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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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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멍하니 데스크에 앉아있었다. 화려했던...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뉴욕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제 온평생을 지내온 LA로 왔다. 저와 사귀면서 뒤에선 부잣집 여자와 소개팅을 한 전남자친구가 직장상사로 있는 그 곳에는 단 한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아서, 사실은 버티다 버티다 못 버티겠어서 도망왔다. 애초에 캘리포니아 바 시험을 통과해놓고 욕심껏 뉴욕 로펌으로 취직한 것부터 해서 사내연애를 한 것까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십대 때부터 쥐꼬리만한 용돈을 쥐어주며 착취당한 꽃집이라 지긋지긋했지만, 그래도 여기만큼 도피할 곳이 없었다. 네가 왔으니 가게를 맡기고 모임을 나갈 수 있겠다며 앞치마를 떠넘겨주고 신나게 뛰쳐나가던 비 여사의 뒷모습이 눈에 선했다.



"저, 사장님, 꽃 사러 왔는데요."



"아, 네. 어떤 꽃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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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자친구랑 친구가 결혼해서 청첩모임 가는데요. 어울릴 꽃이 있을까요?"



"... 굳이?"



아차. 허니는 벌써 말을 뱉어버린 제 자신의 입을 몇번 내리쳤다. 저는 지금 변호사가 아니라 (임시) 꽃집 사장이었다. 이런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은 걸 비 여사가 알게 되면 경을 칠 일이었다. 지나치게 잘생긴 이 손님은 당황한 눈치였다. 허니는 빠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비지니스용 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가셔야 하나봐요. 그럼 뭐, 신혼집에 두라고 화분을 선물하시는 건 어떨까요?"



"... 꽃 말고요?"

 


 

"꽃은 아무래도 예쁘고 가벼우니까요. 잠깐 무거워야 고생도 좀 하고, 그래야 후련하지 않으시겠어요?"



"...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허니는 취직하고 나서 줄곧 이혼과 형사 소송만 맡아서 했기 때문에, 눈치로 대충 무슨 사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쁘기만 하고 하등 효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화분을 하나 포장해주었다. 그리고는 계산하려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제가 손님이랑 같이 그분들께 선물할게요. 십달러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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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닙니다, 제 값 다 받으세요."



"제 오지랖이에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전남자친구 친구랑 결혼하고 초대까지 하는 건 상도덕이 아니니까요. 주고 탈탈 털어버리세요. 사실 저는 뭐가 예쁘다고 꽃까지 들고 가려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거야 손님 마음이니까.. 최소한 맘편히 다녀오시라고요."



허니는 남자의 손에 쥐어져있는 카드를 빼서 십달러를 결제했다. 그리고선 화분을 쥐어줬다. 화분도 무겁기만 하고 통풍도 안되는 화분으로 고르느라 고생했다. 십달러는 무슨, 족히 70달러는 넘을 화분이었다. 남자가 떠난 뒤 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주말동안 종종 씁쓸한 표정의 잘생긴 손님을 떠올렸다. 고마우면 꽃이라도 한번 더 사러오겠지 뭐. 미남 복지나 되어주었으면 했다.




-



"진짜 너무한다. 딸 카드로 여행 가면서 딸한테 가게를 맡기고 가는 사람이 어딨어... 알았어요. 잘 갔다와요. 어어, 딸보다 딸 카드를 사랑하는 거겠지만, 예에, 비 여사님, 저도 사랑해요-"



허니의 엄마는 이때다 싶어 허니의 이모와 함께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허니가 쥐어준 한도가 제법 큰 카드를 가지고. 꽃집은 허니에게 떠넘긴 채로 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신나보이는지, 공항에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허니도 웃음이 터졌다. 웃기는 아줌마들이야, 진짜. 꽃집 문을 열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오는 길에 공항에서 커피라도 사올걸. 살짝 따뜻해지는 게 딱 아이스라떼 먹을 날씨인데, 점심 먹을 걸 사오느라 커피를 까먹은 제 자신을 탓했다. 



