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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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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시니어슈슈
#싱글대디시니어의아들을돌봐주는슈슈
두꺼운 털옷과 벽난로도 별 의미가 없던 날이 있었어.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흘리고 징징대기 시작하던 아이에게 따뜻한 물과 산딸기잼을 먹여보았지만 결국 작은 몸에 열이 펄펄 끓었지. 사실 어린 아이들이 열감기를 앓는거야 흔한 일이지만 시니어에겐 주니어가 처음이자 유일한 아이였으니 이런 일을 겪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어.
원래 이맘때쯤 아이면 한두번 크게 앓는 법이니 걱정 말게. 그렇게 말하는 슈슈야말로 누구보다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울고있는 아이를 한시도 품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있었지. 의사가 준 약을 먹였으니까 이틀이면 열이 완전히 내릴거야. 기침이나 코는 며칠 더 가겠지만. 시선을 맞추지 않고 중얼거리듯 말하는 슈슈의 모습은 처음이었어. 시니어가 본 슈슈는 언제나 당당한 사람이었지. 가끔은 다정하고 쾌활하기도 했고말야. 그러던 사람이 지금은 아픈 아이를 어르며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손은 희미하게 떨고 있네. 시니어는 그런 슈슈의 약한 모습을 짐짓 모른체 하였어.
시니어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 원래 아이들이 이맘때쯤 크게 앓는 법이라고 했으니, 그런가보다 싶었지. 하지만 제 자식도 아니고 남의 자식이 아픈게 그렇게까지 불안한 일일까. 평소의 자신을 내려놓을만큼 그렇게까지 두렵고 중요한 일일까. 냉기가 도는 카잔스키 저택에서 나고자란 무뚝뚝한 성정의 시니어로서는 도저히 슈슈의 심정이 상상조차 가지 않았어. 아이가 다섯이라던데. 매번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어떻게 살아온건지 원. 독일인들은 딱딱하다더니 모두가 그렇지만도 않던 모양이야.
"연락이 온게 있나?"
"누구로부터 말씀이십니까, sir?"
"내 집."
"........예?"
부관의 얼빠진 목소리에 시니어가 고개를 들었어. 얼빠진 목소리만큼 얼이 나간 멍청이같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얼굴을 응시하자 그제야 허겁지겁 부관이 알아보겠다며 집무실을 나섰지. 저 반응으로 보아 아무 연락도 없던듯해. 시니어는 긴 숨을 뱉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어.
애들은 알아서 크는 법이야. 어미가 없다한들 대신 유모도 있고 의사나 가정교사 등 다른 사용인들도 다 있는데 아비가 할일이 뭐가 있겠어? 시니어도 그렇게 자랐고 제 아들도 그렇게 클 예정이었어. 그러니 굳이 집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 출신이 찝찝한 손님을 들이긴 했지만 그 귀족나으리께서 무슨 일을 저지를만큼 무뢰배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그에 대해서도 신경을 끄고 있었지. 적적하여 제 아들을 돌보고싶다는 말에 흔쾌히 그러라 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말야.
그런데 아침에 본 모습이 자꾸 떠올라. 저러다 저 남자가 먼저 쓰러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
눈을 감고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던 시니어는 서랍을 열어 담배를 꺼냈어.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자니 기분이 영 찝찝해. 몇 분 뒤 돌아온 부관의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는데 자택에 전달해 드릴 말씀이 있냐는 물음에는 손을 내저어 부관을 쫓아보냈으면서, 시니어는 계속해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어. 옆에 놓인 재떨이가 원래도 비어있던 날이 없었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꽁초가 수북하게 쌓여갔어.
슈슈의 말대로 약을 먹은 주니어의 열은 금방 내렸어. 그 뒤로도 잘게 남은 감기기운탓에 몸이 아픈 아이가 자주 칭얼댔지. 유모가 먹여주는 약을 먹기싫어 울고 징징거리던 탓에 결국 슈슈가 아이를 안고 직접 약을 먹였어. 물론 몇번이고 안먹는다 짜증을 내고 도리짓을 한 탓에 슈슈의 셔츠가 엉망이 되긴했지만 어떻게든 약을 먹이긴 했지. 아이의 눈물콧물로 옷이 범벅이 되기 일쑤라 슈슈는 아예 두꺼운 외투를 벗어놓았어. 옷이 두꺼워 제 몸짓이 둔해지니 아이에게 약을 먹이기도 어렵다며 말야.
