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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4:19

#밥이행맨목소리에반응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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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좀 어때?”

 

 

프리츠가 휴게실에 들어오며 소리치듯 물었다. 뒤따라오던 페이백과 팬보이는 프리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무슨 일 있어?”

 

“밥, 어디 안 좋아?”

 

 

가까이 본 밥의 상태는 땀에 죄 젖어 생각보다 심각한 듯 보였다. 프리츠는 소파 끝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랬어? 억제…”

 

 

곧장 뒷말을 삼켰다. 오메가가 히트를 겪고 있다는 걸 굳이 밝히는 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베타인 페이백과 팬보이는 밥이 어제부터 이상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으니, 프리츠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넘겼다.

 

 

“이 더운 날에 감기야, 뭐야. 약은 먹은 거야?”

 

“으응. 멀쩡해. 좀 잤더니 괜찮아.”

 

 

말 그대로 자고나니 멀쩡해졌다. 몸을 일으켜 앉은 뒤에 주변을 둘러본 밥은 어리둥절했다.


 

행맨은? 옆에 있지 않았나? 좀전까지 있었는데, 아닌가? 꿈이었나? 아직도 손에 감촉이 남아있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행맨의 체온. 이게 꿈일리가…. 곧 괜찮아질거라던 행맨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아, 행맨이 그런 투로 말할 리가 없지. 역시 꿈인가봐. 근데 왜 그런 꿈을 꿔? 


 

꿈이라 치부하면서도 밥은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뭐 찾아?”

 

“다른 사람들은?”

 

“곧 올거야. 그나저나 밥, 땀이 너무 났는데.”

 

 

프리츠가 밥의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미지근한 온도에 놀라 밥은 고개를 뒤로 물렸다. 

 

 

“미안, 나 진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프리츠.”

 

 

또.

프리츠는 표정을 굳혔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정중한 거절에 심기가 비틀어지는 것 같았다. 짧게 혀를 찬 뒤에 프리츠는 자리를 떠났다. 

 

다만 밥은 프리츠가 어떻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쿵, 쿵, 뛰고 있었다. 손끝에 남은 감각이 자꾸만 간지러웠다.

 

 








 

...

 








 

 

 

오후의 브리핑 타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매버릭 때문이었다. 그가 단 1분 15초만에 성공한 시범 비행은 모두를 미친듯한 흥분으로 몰았다. 그 침착한 밥조차 이성을 넘어선 감동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오전에의 불안감은 단번에 날아갔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넘실거렸다.

 

 

“저게 가능해?”

 

 

믿을 수 없단 말을 뱉으면서도 다들 탄성과 웃음소릴 조금씩 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분명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자살 미션이라고 불리던 게 이젠 ‘자살’이 아닌 그저 또 하나의 성공 가능한 미션이 됐으니까 말이다. 한편으론 벅차고 다른 한편으론 후련한 마음이 솟은 건 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어쩌면 고장난 것처럼 빠르고 컸던 심장박동은 죽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이 좀 답답했던 모양이라고, 밥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피닉스와 눈이 마주쳤을 땐 더 크게 웃어버렸다. 피닉스도 실없는 웃음과 함께 밥의 등을 토닥였다.

 

밥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닉스 너머를 슬쩍 건너다보았다. 이제 남은 건 매버릭의 윙맨이었다. 복좌기야 훈련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 페이백과 팬보이, 그리고 피닉스와 자신임을 예상했다. 하지만, 남은 단좌기 한 자리는? 매버릭의 윙맨은 누가 될까, 밥은 궁금증이 일었다.

 

이제껏 루스터와 행맨의 기싸움은 — 실은 행맨의 일방적인 시비는 — 모두 그 때문이였을 테니까. 건너다 본 곳엔 입꼬릴 올린 그대로 차갑게 굳은 표정이 있었다. 하긴, 그럴 거다. 같은 단좌기 파일럿으로서 그도 제 프라이드를 넘어 가슴 한 구석에 약간의 경외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거였다.

 

애써 참으려하지만 매끄러운 얼굴 옆 선에 코가 찡긋거리는 게 뻔히 보였다. 그가 마침내 ‘젠장’ 하고 중얼거렸을 때, 밥은 푸스스 웃고 말았다.








 

 

 

...

