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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2:54
조정 관리인 텀은 똑똑하고 일은 잘하는데 워낙 강직하고 청렴한 성격 탓에 다른 관리들이랑 사이가 좋지는 않음 언제나 바른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꼿꼿한 중년 신하인데 젊어서 처음 관직에 임용됐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보니 이제 다들 텀이 바른말 하느라 분위기 깨버려도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신하인거지.

그리고 탑은 그런 텀을 직속 상관으로 꽤 오래 모신 부하 관리임. 텀이 권력 가진 귀족 앞에서 바른말하느라 입 털다가 밉보여서 잠깐 지방으로 쫓겨갔을때 만난 젊은 하급 관리였는데 일 잘하고 머리도 좋고 여러모로 능력이 뛰어나서 나중에 텀이 다시 조정으로 복귀하게 됐을때 탑도 데려간거겠지. 탑은 좀 가난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형편이 넉넉치는 않은 집안에서 자라서 어느정도 출세욕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좌천되다시피 지방으로 왔지만 어쨌든 좋은 집안 출신에 고위 관리였던 텀을 보고 처음엔 저 어르신께 잘 보여서 출세해야겠다는 생각도 내심 있었을거임. 근데 곁에서 모시고 보니 이 어르신 성격이 보통내기가 아닌데다가 이리저리 밉보여서 외지로 나돈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 줄 잘못 섰나? 싶기도 했겠지. 근데 그런 생각보다는 인간적으로 텀에게 끌리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텀의 강직하고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나, 욕심 없고 청렴해서 늘 낡은 옷을 입고 거친 밥을 먹는 생활, 그리고 결정적으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고 오직 백성들을 위해서 여러 일들을 추진하고 밤을 새워 가면서 노력하는 진심어린 태도에 마음이 끌리게 됐을거임. 그래서 진심으로 텀을 존경하고 따르게 됐겠지. 또 텀은 탑의 재주를 알아보고 여러 중요한 일들을 맡기기도 했었고.

텀이 다시 조정으로 복귀한건 황제가 죽고 새 황제가 등극하면서였음. 젊고 경험도 부족한 새 황제는 정식으로 태자가 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황자였었는데 갑자기 황제가 병으로 승하하고 태자도 잇따라 세상을 떠나서 황제가 됐겠지. 잘 해보고 싶은 의욕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여러 신하들에게 도움을 구하는데 그런 황제에게 텀이 눈에 띄었겠지. 어전에서 텀은 늘 주된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거나 강하게 자신이 믿는 바를 주장하곤 했거든. 게다가 다른 신하들이 아직 젊고 미숙한 황제를 약간 귀찮게 여기며 자기들끼리 빨리 논의를 끝내고 현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던 것과는 달리 텀은 황제인 자신이 직접 살펴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정치를 배우도록 도와줬음. 텀은 그래야 황제가 성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일인데 황제 입장에선 그런 텀이 너무 고맙고 좋아서 마음을 품게 됨. 텀 역시 듣기 싫은 입바른 말만 한다며 자신을 껄끄러워하던 이전 황제나 태자와는 달리 제 의견에 귀기울여주고 잘 배우려 하는 황제가 좋았을 거고. 물론 이건 사랑이 아니고 신하로서의 충심과 젊은 황제에게 느끼는 아버지 같은 마음임. 또 텀은 자신을 향한 황제의 마음 또한 그저 신하를 믿고 총애하는 마음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겠지. 황제의 마음이 그 이상이라는 건 상상하지 못하고 있고.

근데 그 마음을 탑은 눈치챘으면 좋겠다. 황제가 텀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를 탑이 모를 리가 없음. 탑도 텀을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탑은 조정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텀과 황제가 자주 만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텀이 황제와 독대하거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음. 하지만 탑 역시 황제의 신하였기에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겠지. 또 높으신 분들께 밉보여서 외지로 돌던 텀이 황제의 총애를 받아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 마음이 복잡할거임.

그러던 중에 텀이 갑자기 뒤늦게 오메가로 발현하고, 텀은 자신이 발현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몸이 좀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 등청해야 한다... 알파였던 탑은 텀을 보자마자 발현한걸 눈치채고 텀을 한쪽으로 끌고감.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는 텀에게 자신의 향을 최대한 둘러주며 당장 퇴청하시라고 텀의 손을 잡고 끌고가다시피 하겠지. 텀은 늘 예의바르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던 탑이 갑자기 이런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니 당황하면서 밀어내려 하는데, 탑이 기둥 뒤로 텀을 끌고와서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고는 지금 이 모습을 절대 폐하께 보여드릴 수 없다고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힘 차이가 너무 나서 일단 탑에게 이끌려 궁을 나선 텀은 탑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겠지. 궁으로는 몸이 좋지 않아 등청하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고. 탑은 당장이라도 텀의 다리를 벌리고 박아넣고 싶지만 꾹 참고 억제제를 사와서 텀에게 건네고 궁으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관리들이 일하는 곳으로 들어섰더니 황제가 그곳에 앉아서 빤히 탑을 바라보면서 텀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우성알파인 탑은 텀이 전날 약속한 시간에 편전에 오지 않자 몸소 행차해 텀을 만나러 왔다가 공기중에 남은 텀의 향을 맡고 무슨 상황인지를 깨달은거. 탑이 발현한 텀을 숨기고 왔다는 것도. 차갑게 가라앉은 황제의 눈을 보면서 탑은 텀을 텀의 집으로 모시는게 아니라 자신의 집에 숨겨두었어야 했다고, 아님 어디 절이나 다른 집에 임시로 두었어야 했다고 깨닫겠지. 아니나다를까 황제는 이미 사람을 보내서 뒤늦게 억제제를 먹은 탓에 발현의 여파에 아직 시달리는 텀을 데려오라 명한 후였고... 텀은 황제의 명으로 왔다는 베타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마차에 태워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느끼지만 이미 늦었겠지.

텀은 그대로 황제의 침전으로 옮겨져서 발현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원치 않는 첫날밤을 보내게 되고 탑은 비어있는 텀의 집으로 가서 남아있는 향을 맡으며 눈물 뚝뚝 흘리는거 보고싶다


보급형
2024.04.10 12:55
ㅇㅇ
모바일
햐...맛도리
[Code: fc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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