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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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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내가 왜 이곳에서 눈을 뜬걸까? 옷도 전부 처음보는 것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그 때 방으로 들어오는 지금 이 순간 제일 보기 싫었던 남자.

-일어났네?

-...어떻게 된건가요?

-아, 기억이 없구나.

-...무슨일 있었나요?

-아니, 별일은 없었고, 뭐 대화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내 옷에 토한게 다야. 길거리에 버릴 수는 없으니까 우리집으로 데려온거고. 너 술 약하더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뼈가 느껴졌다. 히죽대면서 말하는 모습에 주먹을 날려 기절시키고 도망갈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차라리 길거리에서 얼어뒤지든지,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는게 나을 뻔 했다. 하지만 일단 눈 앞에 있는 것은 좋든 싫든 직속 상사다. 

-...죄송합니다.

-뭐 살다보면 술마시고 취해서 인사불성이 될 수도 있지, 남의 옷에 토해본 사람이 한 두명은 아닐거야. 집도 모를 수 있고, 니네 집에는 절대로 안간다고 길에서 떠나가라 소리칠 수도 있는거지.

-...

-아 맞다, 나는 우리집 거실 소파에서 잤어. 걱정하지마, 뭐 어딜 건드리거나 덮치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신기한게 옷은 너 혼자 잘 갈아입더라. 그게 술 버릇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해봤나봐?

-...

-아무튼 나 먼저 출근한다, 너도 정신차리고 출근해.

아무래도 약점이 잡힌 것 같다. 그가 출근한 후 나도 도망치듯이 집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다시 출근하는 길에 사표를 쓸지 말지를 5만번 정도 고민했다.



-유세이, 어제 무슨일있었어?

-묻지 마세요...

-아니 하기와라 선배 엄청 신나보이길래, 술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기라도 했나 싶어서. 그리고 알게 모르게 니가 많이 싫어했잖아. 둘이 화해라도 한거야?

-...선배님, 저 퇴사하려구요.

-엥? 갑자기 왜?

'인생이 좆된 것 같습니다.' 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옆에서 떠들던 선배는 내 표정을 보더니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래도 하기와라 선배, 어리지만 그렇게 나쁜사람은 아니지 않냐? 능력도 좋고 사람도 좋으니까 저기까지 간거야... 표정보니까 뭐 잘못한 것 같은데 그냥 싹싹 빌어.

-...차라리 싹싹 빌어서 되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저도 하고싶어요.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아시다시피 오늘부터 중요한 현장이 있으니까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가셔야합니다.

마침 오늘부터는 지역에서 골머리를 앓던 조직배들을 잡기위해 2인1조씩 잠복근무를 해야했다. 그리고 팀원표를 보는 순간, 어제 왜 나를 술자리로 불러냈는지 알게 되었다. 그와 나는 한팀, 진짜 망한 것 같다.

-유세이씨 나랑 한팀이네, 우리 잘해봅시다.



지역의 조직배들은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는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쓰는 형사 한명과, 체력이 좋은 형사 한명. 나름 체계적인 구성으로 팀을 이루었다. 선배와 나는 그 이후로 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가끔 주고받았다. 차에 앉아 꼬박 2박3일을 잠복근무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보고 싶었던 조직배들이 한 두명씩 건물에서 나온다. 저 새끼들을 꼭 내 손으로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른 팀원들 오면 그 때 다 같이 나가는 거야.

-...

-팀끼리 같이 움직여야 덜 위험ㅎ..

-이 새끼들 다 뒤졌어.

사실 그의 말은 저들이 나타난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잡고 싶다는 승부욕만이 머릿속에 가득찼다. 차 밖으로 나가며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잡았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총을 겨누려는 순간,

-시발, 너 따라와.

내 귓속으로 욕을 내뱉은 그의 손에 이끌려 어떤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어깨를 밀치며 말한다.

-야! 의욕이 앞선다고 되던 일도 그르치냐? 정신 안차려? 이게 영환줄 아는가본데 17대1 그런게 되겠냐고?

-...

-너 방금 쟤네한테 잡혔으면 그냥 죽음이야. 아니다, 나도 같이 죽을뻔했어.

