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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00:05



제이크 세러신은 근래들어 벌써 다섯명째 가사도우미를 해고했다.

오차 하나 없이 완벽히 정돈된 접시들, 매끄럽게 펼쳐진 침대 시트와 이불, 먼지 하나 없는 바닥. 

파견업체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가사도우미는 그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켰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불쾌해지고 견딜수가 없었다.

제이크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집안에 남아있는 누군가의 미묘한 흔적이 이렇게도 자신의 신경줄을 갉아먹을 줄은 몰랐다.

곧 그의 집은 얼마 안가 빨랫감과 먹고 난 설거지거리가 싱크대에 수북히 쌓이고 바닥에는 먼지가 굴러다니게 될 것이다. 사람이 생활한다는게 그렇다.

4일 후 견디다 못한 제이크는 파견업체에 연락해 새 가사도우미를 보내달라고 했으나 당사는 귀하의 기준을 만족시켜드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부족하니 부디 다른 업체를 이용해달라는, 한마디로 너한테 보낼 가사도우미는 없으니 꺼지라는 의미의 아주 완곡한 거절을 당했다.

결국 그는 엉성한 솜씨로 다림질한 셔츠를 입고 출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종종 후회하는게 있다. 물려주는 회사나 받을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연예 기획사를 차렸을까?

부모님의 영향에서 벗어나겠다고 무턱대고 뛰쳐나와 자신만의 회사를 차린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원래의 삶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이고 '굳이?'싶은 결정이긴 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가 연속적으로 터질 때.

오랜 친구이자 비서인 하비 마차도가 태블릿을 터치하며 보고했다.

"앤드류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재활원에 입소시켰어. vip 전용 시설이라 기자 끄나풀이 붙을 위험은 없지만.....당분간 조심해야해."

하비의 보고를 들은 제이크는 착잡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물었다.

"상태는 좀 어떤데?"

"저번이랑 똑같아. 과용으로 심정지 상태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았어. 운 좋은 꼬맹이야."

".......기자들이 들쑤실거 같으면 건강 문제로 다른 곳에서 요양중이라고 해. 저번처럼 또 마약중독이라고 1면에 나오면 걘 진짜 끝이야. 이미지 회복 못하고 서른살도 되기 전에 퇴물되는 거라고......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이지."

제이크는 서랍을 뒤져 타이레놀을 한알 꺼내 물도 없이 삼켰다. 타원형 알약이 뻑뻑한 식도로 넘어가는 불편한 감각을 느끼며 그는 하비에게 물었다.

"닉 리버스는 아직 어디있는지 못 찾은거지?"

하비는 닉의 이름이 나오자 한숨을 푹 쉬며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맞닥뜨리는게 너무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숨겨주고 있는게 분명해. 도망친 건 혼자 도망쳤지만 중간에 분명 협력자가 붙었어."

닉 리버스는 말하자면 세러신 엔터테인먼트의 일등공신이었다. 아직 20대가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온갖 부문의 음악 관련에서는 상을 휩쓸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곡을 냈다 하면 모든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세간에서는 그를 영원히 보관하려면 27세가 되기 전에 빨리 죽여버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경력의 소유자가 원래 있던 소속사를 나와서 그때 당시 갓 설립된 스타트업이나 다름없던 세러신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을 때에는 꽤나 큰 이슈가 되었다. 다들 닉 리버스가 이른 나이에 가수생활을 접고 엔터 쪽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추측했으나, 그는 여전히 가수였고 닉 리버스였다.

제이크는 물론 닉 리버스가 눈물나게 고마웠지만 종종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를 칠때는 조금 버거웠다. 

이런 식으로......갑자기 자기 애인을 데리고 말도 없이 잠적을 해버리는 상황이 되면 제이크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컴백은 다가오고, 할 일은 태산인데 닉 리버스는 그 잘난 금발 머리는 털끝하나 보이지 않는다.

"닉 리버스 그놈 어디로 튀었는지 당장 알아내야 해. 무슨 짓 저지르기 전에."

"알았어."




제이크는 스스로가 통제광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업으로 선택한 일이 궁극적으로는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기획사가 그렇듯 세러신 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상품도 사람이다. 
 
