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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08:07

ㄴㅈㅈㅇ ㅇㅌㅈㅇ ㅇㅇ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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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게 뭐예요?”

“몸에 좋은 거래요. 영양제 그만 먹고 음식으로 든든하게 먹어요.”

어빙은 가만히 남편이 건넨 종이 가방을 보다 고개를 바라보았다. 미소와 함께 볼에 맞닿는 남편의 입술이 부드러웠다. 어빙은 짧게 눈을 감았다 뜨며 남편의 입맞춤을 느꼈다. 그도 확실히 아이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선물까지 주는 걸 보면 그랬다.

 

재스퍼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는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어떤 아이든 낳아 남편에게 안겨주어야 하는 것일까? 재스퍼는 아버지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게 정치계에서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를 어렵게는 할 것이었다.

몸 안에 있는 동안에는 그의 영양소를 나누어야 할 것이었고, 태동이라는 이름에 포장된 기묘한 감각들을 버텨야 했으며, 음식도 취미생활도 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었다. 태어난 후에는 밤낮으로 울어가며 그를 깨울 것이었고,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것도 그에겐 그리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가끔씩은 크게 앓아 재스퍼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었고, 조금 크면 제멋대로 행동하며 그의 골머리를 썩이다 결국 언제 부모가 필요했느냐는 양 갈 길을 갈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뭐가 있던가? 늙어버린 자신? 아이 때문에 겨우 유지하던 결혼생활의 끝?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아이를 낳은 후에도 잘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의 부부, 특히 남편은 결혼생활, 가족에 대한 저질스러운 농담을 일삼았고, 평판이 중요한 직업을 가진 재스퍼에게 있어 그런 농담은 사절이었다. 브루스가 그런 농담을 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재스퍼를 보는 주변인의 시선엔 그런 농담이 만연할 것이다. 아이라는 그 존재 하나를 위해 재스퍼는 자신이 일궈온 모든 것을 바칠 의욕이 없었다. 아이를 보면 귀여웠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양육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잘못된 양육에 체념했고, 그 양육 속에서 아버지를 위해 목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철저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아이가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그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아이를 그렇게 길러내기 위해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아이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재스퍼는 자신이 아이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방향으로든 아이에게 불만족할 것이었고, 그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겠지.

 

그는 아이를 잘 키울 자신도,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바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고마워요.”

“뭘요. 오늘같이 저녁 먹어요.”

 

그러나 이 관계에 있어 그의 의견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 결혼의 주체는 재스퍼와 브루스가 아닌, 어빙과 웨인이었으니.

 

-

 

“사람이 자꾸 근육이 빠지면 몸에 안 좋은 신호겠죠?”

“제가 건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마 그렇겠죠? 근육이 자랄 만큼의 생활 습관이 유지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잖아요.”

브루스의 질문에 그의 비서는 가볍게 대답하며 서류를 정리했다. 그는 가볍게 한 대답이었지만, 그 대답은 브루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아내의 몸에서 근육이 빠진 것을 근래에 많이 느끼고 있었다. 결혼 초, 밤에 그를 안을 때마다 느껴지던 품이 요즘엔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볼품없이 마른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의 몸에는 변화가 있었고, 유산과 난임 또한 그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브루스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그를 아는 몇몇 백화점 매니저들이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바로 건강식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그가 수많은 상품을 속에서 헤매고 있자, 한 직원이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그…… 몸이 안 좋은 사람한테 줄 영양제를 찾고 있는데요.”

“혹시 지병이 있으신가요? 어느 부분이 아프신 건지 알려주시면 제가 추천해 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요즘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아서요. 전보다 말랐고, 체력도 안 좋습니다. 평소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고. 너무 말랐습니다. 한 품에 다 들어오고…….”

브루스는 가볍게 팔을 들어 재스퍼를 안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리고…… 음, 그 사람이…… 아이를 잃어서. 그래서 좀 우울해하기도 했고, 음, 건강검진 결과 들어보니 난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임용 영양제 같은 것도 찾고 있습니다.”

교양 있는 성인 남성 특유의 정중하고 멋들어진 말투였으나 묘하게 횡설수설하고, 어설프게 제 애인을 안는 시늉을 하는 모습에 직원은 미소를 띠었다.

 

“아프신 게 아니라면, 건강기능식품 같은 영양제보다는 실제 음식이 나을 것 같아요. 맛있게 먹기도 좋고, 약을 먹는다는 이미지보다는 음식을 먹는 이미지가 더 긍정적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영양제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직원은 몇 가지 건강식품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난임용이라 적힌 영양제는 상대분한테 또 상처가 될 수도 있어서요. 꼭 당장 영양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전 건강식품으로 대체할 것 같아요.”

 

브루스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리 느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압박이 될 수도 있고. 브루스는 점원이 추천하는 식품들을 사고, 저녁에 회사에서 받아 가기로 한 다음 다시 차로 돌아와 회사로 향했다. 운이 좋았다. 괜히 아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브루스는 아이에 대해 생각했다. 그와 재스퍼 사이의 아이. 재스퍼를 닮았다면, 분명 잘생긴 아이가 나올 것이었다. 성별 구분 없이 말이다. 재스퍼는 잘생겼으니까.

