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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23:53
#버질에게해감받는매브   完

FS BGM. A.DVORAK Symphony No. 9 'From the New World ' x F.CHOPIN ' PRELUDE ' E-Minor Op. 28 No. 4



 

Gala BGM. [Twilight OST] A Thousand Years (violin+cello+piano with orchestra LIVE)




 

--------

 

"이걸로 정말 괜찮니?"

"네, 괜찮아요. 그런데..."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퇴원하고 싶어요."

'피트를 속이기엔 제 거짓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아무런 두통 없이 아주 맑은 세상을 보고 있는 버질은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안심 시키기 위해 뒷말을 삼켰다. 그리고 피트의 경기에 늦지 않기 위해 바로 비행기 표를 예매했는데 그 순간 띠롱-!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 피트에게 말했어? ]

[ 아니... 못했어. ]

[ 일단 알았어. ]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하늘은 네가 말해준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고, 네 연기를 보는 것에 마음이 벅차오르지만 이 것은 잠시간의 행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버질은 고통에 절어 빛과 어둠조차 읽어낼 수 없는 때를 견뎌냈기에 태양의 빛남을 볼 수 있는 이 순간을 신이 준 선물이라 여겼다. 찰나에 스러질 아름다움이라도 내가 견뎌낸 삶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의 아름다움을 영혼에 새길 수 있게 해준 순간일 테니 말이다.

상념에 젖어있을 시간조차 부족했기에 퇴원을 서두른 버질은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피트 미첼을 만나러 가는 그 모든 순간이 기적과 같았다.

 

날아가는 새,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리는 나뭇잎,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사진 속 빛나는 피트 너의 미소.

 

"So this is what beautiful looks like...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으로 봐주는 네가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서두른 덕에 피트의 프리 스케이팅이 시작하기 직전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장에는 미첼이 커버를 벗기고 링크를 가르며 자신의 소개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가 숨죽이고 왕자가 왕좌에 즉위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 오늘의 마지막 순서, 피트 미첼 선수가 링크 위에 올랐습니다.

- 지금 앞 선수의 점수 집계가 조금 지연되어서
몇 바퀴째 링크를 돌고 있습니다.

- 많이 긴장될 텐데...새로운 금메달의 주인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공개와 동시에 한 편의 드라마를 담은 연기로 주목 받은 프로그램이죠.

 

"... Representing U.S.A Ladies and Gentleman Pete Mitchell"

 

- 피트 매버릭 미첼의 프리 프로그램 음악은 쇼팽의 프렐류드,
자유를 꿈꾼 청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는 지금 혁명을 꿈꾸는 농부의 자식이야.'

 

아득히 먼 곳에 있는 허망한 것을 쫓는 듯 아련한 손짓으로 시작한 연기는 평소 타는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도입되었다. 매브는 신중하게 선율에 몸을 맡겼다. 그는 집중하다가도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관중석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연기일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를 찾는 걸까. 버질과 톰은 펜스 가까이에 몸을 기대어 연기를 관람할 정도로 매브가 찾는 사람이 자신이길 바랬다.

 

-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 발견한 걸까요!

'찾았다. 쫓아가야 해!'

 

피트의 시선이 톰에게 고정됐고, 피트는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아이스를 향해 몸을 던지듯이 뛰어올랐다.

 

'내가 놓칠 것 같아?'

- 쿼드러플 토루프, 아주 예리하고 날카롭게 꽂혔습니다.

-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 강인한 연기!
빠르고 깊은 엣지로 사이사이 채워지는
모든 모션이 정말 경이롭습니다.

 

'우리들의 자유와 빛나는 미래의 땅을 위해!'

 

- 한 번 더 기회를 노리고...
쿼드러플 러츠! 완벽해요!

 

 

착취와 폭력을 행사하는 귀족들을 제압하고 평민들과 함께 승리에 도취된 모습을 연기하며 카멜 스핀을 도는 매브의 표정은 마치 배부른 고양이처럼 의기양양했다. 톰은 그런 피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내 피트의 연기는 급변했다. 운명처럼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만 사람을 표현하는 손짓은 애틋했으나 감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사랑해버린 저 자신에게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을 잃고 홀로 남겨질 외톨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고 싶어도 모두와의 대의를 위해 죽지 못하는 싶은 모습을 담은 쿼드러플 살코는 마치 사랑과 역경의 순간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처럼 길고 깊었다. 그리고 바로 그 고뇌를 담아 이도 저도 못하고 누군가의 손길에 흔들려 방향을 잃은 이를 연기했다. 매우 전환이 빠르고 혼란스러운 스텝 시퀀스가 연기에 깊이를 더했다.