가수, 배우, 인플루언서 등 각자의 재능이 있는 사람을 대중에게 내보여서 판매한다. 감수성 풍부하고 자아가 충만하고, 어쩌면 오만하거나 어쩌면 연약한 예술인들.....제이크는 그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일으키는 재해는 가끔 버거웠다.

사람은 절대 상황처럼 통제되지 않는다.

모두가 퇴근한 건물안에 남아 일을 마무리하던 제이크는 엉망인 집 꼬락서니를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기다리는 이도 없는 지저분한 집에 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향하는 대신 센트럴 파크를 거닐었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이곳을 걷는건 위험할수도 있지만 제이크는 지금 자기 안위를 1순위로 둘만큼 머릿속에 여유가 많지도 않았다.

배가 출출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핫도그 노점상이 보여 개중 제일 그럴싸한 핫도그 하나와 커피를 주문했다. 평소의 제이크 세러신이라면 불결하고 원산지가 수상하다며 입에도 대지 않을 것들이었다.

생각외로 빵은 고소했고 소세지는 제법 육즙이 가득했다. 이게 진짜 육즙이라면 말이지. 

벤치에 앉아 핫도그를 절반쯤 먹던 제이크는 문득 차오르는 공허함에 어깨가 스산해졌다. 

기획사를 차린지 10년이 지났다. 회사가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개국공신인 닉 리버스가 아니면 그의 기획사가 상장할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이크는 그에게 나름대로의 특별대우를 하고 있었고 비즈니스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의 정도 있었다. 요즘같이 사랑이니 뭐니 하며 속을 썩이기 전까진.

사랑타령하다가 망가진 소속 연예인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게 오늘 재활원에 입소한 앤드류 네이먼이었다.

닉 리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예인들과 컨택하여 계약을 맺은 세러신 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이너 양성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그러던 차에 발굴하게 된 사람이 앤드류 네이먼이었다.

지하 재즈바에서 혼자 유난히 튀던 그는 제이크의 눈에 띄었고 세러신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뮤지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인기 보이밴드의 드러머였던 그는 첫번째 마약 사건 이후로 재활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게 되었다. 

앤드류가 마약에 중독된 이유는 그때 당시 만나던 애인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슬픔에 젖은 그는 순조롭게 중독의 종류가 술에서 약으로 넘어갔고, 오버도즈로 쓰러져있던 걸 아파트 관리인이 발견해서 911에 신고하는 바람에 신문 1면에 '인기 보이밴드 맴버 앤드류 네이먼, 마약중독' 같은 자극적인 기사가 뜨게 된 것이다.

그 일을 수습하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세우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커피를 들이켰는지. 

이후 간신히 재활원에서 중독치료를 받고 퇴소했고 문제없이 잘 활동한다 싶었더니 또 그놈의 백해무익한 액체를 혈관에 꽂은 것이다.

보통 같으면 이런 식으로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 연예인은 계약해지를 당해도 할 말이 없지만, 제이크는 어떻게든 그를 안고가고 싶었다. 

심지어 하비가 앤드류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불안감을 계속 내비쳐도 말이다.

제이크는 여전히 그에게서 지하 재즈바에서 고집스럽게 드럼을 연주하던 어린 청년이 보였다.

이제는 식은 핫도그를 들고 멍하니 앉아있던 제이크는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신경이 곤두섰다. 유기동물인가? 제발 사람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의 예상을 뒤집고 풀숲 속에서 나타난 것은........한 마리의 수탉이었다. 붉은 벼슬이 왕관처럼 서있고 풍성한 꼬리깃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고 우아한.

동물이라는 예상범주 내에는 들어가긴 하지만, 제이크가 길거리에서 만날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동물은 기껏해야 개, 고양이, 비둘기, 생쥐 정도이지 그 안에 수탉은 없었다.  

자기가 지금 헛것을 보는지 의심하며 몇번이고 소매로 눈을 비빈 제이크는 센트럴 파크 한복판에 나타난 게 '야생 수탉' 이라는걸 인정해야 했다.

"곡곡곡."

