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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02:12
알오 ㅈㅇ



형이 죽었다.

형은 항상 아팠다. 아프지 않아도 아픈 것이어야 했다.

크고 어둡고 오래된 저택 중 가장 큰 창을 가진 방이 형의 방이었다. 그 넓은 방 외에 그가 가진 공간은 없었다.

나는 그 방에서 형과 숨바꼭질을 하고 술래잡기를 했다. 송치의자에 올라 앉아 유럽 어느 귀족 집안의 전통 디저트라는 고급 음식도, 미국 어느 골목에서 판다는 싸구려 음식도 형에게서 받아먹었다. 그 방에서 낮잠을 자고 동화책을 읽고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방에서 형을 잃었다.

형은 죽어서야 그 방을 나올 수 있었다.

한평생 쏟을 눈물을 쏟아내고 비명을 질렀다. 흙바닥에 엎드려 애꿎은 잔디들을, 소담하게 피어있는 들꽃들을 마구 쥐어뜯었다.

장례식에 온 문상객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날 안아주었다. 날 안은 것이 론이라는 걸, 그를 부둥켜 안고서야 알았다.

눈물과 비통이 온 몸을 잠식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형의 관이 묻혔을 땅 바로 앞에 쓰러지듯 누웠다.

흐린 시야에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볍게 움켜쥔 채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있었다. 고개숙인 얼굴은 무표정했다.

어떻게?

어째서?

왜?

형은 그의 아내였다.

그의 성을 쓸 수 없고, 유럽 어딘가의 어려운 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의 배우자였다. 그들은 부부였다. 누가봐도 한쌍인, 말 없이도 서로 묶여있는 배필이었다.

아버지는 형의 것이었다. 형도 아버지의 것이었고, 둘은 둘이어서 완벽했다.

나는 초인적인 힘으로 아버지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평생 형을 형이라고 불러야했고, 형은-

"울어."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도, 휘청이는 것도 나였다.

"울라고!"

아버지는 내가 내 힘에 겨워 쓰러지지 않게 팔꿈치를 받쳐줄 뿐이었다.

"엄마한테서 날 빼앗아 갔으면! 나한테서 엄마를 빼앗을 정도로 사랑했으면! 그러면 무덤 앞에서 울어는 줘야지!"

형은, 엄마는 들었을까. 내가 엄마라고 그를 부르는, 이제야 겨우 입에 담아보는 그 단어를 듣고 있을까.

아버지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는 보랏빛으로 어둑해지는 하늘이 그의 머리 위로 내려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가운 저녁 공기가 그의 폐를 거쳐 조심스럽게 내뱉어졌다.

"다행이구나."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는 툭 내뱉었다. 그 파렴치한 말처럼 아버지의 두터운 손이 내 머리 위로 툭, 얹혀졌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쳤다. 비틀거리며 그를 등지고 돌아섰다. 10대의 끝, 어느 봄 날, 나는 형과 함께 아버지도 잃어버렸다.

---

너는 내 형을 닮았다. 나는 빤히 내 팔 안에 누워 있는 매버릭을 내려다 보았다.

마마보이라고 놀려도 할 수 없긴한데, 내 심미안은 높은 편이고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형이었다. 최고의 미를 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변명이라고 해도 할 수 없지만, 네가 형을 닮은 부분은 겉모습 뿐.....

"아이스?"

잠깐만. 진짜 겉모습만 닮은 게 맞나?

"아니 잠깐... 생각 할 게 좀..."

형은, 우아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형이 살아온 시대의 일반적인 오메가 상은 아니었다. 조용하거나 수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나는 형을 그 사람의 아내이고 엄마라고 여기긴 했지만...

"보통 오메가.. 아니, 사람 같지도 않긴 하지?"

"뭐야?!"

당장에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가볍게 주먹을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형이라면 절대 이러진 않는다. 회초리를 들었으면 들었지 주먹질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때리기보다... 좀...

어린 내가 제일 무서워한 말은 '톰. 잠시 여기 앉아보렴. 얘기 좀 하자.' 였다.

"우리 ㅎ.. 아니 어머니 말한 거야."

"어머님?"

대번에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나는 귀여운 눈 위로 입술을 갖다대었다. 부드러운 눈꺼풀이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 촉촉- 소리를 내며 눈가에서 이마로 올라갔다.

"어머니 보러 같이 가자. 반가워하실거야."

"우리 엄마도... 너 좋아하셨을 거 같긴 해."

나는 씩 미소지었다. 매브, 피트의 얼굴을 감싸고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손을 맞잡고 피트의 두 손을 펴 두 손바닥에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네 손가락에는 사관학교 반지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이제는 그 진짜 이유를 안다. 아마 너도 알겠지.

아버지는 아버지 시대의 고난이, 우리는 우리 세대의 고난이 있다. 나는 이걸 아버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뛰어넘을 생각이었다. 이깟 사관학교 반지따위, 매버릭에게 어떠한 아쉬움도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볍게 매브를 뒤로 눕히고 목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배 위까지 마구 키스를 해댔다.

간지럽다며 매브가 발버둥을 쳤다.

"그만! 그만해!"

"어허. 엄마될 사람이 위험하게."

"야! 너 그거 아직!"

"알아.알아. 비밀인 거. 서프라이즈 하겠다며."

구스가 뒤로 넘어가겠군. 나는 매브의 배에 가만히 귀를 대었다.

나는 이제 왜 형이 형일 수 밖에 없었는 지 안다.

내 아버지의 '다행'이라는 말의 뜻도 안다. 나는 형이 죽고나서야 내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었고, 아버지는 엄마를 카잔스키의 가족 묘에 묻을 수 있었다.

새삼 감격에 겨워 매브를 껴안자 매브가 폭, 품에서 고개를 빼곤 묻는다.

"아버님한테도 말 안 했지?"

나는 바보였다. 멍청하기 그지 없었다.

"엄마도 못 들으셨는데 그 아저씨한테 먼저 말을 왜 해."

오메가 잃은 알파가 멀쩡할 수 있을 리 없는데. 정말로 오메가가 죽었다면, 알파가 두 다리로 서서 장례식까지 치룰 수 있을 리 없는데.

"나 어머님 좋아. 언제 뵈러 가?"

나는 환하게 웃었다.

"이번 주 일요일에 갈까."

그 아저씨 없을 때.

"난 좋아!"

아버지는 아직도 내게 용서 받지 못했다.

"저번에 음... 말 더듬어서 슈슈라고 불러버렸는데..."

"좋아하셨어. 걱정 마."

아버지는 무려 10년을 넘도록 자신의 오메가를 조국으로부터 숨겨두었다. 안전과 평온, 자유를 위해서.

"이번엔 케이크 사가자!"

어찌나 철저했는 지 친아들인 나조차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다.

"그럼 촛불 불겠네. 사진기 가져가야겠다."

그러나 어떤 자질구레한 이유와 변명을 붙인다해도 내게서 형을, 내 어머니를 앗아간 죄는 쉽게 용서 받을 죄가 아니었다.

"사진 나오면 꼭, 사령관님께 자랑해줘. 맵."

매버릭을 다시 덮치듯 안아주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__

갑자기 이런 게 보고싶네.. 원래는 슈슈 진짜 죽은 거였는데 갑자기 마음 바뀜
2024.05.02 09:39
ㅇㅇ
모바일
ㅁㅊ 반전.......미쳣다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5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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