 

 

- 굉장히 과격한 도입이었어요.
위험할 정도로 멀리 날아간 쿼드러플 살코...

-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이 드러나는 트위즐입니다.

- 벗어나지 못한 고뇌에 잠겨 괴로워하는 스텝 시퀀스
그리고 트리플 토루프-오일러-트리플플립.

-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았는지 보이는군요.

 

혁명가는 고뇌를 이겨내고 결국 대의를 선택했다. 그 결의를 나타내는 깃발을 하늘 높게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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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미안해요, 만약 새로운 땅에 나아갈 수 있다면 그땐 꼭 함께해요.'

 

- 마음을 다잡은 혁명가는 망설일 이유가 없죠.

- 후반부에 몰아치는 점프 모두 모두 가산점을
아주 많이 받아 가고 있습니다.

- 혁명군의 손길에 불타오르는 도시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코레오 시퀀스입니다.

- 왤까요... 대의를 향한 강인한 의지가 담긴
저 손짓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네요.

 

'당신의 선택은 옳소, 내 먼저 저 바다를 건너가 있으리다.'

'날 기다려줘요.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꼭 찾아갈게요.'

 

 

피트는 가장 마지막에 모든 일을 끝내고 맘 편히 누군가에게 안기듯 점프하여 허공을 안고서 아주 빠르게 스핀을 돌았다. 마지막 포옹, 이별, 불타오르는 대의의 현장 이 연기 속에서 매브는 선두의 깃발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 혁명의 불꽃이 세차게 타오르는 콤비네이션 스핀

- 올 클린! 이 외로운 혁명가는 혁명의 파도를 타고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디는 군요!!

 

 

곡이 끝나는 순간 하늘 높게 쳐든 주먹은 개인의 행복보다 대의를 선택한 혁명가들이 이뤄낸 자유를 상징했다.

 

 

- 여러분 우리는 지금 새로운 왕의 탄생...
아니 자유와 민중의 일대기를 보았습니다.

- 이 연기를 볼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뒤늦게 함성이 가득 찬 링크장에서 피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웃었다. 피트에게 못되게 굴었던 감독들도 동료들도 모두 그의 연기에 감동해 울었고, 그의 금메달을 확신하며 축하했다. 키스 앤 크라이 존으로 이동한 피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톰의 곁에 다가온 버질이 네가 알려준 거냐 물어오자 톰은 그냥 웃었다.

 

 

"미첼은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어."

"...내가 잘 보인다는 사실보다?"

"응. 이제 가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만이 아닌 걸 알잖아. 같이 가자."

 

 

버질은 피트가 조셉을 연기하며 찾았던 사랑의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선을 그었다. 얼음 위 매버릭은 영원히 아이스맨을 사랑할 것이고, 버질은 이를 인정했다. 전 남자친구인 자신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이는 버질을 보며 톰은 자신이 아무리 수석을 놓치지 않는 '아이스 맨' 일지라도 영원히 피트 미첼을 온전히 사랑하는 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트 축하해 넌 역시 예상대로 금색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내가 널 사랑하잖아! 반짝반짝 예쁜 버질!"

"내가 너의 첫 번째 금메달이야?"

"음... 그건 나중에 대답해줘도 돼?"

 

 

피트는 대답을 망설이며 톰과 버질을 바라봤다. 오염되고 망가졌을지라도 그에게 첫 메달은 버질이 아니었다. 작고 예쁜 이 마음을 가르쳐준 건 아이스였으니 버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피트도 섣부르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든지요. 왕자님."

"그, 그렇게 부르지마아!"

"왜 귀엽잖아. 그럼 공주님이 좋아?"

"왕자님은 원래 다 금발이잖아... 너처럼..."

 

 

버질은 귀가 새빨개진 채 정말 순수하게 내뱉은 피트의 대답에 두근거렸다. 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이스는 아주 행복해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자신의 자리를 실감했고 한발 물러나 그들의 행복을 바라보았다. 겨우 1m도 차이 나지 않는 곳에 함께 서 있음에도 두사람은 자신과 아주 먼 별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다 해서 외롭지는 않았다.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나, 상처 받고 무너지지 않은 채 다시 일어나 준 그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행복한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한데, 미첼 이제 메달 받으러 가야 해."