수탉은 제이크가 들고있는 핫도그에 관심이 갔는지 고개를 까딱거리며 다가왔다. 제이크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감각으로 빵조각을 잘게 떼어 던져주었고 수탉은 튼튼해보이는 부리로 바닥에 떨어진 빵조각을 쪼아먹었다.

제이크는 낯선 동물에게 빵조각을 던져주는 데에 재미가 붙어 손에 든 핫도그 빵이 다 떨어질때까지 먹이를 주었다.

마침내 빵이 다 떨어지고 손에는 소세지만 남았을 때 그는 닭이 소세지를 먹어도 되는지 잠깐 심각하게 고민했었으나, 번개같이 부리를 뻗은 수탉이 그의 손에서 소세지를 채가는 바람에 곧 닭이 잡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건 그게 다야."

제이크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탉에게 말했다. 그는 사실 먹을 것을 좀 더 갖고 있고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처지만 아니면 이 뜬금없는 장소에 나타난 수탉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센트럴 파크의 야생 수탉은 제법 근사한 모양새였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걷는데 뒤에서 푸드덕거리는 날개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그 수탉이 열심히 쫓아오고 있었다.

"이봐, 난 집에 가는거야. 너도 돌아가라고."

손을 크게 휘저어서 쫓아내려고 해도 수탉은 끈질기게 그를 쫓아갔다. 마침내 주차장까지 제이크를 따라온 수탉은 운전석에 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이크는 초롱초롱한 호박색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문을 닫았고 시동을 걸어 천천히 닭을 밟지 않도록 후진해서 출구로 향했다.

젠장할 수탉이 그의 차 뒷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걸 백미러를 통해 보기 전까진.

"하......씨발........"

차에서 내린 제이크는 가만히 서있는 수탉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몸통을 잡아 들어올렸다. 제이크는 혹시라도, 만약에, 이 수탉이 조금이라도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꼬꼬댁! 하며 난리를 치면 그냥 놓고가려고 마음 먹었었다. 네 선택이니 어쩔수 없지 뭐. 안녕, 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수탉은 그렇게 달랑 들어올려졌으면서도 평온해보였고 결국 제이크는 그를 집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제이크는 회사에 앉아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내가 미쳐갖고는 야생 닭을 집에.....'

어젯밤 그는 조금 센티멘탈한 기분이 되어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다가 야생 수탉을 발견했고 충동적으로 그를 집에 데려왔다. 

야생 수탉이라니. 뉴욕 한복판에 위치한 모더니즘 스타일의 주택에 야생 수탉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대로 배변훈련도 안되어 있는 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출근하다니. 내가 침실 문을 닫았던가? 집에 돌아갔는데 집이 새똥 범벅이면 그는 졸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하루 종일 뭐 마려운 개처럼 자리에서 안절부절했고 하비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로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시계가 정각 6시를 가리키자마자 그는 외투와 가방을 챙기며 직원들에게 이만 모두 퇴근하라고 소리치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뉴욕 도심지의 교통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 최대한 밟아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문을 열었다.

"............오."

묘하게 공기가 상쾌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며칠동안 집안에 맴돌던 퀘퀘한 기운이 없었다. 

잠시 남의 집에 잘못 들어온 건가 문밖을 살피기까지 했지만 그 집은 분명 제이크 세러신의 집이 맞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간 바쁘게 생활하면서 어지럽혔던 것들이 정돈되어 있고, 부엌에 쌓여있던 설거지거리와 빨래통에 쌓여있던 빨랫감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걸 발견했다.

제이크가 예상했던 난장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서 톡톡거리는 발톱소리가 나더니 그가 전날 주워온 센트럴파크의 야생 수탉이 나타나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제이크는 한쪽 무릎을 꿇어 그를 쓰다듬었고 수탉은 목 안에서 구륵구륵 소리를 내며 그의 손길을 즐겼다.

집안에 일어난 이변의 정체를 곰곰히 생각하던 제이크는 곧 결론을 내렸다. 

"....아, 그건가."

제이크는 항상 해고 통보를 당사자에게 직접 하지 않고 업체에게 전하고 업체가 가사도우미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아주 가끔 제때 통보 받지 못한 가사 도우미가 제이크가 출근한 이후에 집에 와서 청소를 해주는 일이 있었다. 제이크와 업체와 가사도우미간의 연락이 엇갈려서 발생하는 일이다.

