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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브랫이 정원에 남아 뒷정리를 하는 동안, 바비는 빠르게 씻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냉장고와 찬장에서 익숙하게 재료와 조미료, 접시를 찾아 꺼낸 그는 도마 앞에 서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문득 허여멀건한 자신의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한 달 사이, 몸 곳곳에 남아있던 멍과 상처들은 거의 다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날아오는 손과 발로부터 머리를 감싸느라 특히나 혹사를 당했던 팔 바깥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둣발에 차였던 팔꿈치 부분에 흉터가 희미하게 남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검푸르던 멍은 가시고 희고 매끄러운 원래의 살결이 돌아와 있었다. 다만 유달리 흉터가 선명하게 남은 부위도 있었다. 양 손목이었다.


바비는 띠 모양으로 양 손목을 빙 두른 거뭇한 흉터를 내려다보았다. 가늘고 거칠거칠한 끈이 피를 볼만큼 살을 깊숙이 파고들어 손목을 묶었던 흔적이었다. 보기 싫어 죽겠네, 볼때마다 거슬렸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언젠간 이 흉터도 그 이전에 있었던 흉터들처럼 희미해질 테니까. 물론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래 상처란 게 그랬다. 남는 건 순간인데 낫는 건 한없이 더뎠다.


그러는 한편, 더디지 않은 일도 있었다. 놀랍게도 바비가 브랫과의 동거에 적응하는 일이 그랬다. 살면서 본의 아니게 갈고 닦은 지독한 생존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염치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비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게 다 무심하면서도 관대한 브랫의 태도와, 그런 브랫이 제공하는 안정된 일상 덕분이라는 걸.


‘안정’이라니. 흔하면서도 낯선 단어였다. 살면서 바비는 안정된 일상이라는 걸 겪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트레일러에 살 때에도, 보육원에서 지낼 때에도, 코너와 단 둘이 아파트를 얻었을 때에도, 군인일 때에도, 전역 후 민간인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늘 그랬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게 자신, 또는 코너를 위협하는 위험요소였다. 언제 누구에게 일상을 침범당할 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새끼를 데리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어미 사자처럼 늘 곤두서 있었다. 아침에는 불안과 함께 일어나고, 밤에는 걱정과 함께 잠드는 게 숨쉬는 것처럼 당연했다.


물론 지금도 마냥 마음이 편안한 건 아니었다. 해결된 문제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쫒기는 신세였고, 오갈 데 없는 빈털터리였다. 아이스맨의 자비심에도 한계는 있을 테니 언젠간 이 곳 역시 떠나야 할 터였다. 때때로 불안과 걱정이 밀려들었고, 이따금씩 악몽을 꿨으며, 드물게는 몰래 눈물을 찔끔거릴 때도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자신을 좀먹는 그 감정들이 오래 지속될 새가 없다는 점이었다. 브랫의 손에 이끌려 아침마다 햇빛을 받으며 강제로 스트레칭과 러닝을 하고, 그가 제공하는 탄단지 황금비율의 아침과 점심을 챙겨 먹고, 그가 시키는 꽤나 수고스럽지만 괴롭지는 않은 온갖 일들-빨래, 저녁밥하기 부터 잔디깎기, 지붕 수리, 녹슨 배관 및 시설 고치기, 목재 가구 제작 보조 등 다양했다-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으며, 아침나절 잠시 고개를 들었던 우울감과 불안감같은 것들도 그 사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요즘 바비는 스스로의 낯선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브랫이 틀어놓은 음악에 발을 까닥거리거나,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며 가만히 앉아있거나, 생전 해본 적 없는 콧노래를 부르거나, 코너한테나 하듯 브랫에게 스스럼없이 까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등이었다. 바비는 자신이 이상해져버렸다고,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정신차리기는 커녕 오히려 햇빛에 녹은 마쉬멜로우처럼 흐물흐물해져버리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중위님.”


