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공기나 물처럼 상대가 거기 있는게 당연하고 없으면 죽을 것처럼 느끼는 게 너무 좋다

둘 다 성격있는 완벽주의자에 자기주장 강하고 남의 말 잘 안듣는 진성 천재들인데 외모가 사기급이라
처음엔 다들 생긴거만 보고 혹해서 쉽게 들이댔다가 막상 말 섞고 나면 질색하며 어휴... 하고 물러나는데
그런 애 둘을 붙여놨는데도 싸우긴 커녕 좋다고 자석처럼 붙어 잘만 다니니 그저 신기하겠지

김수겸도 까탈의 극치에 다다른 자기 성미 백프로가 뭐임 백이십프로 수준으로 맞춰주는 거 지금까지 쭉 자기랑 지낸 성현준밖에 없는 거 알고
성현준도 답정너인 자기 고집을 살살 달래서 컨트롤해 가며 맞춰줄 사람은 평생 붙어 살며 성현준사용설명서 완벽 숙지한 김수겸밖에 없다 생각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얘만은 놓치면 안되겠다 하는거 본인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알고 있어서
물흐르듯 분위기타다 사귀게 돼도 딱히 가족들에게 감추려 하지도 않을 듯





김수겸 처음 감독직 수락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제일 먼저 그 얘기 들은 성현준이 너 괜찮겠냐 걱정돼서 물어보니
김수겸 너무 당연하다는 듯 너 있잖아 하고 대답하겠지


ㅡ 내가 코트에 못 나서더라도 내 대신 네가 그 자리에 서 줄 텐데 뭐가 걱정이야. 나보다 내 속 더 잘 아는 너인데, 내가 코트 위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지시를 내릴지는 전부 네게 맡겨도 괜찮다.
ㅡ 아무리 그래도 팀의 에이스가 벤치에만 있게 되면...

상양 농구부 역사 상 1학년 여름부터 쭉 주전이었던 유일한 선수 김수겸과 2학년 여름 인터하이 때도 벤치만 지켜야 하는 자신이 어디 비교 대상이나 될까.
근심에 가득차 입을 다물어 버린 현준의 심각한 표정을 본 수겸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현준을 끌어안았다.

ㅡ 남들은 날 보고 상양의 에이스네 뭐네 하는데, 난 아니다.

현준을 올려다보는 수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또 빛나고 있었다.

ㅡ 내 인생에서는 네가 최고의 에이스야.

난 이제 너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한다.

무한한 신뢰의 표현에 겨우 마음을 놓은 현준의 손이 수겸의 등을 마주 안았다.



고3 올라가며 성현준이 학업이랑 농구 병행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스케줄 짜서 실천할 때도
부모님 선생님 주위에서 말리는 소리 전부 차단하던 성현준을 유일하게 설득한 게 김수겸이고


ㅡ 그러다 너 죽어.
ㅡ 사람 쉽게 안 죽는다.
ㅡ 만의 하나란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
ㅡ 지금까지 네 살인적인 스케줄도 다 소화했어.
ㅡ 지금은 거기에 또 하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얹은 거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사람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현준을 보던 수겸이 갑자기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했다.

ㅡ 어우..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온 몸이 아프네..
ㅡ 잠을 왜 못 자.
ㅡ 그러게. 이상하게 옆에 너 없으면 도통 못 자겠더라.

목이며 어깨를 이리저리 돌릴 때마다 들리는 우둑우둑 소리에 현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걸 확인한 수겸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ㅡ 잠 좀 못 잔다고 안 죽어. 그렇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현준은 결국 짜 뒀던 스케줄표를 확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곤 수겸을 덥석 안아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ㅡ 아니, 사람이 못 자면 죽어. 그러니까 자자. 너나 나나.




이러다 어느날 오다 주웠다 수준으로 둘중 누군가가 결혼반지 불쑥 줘도 그러려니 받아서 아무렇지 않게 끼고 다니고
아침밥 먹던 중 오늘 날씨 좋네 말하듯 두 분 손주 생겼어요 하고 혼전임신 고하는 아들놈 말에도 부모님들 충격이 뭐요 잘됐구나 축하만 해주셔도 전혀 안 이상한 이 분위기 어쩔거임

동창이나 지인들은 죄다
어떻게 김수겸/성현준같은 애랑 사냐고 의아+경악+진저리칠 때도
정작 본인들은 쟤만큼 편한 애가 어디 있냐 하며 정말 진심으로 되물을 만큼
상대에게만 최적의 맞춤형인 커플일 거 같다고


슬램덩크 현준수겸 하나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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