대강의 상황파악을 마친 제이크는 어쨌든 누군가가 무단침입을 한게 아니라고 안심하며(무단침입해서 청소를 해주고 가는 도둑이 있을리 없지만) 수탉을 들어 옆구리에 끼고 부엌으로 향했다.

수탉은 제이크가 아침에 주고 간 곡물믹스를 깨끗이 먹어치웠다. 냉장고에 언제부터 있던건지 모를 거였지만 버리지 않길 잘했었다. 그가 빈 그릇에 곡물 믹스를 쏟아주자 수탉은 콕콕 소리를 내며 부리로 아몬드나 호두를 잘게 부숴 쪼아먹었다.

어쨌든 주워온 이상 그의 책임이었기에 뭔가 부를만한 이름을 붙여야 했다.

곡식을 쪼아먹는 수탉을 중독성 있게 바라보던 제이크는 턱을 긁적이며 저 닭에게 붙여줄 이름을 고민했다. 그러나 맥스, 버디, 토비, 스파키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엔 어떻게 봐도 그것은 너무.......'수탉'이었다. 

"......루스터."

그러자 한창 모이를 쪼아 먹던 수탉이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보는 것이 아닌가. 제이크는 별안간 조금 오싹해졌다.

'저게 지 이름을 알아듣나? 자길 부르는걸 알아?'

불러놓고도 별 말이 없자 '루스터'는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제이크는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과민한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러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닭이 모이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루스터는 별로 안 좋아하는 곡물을 발톱으로 치워내며 편식을 했다.

사실 닭이란 생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다. 제이크는 항상 닭을.....조리 이후의 모습으로만 접했다.

제이크는 수탉이 생각보다는 근사한 생물이라는 감상을 했다. 세간에는 약간 멍청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가. 그런데 말도 알아듣는거같고 그렇게 멍청해보이진 않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던 제이크는 불현듯 집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불편한 기분을 단 한번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가 다르지? 집이 청소되어 있어서? 그건 아닐 것이다. 제이크는 지금까지 먼지 한톨 없이 말끔히 청소된 집에 들어올 때도 불편하고 뭔가 기분이 예민했으니까.

저녁식사를 끝낸 루스터가 날개를 푸득거리며 소파위로 올라오더니 제이크와 한뼘 정도 간격을 두고 배를 깔고 앉았다. 루스터는 손을 뻗어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었고 뺨을 손끝으로 긁어주면 기분 좋다는 듯 곡곡거렸다.

'닭......반려동물로 제법 괜찮잖아......?'

잠시 동안 하염없이 닭을 쓰다듬고 있던 제이크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가사도우미 파견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 중에 제이크가 루스터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너 가사도우미가 집청소 하는 동안에 귀찮게 한거 아니지?"

"빡빡!"

루스터는 고개를 쭉 빼며 날카롭게 울었다. 이게 제법 앙칼지게 울 줄도 안다며 픽 하고 코웃음친 제이크는 그는 곧 담당자가 전화를 받자 최대한 예의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제이크 세러신입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혹시 저번 가사도우미가 집에 다녀가셨나 해서요.......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제이크는 핸드폰 모서리로 이마를 긁적였다. 파견업체 직원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 가사도우미는 제이크와의 계약이 해지된 이후 곧장 열쇠를 현관문 앞에 있는 화분 밑에 넣어 반납하고 다른 집으로 재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도 제이크의 집에 온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오싹해진 제이크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화분 밑에 있던 예비 열쇠를 들고 들어와 서랍 안에 숨겼다. 

그는 루스터를 옆구리에 끼고 집을 돌아다니며 창문의 잠금 상태를 확인하고 잠글 수 있는 문이란 문은 전부 걸쇠를 걸었다.

현관문의 보안장치까지 확인을 마친 후 침실에 들어간 그는 루스터가 침대 발치에 앉아있는걸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아야, 아야....."

제이크는 이마를 쿡쿡 쪼아대는 루스터를 부드럽게 밀어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두번째 알람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루스터가 첫번째 알람은 넘기고 두번째 알람 직전에 그를 깨운 것은 우연일까.