브랫이 통창을 통해 정원에서 거실로 넘어오며 바비를 불렀다. 갑작스러운 부름이었지만 바비는 놀라지 않았다. 브랫이 그를 부르기 전에 부스럭대며 인기척을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바비가 크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걸 알아 차렸는지, 언젠가부터 브랫은 그런 식으로 바비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바비는 최근에야 그런 브랫의 배려를 알아차렸고, 자신이 물렁해져버린 게 바로 저런 브랫의 태도 탓이라고 생각했다.


등 뒤로 다가온 브랫이 고개를 빼 바비의 어깨 너머로 재료를 훑었다. 순간 미약한 땀냄새와 함께 브랫의 페로몬이 코끝을 스쳤다. 초가을 늦은 오후의 더위를 머금은 상대의 육체에서는 나른한 열기가 전해져왔다. 바비는 순간적으로 귀가 달아오르며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꼈고, 고개를 앞으로 고정한 채 태연한 척 재료를 만지작댔다.


“오늘 저녁은 뭐예요?”


브랫이 물었다. 아침과 점심은 브랫이, 저녁은 바비가. 그러자고 정한 적은 없지만 어느 샌가부터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규칙이었다. 처음엔 불 앞에 선 바비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브랫은 바비가 몇 번 그럴싸한 요리를 선보이자 불신을 거두었고, 바비의 음식이 제법 입에 맞는지 이제는 꽤나 좋아하는 눈치였다. 얼마 전엔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요리는 어디서 배웠습니까?]
[요리를 뭐 어디서 배워서 하나. 그냥 하는거지.]
[원래 자주 해먹어요?]
[아니.]
[근데 이렇게 잘해요?
]
[그냥…뭐, 코너 먹이려다보니까 어찌저찌 하게 된 거지.]
[코너요?]


신나게 먹던 브랫은 그 때, 뭔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들은 것처럼 손을 멈추고 바비를 올려다보았다.


[아, 응. 동생.]
[코너가…동생 이름입니까?]
[응. 왜?]
[…아니에요.]


어딘지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로 싱겁게 대답하는 브랫에 영문을 모른 채 뭐야,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었다. 잠시 그 때를 떠올리던 바비는, 자신이 조금 오래 대답을 안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얼른 브랫의 질문에 답했다.


“그냥 간단하게 파스타나 해먹게.”
“좋죠.”


시야 옆으로 브랫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이더니, 이내 등 뒤에서 뜨듯한 온도가 멀어졌다. 전 얼른 씻겠습니다, 브랫의 말에 바비는 어어, 하고 바보처럼 답했다. 바비는 브랫이 욕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소리가 나고서야 후우우, 긴 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긴장으로 웅크리고 있었던 어깨를 내려놓았다.


브랫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알파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남아있긴 했다. 그래도 한 달이 지나는 사이, 바비에게 브랫은 ‘겁내지 않아도 되는 알파’로 분류되어 있었다. 오메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브랫이 ‘예측 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브랫은 분명 특이한 사람이었다. 삶의 방식이 확고했고, 어느 면으로 보나 비범했으며, 자신의 세계를 감싼 뚜렷한 선이 존재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바비는 그를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브랫이 그어놓은 선의 경계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선만 넘지 않으면 그의 정의감과 배려심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바비는 자신이 어느샌가부터 브랫이 그어놓은 선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선 안에서 마주한 브랫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성을 내지 않는 맑은 날의 바다같았다. 무던했고, 관대했으며, 동시에 다정했다. 상대의 기분이 급변할까 마음을 졸이며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바비에게 설명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무엇보다 브랫은 한달이 다 되도록 바비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었다. 흥미가 없더라도 계속 옆에서 오메가가 알짱거리면 건드려보고 싶을 만도 할텐데, 브랫은 바비의 갑작스러운 주기에 휘말렸던 사건 이후론 바비에게 손 끝하나 대지 않았다. 내가 어지간히 취향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어쨌든 ‘그런 식’으로 사용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바비가 브랫을 겁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바비는 브랫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겁에 질린 짐승처럼 심장이 뛰고 목 뒤가 달아오르며, 어깨가 움츠려지곤 했다. 사실 바비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파병시절, 브랫의 앞에 설 때마다 수없이 겪었던 감각이었으니까.


