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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11:56
※ ts 소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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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강의가 있는 날이면 매버릭은 제일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키가 작은 건 신체적 한계였으니까 미리 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나았다. 어김없이 오늘도 매버릭이 강의실의 문을 제일 먼저 여는 사람이 되었다. 구스는 좀 늦는다고 했으니, 매버릭은 강의실에 앉아 남은 교안을 복습하기로 했다. 뒤에 아이스맨이 들어와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것도 모르고.

뒤에서 본 매버릭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조그만 입술, 살짝 커 보이는 파일럿 수트, 책상을 톡톡 치는 작은 손가락, 은은히 풍겨져 나오는 코롱 향,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아이스의 시선은 매버릭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제 귓바퀴가 빨개진 지도 모르고 슬라이더가 와서 말을 걸 때까지 아이스는 매버릭을 지켜보는 것에 집중했다.
이 날, 아이스는 처음으로 본인이 매버릭을 '조금' 신경쓰고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


"꼬맹이, 요즘은 아이스랑 덜 싸운다?"
"그 새끼가 나한테 시비만 안 털면 되거든? 그리고 누가 꼬맹이라고 부르래, 미쳤냐?"


킬킬 웃는 슬라이더의 팔뚝을 작은 주먹으로 연타한 매버릭이 씩씩거렸다. 둘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서류 뭉탱이를 강의실로 옮기는 중이었다. 투닥거리면서도 슬라이더의 장난이 꽤 재밌는지, 제 앞에선 보여주지 않는 웃음을 슬라이더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속이 뒤집힌 것마냥 아파왔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아이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둘에게 성큼 다가갔다.


"어? 아이스, 우리 강의실 가던..."
"줘."


아이스는 매버릭에게서 서류 다발을 빼앗었다. 순식간에 빼앗긴 매버릭이 아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로 손을 올리고 서류를 주지 않자 어이가 없어진 매버릭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이스는 상관하지 않고 슬라이더에게 말했다.


"네가 다 들면 되지, 무겁지도 않은 걸 왜 매버릭에게 나눠줘?"
"야, 나도 할 수 있거든? 무겁지도 않거든? 아이스맨, 너 뭔데?"


말을 마친 아이스는 슬라이더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빠르게 강의실 쪽으로 걸었다. 졸지에 한 소리 들은 슬라이더와 졸지에 서류를 빼앗긴 매버릭만 복도에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슬라이더와 매버릭은 알 수가 없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강의 뒤에 저공비행 훈련이 이어졌다. 엘리트라 자부하는 파일럿들도 괴로워하는 훈련이었다. 대부분의 파일럿들은 전투기에서 내려오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매버릭은 전투기만 탈 수 있으면 뭐든 좋아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행을 끝내고 지상으로 내려온 매버릭이 빠르게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에서부터 매버릭은 머리숱때문에 불편해진 헬멧을 벗었다. 라커룸에 가서 할 수 있었지만 참지 못한 매버릭이 헬멧 턱끈을 왼쪽 팔에 대충 끼우고 머리를 풀었다. 다시 묶기 위해 풀어낸 머리카락이 등까지 사르르 떨어졌다. 뒤이어 들어오던 아이스가 그 모습을 보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매버릭은 또 한 마디 하겠구나 싶어, 머리를 묶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어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매버릭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스는 매버릭의 팔에 달랑달랑 달린—그러나 엄청 무거운—헬멧을 한 손으로 잡아주었다.


"뭐하냐?"
"머리 묶도록 도와주는데."
"그러니까. 네가 왜 도와주는데?"
"그러고 싶으니까?"


다 묶었으면 됐다, 오늘 비행 수고했어. 아이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매버릭을 지나쳐 남자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스치는 순간 매버릭은 다시 맡아진 코코넛 향에 빨라지는 호흡을 진정시키느라 아이스의 비행에 대한 첫 호의적인 코멘트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


"구스, 요즘 아이스맨이 이상하지 않아?"
"뭐? 너한테 시비 안 거는 거?"
"웅, 아까도 비행때문에 한 소리 할 줄 알고 받아칠 준비를 했거든. 근데 잔소리도 안 하고 오히려 나 머리 묶는 걸 도와줬다? 이상해. 차라리 나한테 마구 화내는 아이스맨이 나아. 혹시 이건 또 다른 전략일까? 난 어떻게 받아치지? 응?"


와다다 쏟아지는 매버릭의 목소리는 멀찍이 떨어져있는 아이스맨-슬라이더 테이블에도 들렸다. 슬라이더는 매버릭의 말을 들은 게 분명한 아이스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위스키를 들이킬 뿐이었다.


"꼴통이 이제 덜 신경쓰이는 건 아닌 것 같고, 뭐야. 진짜 무슨 꿍꿍이가 있어?"
"그런 게 어딨어."
"그러면 네 행동을 설명해야지, 아이스. 너 지금 태도가 360도 달라진 건 알고 있지? 저 눈치없는 꼴통이 느껴질 정도라면 나도, 구스도, 애들도 다 알고 있다는 소리야."
"...별 거 아니야. 그냥 슬라이더 네 말대로 이제 신경을 끌 때가 된 거지."


아닌 것 같은데. 너 그런 거 치곤 오늘 하루종일 꼴통만 따라다녔잖아. 혀끝까지 따라온 말을 슬라이더는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저 서늘한 표정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랐으니까.