-...

-이래서 체육계 애들이 싫다니까. 돌대가리들이 무조건 몸만 쓰면 다인줄 알아. 그게 가능하면 우리가 깡패를 쓰지, 니네를 쓰겠냐?

-...

-머리가 안 좋은 애들이랑 다니면 다같이 개죽음 당하기 딱 좋다니까. 현장이 지들이 하던 운동경기 같은 건줄 알아요.

-...제가 잘못한건 맞는데요, 선배님은 저희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얘기하십니까? 

운동을 할 때 가지고 있던 버릇이 나온 것이다. 머리를 쓰지 않고 몸부터 나간다. 그래서 그의 말은 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한마디가 콱콱 박히는 기분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뿐이지, 나의 아킬레스건인 체육계 이야기까지하니 욱했다. 누구는 진짜 좋아서 경찰하는건 줄 아나. 선배는 무슨 이야기를 더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듣지 않고 아무도 없는 서로 돌아갔다.





-싸가지 없는 새끼

-...

-재수없는 새끼, 직급만 높으면다인가? 내가 너보다 2살이나 많다 어린놈의 새꺄-!

분이 풀리지 않아 허공에 대고 쌍욕을 날리며 소리쳤다.

-유세이.

-으악! ..언제 오셨어요?

망한 것 같다. 내 말을 어디서부터 들은거지?

-아까는 미안, 내말이 심했어.

-...아닙니다. 다 맞는 말인걸요. 제가 너무 의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야. 나쁘게 말하면 생각없이 필터링 안거치고 말하는거고. 그래서 오해를 많이 받아.

지금 하기와라 선배의 푸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오해니까 위로라도 받고싶다는건가?

-...그리고 열등감도 있어. 내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체력 과목들은 성적이 비교적 낮거든. 그래서 그래, 남들보다 못하는게 있다는게 싫어서.

-...

-알게모르게 니가 눈엣가시였어, 미안. 일에 감정 끌고 오지말라고 한건 나인데, 내가 먼저 끌고왔네.

그가 지금 하는 본인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점. 술자리에서도 느꼈지만, 놀랄만큼 선배는 엄청 솔직하다. 조금은 그에 대한 앙금이 풀렸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너를 좋아해보도록 노력할게.

-...예?

-그리고 나는 2살이나 어린놈의 새끼니까 밖에서는 형이라고 불러도 돼?

잘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으로 이야기가 샌 기분이다. 무슨 결론이 이래? 아니, 아까 내가 한 혼잣말을 듣고 비꼬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내말은 나도 형을 좋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ㅁ..

-아니, 잠시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 반말했다.

-결론이 왜 그런거냐고? 그리고 형이라고 부르지마, 소름돋으니까!

-형아, 우리 더 잘 지내봅시다.

그는 나에게 손을 건내며 악수를 청해온다. 나는 받아 줄 생각이 없어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내 손을 가지고 가 손을 흔들어보인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웃는다. 저 웃음은 나를 싫어한다며 위압적으로 웃던 그 웃음이었다. 진심이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진짜 좆된 점은 내눈에 뭐가 씌인 것처럼 3초 정도 눈 앞에 있는 하기와라 리쿠가 귀여워보였다는 것이다.


#맇쿠유세이
2024.01.11 2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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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내센세 오셨다!!!!!!!!
[Code: 87a9]
2024.01.11 22:19
ㅇㅇ
모바일
미친 너무 재밌어 센세,,, 하기와라 센빠이 도대체 꿍꿍이가 뭘까ㅜㅋㅋㅋㅋ 유세이 경계하면서도 귀여워보였다는 감정 든거 보니까 감긴거같은데???ㅋㅋㅋㅋㅋㅋ
[Code: 87a9]
2024.01.11 22:50
ㅇㅇ
모바일
센세 억나더 가져오ㅓ야해..
[Code: 2ecf]
2024.01.12 08: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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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형아!!!!!!! 아 근데 뭔가 방심할수 없어 ㅋㅋㅋㅋㅋㅋ 센세 어나더!!
[Code: 1ae7]
2024.02.02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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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언제와..
[Code: f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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