다만 안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 때처럼, 그리고 흉터가 낫길 기다리는 것처럼, 그저 기다리는 것이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었다. 또한 안되는 걸 알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아보는 것이었다. 상대가 알면 소름끼쳐할 거라는, 따가운 진실을 되뇌면서.


‘지랄 말고 얼른 밥이나 하자.’


바비는 고개를 휙휙 휘젓고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소매를 걷어붙였다. 곧 치이익-재료를 익히는 소리와 함께, 그의 나직한 콧노래가 울려퍼졌다.










씨발…. 욕실 문을 닫은 브랫은 욕을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마른 세수를 하곤 고개를 떨어뜨렸다. 앞섶이 불뚝 솟은 채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사춘기 애새끼도 아니고, 요즘 계속 이런식이었다. 고작, 빨개진 귀나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목선, 얄쌍한 손목같은 것 따위에.


브랫은 옷을 벗고 샤워기 아래에 섰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아릴 정도로 피가 몰려버린 자신의 것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불만족스러운 쾌감이 쌓여 나갔다. 그는 발긋한 귀를 깨물고, 매끈한 목덜미를 깨물고, 양 손목을 한 손으로 둘러 잡는 상상을 했다. 달콤한 체취와 체액을 남김없이 들이마시고, 발개진 채 울먹이는 눈가를 핥는 상상을 했다. 이미 맛본 적 있는 하얗고 늘씬한 몸을 무자비하게 내리 누르고, 좁고 따뜻하고 축축한 곳에 자신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상상을 했다.


툭, 툭, 떨어진 흰 액체가 물줄기에 쓸려나갔다.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던 브랫은 뜨거운 숨을 뱉어내며 가슴을 헐떡였다. 주변은 수증기로 가득차 있었지만, 왠지 계속 입 안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마치 갈증이 난 사람처럼.









#브랫바비 #슼탘
2023.10.03 07:16
ㅇㅇ
모바일
코너 동생인거 알거 급 기분좋아진 브랫ㅋㅋㅋㅋㅋㅋ
[Code: eb25]
2023.10.03 07:17
ㅇㅇ
모바일
바비가 자꾸 브랫 이 자기한테 관심없다고 오해하는 이유가 다 찌통이다ㅠㅠㅠㅠㅠㅠ
[Code: eb25]
2023.10.03 07:17
ㅇㅇ
모바일
존잼이야 매일 센세만 기다려요ㅠㅠㅠㅠㅠ
[Code: eb25]
2023.10.03 07:52
ㅇㅇ
모바일
맑은 날의 바다같은 브랫 ㅜㅜㅜㅜ 좋아서 눈물난다 ㅠㅠㅠㅠ
[Code: de09]
2023.10.03 09:36
ㅇㅇ
어휴 바비 지금 자존심 상해할때가 아닌데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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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13: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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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브랫 참지말라고 바비도 원하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삽질 왜이렇게 귀여운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6c3]
2023.10.03 22: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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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 다정하고 섹시하고 다 한다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바비한테 저렇게 다정하면서 침대에서는 무자비하게 내리누르고 싶은 간극 미쳐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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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22: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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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악미치겟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서 죽을거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a92]
2023.10.04 1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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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둘이 머하냐?????연애하니???하 개설레ㅠㅠㅠㅠㅠㅠㅠ바비 느껴본 적 없는 안정감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모습 좋다ㅜㅠㅠㅠㅜ
[Code: 096a]
2023.10.04 22: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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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 나면 해소를 해야게쬬????????
[Code: 0c5b]
2023.10.05 06: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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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그치 ㅋㅋㅋㅋㅋ
[Code: 7aa6]
2023.10.06 07: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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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너무 귀여워서 죽것다ㅜㅜㅜㅜㅜ
[Code: b1a8]
2023.10.07 22:36
ㅇㅇ
날마다 센세를 기다려.....
[Code: 02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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