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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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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사과를 한다고 바로 으르렁거렸던 관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같이 비행도 하고, 강의도 듣고, 펍에도 가는 평범한 날들이 지나갔지만 과거와 똑같지는 않았다. 매버릭에겐 아이스와 예상치 못하게 가까워지면 몸을 굳히고 눈을 깜빡이는 버릇이 생겼다. 전에 없었던 버릇이라 매버릭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매버릭에 관해 민감해진 아이스는 그 버릇을 바로 알아차렸고 최대한 가까이 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주위를 빙빙 돌아대긴 했지만. 어쨌든 아이스는 매버릭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난 후로는 모든 것을 조심했다. 매버릭의 눈에서 나는 눈물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주위를 빙빙 돌았으니 원치 않아도 매버릭이 데이트 신청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찰리라는 금발의 남자는 부드럽게 매버릭에게 접근했다. 매버릭도 그가 마음에 드는지 살짝 웃으며 스킨십에도 기분 좋게 반응했다. 아이스는 잘 어울리는 둘을 보며 비관에 빠졌다. 매버릭이 나를 저렇게 봐줄 날은 오지 않겠지. 새까맣게 엉긴 감정들이 아이스를 괴롭혀댔다. 조바심이 난 아이스는 이 날 처음으로 필름이 끊긴다는 것을 경험했다. 슬라이더의 등에 처음으로 업혀온 날이기도 했다.


찰리와의 두 번째 데이트를 잡았다고 말하는 매버릭의 목소리가 강의실 전반에 퍼졌다. 구스는 옆에서 잘됐다며 우리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됐다는 주접으로 매버릭을 한껏 치켜 세워줬다. 아이스는 활짝 웃는 매버릭의 얼굴에 이젠 됐다, 싶다가도 어느새 질투심으로 활활 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찌질했던 순간이 있었나? 아이스는 제 모습이 찌질한 걸 알면서도, 매버릭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제 매버릭은 아이스의 태양이 되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아이스의 행동도 결정되었다. 그러나 태양은 아이스를 두려워했다. 그 이유는 저의 오만한 행동때문이었다. 아이스가 애써 널뛰는 감정을 추스렀지만 감정을 주체할 수 있는 건 신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인 아이스는 요동치는 불안감에 고스란히 시달려야만 했다.


-


매버릭 입장에선 나름대로 재밌는 데이트였다. 찰리는 내성적인 매버릭을 이끄는 쾌활한 사람이었고, 장난도 잘 치는 개구쟁이였다. 그래도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매버릭에게 알맞은 짝이라는 구스의 말이 맞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러나, 매버릭은 찰리와의 데이트에서 종종 아이스맨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상하지, 2주 전의 매버릭이었으면 그 잔디머리 얼굴은 생각도 하기 싫었을텐데. 헬멧 하나를 들어줬다고 대책없이 설레버렸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 그 코코넛 향수만 아니었더라도 감정이 덜 날뛰었을까? 매버릭은 책상에 이마를 콩콩 박다가 무심코 그 날을 다시 떠올렸다. 당시 아이스맨이 했던 말이 모두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위험한 확률도 나는 해낼 수 있는데... 수석에 가까웠던 아이스가 하는 비판을 매버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매버릭의 눈에 잘나보였던 그가 자신의 비행실력을 인정해주길 은연중에 바랐던 거 같기도 했다.
흠, 그치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지도.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괴롭다는 듯이 일그러지던 그 복잡한 표정... 매버릭은 그날 아이스맨이 지었던 표정을 떠올렸다. 마치 아이스맨이 매버릭의 눈물젖은 표정에 사랑을 깨달았던 것처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그러나 정작 아이스맨 생각만 한—매버릭이 짐을 싸자 슬라이더가 잠깐 매버릭에게 다가왔다. 그가 전달한 쪽지에는 아이스맨의 간결한 글씨체로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


[도서관 앞 벤치, 내일 7시, 잠깐 할 얘기가 있어. 불편하면 거절해도 괜찮아.]


마음같아선 찬바람 쌩쌩 맞히고 싶었지만, 매버릭은 이번에야말로 아이스맨과 마주하고 싶어졌다. 흥, 내가 거절할 줄 알았나보지? 어림도 없어. 나가서 놀래켜주마.



벤치에 앉지도 않고 서성이는 아이스가 멀리서도 보였다. 매버릭은 7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아이스의 앞에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이스는 시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허벅지에 손바닥을 비벼댔다. 묻어나오는 땀이 그의 긴장감에 대해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와줘서 고마워."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와 봤어. 굳이 '쪽지'를 주면서까지 말이야."
"...내가 갑자기 근처에 가면 긴장하잖아. 인지하고 있으면 긴장하는 거 같지 않길래."


매버릭은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긴장을 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긴장에 다른 의미도 있다는 걸 아이스맨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구나.


"뭐, 그렇긴 한데. 이젠 괜찮아. 날 해치지 않을 거잖아?"
"그럴 일은 절대, 절대 없어."
"알아. 그러니까 용건을 말해."


