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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 ㅈㅇ






2-12(2)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넋이 빠져있던 바비는 거실에서 울려퍼진 전화 벨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입가와 손을 대충 헹구곤 화장실 밖으로 뛰쳐 나갔다. 거실로 나오고서야 받지 말까,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흘끗 시계를 보니 딱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누가 전화했는지 짐작하긴 어렵지 않았다.


뭐가됐든 브랫이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건덕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함에도 벌써 반쯤 경계 모드에 돌입한 바비는 누가 보는 게 아닌데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중위님.]


역시나 전화를 건 상대는 브랫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브랫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순간 신기하게도 불안과 혼란으로 요동치던 가슴 속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것도 찰나에 불과했다.


[밥은 먹었습니까?]


바비는 반사적으로 부엌 쪽을 돌아 보았다. 아까 전 구역질 때문에 내던진 샌드위치가 접시 위에 입을 벌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 금세 다시 고개를 든 불안감이 오소소 뒷골을 타고 올랐다. 갑자기 눈 앞이 아찔해져, 수화기를 붙들고 탁상에 등을 댄 채 주르르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입은 오랜만에 예전처럼 매끄러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전화 통화라 다행이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금방 들키고 말았을 것이다.


전화를 끝낸 바비는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무릎을 껴안고 그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브랫의 목소리가 없어지자 불안감에 더해 아득한 공포감까지 더해졌다. 그저 원래 달고 살던 소화장애겠거니, 생각하던 증상들이 이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있었다.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역질…더 나아가 브랫의 페로몬에 대한 유난스런 반응까지. 왜 몰랐나 싶게, 모든 지표가 단 한 가지 가설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바비는 주먹을 쥔 채 고개를 들었다. 그럴리 없다. 그는 주치의의 고저없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분명, 이제는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자궁이 선천적으로 약한 데다 세 번의 유산과 중절로 손상을 입어 착상이 불가능할 거라고, 지나친 억제제와 피임약 복용으로 호르몬 체계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고, 임신은 커녕 이제는 주기조차 오지 않을 거라고. 주기, 주기조차…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바비는 다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지금껏 참이라고 굳게 믿어왔던 명제의 모순점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달 전,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던 히트사이클을 겪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임신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 뒤론 의심과 부정, 수용과 절망의 반복이었다. 그럴 리 없다며 희망의 끈을 잡아보았다가, 금세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기어올랐다가, 또 다시 떨어지는 식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떨리고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그러다 지쳐 그 눈물마저도 멈춰버렸을 때쯤에서야 바비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있을 순 없었다. 아직은, 아무리 확률이 높더라도 모두 자신의 가설일 뿐이었다. 불확실함 속에서 허덕일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결론을 짓고 활로를 찾아야 했다.


바비는 거실에 놓인 브랫의 컴퓨터를 켜 콜택시 회사 번호를 검색했다. 브랫의 집은 외진 마을에서도 가장 외진 위치에 있었다. 근처엔 구멍가게조차 없고, 마트나 약국에 가려면 차로 20분은 나가야-가보진 않았지만 브랫이 알려준 바로는 그랬다-했다. 하여튼 뭐 이딴 데에다 집을…알아낸 번호로 전화를 걸며 바비는 욕을 중얼거렸다. 외진 덕에 더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를 걸고 오분도 되지 않아 금방 배차 연락이 왔다. 컴퓨터를 끄고 브랫의 침실로 날듯이 들어간 바비는 옷장을 뒤적여 브랫의 후드를 찾아 입었다. 사이즈가 커서 소매가 손등을 덮었지만 그만큼 모자부분도 커서 얼굴을 가리기 좋았다. 게다가 은은하게 묻어나는 브랫의 체취가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문득 실소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알파의 페로몬에서 안정을 찾는다니….


그 다음 그는 작은 방으로 가 손님용 침대 밑에서 달러 뭉치를 꺼냈다. 지난 번 브랫이 화대라며 던져준 돈이었다. 서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돈은 죄가 없으니 꽁쳐두었는데, 설마 이렇게 쓰일 줄이야…. 씁쓸한 와중에도 꼼꼼하게 지폐를 센 바비는 바지 주머니 안쪽에 깊숙이 돈을 찔러넣은 다음 현관으로 향했다.