"어서 오세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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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안녕하세요. 그 날 선물은 잘 하셨어요?"

 



"네. 친구가 들면서 무거워하고, 좋던데요."



"그거 화분, 겉보기에만 멀쩡하고- 아이구, 통풍 잘 안되는 화분이라 아마 따로 화분 사야할 거예요, 복수의 완성. 오늘도 뭐 사러 오셨어요?"



"... 아, 사무실에다가 꽃 두려고요. 화사한 거 있을까요?"



끙차, 하며 일어나더니 복수의 완성. 하며 엄지를 척 들어보이는 허니를 보고서 테일러는 크게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참고 미소를 지었다. 그 전에 있던 사장님은 친절하지만 무서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는, 제 어머니 또래의 미인이었는데. 새로 와있는 젊은 사람은 그 사장님이랑 똑닮아서는 정반대의 말을 해댔다. 소프트웨어는 남자 사장님을 닮았나. 여자 사장님한테 지난번에 엄청 혼나시던데.



"프리지아 어떠세요? 지금 네 단에 10달러고- 노란색만 사기 좀 지겨우시면 연보라색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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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색깔별로 네 단씩 주세요."



"네엥. 이십달러 결제 도와드릴게요."



클래식한 피아노 연주가 울리던 전과 달리 발랄한 봄 느낌의 가요가 울리는 것도 전과는 달랐다. 큼지막한 데님셔츠가 제법 잘 어울리고, 방금 뛰기라도 한 듯 불그스럼하게 홍조가 늘 올라와있는 두 뺨이 웃을 때마다 뿅, 하고 올라오는 것도 모자라 눈꼬리마저 둥글게 접히는 젊은 꽃집 사장... 알바생인가, 아무튼 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기 쉬웠다.



"집에도 두시라고 색깔별로 한 단씩 더 넣어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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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퍼주시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 드린다고 거덜나지 않으니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제 손에 신문지로 잘 둘러싼 프리지아 두 다발을 건네며 코를 찡긋하고 웃는 모습이 생각나서, 환자를 진찰하고 나서도 종종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곤 했다. 전형적인 미인이야 보기 쉬웠지만, 하루 온종일 생각나는 사람은 오랜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 나이 먹고도 이게 되나, 싶어서 테일러는 눈썹께를 긁적거렸다. 큰일났다. 벌써 보고싶다.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16 15: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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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허어ㅓ어어ㅓㅇ어ㅓ어ㅓ어어어 센세 제발 어나더!!!!!!!!!!!!
[Code: d72b]
2024.03.16 15: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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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이아아아아아
[Code: be8e]
2024.03.16 15: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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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글에서 봄이 느껴져 센세 최고야 억나더 제발ㅠㅠㅠㅠㅠㅠㅠ
[Code: a556]
2024.03.16 15: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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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의사x꽃집사장 테잨너붕붕이라니!!!! 센세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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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16: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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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쥰나 설레
[Code: f31f]
2024.03.16 17: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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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센세 ♡♡♡♡♡
[Code: 47df]
2024.03.16 18: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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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아아 남의 연애가 역시 맛있다!!!!!!!!!!!!
[Code: 1fcf]
2024.03.16 19: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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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정말 맛있어요 더줘
[Code: 11fb]
2024.03.16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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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레 미친..
[Code: ad56]
2024.03.16 23: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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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센세 존맛이야.. 개설레서 심장이 너무 빨리뛰어
[Code: ad0e]
2024.03.17 05: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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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뻔하지 않아요 얼굴이 개연성인데 허니마저 드립 잘쳐
[Code: abb9]
2024.03.19 0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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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 보니까 허니 어무니가 미인인데, 똑닮았다고 생각하다니 ㅋㅋㅋㅋㅋㅋ진짜 좋다 ㅠㅠㅠ
[Code: 4d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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