그렇게 얇은 차림으로 며칠씩 아픈 아이를 어르고 약을 먹이고 눈물콧물을 닦아주며 잠도 자지 않고 갓난애 병간호를 했으니 아무리 튼튼한 군인이라 한들 병이 안나고 배길까. 주니어가 낫고 나니 이젠 슈슈의 차례였지. 그나마 다행인것은 슈슈가 알아서 자신의 몸을 챙길 수 있어 간호과정이 수월하단 점이었겠지. 도련님도 대령님만큼 치료에 협조적인 환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의사에 한탄에 슈슈는 고열에 앓으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을거야.
"...일어났나 대령. 불편한건."
"...뭐하는거지 제독?"
"자네 병간호하잖나."
분명 잠들기 전에는 저택의 사용인이 있던거 같은데. 지금은 시니어가 옆에 앉아 차가운 물수건을 슈슈의 이마위로 올려주고 있었어. 수건의 물기를 얼마나 짠건지. 차갑다는 느낌마저 잘 안 들 정도였지.
"자네 아들은."
"다 나았지. 알고 있잖아? 그런데 자주 칭얼대더군. 유모말로는 그 놈한테 고집이 생긴거 같다던데."
"아픈동안 손탄게 버릇이 되었나봐. 잠은 잘 잔다고 하던가?"
"잠은 잘 자. 자네 걱정이나 하게."
내가 건강에 유의하라고 했을텐데. 시니어의 말에 슈슈는 머쓱하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내렸어. 이거 앓는다고 남은 눈이나 손이 사라지지도 않을텐데 유난은. 큭큭대던 슈슈가 기침을 하자 시니어가 미간을 찌푸렸어. 열 탓에 시선도 흐리고 폐가 튀어나올만큼 기침을 하는 주제에 저런 말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말야. 시니어는 협탁위에 올려두었던 작은 글라스를 들어 슈슈에게 건냈어.
"내 아들때문에 앓고 있으니. 아들 대신 아비가 책임져야지 않겠나."
마시게. 맑고 투명한 액체가 든 글라스를 바라보던 슈슈가 손을 뻗었어. 세 손가락밖에 없는 손을 바라보며 시니어는 그날 아침을 떠올렸지. 더 이상 울 기운도 없어 쌕쌕대던 불덩이의 작은 손을 쥐고 슈슈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이마에 그 손을 대어 기도하고 있던 그 날 아침의 광경을 말야. 저러다 저 남자가 먼저 쓰러지는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렇게 되었네.
"........."
"왜 그렇게 보나."
"......이거, 자네 가문 전통방식인가?"
"효과는 확실해. 주니어에겐 아직 위험하지만."
후추를 뿌린 보드카라니. 지금 이걸 삼키면 다시는 못일어날것같은데. 슈슈는 죄없는 글라스만 노려보았어. 말없이 글라스를 시니어에게 다시 내밀자 시니어는 군말없이 그것을 도로 가져갔지. 그럴리가 없겠지만 저 무뚝뚝한 남자가 약간 제 눈치를 보는가 싶어보여.
"저거 한 잔에 뜨거운 물로 목욕만 하면 말끔히—"
"자네 저택에 허브티는 없나? 진하고 뜨거운거로."
"주방에 물어보겠네."
시니어가 방을 나서는걸 보며 슈슈는 기침을 하다 몸을 다시 눕혔어. 보드카를 끓여다 차를 우려내진 않겠지. 미묘한 불신을 삼킨채 이마에 얹어진 물수건을 잡아 제 뺨과 목을 닦아내는 슈슈였어. 빨리 일어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저 러시안에게 알코올로 살해당할지도 모르겠어.