"아! 맞다! 톰, 버질 이따가 봐!!"

"응, 잘 다녀와!"

 

 

씩씩하게 뛰어가는 피트를 두사람은 똑같이 사랑을 담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바라보는 자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꽃다발을 품에 안은 피트의 미소는 너무 예쁘고,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워서 버질은 그 자리에서 조금 울고 말았다.

 

 

"피트 너무 예쁘다."

"그러게..."

 

 

그 날 피트의 성화로 피트의 숙소에서 몰래 자게 된 버질은 그에게 모든 것을 고백했다. 종양은 모두 제거했고 자신은 이제 아주 건강하지만... 시신경이 아주 약하고 살아있는 게 기적인 상황이라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자신은 이전과 달리 한 점의 빛도 구별해내지 못하는 진짜 장님이 되어버릴 것이고, 그날이 내일이 될지 5년 뒤가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덧붙이자 피트는 전혀 상관 없다면서 버질을 꼭 안아주었다.

 

 

"내가 사랑한 건 '버질 아담슨' 이지 '눈이 보이는' 버질 아담슨이 아니야."

 

 

버질은 병상에 누워있던 사람답지 않게 아주 체격이 우람해서 피트는 자신이 남자답게 안아줬는데도 안긴 모습이 되자 오히려 그 부분에 핀잔을 주는 등 그가 고민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신경 쓴다면 그가 슬퍼할 것을 알았기에 피트는 열심히 다른 이야기를 물었다. 둘은 서로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버질이 먼저 잠들자 피트는 그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창밖의 별에게 소원을 빌었다.

 

 

"별님, 별님... 버질이 내일 제 갈라쇼만은 꼭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길지 않아요... 10분, 10분만 기회를 주세요."

 

 

피트의 작은 소원을 들은 별은 더 밝게 반짝였다. 그는 꼼질꼼질 버질의 품 안에 안겨서 꿈나라로 향한 지 오래였기에 별의 반짝임은 보지 못했다. 갈라쇼의 날이 밝아오고, 버질은 맑은 회색 눈을 빛내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연습장까지 따라갈 생각이었는데... 웬걸? 톰도, 버질도 피트의 손에 의해 연습장에서 쫓겨났다.

 

 

"안돼 안돼! 이거 첫 공개니까...! 너네도 갈라쇼에서 봐!"

"진짜? 왜??"

"아~ 그냥 나가아~!"

"피트 손 아프겠다. 나갈 테니까, 추우면 따뜻한 차 꼭 마시고, 마른 티슈로 코 풀다가 코 아프면 저쪽에 물티슈 있으니까 그걸로 코 풀고 알지?"

"웅! 이따 봐!"

"그래그래, 쇼 장에서 봐."

 

 

쇼트 프로그램에 담은 민중의 고뇌와 프리 프로그램에 담은 자유의 이야기 그리고 놓아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갈라쇼. 이번 갈라쇼에 처음 선보일 이 곡과 안무는 마지막 3막 Happily ever after 한 삶을 살 혁명가의 인사이자 피트 미첼이라는 한 사람의 아주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쇼에 오른 사람들의 순서가 모두 지나고, 사람들의 박수 속에 요정 같으면서도 한 떨기 꽃처럼 보이는 하얀 의상을 입은 피트 매버릭 미첼이 링크장 위로 등장했다.

 

 

- 오늘 처음 선보이게 될 이 갈라쇼는 쇼트와
프리에 이어 마지막을 장식할 3부라고 하죠?

- 자유를 위한 선봉에 섰던 이들이 맞이할 행복한 삶을
바라보며 다시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자랑스러운 우리의 금메달리스트 피트 매버릭 미첼입니다.

- 의상이 아주 아름답네요. 역경에도 지지 않는 한 떨기 꽃처럼 보여요.

- 매버릭답지 않게 조금 긴장한 것 같은데요?
아 이제 시작하려나 봅니다.
갈라쇼의 음악은 영화 트와일라잇의 OST로 유명한
Christina Perri - A Thousand Years 입니다.