휴일이었지만 제이크는 휴일에도 할 일이 있었다. 회사 사장씩이나 되면 남들 일할때 놀고 놀 때 더 신나게 놀 수 있을줄 알았건만.

그는 루스터를 데리고 내려가 모이를 주고 말끔하게 정리된 찬장에서 그릇을 꺼내 시리얼을 부었다.

"루스터. 오늘은 좀 늦을 수도 있어. 하지만 퇴근하면서 너한테 필요한 물건을 몇개 사올거야. 넌 새라서 모르겠지만 내 주특기는 매니지먼트거든. 뭐 하나 맡아서 관리하기 시작하면 기깔나게 한단 소리지."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스터는 제이크가 말하는 동안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밥을 더 주고 갈게."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까지 마친 제이크는 현관 앞까지 발톱소리를 내며 따라나온 루스터를 조금 마음 아프게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매일 아침 현관 앞에서 발이 안 떨어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그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루스터, 그......."

그는 차마 다른 반려동물 주인들같이 '사랑해'니 뭐니 하는 낯간지러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와 루스터는 만난지 겨우 이틀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똥 아무데나 싸지 말고."

"..........."

조류도 표정이 있구나. 제이크는 몰랐던 생물학적 지식을 업데이트 하며 집을 나섰다.




제이크는 도심에서 한참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전원에 차를 세웠다. 공기 좋고 물 좋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은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탁 트인 파란 하늘 뿐이다.

아름다운 경치. 달리 말하면 고립된 곳.

잠시 맑은 공기를 폐속 가득 밀어넣은 제이크는 착잡한 얼굴로 양각에 금박이 칠해진 글씨의 간판을 읽었다.

'아나스타시아 재활원'

넓은 부지를 가로질러 하얀 목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를 보며 친절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용건을 물었다.

"면회 신청이요. 앤드류 네이먼을 만나러 왔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에서 소지품 검사 후 안내해드릴게요."

제이크가 직원이 내민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 차 키와 핸드폰을 넣자 경비원이 옷 위로 그의 팔다리와 상체 부분을 꼼꼼하게 더듬었다. 혹시 모를 약물류 반입을 막기 위해서이다.  

소지품 검사가 끝나자 호출된 다른 직원이 그를 면회실로 안내한 후 자리를 지정해주고 기다리라고 했다. vip 시설답게 면회실도 대강 비용을 절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와 가구에도 신경쓴 흔적이 보였다.

곧 담당 직원이 앤드류를 데리고 나왔다. 앤드류는 제이크를 발견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봤을때보다, 앤드류는 마르고 창백했다.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은 것처럼 내면적으로 매말라보였기에 제이크는 빈말로라도 좋아보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앤드류를 보며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기획사 사장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말이야."

"........"

"너 죽을뻔했다는 소식도 두번째로 들으니까,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 처음처럼 놀라진 않았어."

"계약 해지하실거예요?"

움푹 꺼진 눈으로 테이블 끝만 보고 있던 앤드류가 묻자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화나셨어요?"

"조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궁금해. 왜 그렇게 네 인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지. 죽으려고 작정한건지, 죽을 생각은 없었는데 실수한건지. 차라리 제발 실수였다고 해줘. 원래 꽂으려던 약의 양을 잘못 알아서 실수했다고. 너 이러는거 네 전 애인 때문에 그러는거야?"

앤드류의 시커먼 동공은 꼭 깊이가 보이지 않는 절망과 심연 같았다. 제이크는 답답함이 치밀어올랐다. 그는 앤드류를 예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예민하고 예술적 견해에 대해서 조금도 물러남이 없고 좇같이 고집스럽고 오직 드럼을 치고 있을 때만 웃는.

"내가 어떻게 해줄까? 말만해. 그 군인놈 납치해서 네 앞에 대령하면 정신 차릴래?"

"......저희가 사귈때, 딜런이 비상연락망에 제 연락처를 등록해뒀는데 헤어지고 나서 수정하는걸 잊었나봐요."

앤드류는 뼈마디가 도드라진 마른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창백한 손 사이로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대에서 작전중 실종이라고 전해주더라고요."




