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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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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업무용 핸드폰을 켰다. 죄다 전남자친구의 연락이었다. 진짜 급한 일로 연락할 사람들은 다 개인용 연락처를 아는 사람들이었고, 퇴사한 걸 알았으니 핸드폰보다는 메일로 연락할 게 뻔했다. 그보다 원래 데이트는 이렇게 하는 거였던가. 남들이 봐도 신경 쓰이지 않고, 상대가 내 정수리만 봐도 좋아하고, 너랑 나랑 결혼할 거 같다고 개수작도 부리고. ... 내가 나여도 되고.



그럼 내가 한 건 연애가 아니었나. 내가 결혼하기엔 별로였나. 상대가 부잣집이랬으니까 결혼하면 개인 변호사 사무실, 아니 로펌 차려준다고 했으려나. 우리집은 그렇게까지는 못해주는데. 테일러는 그럼 본인이 개인 병원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그래서 내 배경에 상관없이 내가 좋은 건가. 만난 지 며칠만에 결혼할 것 같다고씩이나 하는데... 그냥 또라이면 어떡하지.



받지마 부재중 58통



와, 사귈 때도 이렇게 연락한 적 없는데.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좀 내버려두면 백통도 찍겠다, 생각함과 동시에 새로운 메세지가 왔다. 



받지마
[집도 빼고 갔다며.]
[다신 안 돌아올 거야?]
[너 경력 여기서 쌓았는데, 다 새로 시작할 거 아니잖아.]
[나는 차치하고 네 미래도 생각해야지.]
[돌아온다고 하면 미리 자리 만들어놓을게.]



... 끝까지 미안하단 말은 없구나. 네가 알 바냐고 묻고 싶은데, 또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봐. 헤어지자고 해놓고 미련 남은 것처럼 보일까봐 허니는 망설이다가 대화창을 나갔다. 그러게. 쌓은 커리어와 인맥은 모두 뉴욕에 있는데. 남자 하나 때문에 다 떨쳐내고 이리로 오는 게 진짜 최선이었냐고 물어보면 아니었다. 정신건강에는 최선이었겠지만.


다음달부터는 잡 어플라이해야지. 뉴욕이나 이 곳이나 렌트는 똑같이 더럽게 비싼데. 그냥 엄마아빠랑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 아니면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생각하다가 허니는 눈을 감았다. 눈이 뜨끈뜨끈한 게 영 피곤한 모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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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우리 큰 어린이는 어디가, 큼, 아파서 왔어요?"



"선생님, 열도 나고요... 편도도 부었어요."



근방에 당일 예약이 되는 병원이 하필, 테일러가 운영하는 소아과였다. 단순진단이면 성인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간호사의 안내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사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눈이 떠지지 않았다- 썸남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방문했다. 도저히 렌즈를 낄 컨디션이 되지 않아 평소엔 죽어도 잘 쓰지 않는 동그란 안경까지 끼고 온 참이었다.



"... 우리 어린이는, 평소에 몸 관리를 잘 안하나 보네요?"



"저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골고루 잘 먹는데요. 요근래는 7시간 이상 꼭꼭 잤구요..."



"요며칠 잠깐 그런다고 몸이 회복되는 게 아니에요. 일단 항생제 처방할게요. 속에 안 좋을 수 있으니까 위장약도 처방하구요... 비타민도 챙겨드세요. 커피는 당분간 자제하시구요."



"네에... 주사는 안 맞을래요."



IMG_0462.JPG"그 말 했으니까 주사 맞고 가야겠네요. 저 쪽에 주사실에서 수액 하나 맞고, 저랑 같이 퇴근하실게요. 차 끌고 온 거 아니죠?"



"... 우버 타고 왔어요."



"데려다줄게요. 수액 맞고 가요."



허니는 그나마 퇴사하고도 인수인계 문제로 이번달까지는 보험이 적용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겨우 끄덕거리자 안쓰러운지 테일러가 손을 뻗어 이마를 덮었다. 체온계로 재고도 손으로 느껴지는 체온은 또 달라서, 테일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름과 나이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어제 영 피곤해보이더니 문이 열리고 나타난 말간 얼굴이 반가우면서도 걱정됐다. 무릎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손을 잡아도,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줘도 멍하니 손을 타고 있을 만큼 아픈가보다 싶어 안쓰러웠다.



"열이 뭐 이렇게 많이 나요... 오늘 가게는 어떻게 했어요?"



"아빠가..."



"그랬구나. 그럼 맘 편히 수액 맞고 갑시다."



네에, 하고 겨우 대답을 하고 진료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허니는 주사실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밖에서 아이들이 종종 우는 소리가 들려도 깨지도 못할 만큼. 어찌나 깊게 잠이 들었는지, 테일러가 잠시 짬이 나서 들렀을 때는 색색 밭은 숨을 내쉬는 것 빼곤 미동조차도 없었다. 화장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은 처음 보는데, 평소보다 더 순해보여 테일러는 다음 진료 예약까지 한참이고 허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저가 마저 정리하겠다며 다들 들어가라 하며 테일러는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이미 다 가정을 꾸린 간호사들은 테일러가 정리를 자처하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주사실을 한번 봤다가, 테일러를 한번 봤다가 하며 웃었다. 차트를 정리하고 주사실에 들어갔을 때 허니는 겨우 눈을 뜨고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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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잤어요?"



