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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8 00:48

#밥이행맨목소리에반응하는거






낮엔 직접 저를 향하는 목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았건만.

잘 들리지도 않는 한밤의 방문객을 부르는 행맨의 짧은 말에 순간 향이 느껴져 소릴 낼 뻔한 것을 밥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일단 코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몇 걸음 비틀비틀 물러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뭐지. 행맨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메이저를 향한 미소를 거두고 고갤 틀어 어딘가를 바라보는 행맨의 얼굴엔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컴컴한 구석. 아니면 벽 너머? 정확히 짚을 순 없지만 미묘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행맨의 피부에 와 닿아 코나 심장, 몸 구석구석을 은은하게 건드는 것도 같았다. 눈빛이 사납게 달라진 행맨의 표정에 덩달아 의문을 느낀 메이저도 그 시선을 따라 가보지만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제이크?”

 

 

행맨은 거칠어지던 숨을 참았다. 눈을 꾸욱 감았다 뜨곤 다시 메이저를 향해 아무렇지 않은 웃음을 띄웠다.

 

 

“와줘서 고마워요.”

 

 

메이저는 제이크의 안색을 살폈다. 어제 통화할 때부터 목소리 상태가 그리 좋게 들리지 않아 메이저는 이곳으로 오는 내내 걱정했다. 그토록 활기 넘치던 사람인데…. 메이저는 행맨의 뺨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쓸며 말했다.

 

 

“제이크, 괜찮아요? 안 좋아 보여요. 뺨도 너무 뜨겁고.”

 

“쪼끔, 힘들긴 한데.”

 

 

행맨이 메이저의 손에 얼굴을 더욱 기대면서 투정부리는 투로 말하자, 메이저는 황급히 손에 든 가방을 들이밀었다.

 

 

“이거, 이거 빨리.”

 

 

행맨은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고서 가방을 받아 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메이저를 달랬다.

 

 

“괜찮아요.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하여간 순수하다니까. 투명할 정도로 속이 보이는 사람이기에 메이저에겐 걱정을 담뿍 받아도 행맨은 전혀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모든 일과 말엔 의도같은 건 없으니까. 태어날 때부터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에게 둘러쌓여 살던 행맨에겐 메이저라는 사람이 작은 숨통과도 같았다. 작고도, 소중한.

 

 

“잠깐 들어왔다 갈래요? 아니면 아예 자고 가도 되구요. 난 카우치에서 자면 되니까,”

 

“아, 아니요. 이것만 주고 얼른 오래서….”

 

 

손사래를 치며 뱉는 메이저의 말에 행맨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쯧, 혀를 찬 뒤 행맨이 말했다.

 

 

“그나저나 용케 형이 외출을 허락했네요. 메이저가 직접 올 줄은 또 몰랐는데.”

 

“어… 음…”

 

 

하며 메이저는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려 주차된 차를 향하자 행맨도 따라서 고갤 들었다. 짙게 썬팅된 탓에 차창으론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혹은 누가 있는지…. 가만 바라보던 행맨은 곧 깨달았다. 그럼 그렇지. 저 시꺼먼 차 안에 ‘누가’ 있는진 뻔했다. 속이 시꺼먼 그 놈이겠지.

 

 

“미친 새끼.”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저 사람이 절 너무 아껴서 그래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메이저가 변명하자 행맨은 고갤 절레 저었다.

 

 

“그건 아끼는 게 아니에요.”

 

 

집착이고 폭력이지, 하는 말은 굳이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새빨갛게 달아오른 메이저의 귀를 흘끗하며 속으로 엄청난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행맨은 충동적으로 그 귀에 바싹 입을 대고 아주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쳐요. 뭣하면 내가 도울 테니까.”

 

 

그럼 행맨의 귀에 작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저는 도망같은, 그런 마음은 없는 걸요.”

 

 

행맨이 고갤 들어 바라봤을 때 메이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에 콕 박힌 푸른 눈동자는 무척이나 순하고 맑기만 했다. 정말로, 행맨이 꺼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의문만이 가득했다. 예전 그때처럼.

 

 

 

 

 

정확히 언제였더라. 결혼식 당일이었나. 쫓기듯이 빠르게 진행됐던 메이저와 형의 결혼은 행맨이 적극적으로 돕긴 했으나 분명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괴물 같은 형 새끼에게 이렇게 해맑은 사람을 붙여주기란, 없는 거나 마찬가지던 미미한 제 양심이 쿡쿡 찔렸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론 욕심도 조금 섞였던 것 같다. 새하얀 수트에 얇은 천 자락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하얗고 푸른 꽃송이들 속에 폭 앉아있던 꽃 같은 메이저에게 방금처럼 충동적으로 비슷한 말을 지껄였던 걸 보면.

