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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8 08:07
(새벽에 졸면서 햎질하다 삭제하는바람에....ㅅㅈㅈㅇ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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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시니어슈슈
#싱글대디시니어의아들을돌봐주는슈슈



걸음마를 가르쳐주는 슈슈의 양 소매를 붙잡고 한 발 한 발을 내딛던 주니어는 이제 혼자서도 뽈뽈거리며 아장아장 잘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지. 슈슈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털외투를 부둥켜 안고 꺄꺄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짧은 팔을 휘저으며 복도를 뛰어다니기도 했어.

그래도 아직 계단을 오르내리는건 어려운지 열심히 뛰어다니다가도 계단만 보이면 철푸덕 앉아버리곤 네 발로 기어다니곤 했어. 그러다 아이가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질까 걱정이 든 슈슈와 보모는 계단앞에선 재빨리 주니어를 안아들곤 했지. 그러면 주니어는 어른들의 속도 모르고 짜증을 부리며 팔다리를 마구 버둥대곤 했을거야.


"쭌여, 내려. 내려어."
"기운도 넘치지. 우리 작은 카잔스키는."


품에서 빠져나가려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버둥대는 아이를 버거워하면서도,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슈슈는 뭉툭한 팔로 아이를 끌어안고 성치 못한 손가락으로는 아이를 꽉 붙들어매었어. 시니어가 안절부절 못하며 슈슈 대신 주니어를 안아보려했지만 어설픈 모양새가 누가봐도 아이를 떨어뜨릴게 뻔해보였지.


"우응. 내여어. 내어."
"이런 주니어. 이젠 내게 안기기 싫은거니?"
"내여. 애여어."


슈슈의 가슴팍에 머리를 콩 기대곤 작은 손을 올려 갉작이면서도 주니어는 계속해서 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어. 슈슈는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저를 보고는 빵끗 웃는 아이를 보니 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지. 그래도 계단은 안 돼. 알겠지? 아이의 코끝을 검지로 가볍게 톡 친 슈슈가 주니어를 땅에 내려놓았어.

아니, 정확히는 내려주려 했지. 그런데 무슨 변덕인지 또 내려가기 싫다고 으으응, 응석을 부리는 주니어였어.


"내려어어."
"내려가고 싶은거 아니었니 주니어?"
"으응. 내여."


입술을 오물오물거리는 주니어를 고쳐안으며, 슈슈가 눈을 두어번 깜빡였어. 얘가 왜이러나, 그런 표정으로 말야.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군."
"자네 아들일세 제독."
"재도오."


슈슈와 시니어를 번갈아 보던 주니어가 슈슈의 말을 따라했어. 헤- 웃는 아이를 보며 시니어와 슈슈 역시 미소를 지었지.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지만 주니어는 참 잘 웃는 아이여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였어.


"주니어. 방금 제독이라 한거야?"
"준녀어. 째도!"
"아니지. 톰 카잔스키 제독은 시니어야."
"짓궂기는. 아들에게 유치하게 좀 굴지 말게 카잔스키."


부드럽게 나무라며 큭큭대는 슈슈를 올려다보며, 주니어가 뜻모를 비명을 질렀어. 기분이 좋은 아이들은 이렇게 이유없이 비명을 지른다는 사실을, 시니어는 주니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 처음엔 아이가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길래 어딘가 문제라도 생긴건지 걱정했는데 말야. 슈슈는 그럴때마다 익숙하게 아이를 어르고 궈여워했어.


"내여!"


하지만 그런 슈슈도 주니어의 내려달라는 말은 여전히 알지 못하는 듯 해. 내려달래서 안고있던 아이를 땅에 내려주려하면 싫다고 슈슈를 꼭 끌어안고, 안고있으면 또 내려달라고 종알종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데 도무지 뭘 원하는건지 슈슈는 물론 둘을 지켜보는 시니어 역시도 알 수가 없었어.


"유독 대령 자네에게만 그러는군."
"내려어."
"그러게말...?"


말똥말똥 자신을 바라보는 주니어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슈슈가 고개를 들어 시니어를 바라보았어. 방금 뭐라 말했냐는 슈슈에게 시니어가 눈치를 보며 입술을 핥았지. 자네에게만 그런다고...했는데?


".....애들 앞에선 말도 함부로 못한다더니. 딱 그 꼴이군."


한숨을 뱉은 슈슈는 주니어를 바라보다가 푸, 하고 힘빠진 웃음을 터트렸어.


"아무래도 호칭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네 카잔스키. 자네가 날 계속 대령이라 부르니, 자네 아들도 나를 대령이라고 부르지않나."


이제 막 한살이 되려는 아이에게 대령이라는 단어는 발음이 어렵긴 할거야. 나름대로 노력한 발음이 하필 내려달라는 말과 같을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주니어', '아버지' 만큼이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대령'이었던 셈이지. 기특한 것. 벌써 내가 대령인걸 알아? 영특한데다 섬세하기까지 하다니. 이렇게 사랑스러울데가.