 

 

피아노의 선율이 시작되자 피트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빙판을 가르며 마치 수면 위 파동이 지듯 작은 원에서 큰 원을 그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며 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연기했다. 누군가의 고통을 알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

첼로가 더해지자 트위즐로 전환하며 피트가 연기하는 대상이 바뀌었다. 자유를 얻어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거칠게 전진하며 이어진 스플릿 점프. 사랑을 뒤로하고 모두의 자유를 위해 깃발을 내걸었던 이들이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제 아이들을 향해 뛰어갔다.

바이올린이 알리는 맑은 선율은 모두 기쁨과 환호였다. 이를 스프레드 이글로 표현하며 안도와 기쁨을 담아 연기하는 피트는 들판의 꽃이었고, 피어날 권리를 인정받은 빛나는 생명이었다. 천천히 이어진 업라이트 스핀과 작은 멈춤. 피트는 더 이상 누군가를 대변하지 않았다. 잠시 멈춰서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들을 바라보던 피트는 등을 돌려서 먼 길을 떠나는 이가 되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품에 돌아간 동료들을 보았으니, 이제 그는 이곳을 떠나 그의 사랑에게 향할 기회를 얻었다.

작지만 큰 발걸음으로 얼음을 가르고 마치 사랑했고, 영원히 가슴에 새길 조국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길게 이어지는 이나 바우어는 모두의 눈물을 자아냈다. 돌아보더라도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풍랑이 치는 바다를 건너가는 모습의 쿼드 러플과 연이은 점프까지... 그는 어느새 새로운 땅에 도달해 있었다. 고난을 이기고 사람들을 내려준 배는 다시 고향으로 향했고, 돌아가는 배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피트는 톰과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너를 사랑했고, 여전히 너를 사랑할 테지만 난 이제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지도, 멈추지도 않을 거야. 고마웠어. 나의 톰, 나의 아이스맨.'

'사랑했고, 몰라줘서 정말 미안하고, 너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 나는 이 자리에 있을게. 네가 꽃피우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이 곳에. 고맙고 미안했어. 나의 미첼, 나의 매버릭.'

 

톰은 고개를 숙이며 미첼에게 이별을 담은 인사를 나눴다. 피트는 조금 복잡한 얼굴로 다시 연기에 몰입했고 그는 새로운 도약의 촛불을 피우는 바쁜 코레오 시퀀스를 그려냈다.

 

'혹시 이 사람을 아시나요? 금발에 아주 잘생긴 이랍니다.'

'혹시 노어를 하는 이를 보지 못하셨나요? 멋진 회색 눈동자를 지녔답니다.'

 

고난을 뛰어넘는 트리플 악셀-트리플 토루프는 이 모든 역경은 사랑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음량을 키운 그 순간 사랑도 뒤로했던 혁명가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이를 만났다.

피트의 시선은 버질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손동작은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와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던 손으로 버질을 향했고 다시 양손을 모아 심장 밑에 살포시 포갰다. 눈치 빠른 방송 카메라는 피트만이 아니라 버질도 함께 잡고 있었다. 그리고 피트는 오른손으로 왼손 넷째 손가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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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이 기쁘게 yes를 이야기하며 고개를 수없이 끄덕이자 경기장 안에는 환호가 가득 찼고 피트는 순수한 기쁨을 담은 콤비네이션 스핀을 끝으로 그에게 바로 달려갔다. 얼음 위는 꽃과 축하의 함성으로 매워져 모두 이 순간을 함께 완성해가고 있었다.

 

 

- 혁명도, 금메달도, 사랑도 모두 이뤄냈군요.

- 누가 그를 하이틴 스타라고 했나요. 그는 무비 스타죠!
그 어떤 영화에서도 이런 감동을 자아낼 수 없을 겁니다.
이건 실화니까요!! 

- 쇼트, 프리 그리고 갈라쇼까지 환상적인 역사의 단편으로
초대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언론이 피트와 버질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다시 재조명하며 시끄러워 질 즈음 두 형제와 피트는 얼음 호수가 보이는 산장에 피신해 있었다. 이제 톰은 피트를 순수하게 친구이자 형제의 연인으로 대하며 선을 지켰다. 그리고 버질과 피트는 이를 받아들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나눴다.

별님이 소원을 들어주신 덕일까? 버질의 눈은 아주 오랜 시간을 견뎌냈다. 피트가 동계올림픽에서 실수해 은메달을 차지하는 모습도, 다시 한번 올림픽에 출전해 이번엔 금메달을 거는 순간까지 모두 그의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피트가 은퇴하는 날 그는 매버릭의 마지막 연기는 그 얼음 호수여야만 한다고 극구 주장했다. 그리고 촬영감독들과 협의해 가장 최초의 동영상을 찍었던 포지션 그대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호수 가운데에 섰다.