팔짱을 낀 매버릭 반대편에서 유리알같은 눈동자가 초조로 울렁거렸다. 손을 덜덜 떠는 아이스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매버릭."
"응?"
"...좋아해, 아니 사랑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아이스의 고백에 매버릭의 큰 눈망울은 더욱 커졌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애써 미소를 짓는 모순이 매버릭의 눈엔 비합리적이게도 아름다워 보였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르며 열기를 식히는 동안 아이스의 눈가는 그가 뱉어낸 사랑의 색만큼 짙어졌다.


"알아, **네가 들어 본 고백 중에 제일 최악이지?"
"......"
"감정을 강요하는 거 아니야. 고백하고 툴툴 털어버리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저 한 번은 얘기해야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이스."
"눈물 흘리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는 별로지?"
"그래,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지만 별로긴 해."
"미안해."
"내가 좋아서 그랬어?"
"응, 좋아해서 그랬어..."
"그러면 됐어. 계속 좋아해."
"...어?"


계속 좋아해보라고. 매버릭은 윙크를 날리면서 아이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쳐낸 매버릭은 생각했다. 기회를 주는 건 다 저 눈물때문이라고. 눈물과 고통으로 얼룩진 저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그러는 것 뿐이라고.
아이스의 짝사랑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맙소사. 그게 엄마아빠의 고백 썰이라고?"
"응, 니네 아빠가 그렇게 멍청하던 시절이 있었단다."
"베이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반박하고 싶으면 반박해. 근데 사실이라서 못하겠지?"


매버릭은 그 때와 똑같은 웃음을 짓고 아이스의 눈 앞에 있었다. 그래서 아빠는 네 엄마가 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어. 아이스는 매버릭을 번쩍 안아 품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캐피는 닭살을 돋게 하는 부모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자기 방으로 도망쳐버렸다.


"대니, 더 안들어?"
"그거면 됐어! 숙제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됐어!!!!"
"하하, 톰, 대니는 정말 귀엽지 않아?"


응, 귀엽지. 당신처럼.
아이스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매버릭의 짧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매버릭의 눈물은 그 날 하루로 충분했다고. 그 날 흘렸던 눈물로 아이스의 세상은 잠겨버렸으니, 더 이상의 슬픔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시간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회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매버릭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귓가에 속삭였으므로 아이스맨이 움직여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대령할 시간이었다.








재생다운로드6CF00B7D-DAEF-4502-B8CB-A67AF7BEC658.gif

울면서 고백하는 아이스


IMG_3575.png

캐피에게 옛날 얘기를 하는 현재의 매버릭






*아이스 본체의 작품 중 하나인 히트의 대사 차용
**cruel summer 가사 차용



끝!


아이스매브ts
2024.02.11 12:12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어나더를 주셨어!!!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새해 복 많이 받아 이제 정독하러 달려갑니다
[Code: abbd]
2024.02.11 13:06
ㅇㅇ
모바일
센세 글 속 아이스와 매버릭을 보면서 같이 설레고 두근거리고 행복했어 마지막 캐피 숙제로 끝나는 모습까지 정말 따뜻하고 힐링되는 가족의 모습이라 더 좋아 평생 눈물 흘릴 일 없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아맵과 캐피 너무 좋다 센세도 복 많이 받고 행복해 근데 이제 끝이라니 이건 슬퍼 더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ㅠㅠㅠㅠㅠ
[Code: 0bb9]
2024.02.11 13:10
ㅇㅇ
모바일
센세 여기서 꿑이라니 이런 법은 없는겨
[Code: b67f]
2024.02.11 14:35
ㅇㅇ
모바일
진짜 어름이 다 녹앗네 이럼 매브가 다 받아줄수밖에 없지
[Code: 9d10]
2024.02.11 17:01
ㅇㅇ
모바일
ㅋㅋㅋ계속좋아해라니 ㅋㅋㅋ매브다워서 넘 좋다 ㅋㅋㅋㅋㅋ
[Code: 3000]
2024.02.11 18:58
ㅇㅇ
아이스의 태양이 되어 버린 매버릭이라니 너무 로맨틱하다 ㅈㄴ 설레 ㅠㅠㅠㅠㅠㅠㅠ 눈물 흘리면서 “사랑해, 네가 들어 본 고백 중 최악이지?” 라고 마음을 털어놓는 아이스, 눈물을 자기 손가락으로 닦아 주며 “그러면 됐어. 계속 좋아해.” 라는 매버릭 ㄹㅇ 잘 어울리는 귀여운 커플이야 ㅋㅋ 나중에 둘이 결혼해서 낳은 아들 캐피에게 그때 이야기 들려 주는 것도 ㄱㅇㅇ
[Code: 811b]
2024.02.11 21:41
ㅇㅇ
모바일
눈물 흘리며 고백하는 아이스와 윙크하며 계속 좋아하라는 매브 넘 커엽다 둘이 연애하다가 결혼하게 된 이야기도 더 보고 싶은데ㅠㅠㅠㅠㅠ 센세 외전으로라도 와주라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d89]
2024.02.13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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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이 울면서 고백하는 거 짠한데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둘이 결혼하고 행복해져서 다행이야 아이스매브 영사해ㅠㅠㅠㅠㅠ
[Code: db39]
2024.02.19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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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달콤해
[Code: 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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