사랑의 상실과 사람의 상실이 근본적으로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를 약으로부터가 아닌 슬픔으로부터 격리한 시설에서 나오며 제이크는 어쩌면 앤드류가 영영 이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할 것 같아서 불안했다.

앤드류의 연인이 동종업계의 잘나가는 다른 아티스트나 명함이 그럴싸한 사람이 아니라 육군 병장이라는걸 알게 되었을 때 제이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앤드류는 상승가도를 달리는 유명인이고 따라서 그에게 애인행세를 하며 붙은 이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닐거라는 편견과, 연예인과 일반인의 연애가 얼마나 힘들고 불안정한지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비를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매달리는건 오히려 앤드류였고 그의 애인은 자신의 미천한 처지는 앤드류의 앞길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여 이별을 고하고 기약없는 파병을 떠났다.

아마 그 군인은 모르겠지만 앤드류는 상처를 입고 방황하다가 끝내 약물에 손을 대고 크게 몰락할뻔했다. 그나마 완전히 폐인이 되지 않은건 그를 보호하는 무슨 예술의 신의 가호일지도 모른다.

재활시설을 여러번 들락거리고 이제는 좀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들려온게 전사소식이라니.

쭉 뻗은 시골길이 어느새 도심지로 접어들었고 제이크는 앤드류에 대한 걱정을 억지로나마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몇가지 일을 처리하던 그는 시계를 보고 잡화점이 문을 닫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사야하지. 횃대같은거?'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루스터는 앵무새가 아니지. 

우선 반려동물 물품 전용매장에서 루스터 전용의 물그릇과 밥그릇, 조류가 먹는 모이와 넙적한 쿠션, 소형견용 케이지, 배변패드 같은 것들을 카트에 싣고 잠시 고민하다가 직원에게 혹시 조류도 목줄 같은 걸 차냐고 물어보았다.

멍청한 질문을 한 것 같아 순간 부끄러웠지만 예상밖으로 직원은 조류용 하네스가 있다고 답하며 그를 반려동물 목줄 코너로 데리고 갔다.

"정말로 조류가 하네스를 찬다고요?"

"그럼요. 대형 앵무새를 키우시는 분들은 산책도 나가시는데 그때 돌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거든요."

"호오........."

"혹시 무슨 조류를 키우시는데요?"

"닭이요."

"닭."

직원은 제이크의 외형과 반려 닭과의 어떤 연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 같았다. 제이크는 그 미심쩍은 시선을 닭이 찰 만한 크기의 하네스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두 손으로 루스터의 대략적인 크기를 묘사했다.

"한 이만하고.......닭이라서 그런지 가슴둘레가 좀 있는편인데........."

"그러면 이렇게 줄로 되어있는건 어떠세요? 길이 조절이 자유롭고 뒤에 있는 고리에 리드줄을 걸 수 있어요."

"그걸로 하죠. 고마워요."

좀 더 화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 하네스는 제이크의 기준을 그럭저럭 만족했다. 

양팔 가득 짐을 들고 귀가한 제이크는 들어가면서부터 루스터를 불렀다. 역시나 이층에서 활공해서 날아온 루스터는 발톱소리를 내며 제이크에게로 뛰어왔다.

루스터는 부담스럽지 않게 주인을 반겼다. 애정표현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목을 제이크의 다리에 가만히 기대는 것을 보고 제이크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양손에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는 루스터 전용 물건들을 집안 곳곳 적절한 곳에 배치했다. 그릇은 부엌 근처에, 쿠션은 침실에. 케이지는 거실 구석에. 

마지막으로 배변패드를 깔며 제이크는 루스터를 불러 짐짓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

"자, 루스터. 화장실은 여기야. 알겠지?"

루스터는 떨떠름하게 곡곡거렸지만 수긍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하네스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좀 해보자."

비록 루스터가 질색을 하며 뒷걸음질 치긴 했지만 제이크는 어찌어찌 루스터의 몸에 하네스를 채우는데 성공했다. 줄 길이를 조정하니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었다.

제이크는 자기도 모르게 실실 웃으며 하네스를 착용한 루스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쉬는 날 술이나 마시자는 연락인 줄 알고 받았더니 하비는 제법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닉이 어디있는지 알것 같아.

"안 그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내 집으로 올 수 있어?"