 

 









 

최후의 만찬과도 같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관사로 돌아왔을 때 밥은 이마를 따라 턱까지 흘러내린 땀을 닦아냈다. 여전히 차가운 손을 쥐었다 폈다. 기력은 없었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가슴 한켠이 벌컥거리는 게 몸이라도 좀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짧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밥은 노란색 반팔 셔츠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로 갈아입은 뒤 테이블로 다가가 억제제 두 알을 꺼냈다. 그리고 문득 시계를 바라봤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저녁. 행맨이 온다고 했던 시간은 언제일까, 생각하며 약을 삼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사를 나와 해안 도로를 따라 걸었다. 바닥에선 아직 가시지 않은 한낮의 열기가 올라오고 있지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물기가 남아 늘어진 머리카락이 금새 말라 이마를 건드릴 즈음 느릿했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시간이 지났을까. 해안 도로 끝자락에 이어진 모래사장으로 진입했을 때 밥은 달리기를 멈췄다. 여기선 하드덱이 멀지 않다. 조금 더 가서 뭐라도 한 잔 마실지, 거기에 아직 동료들이 있을지 자잘한 생각을 하며 밥은 계속해서 걸었다.




 

걸음마다 푹푹 패이는 모래밭. 어렴풋 기억이 떠올랐다. 고작 이 주 전, 하드덱 바깥 모래 사장에서 무릎이 꺾일 만큼 거대한 향에 압도되었던 일. 그때 들었던 아니, 맡았던 행맨의 목소리. 그게 떠올랐다. 절 받쳐 안던 그의 몸과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안을 온통 적셨던 그의 향이 생각났다.

 

여태껏 가졌던 의문들이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오른다. 묻어두려 했는데, 이 미션이 끝나기만 하면 다신 안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 번 떠오른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였던 거다.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도, 자꾸만 환각이 보이는 것도, 내 게 아닌 그의 것만 같은 생각과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진 것도. 그리고 또, 십 년만에 찾아온 사이클도 전부 다.

 

 

행맨, 너와 나 사이에 차단제가 필요할 정도가 된 게, 대체 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그걸 묻고 싶었다. 어쩐지 그 답을 행맨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도통 입을 열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입을 열면 괴로워지는 건 이쪽이 아니었던가. 

 

가벼웠던 머리속이 이래저래 다시 복잡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그걸 단 한 번에 비운 건 멀리 보이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익숙한 인영이 바다를 향해 앉아있었다. 더 가까이 가자 역시 익숙한 금발과 등이 보였다.

 

 

“행맨…?” 

 

 

답지 않게 편안해보이는 옷차림과 흐트러진 머리까지도. 행맨도 저와 마찬가지로 저녁 산책을 나온 듯 했다. 밥은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간 밥은 행맨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때까지도 생각에 잠겼던지 갑자기 나타난 밥에 행맨은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베이비?”

 

“난 네 베이비 아냐. 그렇게 부르지 마.”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는 밥을 가만 보던 행맨은 곧장 침착함을 되찾고는 슬 웃으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글쎄,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나. 빅 올 볼스(Big Ol’ Balls)?”

 

 

밥은 기가 차 행맨을 노려봤다. 그럼에도 행맨은 실실 웃으며 주둥일 놀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 나이에 대위씩이나 되는데, 아주 대물을 갖고 있나 보지? 보기랑 다르게 제법이야.”

 

“넌 진짜,”

 

“많이 배우겠습니다, sir.”

 

 

하며 절 향해 경례하는 행맨을 찡그리며 바라보다 밥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행맨도 마찬가지로 시원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고갤 젓다 다시 바라본 행맨의 옆 얼굴은 밥이 보기에 어딘가 그늘이 진 것만 같았다. 무엇때문에 그런 건지, 혼자 이곳에 나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밥은 궁금했다.

 

실은 약간 애가 탔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가 뭘 느끼고 있는질 자연스레 알았기 때문이다. 차단제 때문에 그 연결이 끊기는 거란 걸 밥은 오늘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손 한 뼘 정도 되는 둘 사이의 거리에 벽이 단단히 세워져 있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그게 당연한 걸테도 밥은 이상하게 조급했다. 그와 처음으로 나눠보는 평범하고 얕은 대화도 싫었다. 

 

밥은 알고 싶었다. 행맨을, 깊게.


 

 

 

“행맨, 넌 괜찮아?”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내일 미션이 있으니까?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이런 미션이야 군인이면 닥치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그게 안 괜찮을 이유가 될까?”

 

“걱정이 안 돼, 너는?”

 

“걱정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으려나?”

