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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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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시니어슈슈
#싱글대디시니어의아들을돌봐주는슈슈


마음을 드러낼 생각은 당연히 없었어. 시니어 자신조차도 이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겠어.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니. 심지어 제가 알기론 슈슈는 독실한 종교인이었어. 그들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여 온갖 것을 죄로 여긴다지. 자신의 마음 역시 그들의 시선에서는 죄였어.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 역시 나를 사랑한다잖아. 그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이 뻔히 보인단 말야. 하지만 슈슈는 자신을 감정을 인정하는 대신 황급히 도망치고 말았어. 제 감정은 물론 시니어를 포함해 자신이 품안에 안고 있던 자그맣고 분내가 나는 행복에서도 도망쳐버렸지.

신을 믿지 않는 시니어는 슈슈의 신실함을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그의 신실함은 믿었지. 그래서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어. 강직하고 성실한 슈슈의 성격상 제 마음을 알게 된다면 분명 이렇게 되리라 믿었으니까. 차라리 저를 욕하고 경멸하면 또 모를까. 그렇게 도망쳐버린 다음날 아침, 슈슈의 눈가가 빨갛게 짓무른 것을 보고 시니어는 속상함이 이루 말할데가 없었지.


"어제는 실례가 많았네.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굴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 말하는 슈슈에게 시니어가 무엇을 더 말할 수 있겠어. 시니어 역시 어제 있던 일을 묻어버리고, 슈슈에게 무표정히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주니어가 슈타우펜베르크 그대를 많이 좋아해. 마치 아버지처럼 따르지."
"...카잔스키. 어제 내가-"
"단지 그뿐이야.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달라거나 그 비슷한, 그런걸 바라진 않아."
"......"
"자네가 싫다면 강요하고 싶지 않네. 이건 그저... 주니어의 아버지로서 부탁하는 걸세. 그대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싶다고."


말을 마친 시니어는 읽던 신문을 접어 자리에 내려놓았어. 그리곤 슈슈의 시선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서재로 향했지. 시니어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아야 슈슈의 마음이 편할테니 말야.

그 뒤로 시니어의 출퇴근맞이를 제외하면 시니어와 슈슈가 마주치는 일은 아주 적었어. 시니어가 출근을 하거나 귀가를 할때면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현관으로 나와 가주를 배웅하고 맞이했지. 손님인 슈슈까지 이런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었지만 카잔스키 저택에 머무르는 자로써 법칙을 따를 필요가 있다며 슈슈 역시 주니어를 안고 함께 나왔을거야.

저택으로 귀가한 시니어는 외투와 가방을 사용인들에데 건네고, 슈슈의 품에 안겨있는 주니어의 이마에 입을 맞췄어. 때로는 주니어를 안아들기도 했지. 그리고 시니어가 저택에 없는 동안 주니어가 어떻게 지냈는지 슈슈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셋이 함께 패밀리룸으로 향하는 것이 이전까지는 당연했었어. 하지만 그 날 이후로는 주니어에게 입맞춤을 한 뒤 윗층의 서재로 올라가버리기 일쑤였지.

카잔스키 저택의 서재는 두곳이 있었어. 하나는 도서관과 같이 책들이 빼곡히 들어찬 일층의 거대한 서재였고, 다른 하나는 집무실과 같이 비교적 작은 윗층의 서재였지. 윗층의 서재에서는 카잔스키 저택의 커다란 정원이 훤히 보였어.

슈슈는 주니어를 데리고 정원에 자주 나오곤 했어. 주니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시니어의 사냥개 '쉬시니크'와 '즈비르'를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공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직 승마를 배우기엔 너무 어리지만 주니어가 말에 익숙해지길 바란 슈슈가 아이를 안고 말을 탄 채로 천천히 정원을 돌아다니기도 했어.

오늘은 하루종일 눈이 펑펑 내렸어.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러하듯 시니어 역시 눈에 별다른 감상은 없었지.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도로는 마비되고 구둣발에 밟혀 녹아내린 눈들은 검은 색이 되어 질척거리지. 말단들이 계속해 눈을 쓸고 퍼낸다한들 인간이 무슨 수로 이 눈을 다 말끔히 치우겠어? 항모가 떠있는 바다 위로는 눈이 내리지 않길 바랄뿐이지. 하여간 눈이 내리는 날은 짜증이 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서류를 보던 시니어는 문득 오늘따라 세상이 더 고요하다고 느꼈어. 고개를 드니 창 밖으로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지. 눈이 내리는 날은 유독 더 조용하잖아. 그래서인지 바깥에서 놀고있을 아이의 웃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어. 시니어는 내리는 눈을 잠시 바라보다 안경을 벗고 서류를 내려놓은 뒤 천천히 창으로 다가갔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말하다 슈슈에게 뛰어가기도 하고, 뭔가를 빤히 바라보다가 눈송이를 잡으려는지 손을 꼼지락거리며 팔짝 뛰기도 하는 주니어가 슈슈에게 자랑스럽게 손바닥을 펴보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해. 신이나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시베리안 라이카들을 능숙하게 쓰다듬고 귀여워하는 슈슈를 따라 사냥개들에게 손을 뻗어보려던 주니어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꼬리 힘을 이기지 못하고 둘둘 둘러싸여 털덩어리 같이 생긴 아이가 뒤로 털썩 쓰러지는걸 보고는 시니어는 웃음을 터뜨렸어.

