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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22:11







요즘 매버릭이 이상했다.


"아이스, 나 당근 케이크 먹고 싶어."
:매버릭은 당근 케이크를 케이크로 분류하지 않는다.

"아이스, 지금 나한테 화낸거야? 진짜 너무해. 우리 각방 써!"
:매버릭이 평소 듣는 아이스의 잔소리와 같은 수위였다.

"교본 존나 보기 싫어. 그냥 호넷 몰러 나가고 싶어."
:매버릭은 교본을 1페이지 첫글자부터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글자까지 꼼꼼히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감기약을 분명히 챙겨먹었는데 계속 안 나아...킁!"
:매버릭은 약을 꼬박 챙긴 적이 없었다. 아이스가 요일별 약통에 넣어줘도 무시했는데.



이것뿐만은 아니었다. 매버릭이 무려 지난 2주간 평소답지 않게 행동했다. 당근 케이크를 찾는 거까진 어떻게 이해해보려 했던 아이스는 매버릭이 한밤중에 감초사탕을 찾자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봐야했다.




매버릭이 사고를 거하게 친 걸까? 그게 두려운데 나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워 이상행동으로 내 시선을 돌리려 한 걸까? 무슨 사고든 이제 웬만한 건 커버쳐줄 능력이 생겼는데 내가 믿음직스럽지 못했을까?

꼬리를 물고 걱정이 늘어지자 아이스의 미간이 점점 좁아져갔다. 매서운 눈빛과 잔뜩 찌푸려진 미간, 이마를 짚은 왼손까지 완벽하게 화난 모습이자 앞에 있던 앤더슨 소령은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했다. 그가 제출한 보고서는 여전히 카잔스키 대령의 손에 들려있었다.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sir? 제가 최대한..."
"소령."
"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소령도 아는가?"
"ㅇ,예? 잘못 들었지 말입니다. 저는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sir!"
"소령말고.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는데 걘 내 허락 없이 죽을 순 없거든. 그게 아니면 뭘까?"


앤더슨 소령은 이제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대답을 내놔야했다. 상대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사자의 탈을 쓴 대령. 머리를 굴리던 소령은 여전히 달달 떠는 입술을 열고 질문했다.


"어떤 행동인가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sir?"
"하긴, 너무 두서없이 말했군. 안 찾던 걸 찾고, 안 먹던 걸 먹고, 하고 싶어했던 건 하기 싫어하고, 하기 싫어했던 걸 불평없이 해냈네."


소령은 카잔스키 대령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으며 곰곰히 기억을 더듬었다. 어라, 이거 와이프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임신하신 거 같습니다, sir!"


카잔스키 대령의 심장에 폭탄을 던진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나온 소령은 인장이 찍힌 서류를 받았다. 그 덕분에 소령은 정시퇴근을 할 수 있었다.

 



-




원래 야근이 내정되어있던 대령이 갑작스럽게 퇴근을 한다고 말하자 비서는 기존 스케줄을 모두 뒤집을 수 밖에 없었다.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상사를 추궁해볼 수도 없는 터라, 그는 달려가는 대령의 뒷모습에 인사를 하고 제 일에 집중해야 했다.

아이스는 곧바로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의무실로 향했다. 의무실에 대령이 직접 드나드는 일은 적은 편이었기에 의무병은 당황해했다. 하지만 아이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요청하자 의무병은 요청한 물건을 여러 개 담은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받자마자 그는 의무병에게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버렸다.




"아이스? 오늘 늦는다며. 아니다, 잘됐다. 안그래도 내가 오늘은 젤로 레몬맛이 너무 땡겼거든? 지금 나가서 사올 수 있지 않을까?"
"젤로? 갑자기?"
"응응, 차 키 챙겨."


순식간에 또 매버릭에게 휘말린 아이스는 쇼핑백을 두고 다시 나갔다와야 했다. 젤로 세 박스를 양쪽 허리에 든든하게 낀 다람쥐애인을 지켜보는 건 행복했지만 아이스는 어쩐지 떨리는 다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스의 초조함은 뒷전이었던 매버릭은 돌아오는 길 내내 젤로를 까먹느라 바빴다.


"이게...뭐야?"
"해봐. 어떻게 하는지는 알지?"
"ㅇ,이걸? 굳이? 아이스, 나 열성이야."
"응. 알아. 근데 해봤으면 좋겠어."