 

 

밥은 한숨을 쉬었다. 질문에 질문을 하며 똑바른 답을 말해주지 않는 그가 답답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고 말한지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더 파고들 순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만 물을게. 제대로 답해줄래?”

 

 

행맨은 말하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밥은 침을 꼴딱 삼키고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해 먼 바다를 바라봤다.

 

 

“아까 낮에 내가 꿈을 꾼 게 아니라면, 내 옆에 있었던 게… 행맨, 너야?”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머릴 쓰다듬어 준 사람이 너야? 밥은 거의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을 마치고 다시 행맨을 쳐다봤다. 행맨은 밥을 보고 있지 않았다. 밥이 그랬듯 바다 쪽 멀리를 보고 있었다. 

 

 

 



 

답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답 대신 침묵을 택한 행맨은 어느샌가 일어나 바다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를 불러세우기도 전에 이내 밥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아주 이상하고 불안한 짓을 했다. 그 첫번째는 씩 웃는 거였다. 그리곤 느닷없이 상의를 벗어젖히고 만다. 티셔츠를 한쪽으로 집어 던지고선 뒷걸음질을 하며 밥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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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수영할 줄 알지?”

 

 

밥은 엉거주춤 일어났다. 어어, 말릴 새도 없이 행맨이 바다로 들어간다. 자잘한 파도가 금세 행맨을 가려버렸다. 당황한 밥이 몇 번이나 행맨을 불러보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알파에다 해군인 그가 고작 이런 잔잔한 바다에 삼켜지진 않을테지만 밥은 점점 무서워졌다.

 

 

“해, 행맨!”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상체가 불쑥 솟았다. 허리께에 찰랑이는 물결과 젖은 머릴 넘기며 어깰 으쓱해 보이는 행맨을 보고 밥은 허탈한 한숨을 내뱉었다. 

 

 

“대물답게 배짱 좀 키우지?”

 

 

행맨의 시비인듯 아닌듯한 권유에 밥은 고갤 절레 저었다. 마지못해 바다 쪽으로 다가가던 밥은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이내 노란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삼아 물에 젖어 반짝이는 몸을 드러낸 행맨에게 밥은 온통 시선을 빼앗겼다. 붉게 물든 물살을 가르며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수평선 너머 태양이 둥근 끝만을 남겨놓다 완전히 사라질 즈음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인적이 남은 모래사장엔 티셔츠 두 장이 겹쳐 놓여있었다.

 

 







 

 

 

 

 

 

 

오… 이 미친 개연성

타임라인도 돌았조?ㅋㅋㅋ

엉망진창인 ㅁㅅ 봐줘서 고맙다

 

행맨밥

2023.08.01 09:18
ㅇㅇ
모바일
ㅁㅊ 내 센세 오셨다… 오늘 생일인가…ㅜㅜㅜㅜㅜㅜㅜ
[Code: cb01]
2023.08.01 09:45
ㅇㅇ
크아아아 둘이 장난스럽게 대화하는 거 왜 이렇게 좋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팽팽하고 날섰던 분위기가 누그러진 느낌이라서 더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df9]
2023.08.01 09:47
ㅇㅇ
제이크 유죄 세러신.... 하나만 하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095]
2023.08.01 09:48
ㅇㅇ
센세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Code: c095]
2023.08.01 10:14
ㅇㅇ
모바일
이렇게 간질간질한데 대체 왜ㅠㅠㅠㅠㅠㅠ
[Code: 5252]
2023.08.11 01:02
ㅇㅇ
모바일
둘이 이렇게 서로 끌리는데ㅠㅠㅠㅠㅠ 왜 약까지 써가며 막아야 했던 걸까ㅠㅠㅠㅠㅠ
[Code: 6bd8]
2023.08.16 09:40
ㅇㅇ
너무 좋은데 분위기 미쳤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끌리면서도 팽팽한 긴장으로 곤두서있던게 처음으로 풀리는 느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46a]
2023.09.30 02:02
ㅇㅇ
모바일
둘이얼른연애해.....!
[Code: e35b]
2024.02.24 06:47
ㅇㅇ
모바일
센세 ㅠㅠㅠㅠㅠㅠ 기다리고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행맨은 알면서도 참고 억누르고 밥은 잘 모르지만 알면 안될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본능은 서로를 갈구하는거 너무 재밌어 ㅜㅜㅜㅜㅜㅜㅜ 올 때 까지 기다릴거야 ㅜㅜㅜㅜ
[Code: 6b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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