-한 20분 후에 도착해.

전화를 끊은 제이크는 루스터에게 말했다.

"예상보다 좀 빨리 널 소개시키게 된 것 같다."




제이크의 비서이기도 한 하비는 종종 그가 없을 때나 늦은 시간에 업무 자료를 그의 집에 놓고 갈 때가 있기에 복사한 열쇠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제이크를 부르자 부엌쪽에서 대꾸가 들렸다.

"잠깐만!"

하비는 외투를 옷걸이에 걸치고 들고 있던 서류봉투와 태블릿을 고쳐 쥐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제이크가 그를 맞이하러 나왔는데, 하비는 처음에는 그가 화려한 색의 옷을 뭉쳐서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수탉이었다. 

".......뭐야?"

진심으로 당황한 하비가 묻자 제이크는 둘을 소개시켰다.

"하비, 이쪽은 루스터야. 루스터, 하비한테 인사해."

"곡곡."

제이크가 들고있던 닭이 붙임성 있게 꼬꼬거렸다.

"왠 닭이야?"

"센트럴 파크에서 주웠어. 내가 키우려고."

하비는 일순 속에서 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침착하게 서류와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잠시 고개를 들고 속으로 삼킨 그는 오랜 친우의 어깨를 두 손으로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제이크. 닉과 앤드류 일로 힘든 건 알겠지만.....마음을 다잡고 하나씩 해결해보자.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일 아무것도 아니야. 2016년에 스테이시 잭스가 친 사고도 잘 넘겼잖아. 그때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2016년......회사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지."

갑자기 그때가 생각난 듯 제이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때의 지옥같은 기억에서 벗어난 제이크가 밝은 얼굴로 물었다.

"어쨌든, 아직 저녁 안 먹었으면 간단하게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파스타 괜찮아?"

"그래."

제이크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동안 하비는 착잡한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았다. 제이크에게 보여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져서 보니 루스터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비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모더니즘적인 주택 안에서 수탉을 마주친 감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루스터는 제법 근사하게 생긴 수탉이긴 했다. 건강한 붉은빛의 벼슬이 우뚝 솟아있었고 곧은 목에 단단한 몸통과 길고 튼튼해 보이는 다리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꼬리깃털. 거기다 생전 처음보는 깃털 색으로 알록달록 화려하기까지 했다.

다만 자기 친구가 대뜸 수탉을 키우겠다고 데려온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루스터?"

직관적인 이름의 닭은 하비가 부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자기를 부르는걸 아는 것처럼. 

"센트럴 파크에서 살았다고?"

"곡곡."

"센트럴 파크에는 다양한 야생 동물이 있지만 그 중에 닭은 없어."

"곡곡곡."

"......제길, 왜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대꾸를 하는데?"

하비는 심각하게 루스터를 마주보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키우던 닭과는 다른 기묘한 느낌이 있었다. 루스터의 호박색 눈동자에서는 어떤 지성마저 느껴졌다.

"제이크! 얘 사람 말 알아들어?"

"하비.....참나. 루스터는 닭이야.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본 닭 중에서는 제일 똑똑한 것 같아."

"너 평생 살면서 닭이라고는 부위별로 나눠진 것 밖에 못봤잖아."

"빡빡!"

루스터가 날카롭게 울자 제이크는 경악한 얼굴로 부엌에서 튀어나와 하비를 나무랐다.

"넌 무슨 그런 얘기를 애 듣는데서 해? 루스터, 신경쓰지마."

방금전까진 닭이라고 해놓고. 제이크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간 후 하비는 턱을 괴곤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제일 친한 친구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았다.



"닉 리버스 이 자식 도망을 화려하게 쳤네."

"지금 숨어있다고 추측되는 섬은 개인섬이라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어."

"그렇겠지. 그걸 노리고 간거야. 자기 소유 섬도 아니면 대체 누구 섬이지?"

"몽고메리 카잔스키라는 사람이야."

제이크는 그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그...이 친구 이름이 뭐지. 조제..조제즈...."
 

"스테판 조르제비치."

"그래, 스테판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난거야?"