재스퍼가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면, 그를 위해 휴가도, 휴직도 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고 그를 하루 종일, 직접 보살필 작정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재스퍼가 깨기 전 바로 나가 아이를 안고 어를 것이었고, 아이가 아프면 재스퍼와 함께 초조해할 것이다. 재스퍼가 수유를 한다면, 한밤중에 재스퍼가 아이를 먹어야 한다면, 그와 함께 일어나 그의 등을 받쳐줄 작정이었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매년 사진을 찍고, 항상 아이를 사진기에 담아내어 아이의 어여쁜 순간을 포착할 자신도, 힘이 넘치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갈 자신도 있었다.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와도, 아이를 잘 보듬고 달랠 자신도 있었다. 애초에 그들이 사랑으로 키운 아이가 잘못 엇나가지도 않을 것이었다.

아이가 다 자라 독립을 할 즈음이 되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멋지고 사랑스러울 재스퍼와 함께 그 뒤를 받쳐주고, 그와 함께 둘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었다.

 

브루스에겐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를 곱게, 착하게 키울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보고 자란 세계는 그랬으니까. 어린 시절에 잃었다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를 잘 키워낼 자신이 있었다. 똑똑한 재스퍼는 아이를 잘 가르칠 것이고, 자신은 부모님에게서 받은 그 성격으로 아이를 보살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심 아이를 바랐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가족을 직접 일궈보고 싶었다.

 

그러나 ‘난임용’이라는 글자를 앞세워 상처를 주면서까지 그에게 아기를 종용할 생각은 없었다. 신을 독실하게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때가 오면 찾아와 줄 것이었고, 재스퍼가 허락한다면, 아이가 찾아오기 전까지 자신이 재스퍼에게 다정하게, 남편답게 행동할 것이었다. 그게 평생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브루스는 아무런 글자가 없는 건강식품을 사 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똑똑했던 재스퍼는 그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독심술사가 아니었기에 그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였을 뿐이지.

 

-

 

“맛있네요.”

“그러게요.”

브루스는 미소 지으며 음식을 재스퍼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그 행동에 재스퍼가 묘한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브루스는 그 미소를 읽어내지 못했다.

 

“많이 들어요. 근육도 빠지고 전체적으로 마른 것 같던데.”

“당신도 많이 먹고요.”

재스퍼는 남편이 언제 즈음 말을 꺼낼까 궁금했다. 음식까지 사다 줄 정도면, 브루스 성향에 아이를 많이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가만히 그를 기다리던 재스퍼는 이내 먼저 말을 꺼내기로 했다. 다정한 그의 성정에 먼저 말을 꺼내지는 못할 테니까.

 

“아이를…….”

재스퍼의 말에 브루스는 고개를 들어 재스퍼를 바라보았다.

 

“가지고 싶어요.”

재스퍼의 말에 브루스는 미소 지었다. 꿈꿔오던 가족을 재스퍼 또한 일궈내고 싶었구나, 싶은 생각에 행복하고, 진실한 미소가 그의 얼굴을 채웠으나, 브루스의 의도를 오해한 재스퍼의 눈엔 그저 웨인의 후계를 본 이의 미소같이 보였다.

재스퍼가 그를 오해하지 않았다면, 브루스가 그저 후계 문제 따위로 저리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스퍼는 이미 오해를 해버렸고, 브루스는 그를 눈치채지 못했으니, 직접 발품을 팔아 영양제가 아닌 식품을 사 온 브루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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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아직 더 굴러라


웨인어빙 아이스매브 

문제시삭제
 

2024.04.30 09:33
ㅇㅇ
모바일
센세다!! 센세가 나타났다!!!
[Code: cd83]
2024.04.30 09: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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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입이 밥 먹으라고만 있는 게 아니라 말을 하라고도 뚫려있는 거다!! 말 좀 해ㅠㅠㅠㅠㅠㅠ상대가 이리 생각하고 알아주겠지 하지 말고ㅠㅠㅠㅠ
[Code: cd83]
2024.04.30 10:07
ㅇㅇ
모바일
아니 니네 대화를 해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256]
2024.04.30 11: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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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즈 유? 내 센세가 오셨어 다들 비켜 이 센세는 내 센세야!!!
[Code: 8bc6]
2024.04.30 1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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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센세 오셨다!,!
[Code: 10ab]
2024.04.30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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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서로 사랑하는데 아이에 대한 생각이 다르구나 이렇게 엇갈리는거 맘아픈데 마히다 재스퍼의 오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ㄷㄱㄷㄱ 센세의 어나더를 기다릴게 💦💦💦💦💦💦💦💦💦💦💦💦💦💦
[Code: 5b11]
2024.05.01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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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eb1]
2024.05.01 00:37
ㅇㅇ
모바일
센세 브루스가 더 어떻게 구르는지 어나더가 필요해요 ㅠㅠㅠ
[Code: 8eb1]
2024.05.01 0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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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센세 내센세!!!!!!!!!!!! 센세가와주셨다니 정말 사랑해!!!!!!!!!!!!
[Code: 7815]
2024.05.05 19: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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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센세가 와주다니 너무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말대로 브루스는 한참 더 굴려줘..!
[Code: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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