"... 네. 너무, 너무 잘자버렸는데... 퇴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퇴근하려고요. 다 정리하고 깨우러 들어왔는데."



"어어, 진료비 내야되는데, 컴퓨터 아직 안 껐죠?"




"다음에 해요, 다음에. 컴퓨터 다시 켜고 정산하려면 오래 걸려요."



"그래두... 오늘 수액도 맞았는데요."



"이 정도는 내 재량으로 해줄 수 있으니까 걱정 마요. 밖에 추우니까 겉옷 입고... 옳지. 열 좀 내렸나 봅시다."



허니는 테일러가 제 쪽으로 끌자 맥없이 당겨졌다. 커다란 손이 이마를 덮고, 제 팔을 잡고 있어도 멍하니 올려다만 보고 있는데 그게 퍽 귀엽게 느껴져서 당겨서 안아버리자 엥, 하는 소리는 있었지만 밀어내지는 않고 안겨있는 허니였다. 심지어는 아픈 사람은 본인이면서 팔을 뻗어 제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하루의 피로가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열 잰다고 했지 안는다고 안했잖아요."



"말하면 안아도 돼요?"



"... 진짜 점점 뻔뻔해지는데."



재생다운로드e14ef616b4dede795cd2e739e89c2d63.gif"기왕 안은 김에 손도 좀 잡읍시다. 미리 말했으니까 잡아도 되는 거죠?"



"이야... 내가 오늘 병원비 안 받았으니까 봐주는 거예요."



"나랑 만나면 앞으로 병원비 안내도 되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도 미리 받아오는 남자친구 어때요?"



약봉투를 흔들며 생글생글 웃는데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허니는 저도 모르게 허, 하고 웃어버렸다. 기운이 없어 테일러의 가슴팍과 명치 사이 그 어딘가에 이마를 기댔다. 이 나이 먹고 매번 소아과 오긴 좀 그런데. 작게 대답하는 소리가 제 가슴팍에서 울리자 테일러는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제 맘대로 굴어주지 않았다. 얼굴도 모자라서 귀까지 빨개졌을 게 뻔했다. 주사실 내부가 어두워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허니가 한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의사슨생님, 심장 엄청 빨리 뛰시는데요. 시끄러워요."



"아닐걸요...?"



"그러기엔 제가 귀를 대고 있는 데가 너무 선생님 심장 쪽인데요."



"모른 척 좀 해줘요... 사람 민망하게."



"분위기 깨서 진짜 미안한데요. 내가 당한 게 있어서... 혹시 본인 감정이 식거나... 결혼상대는 아니다 싶으면, 몰래 다른 사람 만나거나 하지 말고, 어...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자고 말해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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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요. 뒤통수 안 친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요. 열 겨우 가라앉았는데."



"으응, 안 울어요.."



"내가 너무 앞서가있는 거 알아요. 누구 믿기 힘든 상황이고, 만난 지도 얼마 안돼서 이상해 보일 거라는 거 아는데... 믿음 주려고 노력할게요."



"나 걸음 빨라요. 잘 쫓아가니까, 그냥... 갑자기 없어지지만 않으면 돼요."



눈가를 아프도록 닦아내는 손등을 떼어내고 가만가만 눈가를 쓸어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그래도 결혼은 허니랑 하고 싶어요. 잘 생각해봐주면 안돼요? 하는 말에 허니는 웃음이 터졌다. 알았어요. 생각해볼게요. 다시 웃는 걸 확인하고서야 자기도 웃는 테일러를 보고, 허니는 뉴욕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될 이유를 하나 만들었다.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18 21: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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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센세 기다렸어요 오늘도 존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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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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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달달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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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1: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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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달다.... 인생의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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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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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간질간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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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00
ㅇㅇ
둘이 동네 다 해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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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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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달다 달아 존나 좋다 좋아 둘이 계속 그렇게 간질거려줘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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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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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쳤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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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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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ㅠㅠㅠㅠ 달달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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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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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너무 달달해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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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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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야 뭐하냐 센세 좀 데려가서 영화한편 만들어라(˘̩̩̩ε˘̩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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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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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너무 달달해 진짜 둘이 행벅만 햏으면 좋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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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3: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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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 센세 달달사로 죽겠어 하지만 오늘도 사랑해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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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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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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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23: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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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ㅠㅠㅠㅠㅠ 달아 ㅠㅠㅠㅠㅠ 시작부터 결혼언급이라니 너무 좋잖아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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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0: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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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달디 달아 미치것다 센세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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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1: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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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센세.. 읽으면서 입꼬리가 내려가질않아 어떻게 이런 대작을..ㅠㅠㅠㅠ 너무 달아 너무 설레 하 존나 또읽으러갈래 진짜 책임져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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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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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레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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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2: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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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는 내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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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6: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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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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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03:01
ㅇㅇ
하아아아아ㅏ아아아아ㅏ아악 ㅈㄴ 달아 ㅈ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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