운로드IMG_0461.GIF
"누구야. 누가 자기 이렇게 속상하게 했지."



축 처진 채로 제 집에 온 허니를 귀신같이 알아차린 테일러였다. 허니는 테일러의 품에 안겨 향수의 잔향만 한참을 맡고 있었다. 웃긴 게 또 그러고 있자니 하루종일 벌렁거리던 심장이 좀 가라앉은 듯 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는 것도 잊고 허니는 테일러의 무릎에 앉아 목만 끌어안고 있었다. 테일러는 그런 허니의 등을 토닥거리다가, 쓸어주다가 머리칼에 입을 맞추기도 하며 내내 기다려줬다.



"... 나 오늘 자고 가도 돼요?"



재생다운로드3PsMis0nhKA2sMBc1vDzocr.GIF
"... 그래요. 자고 가요."



하루종일 있던 일을 종알거리던 허니가 피자를 겨우겨우 씹더니 겨우 한다는 말이 오늘 전남자친구가 출장을 와서 마주쳤단 말이라서. 저녁 내내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졸졸 따라다녀서. 테일러는 가만히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끄덕거렸다. 위태로울 때 의지가 되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약 닉갈너붕붕

2024.03.20 01:03
ㅇㅇ
모바일
센세 와따 ㅠㅠㅠㅠㅠ
[Code: 7af5]
2024.03.20 01:26
ㅇㅇ
모바일
와 맛있어
전남친이 닉갈이었어
세상에 너무 맛있어
[Code: 3b21]
2024.03.20 01:30
ㅇㅇ
모바일
와 미친 몰래하던 주식 성공함 영국놈이랄때부터 주식 사뒀는데 미쳤네 그래도 늦었다 닉갈아ㅠ
[Code: a746]
2024.03.20 01:56
ㅇㅇ
모바일
하 너무 너무 최고다……. 하지만 닉갈아 너는 늦았다..!
[Code: b48b]
2024.03.20 03:07
ㅇㅇ
아 진짜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맛있다.............
[Code: 4e33]
2024.03.20 04:53
ㅇㅇ
모바일
닉갈이었냐고 ㅠㅠㅠ 너무늦었다!! ㅠㅠ 스킨쉽에 두근두근해하는 테잨이 귀여워ㅠㅠ
[Code: 9955]
2024.03.20 09:31
ㅇㅇ
모바일
흐어어어어어ㅓㅓ 센세 너무 쫄깃해서 나붕은 죽소.. 그런데 어나더 봐야하니까 일단 다시 살아있겠소.. 테잨아 너는 허니 놓치면 안된다...
[Code: cf96]
2024.03.20 10:32
ㅇㅇ
모바일
악 영국 남친이래서 혹시 닉,,? 이랬는데 진짜 닉갈이네,, 센세 고마워,, 달다 달아,, ㅠㅠ
[Code: 907b]
2024.03.20 12:26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ㅏㅇ아앙 너무 좋다 센세 이런글 써줘서 너무 고마워 듬직한 테잨이 미챴다ㅠㅠㅜㅠㅠㅠ
[Code: 03c9]
2024.03.20 14:56
ㅇㅇ
모바일
너무 맛있읍니다 센세
[Code: 8fb5]
2024.03.20 23:57
ㅇㅇ
모바일
닉갈 나와서 숟가락 집어던지고 소리지르면서 읽음 ㅜㅜㅜ 센세 천재
[Code: e1d8]
2024.03.21 01:20
ㅇㅇ
모바일
아 미쳤다ㅜㅜㅜ천재만재센세
[Code: e14c]
2024.03.30 23:27
ㅇㅇ
모바일
아니선생님엑스가닉갈이면 이거는 진짜 반칙인데요......
[Code: c7bd]
2024.03.31 16:55
ㅇㅇ
모바일
아 아나 서브병 또 도지네..아
[Code: 2ee7]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