짧은 팔다리를 버둥대며 일어나려하지만 두껍고 무거운 외투 탓에 팔은 닿지도 않고 눈을 먹은 신발은 움직이지도 않아. 작은 얼굴이 울상이 되더니 금방 울음을 터뜨리고, 늑대만한 사냥개들이 아이를 달래기 위해 낑낑대며 커다랗고 축축한 혀로 아이의 얼굴을 핥아주는 모습을 보며 슈슈가 함박웃음을 짓는게 시니어의 시야에 들어왔어. 정강이까지 내린 눈을 헤치고 아이에게 다가와 꼬리를 흔드는 라이카들의 머리를 쓰다듬은 슈슈는 눈에 폭 파묻힌 아이를 안아들어 외투에 묻은 눈을 털어주고는 행복한 얼굴로 아이에게 무어라 말을 했지. 추위 탓에 빨갛게 언 코와 뺨은 웃고있는 슈슈를 더욱 더 사랑스럽게 했어.

시니어는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을거야. 얼빠진 얼간이같은 얼굴을 한 자신은 정말 멍청해보였어. 제독이라는 자가 헤실대며 넋이 나가 웃기나 하고. 누가 봐도 이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시니어는 오른손으로 양 뺨을 잡아 꾹꾹 눌렀어. 얼마나 웃고 있던건지 뺨이 저릴 정도였거든. 앞으로는 표정 변화에 주의해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다시 표정을 가다듬던 시니어가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내린 바로 그 순간, 주니어를 품에 안고 위를 올려다보던 슈슈의 시선과 시니어의 시선이 마주쳤어.

슈슈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빨갛게 얼어있었어. 아까도 빨갛게 얼어있었으니 당연한 말이야.

빨간 얼굴의 슈슈는 시니어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어. 그리곤 어쩔줄 모르고 고개를 우왕좌왕하더니, 힐끔 다시 고개를 올려다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주니어를 안은채 얼른 눈밭을 가로질러 뛰어갔어.

슈슈가 뛰어간 방향은 마당으로 통하는 저택의 문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어. 일년을 가까이 카잔스키 저택에서 머무른 슈슈가 길을 모를리는 없었지.

시니어는 정원에 남은 발자국을 빤히 바라보다 차가운 유리창에 제 이마를 대었어. 똑같이 붉은색인데, 시니어의 얼굴은 뜨겁기 그지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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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쌰의 시베리안 라이카가 최고의 사냥개라 카던데 시니어는 두마리정도 기를거같음 노어로 짐승, 맹수라는 이름인데 카잔스키 가족들에게는 그저 커다란 멍뭉이일거같음ㅋㅋㅋㅋ선육아후연애 시니어슈슈는 간질간질한 썸을 타라...
2022.12.23 00:56
ㅇㅇ
하ㅜㅜㅜㅜㅜ 그래 썸타다가 스며들고 그래라ㅜㅜㅜㅜㅜㅜ 센세 너무 좋아요ㅜㅜㅜㅜㅜㅜ
[Code: 9f89]
2022.12.23 01:01
ㅇㅇ
모바일
둘이 썸타네....빨리 연애해.....
[Code: d49f]
2022.12.23 01:16
ㅇㅇ
모바일
뭐야 슈슈 알고보니까 대뜸 사귀자 하니까 썸부터 타자고 한 거네 그치ㅠㅠㅠㅠㅠㅠ이게 썸이 아니먄 세상 썸은 다 죽었어ㅠㅠㅠㅠㅠ
[Code: 0dcf]
2022.12.23 01:17
ㅇㅇ
모바일
둘이 얼른 연애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bde]
2022.12.23 01:34
ㅇㅇ
모바일
미쳤다ㅜㅜㅜㅜㅜ센세 나붕 너무 좋아서 오늘 잠 못잘것같아요 진짜ㅜㅜㅜㅜㅜ너무 최고다ㅜㅜㅜ
[Code: 4fec]
2022.12.23 01:39
ㅇㅇ
모바일
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마음이 같은데 쉽게 이어지지는 못하는게 안타까워 ㅠㅠㅠㅠ 그치만 포근한 일상 너무좋다 ㅠㅠㅠㅠㅜ
[Code: 2cf5]
2022.12.23 05: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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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일어나서 본 첫글이 이거라니 행벅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34b]
2022.12.23 05: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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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둘다 얼른 직진해라 ㅜㅜㅜ
[Code: 5afe]
2022.12.23 09: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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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썸타네....눈 다 녹네........ 봄오는 소리 들리는데 연애해 시발....
[Code: 88b0]
2023.01.23 20:02
ㅇㅇ
모바일
캬 시니어 사냥개도 기르냐
[Code: 0595]
2023.01.30 1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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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쳤다 진짜 센세의 묘사와 표현이 너무 좋아서 그냥 말이 안나와요 진짜 너무최고ㅜㅜㅜㅜㅜ
[Code: 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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