저녁시간이 되자 하드덱 안은 군인들로 가득 찼다. 얼큰하게 취한 군인들은 서로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소리를 질러 댔다. 아이스는 그런 시끄러운 공간을 벗어나 라이터에 불을 켰다. 뭉게뭉게 퍼지는 연기가 하얗다. 하얀 건 매버릭 목...아, fuck...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이스는 갑자기 떠오른 매버릭의 목 뒷부분을 생각하다가 얼른 머리를 털어냈다. 진짜 꼴통한테 물들었나. 매버릭으로 가득찬 머리속 때문인지 제 눈앞에도 꼴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진짜 매버릭이잖아.

매버릭은 취했는지 이상한 발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나풀거리는 포니테일이 흔들리며 그림을 그려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걷는 매버릭은 귀여웠다.


"여기서 뭐해, 매버릭."
"어? 헤헤, 카즈안스키잖아?"
"취했으면 구스한테 데려다..."
"쓰읍! 안돼. 구스는 지금 우리 캐롤과 즐거운 통화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비켜, 나 집에 갈거야."
"...데려다 줄게. 나 잡아."
"얼라? 너 왜이러케 친절해져써? 내가 아는 카즈안스키가 맞나?"


매버릭은 아이스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자기 얼굴 쪽으로 바짝 땡겼다. 조금만 더 당기면 입술이 겹칠 수 있는 거리였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드럼마냥 울려댔다. 코롱 향인지 모를 달큰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침을 꼴깍 삼켰던 아이스는 정신을 차리고 매버릭을 떼내려 했지만 매버릭이 비틀거리며 넘어질까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이마를 맞대고 아이스 얼굴을 한참 째려보던 매버릭은 졸음이 오는지 바짝 떴던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하...매버릭?"
"...흐응?"
"관사, 관사 열쇠 어딨어?"
"......"


매버릭은 스르륵 아이스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스는 잠든 매버릭을 안고 한참을 찾았지만 관사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구스를 찾으러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아이스는 포기하고 자기 관사로 발길을 돌렸다. 품 안에 잠든 매버릭이 달빛에 어우러져 아이스가 외면하던 마음을 비췄다. 관사로 돌아온 아이스맨은 매버릭에게 제 침대를 내어주고 한참을 욕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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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매버릭을 보고 있던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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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가 반한 강의실에서의 매버릭





아이스매브ts
2024.02.05 12:13
ㅇㅇ
모바일
헉헉 내센세가 어나더를 주셨어!!! 센세 사랑해 이제 정독하러 간다 ㅠㅠㅠㅠㅠ
[Code: b04a]
2024.02.05 12:22
ㅇㅇ
모바일
센세가 어나더를 주시다니...!!
[Code: 8cb4]
2024.02.05 12:29
ㅇㅇ
모바일
아이스맨 프로보필러 됐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9e8]
2024.02.05 12:29
ㅇㅇ
모바일
센세!내 센세다! 아이스 입덕부정기에서 벗어나서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하네 존잼 ㅋㅋㅋㅋ역시 남들 썸타고 연애하는거 지켜보는게 제일 재밌어 ㅋㅋㅋ저렇게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 찰랑거리는 매브한테 안반할 수가 있겠냐 아이스 하루종일 눈 못 뗀 거 이해해ㅋㅋㅋㅋ
[Code: 78be]
2024.02.05 12:32
ㅇㅇ
모바일
머리묶는 매브 대신해서 헬맷 들어주는거 넘 설레 그때 본 하얀 뒷목덜미가 자꾸 떠오르는 아이스 어쩌냐ㅋㅋㅋ매브는 아직 자기 마음 자각 못한 것 같은데 이제 아이스 가슴앓이 시작되는건가? 슬라이더가 먼저 눈치챌 것 같기도 ㅋㅋㅋ센세 어나더가 시급해요!!!
[Code: 78be]
2024.02.05 13:09
ㅇㅇ
모바일
얘네 넘 커엽다.....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7cb8]
2024.02.05 18:42
ㅇㅇ
매버릭 머리 묶는 거 도와주려고 헬밋 한 손으로 잡아 주고, 많이 취한 매버릭에게 얼굴 잡혀서 키스할 정도로 가까워졌는데도 매브 넘어질까 봐 못 떼어 내는 아이스 ㅈㄴ 설렌다 ㅠㅠㅠㅠㅠ 아이스의 코코넛🥥 셰이빙 크림 (or 바디 로션) 향 맡으면서 호흡 빨라지는 매브도 귀여워 ㅋㅋ
[Code: 115b]
2024.02.05 18:43
ㅇㅇ
품 안에 잠든 매버릭이 달빛에 어우러져 아이스가 외면하던 마음을 비췄다 -> 이 문장 너무 로맨틱하고 시적이야.. 센세 필력 찢었다 👏🏻
[Code: 115b]
2024.02.05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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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ㅑ..... 진짜 이런걸 그림같은 한 쌍이라고 하는거구나
[Code: 040b]
2024.02.06 1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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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너무 간질간질하고 귀엽다ㅠㅠㅠㅠㅠ
[Code: 1a95]
2024.02.07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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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가 저렇게 이쁜데 신경 안쓰일 수도 인정 안할수도 없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d439]
2024.02.11 16: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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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대박 설레 ㅋㅋㅋㅋㅋㅋㅋ
[Code: f5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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