"고아야. 그가 없어졌다고 해서 누구 하나 신고할 사람은 없단 뜻이지. 알다시피 공대에서 스포츠 장학생이고. 닉이 그 학교 풋볼 경기 보러갔다가 만나게 됐나봐."

제이크는 스테판의 사진을 보았다. 

"........우선 카잔스키라는 사람한테 연락을 취해봐야겠어. 자기 섬에 닉 리버스가 숨어있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별다른 수가 없잖아."

마른 세수를 한 제이크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 앤드류를 만나고 왔어."

".........."

"앤드류 전 애인 기억나? 군인이라는......"

"예전에 조사해두라고 했었잖아."

하비는 태블릿을 몇번 두드리고 제이크에게 내밀었다. 제이크는 말만하면 척 알아서 꺼내오는 하비의 능력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딜런 첫스키. 육군 병장이고....."

"그거 외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야. 딱히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이크는 태블릿을 하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오늘 앤드류가 그러는데 첫스키 병장이 작전 중에 실종됐다고 하더군. 헤어진 후에 비상연락망을 갱신하는걸 잊어서 그 소식이 그대로 앤드류에게 간 모양이야."

"저런....."

"하비, 네 남편 미키가 군인이잖아. 연줄 통해서 혹시 알아봐줄수 있을까."

"제이크. 작전 중 실종이란건, 병사가 대충 어디서 죽은거 같은데 시체를 못찾았을 때 쓰는 말이야."

"어디서 죽었는지 찾아내란 소리가 아니야. 그냥 혹시 모르니까 알아낼 수 있는 것만 알아봐줘."

"시도는 해보겠는데 너무 기대는 하지마."

"고마워."

전달사항을 정리한 후 건넨 하비는 짐을 챙겨서 일어났고 제이크는 그를 현관까지 배웅하러 갔다가 마침 생각난듯 물었다.

"아, 하비.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있어."

"뭔데?"

약간의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제이크가 물었다.

"혹시 최근에 내 집 들어와서 청소해준 적 있어?"

"미쳤냐. 내 집 청소하기도 바빠."

"그.......렇지? 아무튼 잘 가."

오늘의 제이크는 이상하다. 하비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제이크와, 그의 발치에 서있는 루스터를 번갈아 보며 그의 집을 떠났다.

하비가 돌아간 후 제이크는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하비도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이야."

대체 뭐 때문에? 제이크의 집에는 제법 값나가는 장식품도 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고 오직 청소만 하고 나갔다는 것에서 오히려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차라리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도둑같이 청소하고 나간 집에서 이제없던 편안함 마저 느껴졌다는건 아직도 이상했다. 도둑이 든게 아닌가 의심되는 와중에도 고향에 온 것 같던 그 편안함은 아직도 떠오른다.

"루스터, 너는 아니지?"

"........곡곡."

"내가 좀 미쳐가는 것 같아."

제이크는 루스터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뭐, 모르는 닭을 키우겠다고 덥썩 들고 온 시점부터 이미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제이크는 도둑 가사도우미를 찾고 싶었다. 제대로 된 계약을 하고 주기적으로 돈을 주어서 고용하고 싶다는 마음도 일정부분 있었다. 

제이크는 내심 얼굴없는 가사도우미가 다시 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행맨루스터 파월텔러 약첫스키앤드류

2023.10.21 14:20
ㅇㅇ
모바일
대충 어나더 내놓으라는 말
[Code: 30fc]
2023.10.21 19:15
ㅇㅇ
모바일
"루스터, 너는 아니지?"

"........곡곡."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루스터 눈치보는 거 ㄱㅇㄱ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385]
2023.10.21 22:15
ㅇㅇ
모바일
센세 너무 귀여워 ㅜㅜ
[Code: 3b24]
2023.10.25 00:24
ㅇㅇ
모바일
존나....존나 대작을 뵙습니다 ㅜㅜㅜㅜㅜ숨도못쉬고 읽어내려옴 ㅠㅠㅠㅠㅠ 하 개존잼이에요
[Code: 5278]
2023.10.26 1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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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귀엽네요 ㄲㅋ
[Code: 71fc]
2023.11.08 16: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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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다시봐도 이 첫만남이너무 어이없고 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센세 너무 재밌어어어ㅠㅠㅠㅠ
[Code: 3c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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