"대령 자네는 너무 팔불출이야. 이 쥐콩만한 녀석이 거기까지 생각했을리가 없지않나."
"사실인걸 어떡해. 그리고 자네 아들이라니까?"
"절반은 자네 아들이라 봐도 무방하지. ...슈타우펜베르크, 라고 부르면 되나?"
"좋을대로."


슈타우펜베르크. 슈타우펜베르크라... 시니어는 낯선 발음을 입 안에서 소리없이 굴려보았어. 쓸데없이 길기만 한 성씨는 고매하신 그가 귀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 했어. 뭐, 시니어의 출신 역시 다를 것은 없지만 그건 제 아버지까지만 해당되는 이야기지 시니어 자신은 이 나라에서 나고자란 미국인이었어. 비록 여전히 카잔스키들의 피에는 보드카와 얼음이 흐르고 있지만 말야.


"주니어. 슈타우펜베르크라고 해봐."
"주니어에겐 어렵지 않을까? 제 이름도 말 못하는 어린애인데."
"궁금하지 않나? 과연 이 녀석이 자네의 긴 이름을 듣고 어찌 부를지."


그닥 흥미가 없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은근하게 미소를 짓는 슈슈였어. 하여간 짓궂어. 슈슈의 웃음에 시니어 역시 그를 따라 환히 웃었지. 톰 카잔스키 제독의 장난과 웃음이라니. 시니어를 한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 들었다간 아주 기함할 이야기일거야. 보드카와 얼음이 흐르는 카잔스키의 피는 어디로 가고?


"자, 주니어. 나 말고. 널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내여? 아바?"
"...아버지는 여기 널 닮은 사람이잖니. 내 이름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란다 아가."
"우응..."


입을 삐쭉삐죽거리던 주니어가 옆에 서있는 제 아버지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어. 그리곤 다정하게 저를 내려다보는 슈슈를 한번 바라보다가, 다시 한 번 제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뭘 기대하건간에 자신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뚱한 표정으로 슈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어.


"이런. 벌써 졸릴 시간이구나."
"아직 두시인데."
"아이는 잘 시간이지."


아버지에게 인사하렴 주니어. 옳지. 착하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슈슈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 평소같으면 아이를 안은 슈슈가 떠난 뒤 시니어는 한참동안 패밀리룸에 남아 서류를 확인했겠지만 오늘은 슈슈의 뒤를 따랐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시니어의 행동에 슈슈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버지가 아들 재우는 걸 보는게 뭐가 이상하냐며, 시니어는 어깨를 으쓱였을거야.

평소에도 자주 아버지 노릇을 하라며 가볍게 시니어를 타박한 슈슈가 샐쭉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지었어. 자네가 있으니 괜찮지 않냐는 시니어의 태연한 농담엔 슈슈의 미소가 미묘하게 달라졌어. 분명 그대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묘하게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아있었지.


"날 즐겁게하는 것은 고맙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자네여야지 카잔스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


슈슈가 품속의 주니어를 향해 시선을 살짝 내렸어. 졸음이 가득한 얼굴의 아이가 으응, 응석을 부렸지. 시니어는 그런 슈슈를 보며 미간에 옅은 주름을 잡은 채 입술을 혀로 핥았어. 분명 직전까지 나름대로 분위기 좋지 않았나?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남자는 불편하다는 태도를 띄는건지. 슈슈만큼 심기가 불편해진 시니어가 상체를 비틀며 짧게 한숨을 뱉었어.


"아이 앞에선 못 할 말인가?"
"그건,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그냥 편하게 말하게. 우리 사이에 이제와 무슨."
"'우리 사이'라는 게 대체 뭐지 톰 카잔스키?"


날이 선 목소리에 시니어의 표정이 굳었어. 품 안의 아이를 부둥켜안은 슈슈는 마치 시니어를 적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우리 사이라. 시니어의 눈꺼풀에 힘이 들어갔어. 그러게. 자신과 슈타우펜베르크의 사이라... 단순히 집 주인과 손님이라기엔 주니어를 사이에 두고 선을 많이 넘은 사이였지. 고용주와 보모라기엔 더 가까웠고, 아버지와 또 다른 아버지라기엔 슈슈는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었으니까.

하는 짓은 더 아버지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슈슈는 자신을 주니어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말했어. 농담으로도 흘러 듣지 않고 꼬박꼬박 정정을 해가면서 주니어의 아버지와 다름이 없다는 말을 부정했지.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시니어는 어쩐지 그 행동들에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

어쩌면 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버린게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야.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 눈치챘으면서도, 그는......

어쩌면 그 역시도.........