 

하지만 그때도 메이저는 지금같은 표정으로 비슷한 대답을 했다. 행복하다고,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되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형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메이저의 태도에 약간 허탈했던 것도 같다.

 

행맨은 한결같이 울망진 눈에 꽃잎이 물든 것 마냥 분홍색으로 달아오른 메이저의 뺨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아주 많이.

 

 

그리고 행맨은 다시 한 번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냥, 앞으로 언제든 그런 마음이 생기거든 나한테 말해요.”

 

 

음…음…. 메이저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제이크, 어쨌든 오늘은 이거 꼭 맞고 푸욱 쉬어요.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 거 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엿같은 걸 맞아서 그래요. 군 보급품이 다 그렇죠 뭐.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행맨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보란듯이 팔을 크게 쭈욱 펴고 메이저를 한 품에 꽉 끌어안았다. 시꺼먼 차창을 흘끔 바라본 뒤 메이저의 볼에 입을 맞췄다. 가볍게 얹긴 했으나 굿바이 인사치고는 아주 긴 시간동안 머물다 행맨은 메이저의 어깨 위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곤 목덜미에서 은은하게 나는 향을 흠씬 맡았다.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킁킁 거리는 고갯짓을 하며.

 

 

“여전히 좋은 향이 나네요. 이런 향수 어디서 안 파나?”

 

 

다른 누구의 것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향이 아닌,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이었다. 펄펄 끓어넘치던 속의 열기가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제이크….”

 

 

메이저의 귀가 불 타오르듯 새빨갛게 물들 즈음 차의 뒷좌석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은 정장을 딱 맞게 빼입은 누군가가 성큼 발을 내밀었고, 그 순간 행맨의 입꼬리가 사정없이 비틀려 올라갔다.
 

 

“적당히 하지, 제이크 세러신.”

 

 

냉담한 어투만큼이나 싸늘하게 굳은 얼굴을 보고 행맨은 익숙하게 입매를 굳혔다. 웃고 싶은데 참는 듯한, 그래서 더 사람 속을 긁는 표정은 매번 그 효과가 탁월했다. 그건 루스터나 피닉스에게도 적중했으나, 행맨은 그게 제일 잘 통하는 상대가 누군지를 알고 있었다. 저 놈. 행맨은 시선을 고정한 채로 천천히 포옹을 풀었다. 메이저는 행맨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 주고는 처음과 같이 나긋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제 알파 앞에 섰다.

 

 

“마크. 이제 가요, 응?”

 

 

메이저의 애교 어린 말에 제이크를 향해 얼어붙었던 표정이 금세 녹아들고 만다. 마크는 메이저의 손을 가벼이 잡고 문을 열었다. 세상 여리고 나약한 것이 자칫 깨질까 조심하는 손길로 메이저를 차에 들여보낸 후 마크는 행맨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 얼굴엔 녹아든 흔적이라곤 남아있지 않았다. 

 

 

“이 따위…”

 

 

화를 참느라 말을 멈춘 마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한층 담담하게 말했다.

 

 

“고작 이런 일로 바쁜 사람 오라가라 하지 마라, 다시는.”

 

“내가 오라 했나? 친절하고 어여쁘신 우리 소령님께서 아끼는 부하가 걱정된다며 직접 행차하신 건데. 그 뜻을 따라야지, 안 그래?”

 

“그래서 상관 대접은 하고?”

 

“아하, 이보다 더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아… 집에 들여서 고운 발이라도 닦아드릴 걸 그랬나보네.”

 

 

살기에 가까운 냉혹한 눈빛이 행맨을 향했음에도 행맨은 더 과장된 여유를 부리며 등을 기대어 팔짱을 꼈다.

 

 

“근데 어떡해. 그 윗대가리 놈이 지독하게 굴까 무서우셔서 집엔 안 들어오시겠다는데.”

 

“선, 넘지 마. 두 번은 말 안 해.”

 

 

코웃음을 치는 행맨을 향해 마크는 덧붙여 말했다.

 

 

“너도 지키고 싶은 게 생겼을 테니 무슨 뜻인진 알겠지.”