 

그는 언젠가 버질에게 사랑을 담아 고백했던 그 갈라쇼 무대와 겨울바람의 구성을 섞어 겨울이 영원하다면, 우리의 사랑도 영원하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전했다. 얼음판 위로 빛이 부서지며 무지개처럼 보였다. 반짝임 속에 웃으며 하늘을 가르며 뛰어 오르는 피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눈물이 차올라서 흐린 걸까? 아... 나는 이 어둠을 알고 있다. 10년, 나는 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10년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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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찾아올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끝내 맞이한 이 어둠이 조금 야속하게 여겨졌다. 불안을 잠재우려 가슴팍에 꽂아두고 다녔던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했다. 그 모습을 보며 피트는 그가 어떤 상황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가 더 불안하지 않도록 바로 달려가 버질에게 키스를 나누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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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네가 없는 나는 미완성품이야. 우리 이제 결혼하자. 진짜 평생 함께하자."

"나 이제 앞 안보일 것 같아. 빛도 구분 못할지 몰라... 보이다가 안 보이는 거라 더 짐이 될 텐..."

"나만 사랑해주는 네가 어떻게 짐이야. 넌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고, 빛이야."

 

 

버질은 눈물을 쓱쓱 닦아내고 주머니에서 작은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사랑해 피트. 나의 말썽꾸러기 모자란 나랑 결혼해줄래?"

"내 대답은 그 호수에서부터 지금까지 네겐 언제나 YES 였어...!"

"눈이 전부 멀기 전에 네게 이 반지를 건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 사실 그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너 다시 만난 날... 별님에게 소원을 빌었어. 10분만, 내가 갈라쇼로 네게 약혼해달라고 고백하는 그 10분... 나 엄청 준비 많이 하고 긴장도 많이하고 아무튼... 네게 고백하고 싶으니까 그 10분만 달라고. 그런데 별님이 통이 엄청 커서 10년이나 주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이제 별님에게 100년은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보여줘야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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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뭐야... 우리 1000년은 행복해야지. 그런데 피트, 우리 지금 이 모습 생중계 중인 건 알지?"

"아...? 아!"

"나야~ 이제 앞도 안 보이고 하니 뭐... 부끄러운 것도 적지만, 음 빨개진 네 두 귀가 쫑긋 거리는 걸 못 보는 건 아쉽긴 하다."

"버질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카메라 감독들은 카메라 위치를 바꾸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순간을 위해 잠시 고개를 돌려주었다. 이들은 이제 정말 100년, 1000년 이 얼음 호수처럼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 기원하면서...

 

 

"사랑해, 영원한 나의 매버릭."

"사랑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메달씨."
 

 



 

참고. 발레 무용수 손동작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나’ , 손이 상대의 가슴을 향하면‘너’

두 손을 심장 밑에 살포시 포개면‘ 사랑합니다’ , 오른손으로 왼손 넷째 손가락을 가리키면‘ 청혼’



아이스맨매버릭 아이스매브 버질매브 패트릑조셉

2022.12.22 00:02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내
[Code: 370b]
2022.12.22 00:07
ㅇㅇ
모바일
버질이랑 매브 영원히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라 비루한 표현으로 다 이루 말할수없지만 센세 인생무순써줘서 너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745]
2022.12.22 01:07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라ㅠㅠㅠㅠㅠㅠ
[Code: 78e7]
2022.12.22 14:00
ㅇㅇ
피트 프로그램이 조셉과 패트릑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었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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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4:03
ㅇㅇ
올림픽에 두번이나 출전하고 은, 금메달까지 목에 건 싱글스케이터 커리어도 대박인데 개인 서사까지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피트는 은퇴후에도 레전드 중의 레전드로 영원히 기억될거 같다.
[Code: cb5c]
2022.12.22 14:04
ㅇㅇ
버질이 수술이후 10년이나 세상 아름다운것들을 모두 눈에 담았다는것도 너무 좋아 버질과 매브 영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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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4:06
ㅇㅇ
버질 매브 아이스 이야기 아름답게 써줘서 너무 고마워
[Code: cb5c]
2022.12.22 16:07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센세 아름다운 이야기 고마웠어 사랑해ㅠㅠㅠㅠ
[Code: eb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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