누가 군인 아니랄까봐, 어수선한 건 못 견디는 브랫답게 현관에는 브랫의 운동화와 조깅화, 바비가 정원을 나갈 때마다 신는 슬리퍼만 나와있었다. 그나마 그 슬리퍼도 바비가 자주 신을 뿐, 원래는 브랫의 것이었다. 바비가 처음 신고 왔던 신발은 신발장 깊숙한 곳에 놓여 있었다. 사이즈와 모양이 다른 짝짝이 운동화였다. 한 짝은 바비의 것이었지만, 다른 한 짝은 급하게 도망치다 잘못 신고 나온 작은 주인의 것이었다. 꺼내어 내려다보고 있자니 애써 덮어두고 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또 다른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바비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양쪽 눈을 손바닥으로 꾹 덮어누른 채 심호흡을 했다. 그가 차를 내버려두고 온 펍은 이 곳으로부터 최소 1시간 이상은 떨어진 곳이었다. 한 달이나 지났고, 인근에 있는 마을만 수십개는 될 테고, 지금까지 아무런 추적도 없었다. 경찰이 고작 차도둑을 여태 찾을만큼 한가하진 않을테니, 검문을 받을 일만 없으면 문제될 요소는 없을 터였다. 작은 주인이 자신을 찾으려 사람을 풀었을 수도 있지만…한달이 지난 지금, 자신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외진 곳을 뒤지고 다닐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니 분명,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빵-밖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숨을 들이킨 바비는 자신이 부른 택시가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바비는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을 간신히 눌러 참고 신발을 신었다. 헐렁한 한쪽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운동화끈을 꽁꽁 묶은 후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20분 후, 바비는 무사히 마트 앞에 도착했다. 벌벌 떨며 나온 것치곤 순조로운 이동이었다. 그 사이 어지럽던 머릿속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긴장을 놓치지 않은 그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주변을 조용히 둘러보며 마트 안으로 들어섰다. 조그만 동네에 있는 것치고는 꽤 규모가 있는 마트라 바비는 십분쯤 빙빙 돈 후에야 의약품 코너에 다다를 수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은 오메가와 아기의 얼굴이 그려진 간이 테스트기 포장을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곧 한숨을 쉬며 회사 별로 다섯개를 집어 쇼핑바구니에 담았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 오후인데 이상하게도 계산대 줄이 꽤나 밀려 있었다. 멀뚱히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니 바구니 속에 놓인 테스트기가 남들 눈에 너무 잘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계산대 근처 진열대에 놓인 m&m 초콜릿 몇개를 집어 테스트기 위쪽에 던져넣은 후 시간을 확인하려 왼쪽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휴대폰이 없어 급한대로 브랫의 손목시계를 차고 나왔는데 손목 사이즈가 맞지 않아 시계알이 손목 안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손목을 뒤집어 시간을 확인하자 금세 마음이 조급해졌다. 삽질을 하다 너무 늦게 나온 탓에 벌써 브랫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브랫이 돌아오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하는데…



“어머, 잠시만요. 포스기가 왜 이러지?”


계산 끝나자마자 바로 택시를 타면 되겠지, 싶었으나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잘 되던 포스기가 하필이면 바비의 차례에 갑자기 에러가 나버린 것이었다. 당황한 채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던 캐셔는 지나가던 직원을 부르더니 둘이 머리를 모은 채 한참을 수군덕댔다. 열이 뻗쳤지만 별 방법이 없어 또 십분 여를 기다리고 나서야 바비는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뭔 날이기라도 한 건지, 건물을 나서려던 바비는 입구쪽에 홀로 서서 울고 있던 한 아이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뭐야, 얜-하며 손을 털고 지나가려 했으나, 열살도 안 되어 보이는 녀석이 아저씨-하며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는 통에 바비는 문을 열고 나가려던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어린애만큼은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탓이었다.


“저, 야, 너, 왜 울어?”


무릎에 손을 짚고 몸을 구부려 묻자 잠시 울음을 그친 아이는 이내 어엄마-하며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횡설수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엄마랑 마트에 왔다가 길을 잃어버렸으니 엄마를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바비는 하-한숨을 내쉬었다. 길을 잃었다는 데 그냥 두고 갈수는 없었다. 결국 바비는 아이를 살살 달래 보안실에 인계를 하고 나서야 마트를 나설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또 이십분이 성큼 지나 있었다. 이제는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그는 황급히 택시를 잡아 탔다.


돈을 던지듯 내고 택시에서 내린 바비는 먼저 차고부터 살폈다. 다행히 자신이 먼저 도착한 듯 했으나, 금방이라도 골목 저편에서 브랫의 차가 나타날 것 같았다. 바비는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와 증거를 인멸하기 시작했다. 운동화를 신발장 깊숙한 곳에 넣고, 그대로 두고 나갔던 컴퓨터를 끄고, 테스트기와 초콜렛, 남은 지폐를 작은방 침대 밑에 밀어넣은 후 다시 거실로 내려왔다. 그 때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브랫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또 뭘 치워야 하지? 순식간에 패닉에 빠져 주변을 둘러보는 데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전 통화에서 음식을 다 먹고 디저트까지 먹었다는 거짓말을 한 터였다. 바비는 숨을 꾹 참고 인상을 찌푸린 채 음식들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밀어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그릇을 개수대에 던져넣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중위님? 부르는 브랫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브랫바비 #슼탘
2024.02.29 02:46
ㅇㅇ
센세가 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
[Code: 84de]
2024.03.01 18: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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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다시 봐도 쫄린다 센세 항싱 건강하길 바라ㅠㅠ 언제든 돌아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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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 23:42
ㅇㅇ
센세 3월에는 돌아와주세요....... 평생 잊지 않을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돌아오기만 해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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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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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보고싶어요... 매일매일 복습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언제가 되도 좋으니 꼭 다시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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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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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제발요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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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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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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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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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ㅠㅜㅜㅜㅠㅠㅠ
[Code: 1183]
2024.03.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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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센세를 기다려 보고싶어 센세 나는 이 무순을 잊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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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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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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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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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그리워.. 오늘도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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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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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시던 나날들이 꿈만같다….행복했던 시절….잊지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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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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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아직 나 기다린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자~~
[Code: 8403]
2024.03.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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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기다려 얼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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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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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난 평생 기다릴거야 제발 돌아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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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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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센셍
[Code: 138e]
2024.03.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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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다갔어ㅠㅠㅠㅠㅠㅠㅠ 돌아와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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