#아이스매브 #시니어슈슈
#싱글대디시니어의아들을돌봐주는슈슈
두꺼운 털옷과 벽난로도 별 의미가 없던 날이 있었어.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흘리고 징징대기 시작하던 아이에게 따뜻한 물과 산딸기잼을 먹여보았지만 결국 작은 몸에 열이 펄펄 끓었지. 사실 어린 아이들이 열감기를 앓는거야 흔한 일이지만 시니어에겐 주니어가 처음이자 유일한 아이였으니 이런 일을 겪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어.
원래 이맘때쯤 아이면 한두번 크게 앓는 법이니 걱정 말게. 그렇게 말하는 슈슈야말로 누구보다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울고있는 아이를 한시도 품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있었지. 의사가 준 약을 먹였으니까 이틀이면 열이 완전히 내릴거야. 기침이나 코는 며칠 더 가겠지만. 시선을 맞추지 않고 중얼거리듯 말하는 슈슈의 모습은 처음이었어. 시니어가 본 슈슈는 언제나 당당한 사람이었지. 가끔은 다정하고 쾌활하기도 했고말야. 그러던 사람이 지금은 아픈 아이를 어르며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손은 희미하게 떨고 있네. 시니어는 그런 슈슈의 약한 모습을 짐짓 모른체 하였어.
시니어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 원래 아이들이 이맘때쯤 크게 앓는 법이라고 했으니, 그런가보다 싶었지. 하지만 제 자식도 아니고 남의 자식이 아픈게 그렇게까지 불안한 일일까. 평소의 자신을 내려놓을만큼 그렇게까지 두렵고 중요한 일일까. 냉기가 도는 카잔스키 저택에서 나고자란 무뚝뚝한 성정의 시니어로서는 도저히 슈슈의 심정이 상상조차 가지 않았어. 아이가 다섯이라던데. 매번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어떻게 살아온건지 원. 독일인들은 딱딱하다더니 모두가 그렇지만도 않던 모양이야.
"연락이 온게 있나?"
"누구로부터 말씀이십니까, sir?"
"내 집."
"........예?"
부관의 얼빠진 목소리에 시니어가 고개를 들었어. 얼빠진 목소리만큼 얼이 나간 멍청이같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얼굴을 응시하자 그제야 허겁지겁 부관이 알아보겠다며 집무실을 나섰지. 저 반응으로 보아 아무 연락도 없던듯해. 시니어는 긴 숨을 뱉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어.
애들은 알아서 크는 법이야. 어미가 없다한들 대신 유모도 있고 의사나 가정교사 등 다른 사용인들도 다 있는데 아비가 할일이 뭐가 있겠어? 시니어도 그렇게 자랐고 제 아들도 그렇게 클 예정이었어. 그러니 굳이 집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 출신이 찝찝한 손님을 들이긴 했지만 그 귀족나으리께서 무슨 일을 저지를만큼 무뢰배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그에 대해서도 신경을 끄고 있었지. 적적하여 제 아들을 돌보고싶다는 말에 흔쾌히 그러라 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말야.
그런데 아침에 본 모습이 자꾸 떠올라. 저러다 저 남자가 먼저 쓰러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
눈을 감고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던 시니어는 서랍을 열어 담배를 꺼냈어.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자니 기분이 영 찝찝해. 몇 분 뒤 돌아온 부관의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는데 자택에 전달해 드릴 말씀이 있냐는 물음에는 손을 내저어 부관을 쫓아보냈으면서, 시니어는 계속해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어. 옆에 놓인 재떨이가 원래도 비어있던 날이 없었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꽁초가 수북하게 쌓여갔어.
슈슈의 말대로 약을 먹은 주니어의 열은 금방 내렸어. 그 뒤로도 잘게 남은 감기기운탓에 몸이 아픈 아이가 자주 칭얼댔지. 유모가 먹여주는 약을 먹기싫어 울고 징징거리던 탓에 결국 슈슈가 아이를 안고 직접 약을 먹였어. 물론 몇번이고 안먹는다 짜증을 내고 도리짓을 한 탓에 슈슈의 셔츠가 엉망이 되긴했지만 어떻게든 약을 먹이긴 했지. 아이의 눈물콧물로 옷이 범벅이 되기 일쑤라 슈슈는 아예 두꺼운 외투를 벗어놓았어. 옷이 두꺼워 제 몸짓이 둔해지니 아이에게 약을 먹이기도 어렵다며 말야.