"날 더이상 난감토록 하게 만들지 말아주게, 카잔스키 제독. 나를. 나를 더이상...흔들지 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내가 자네를 흔들었다는건가."
"아니. 아니 그만."
"무엇을 그만하라는 건지 내게 똑바로 말해 슈타우펜베르크."


시니어가 슈슈를 향해 성큼 다가갔어. 시니어가 다가간만큼, 아이를 품안에 감추듯 끌어안은 슈슈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지. 슈슈가 시니어를 피해 뒷걸음질을 치는 만큼 시니어가 보폭을 좁혀 같은 간격을 유지해 그를 따라갔어.


"그대는 내 마음을 알잖아. 이미 훤히 다 알고 있었잖아."
"......이러지 마."
"그런데도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은...슈타우펜베르크 그대도 내게—"
"그만!"


시니어에게 슈슈가 고함을 치자, 잠이 막 들려던 주니어가 놀라 울음을 터트렸어. 둘의 가슴팍이 큰 폭으로 오르내렸고, 누가 할 것 없이 흥분이 가시지 않은 두 얼굴이 붉었어.


"그만해. 그만... 더 이상 죄를 짓는... 나는, 그럴 수 없어."
"클라우스."
"내겐 슈타우펜베르크라는 성이 있다네 카잔스키. 구태여 우리가 이름을 부를 사이는 아니지."
"...슈타우펜베르크."
"내가 이 아이를 볼 낯이 없어지는...그런 일이 없었으면 해."


품에 안은 아이를 달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슈슈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어. 아이가 아버지를 찾는군. 감정을 완전히 갈무리하지 못해 목이 메여 쉰소리가 났어. 서럽게 우는 아이를 시니어의 품에 안기자 닭똥같은 눈물을 매단채 아이는 작은 손을 뻗어가며 도로 슈슈의 품에 안기고 싶어했지.

아랫입술을 깨문 슈슈가 잠시 아이의 얼굴로 손을 뻗었지만 허공에 멈춰 있던 손은 곧 주먹을 쥐고 거둬졌어.


"보모에게 아이를 넘기면 알아서 잘 재울걸세. 나는... 내 방에서 좀,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까지는 쉬고 싶군. 저녁식사를 거를 것 같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지."


그리 말한 슈슈는 시니어의 품에 안겨서 저를 찾는 주니어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어. 하지만 이내 곧 결심을 하였는지 얼굴을 굳히곤 눈을 질끈 감은채, 냉정하게 몸을 돌렸지.

등을 돌린 슈슈의 어깨가 크게 오르내렸어. 그가 떨리는 숨을 뱉으며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시니어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어.

차가운 구둣소리가 울려퍼지며 멀어져가는 카잔스키 저택의 복도에는 냉기가 맴돌았어. 저택의 주인은 추위를 잘 타지 않아 저택에서 유일하게 얇은 차림을 하고 있었지. 하지만 오늘은 유독 카잔스키 저택의 추위가 살벌하였어.

처음으로 느껴보는 추위에 시니어는 탄식을 토했어. 살을 에는 추위가 심장을 할퀴고 간 것 같았지.
2022.12.18 08: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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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슈슈야 왜 ㅜㅜㅜㅜㅜㅜ 사랑해 사랑하라고ㅜㅜㅜㅜㅜㅜ
[Code: 8215]
2022.12.18 08: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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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삭튀한 줄 알고 잡으러가려고 했잖아...ㅜㅜ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자기 자신을 카잔스키 부자의 짐으로 두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아 안쓰럽다...ㅜ
[Code: e2fc]
2022.12.18 08:4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ㅛㅓ로 솔직해지라고 ㅠㅠㅠ
[Code: eb8d]
2022.12.18 09:18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서로 사랑하면서 안된다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040]
2022.12.18 09: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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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쭈니어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슈슈왜도망쳐이리와 ㅜㅜㅜㅜㅜ
[Code: 9a1c]
2022.12.18 1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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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 슈슈가지마 대화를하자고
[Code: 1807]
2022.12.18 11:59
ㅇㅇ
모바일
어딜 도망가 ㅜㅜㅜㅜ
[Code: 7550]
2022.12.18 12: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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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ㅠㅠㅠㅠ 시니어랑 주니어는 네가 필요해ㅠㅠㅠ
[Code: ece6]
2022.12.18 14: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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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해ㅠㅠㅠ사랑하잖아ㅠ
[Code: eed8]
2022.12.18 14:16
ㅇㅇ
모바일
허어어어어ㅓ억 내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9fc9]
2022.12.19 02:03
ㅇㅇ
모바일
슈슈 왜피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4aa]
2022.12.23 01:27
ㅇㅇ
모바일
슈슈야ㅜㅜㅜㅜㅜ슈슈야 피하지마ㅜㅜㅜㅜ엉엉ㅜㅜㅜㅜ센세 제 가슴 속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고있어요ㅜㅜㅠ
[Code: 4f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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