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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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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느라 잠을 설치고, 새벽 네시나 되어서야 겨우 잠든 터라 눈을 뜨니 열한시였다. 그래도 눈 뜨니 한 시가 아닌 게 어딘가 싶어 겨우 찬물에 부은 얼굴을 가라앉히며 나갈 채비를 했다. 책상 위 업무용 핸드폰을 들고 나가려다가, 인수인계까지 마친 회사 전화를 왜 받나 싶어 두고 나왔다. 충전기에만 겨우 꽂아놓고 나오면서 화창한 날씨에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는 듯했다.


날씨도 별로고 추운 뉴욕에서 버티느라 고생했다, 내 자신. 하며 허니는 스스로 가슴께를 토닥거렸다. 이제 그만 울자. 영국놈 하나에 하루 잠을 설치면 그 밤에 다크서클 지우는 데에는 3일을 푹 자도 모자라다.




재생다운로드IMG_1049.gif"... 눈이 왜 이렇게 빨개요?"



"어제, 휴일이라고 넷플릭스 좀 몰아봤더니... 잠이 좀 모자랐나봐요. 점심 먹고 들어가서 또 자면 돼요."



"넷플릭스를 뭐 얼마나 봤길래... 일단 점심 먹으러 가요."



테일러는 흘낏 허니를 내려다봤다. 못 자서 충혈된 눈이 아닌 거 같은데, 본인이 아니라니까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살았다는 허니가 끌고 온 맛집에 앉아 메뉴를 고르는 허니를 쳐다봤다. 매운 거 잘먹는다는 말에 화색이 돌고, 해산물은 알러지가 있다는 말에 자기도 알러지 있다며 반가워하고... 뭔가 이 여자랑 결혼할 거 같다는, 그런 직감이 들었다. 



"대학부터 LA에 있었으면, 한번쯤 마주칠 만도 한데. 미남은 또 놓치지 않는단 말이에요. 학교도 심지어 같은데."



"그래봤자 내가 대학 졸업반일 때 허니는 입학했잖아요."



"그러네. 아, 한 4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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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4년 일찍 태어났으면 뭐 어쩌려구요."


 

"보나마나 테일러 쫓아다녔겠죠. 교양 쓸데없이 따라들으면서 이제 죽어나고, 또 막상 용기가 안 나서 말은 못 시켜서 앞에서 알짱거리고... 그런데 아마 백퍼센트 예쁘게 입은 날은 눈에 안 띄고 거지같이 입은 날 마주쳐서 대화까지 했을 거예요. 나는 그런 데 운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요?"



"그러다가 이제 테일러 졸업하면 또 말이라도 몇번 시켜볼걸 하면서 뒤에서 울고- 아무튼, 진짜 처절한 짝사랑 했을 거예요."



"웬만하면 말 안하려고 했는데... 허니도 내 얼굴은 맘에 드나 보네요?"



"엥... 테일러는 본인 얼굴이 맘에 안 들어요? 누가 별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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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것보단 허니가 영 심드렁해서, 내 외관이 취향이 아닌가보다 했죠."



"그럴 리가, 아니... 심드렁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에요."



"맘에 들면 말 못 건다고 방금 그랬잖아요. 나한테는 너무 말 잘 거니까."



"그건... 실연의 아픔을 아직 극복하지 못해서 그래요. 그리고, 원래 테일러같은 미남은 나한테 말 잘 안 건다고요. 지금 이게 특이케이스여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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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 웅얼거리며 대답하는 허니를 보며 도대체 전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단단한 벽을 뚫고 연애를 했지 싶었다. 전부터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누가 다가오는 걸 경계하는 거 같았다. 그 벽을 뚫어서 자기를 다 내주게 만들고나서 내팽개친 그 작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허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진짜 웃기게 들릴 거라는 거 아는데요, 웃지 말고 들어볼래요?"


듣기 전에 입 안에 우물거리고 있는 걸 삼키겠다는 뜻인지 뭐 얼마 넣지도 않았는데 빵빵해진 볼을 허니가 가리켰다. 끄덕거리자 물까지 삼키고선 말해보라는 듯 갸웃거리는 게 꼭 강아지 같기도 해서 테일러는 미소지었다. 진짜 신기한 여자야. 만난지 며칠 안된 사람이 저렇게 야무지게 먹는 걸 보고 잘 먹네, 더 먹여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 수가 있나? 



"난 우리가 결혼할 거 같거든요."



"... 예?"



"뭐 둘이서 하는 거니까 확률은 반반인데요. 원래 긴 연애 끝나고 나서 만난 사람이랑 보통 결혼한대요. 그냥 그럴 거 같은 예감이 든다고요."



"웃기기보다는 되게 수상하고 약간 가스라이팅 같이 들리는데요."



"요즘은 온평생을 헌신하겠다는 가스라이팅도 있어요?"



"... 테일러 진짜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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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허니도 그래요."



저를 수상한 사람 바라보듯이 뜯어보다가 진짜 이상해. 하며 부끄러운지 음식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상대의 정수리만 보다 끝나는 식사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그만 쳐다보고 밥이나 먹어요, 하며 흘겨보는 새초롬한 눈꼬리가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저가 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계산서를 들고 뛰듯 빠르게 걸어가는 발걸음을 쫓다보니 고작 한시간 남짓인 점심시간이 그새 끝나가고 있었다. 



간호사들 것도 챙겨가라면서 냅다 커피와 쿠키를 결제해서 제 손에 캐리어를 쥐어주면서 스친 손이 제 것보다 훨씬 작아서 꼭 쥐어보고 싶은 걸 참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제게 손을 흔들며 끝내는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입구에서 밍기적거렸다. 이미 다 봤다는 듯 데스크에서 저를 보고 웃는 간호사들에게 간식들을 쥐어주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17 14: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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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갈겨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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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4: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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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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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4: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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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만난지 며칠만에 프로포즈 갈겨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좋다 난 사실 둘이 결혼 안하고 계속 이렇게 썸타는것만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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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5: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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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치기만 하고 손도 제대로 못 잡아봤는데 프로포즈부터 갈기다니 이게 무슨 사약입니까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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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5: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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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미친 개수작아닌가 싶은데 근데 테작얼굴이면 충분히 타당해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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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5: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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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네 둘이 결혼할거같다 달달하다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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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6: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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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찬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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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7:34
ㅇㅇ
다비켜 들러리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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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7: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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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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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7: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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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너무좋다 연결임육다 가는거죠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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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7: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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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결혼에 매우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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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8: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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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어아아아아 너무!!! 너무 달달해!!!! 내가 다 녹을것 같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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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1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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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달달해서 당뇨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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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0: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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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아서 초콜릿이 쓸 지경이에요 센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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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0:52
ㅇㅇ
갈겨 찬성한다 진짜 결혼 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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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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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좋다 센세 하 ㅅㅂ!!!! 당장 결혼갈겨 달디달고 달디단 우리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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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12: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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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시발 존나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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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0: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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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가 결혼할 거 같거든요." 돌직구 너무 좋아 달다 달아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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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02:57
ㅇㅇ
미친노빠꾸직진!!!!!!!!!!!!!!!!!!!!!!!!결혼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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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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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허니?? 야 진짜 오랜만이다~~ 응응~~~ 혼수는 뭘로 할까?? 필요한 거 있어???그래그래 조만간 청첩 모임할 때 보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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