그렇게 얇은 차림으로 며칠씩 아픈 아이를 어르고 약을 먹이고 눈물콧물을 닦아주며 잠도 자지 않고 갓난애 병간호를 했으니 아무리 튼튼한 군인이라 한들 병이 안나고 배길까. 주니어가 낫고 나니 이젠 슈슈의 차례였지. 그나마 다행인것은 슈슈가 알아서 자신의 몸을 챙길 수 있어 간호과정이 수월하단 점이었겠지. 도련님도 대령님만큼 치료에 협조적인 환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의사에 한탄에 슈슈는 고열에 앓으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을거야.
"...일어났나 대령. 불편한건."
"...뭐하는거지 제독?"
"자네 병간호하잖나."
분명 잠들기 전에는 저택의 사용인이 있던거 같은데. 지금은 시니어가 옆에 앉아 차가운 물수건을 슈슈의 이마위로 올려주고 있었어. 수건의 물기를 얼마나 짠건지. 차갑다는 느낌마저 잘 안 들 정도였지.
"자네 아들은."
"다 나았지. 알고 있잖아? 그런데 자주 칭얼대더군. 유모말로는 그 놈한테 고집이 생긴거 같다던데."
"아픈동안 손탄게 버릇이 되었나봐. 잠은 잘 잔다고 하던가?"
"잠은 잘 자. 자네 걱정이나 하게."
내가 건강에 유의하라고 했을텐데. 시니어의 말에 슈슈는 머쓱하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내렸어. 이거 앓는다고 남은 눈이나 손이 사라지지도 않을텐데 유난은. 큭큭대던 슈슈가 기침을 하자 시니어가 미간을 찌푸렸어. 열 탓에 시선도 흐리고 폐가 튀어나올만큼 기침을 하는 주제에 저런 말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말야. 시니어는 협탁위에 올려두었던 작은 글라스를 들어 슈슈에게 건냈어.
"내 아들때문에 앓고 있으니. 아들 대신 아비가 책임져야지 않겠나."
마시게. 맑고 투명한 액체가 든 글라스를 바라보던 슈슈가 손을 뻗었어. 세 손가락밖에 없는 손을 바라보며 시니어는 그날 아침을 떠올렸지. 더 이상 울 기운도 없어 쌕쌕대던 불덩이의 작은 손을 쥐고 슈슈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이마에 그 손을 대어 기도하고 있던 그 날 아침의 광경을 말야. 저러다 저 남자가 먼저 쓰러지는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렇게 되었네.
"........."
"왜 그렇게 보나."
"......이거, 자네 가문 전통방식인가?"
"효과는 확실해. 주니어에겐 아직 위험하지만."
후추를 뿌린 보드카라니. 지금 이걸 삼키면 다시는 못일어날것같은데. 슈슈는 죄없는 글라스만 노려보았어. 말없이 글라스를 시니어에게 다시 내밀자 시니어는 군말없이 그것을 도로 가져갔지. 그럴리가 없겠지만 저 무뚝뚝한 남자가 약간 제 눈치를 보는가 싶어보여.
"저거 한 잔에 뜨거운 물로 목욕만 하면 말끔히—"
"자네 저택에 허브티는 없나? 진하고 뜨거운거로."
"주방에 물어보겠네."
시니어가 방을 나서는걸 보며 슈슈는 기침을 하다 몸을 다시 눕혔어. 보드카를 끓여다 차를 우려내진 않겠지. 미묘한 불신을 삼킨채 이마에 얹어진 물수건을 잡아 제 뺨과 목을 닦아내는 슈슈였어. 빨리 일어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저 러시안에게 알코올로 살해당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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