 

 

그러자 순식간에 제 친형과 다를 바 없는 눈빛을 서늘하게 띄운 행맨이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마크를 사납게 노려봤다. 입가의 미소는 지우지 않은 채였으나 기실 둘 사이에 웃음이란 건 단 한 번도 진실한 적이 없었으니, 마크는 작은 비웃음만을 남겨두고 차를 빙 돌아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마크는 손잡이에 손을 올려두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말했다.

 

 

“당분간은 그럴 거다.”

 

“잘 알지. 내가 그 지옥같은 광경을 다 지켜봤는데.”

 

“적당히 버티다 데려 와.”

 

 

행맨은 크게 헛웃음을 쳤다. 하도 어이가 없어 순식간에 머리로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나. 대체 내가 지금 뭘 참고 있는데, 누구보다 가장 잘 알 놈이 넌데. 생기 하나 없이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면, 이젠 어이없는 정도를 넘어 화가 오른다. 네가 인간이야? 입매를 비틀어 웃던 행맨은 까드득 이를 갈며 한 음절 한 음절을 짓씹듯 내뱉었다.

 

 

“말했잖아. 다 지켜봤다고. 내가 너랑 똑같은 짐승새낀 줄 알아?”

 

“같지. 너도 세러신 아니냐.”

 

“좆까지 그래.”


상스런 욕에 눈쌀을 찌푸린 마크는 후, 짧은 숨을 뱉고선 조용히 말했다.
 

 

“약은 한계가 있어. 제일 좋은 방법은, 너도 알겠지만, 다 가져버리는 거다. 하나도 남김없이.”

 

 

하나도 남김없이. 

그렇게 다 가져서는 차라리 텅 비어버린 새끼가.

한계였다. 고작 몇 마디 나눴다고. 잊고 있던 마크의 잔혹한 성정을, 그리고 그때의 광경을 다시금 마주한 행맨은 머리끝까지 분노로 시커멓게 물드는 느낌이었다. 귀가 웅웅, 하며 아프게 울릴 정도로. 그래 이거. 징글맞게 혐오스러워 차라리 핏줄을 죄다 뽑아버리고 싶었지. 행맨은 바닥에 두었던 가방을 발로 걷어차며 욕지기를 아무렇게나 쏟아냈다. 거세게 날아간 가방이 벽에 부딪히곤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떨어졌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열린 가방 안에서 맑고 푸른 색의 액체가 든 약병이 두어 개 뛰쳐나와 데굴데굴 굴렀다.

 

 

“씨발! 내가 지금 뭐 하는 중인지도 몰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미션이야, 이게 무슨 빌어먹을 소꿉장난인 것 같아?”

 

“그 정도 수준이지. 고작 이런 장난에 내가 널 추천한 걸 우습게 만들지 마라.”

 

 

마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씩씩거리는 행맨을 바라보더니 슬 웃었다.

 

 

“그런데, 네가 목숨 잃을 것부터 걱정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닥쳐. 간절히 바라건데, 제발 좆까. 뭐가 됐든 난 눈 돌릴 틈 없어. 그리고 네가 했던 짓,"


행맨은 이마를 짚고선 숨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 걸 두고 선을 넘었다고 하는 거야. 난 그딴 일은 안 해.”

 

 

인간으로서의 선. 그보다 중요한 게 있나. 이 새낀 그게 중요하다는 걸 평생에 알 수나 있을까. 입새로 짓이기듯 뱉는 행맨의 말을 마크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차 문을 열며 덧붙였다.

 

 

“세러신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성공시키자마자 집으로 와.”

 

“이미 세러신이 내 인생에 먹칠했지.”

 

 

끝나지 않는 대거리에 환멸이 나는지 마크는 고갤 세차게 가로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곧 떠났다. 메이저가 앉은 쪽에서 얼핏 차창이 내려가는 듯도 했지만, 행맨이 손짓할 새도 없이 차는 빠르게 출발했다. 도저히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검은 차가 무심히 떠난 뒤에 행맨은 캄캄한 먼 도로를 가만히 내다봤다. 잠깐이나마 가라앉았던 열기가 도로 치솟는 것 같았다. 이번엔 다른 이유로. 커다란 분노와 울분으로.