해봤으면 좋겠다고? 머리를 긁적이던 매버릭은 아이스가 쥐어준 것들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열성에게 임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저 우성알파놈이 모를 리가 없었다. 매버릭은 그래도 아이스의 말은 군말없이 따르는 편이었고, 아이스의 요청대로 테스트기를 깠다.


"피트,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
"아닌거여도 괜찮아. 내가 먼저 설레발친 거잖아. 네 잘못도 아니고..."
"......"
"핕, 제발. 네가 침묵하면 내가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아. 뭐라고 말 좀..."
"톰 카잔스키 이 미친 새끼야!!!!!"


엄청난 침묵 끝에 튀어나온 매버릭은 아이스의 등짝을 마구 패기 시작했다. 그 작은 손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아이스는 화끈거리는 등짝을 보호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런 짓을 한다면 매버릭에게 다신 용서받지 못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훌쩍거리면서 그 너른 등판을 한참을 때린 매버릭은 지쳤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아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매버릭을 껴안았다. 물론 순순히 안기진 않았지만 익숙한 온도가 느껴지자 고개를 파묻은 매버릭은 눈물을 흘렸다.


"씨발... 내가 밖에 싸랬지."
"두 줄이야?"
"그래, 두 줄이야. 어떡할거야!!! 너 애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낳기만 하면 내가 진짜 다할게. 네 손에 분유 한 방울도 안 묻히게 할게. 제발, 핕..."
"당연히 낳아야지, 너 지울 생각이었냐?"
"오, 피트. 당연히 네 결정에 전적으로 따를 일이었어."
"그런 새끼가 안에다가 싸질러?"
"나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괜찮다고 안에 안 싸면 죽이겠다고 한 건 매브, 너였던 건 알지?"
"조용히 해, 애 얼굴 보고 싶으면."
"응, 사랑해. 앞으로 더 좋은 남편이 될게."
"...이미 좋은 남편이니까 좋은 아빠나 되어줘."
"약속할게."
"너 짜증나아... 핫초코 타 줘! 애기가 먹고싶대!"
"응응, 가자."









아이스매브
 
2024.03.27 22: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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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귀여워ㅠㅠㅠㅠㅠ
[Code: a988]
2024.03.27 22: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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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 임신한 거 알고 빡친 치와와마냥 아이스한테 왁왁거리면서도 금방 익숙해져서 말마다 애기 운운하는 거 존커얔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스 대령 행복한가 ? 호우 세금 두배로
[Code: 6bfb]
2024.03.27 22: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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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좋아
[Code: 6fcf]
2024.03.27 22: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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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들어간 케익은 케익으로 안치던 매버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신하면서 건강식단 되겠다 했는데 젤로 세박스 ㅋㅋㅋㅋㅋ
[Code: faf6]
2024.03.27 22: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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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고 달달하고 설레고 힐링된다 ㅋㅋㅋㅋㅋ앤더슨 소령 큰일했네 ㅋㅋㅋ매브가 당근케익을 먹는다? 이건 진짜 큰일이지 ㅋㅋㅋ센세 아맵 임신 출산 육아까지 억나더 플리즈 너무 재밌다 ㅠㅠㅠㅠㅠ
[Code: ac48]
2024.03.27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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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좋은 남편이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얼마나 서로 아껴줬는지 알겠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a25e]
2024.03.27 23: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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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이상신호가 한가득이엇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c37a]
2024.03.28 0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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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소령 지금 자기 진급길에 얼마나 대단한 비단을 깐건지는 알고 퇴근한거야?ㅋㅋㅋㅋㅋ 아이스 등짝 줘패다가 핫초코 애기가 먹고싶은거라고 곰방 애기 권력 휘두르는(?) 매람쥐 진짜 졸커다ㅋㅋㅋㅋㅋㅋ 남의 임출육이 왜 이렇게 좋은거냐 진짜 언제 질려....
[Code: 75de]
2024.03.28 0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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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 임신 맞구나ㅠㅠㅠ 아이스 좋은 남편 좋은아빠해서 매브 평생 행복하게해줘!!!!!!!!!!!!
[Code: 226d]
2024.03.28 10:24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로 아기가 먹고싶대 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d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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