 

행맨은 땅의 어둠보다 배는 어두운, 별 하나 뜨지 않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에 가려 평소라면 훤한 달도 전혀 보이지 않건만, 행맨은 비행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그 위를 가늠했다. 오직 제가 있을 곳은 저기뿐이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채, 어쩌면 마지막이 될 비행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행맨은 눈을 감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밤바다의 시원스런 비릿함이 맡아졌다. 아무런 향도, 지독한 단내도 나질 않는 이 상태가 끝내주게 좋았다. ...끝내주게 좋아야만 했다.

 

 

눈을 번쩍 뜬 행맨은 몸을 돌려 가방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리저리 흩어진 약병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행맨은 짙은 한숨을 쉬며 차근차근 주변을 돌아 약병을 주어 담았다. 코너를 돌아 잘 보이지 않는 바닥을 살피던 와중 행맨은 걸음을 멈췄다. 달큰한 냄새. 지금 이 순간 나서는 안 될 단내가 코를 슬 찔러댔다.

 

씨팔, 이젠 별….

 

행맨은 코를 세게 문지르곤 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관사로 들어갔다. 다만 행맨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건, 행맨이 떠난 구석진 자리에 짙게 남은 젖은 물자국이었다.

 

 

 

 

 

 

 

 

 

 

 

 

 

 

 

 

 

 

 

 

 

 

행맨의 관사에서 출발한 차는 유유히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메이저는 오랜만에 본 마크의 동생에 대해 끝없이 걱정의 말을 지껄이고 있었고, 그 옆자리에서 마크는 그런 메이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듣는 둥 마는 둥 생각에 잠겨있었다. 조금 전 동생과 언쟁을 벌이던 중에 얼핏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암캐 냄새가 살살 나던데….

설마, 그 오메가인가. 벌써 집에 들였던 건가.

 

 

마크의 미간이 알게 모르게 슬며시 찌푸려졌다. 


아니야, 그런 눈치는 아니던데.


곰곰히 생각하던 마크는 곧 고갤 저어 머릿속을 털어냈다. 확인할 길이 없는 그런 쓸데없는 고민보다는 눈 앞에 사람에게 더 신경을 기울이는 게 나았다. 벅찰 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의 오메가, 나의 메이저에게.

구겨졌던 표정을 펴고,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크는 그를 불렀다.

 

 

“메이저.”

 

 

메이저는 여지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크를 바라봤다.

 

 

“네에?”

 

“말은 걱정뿐인데, 꽤나 즐거워 보여요.”

 

“제가요오?”

 

 

메이저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자기 기분이 정말 그런가, 생각했다. 마크가 그렇게 말하니 그런 듯도 했다. 제이크의 지친 안색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지만, 한편으론 아까 잠시 맡았던 비릿한 바다 공기가 낯설고, 좋았던 것 같다.

 

 

“그런가 봐요. 좀 신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오랜만에 외출해서 그런가.”

 

“그런가 봐요!”

 

 

얇은 입술을 한껏 벌리고 맹한 웃음을 내는 메이저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며 마크는 입을 다셨다.

 

 

“음… 자주 같이 나와야 겠어. 바다도 가고, 산도 오르고. 어때요?”

 

 

실은 그럴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마크이지만, 잠깐이나마 들뜬 메이저의 모습을 보는 건 퍽 즐거운 일이었다. 메이저는 마크의 제안에 반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와아, 너무 좋아요! 다음엔 산에 가요. 허니 말로는 얼마 전에 뒷산에 오르니까 알록달록한 꽃이 잔뜩 피어있었대요.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일순 얼굴을 굳힌 마크가 메이저의 손을 살며시 잡아 끌며 되물었다.

 

 

“보고 싶었어요? 꽃 같은 건 우리 집 정원에도 많잖아요.”

 

“음, 음. 그래도, 산에 있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요?”

 

“똑같을 거에요. 아니, 산 속에 거친 꽃들보다 정원에 있는 게 훨씬 더 깔끔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워요. 그렇죠?”

 

 

메이저는 본 적이 없으니 단번에 긍정할 순 없었지만, 마크가 그렇다니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크의 말은 웬만하면 맞으니까. 아니아니, 그냥 다 맞으니까. 메이저는 예쁘게 웃으며 고갤 더 크게 끄덕였다. 마크는 마주 웃고는 메이저의 손을 부드럽게 쓸면서 무심한 척 물었다.

 

 

“그런데 누가 뒷산 얘길 했다구요? 허니요?”

 

“네에. 허니. 허니 비.”

 

 

사용인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다. 특징있는 이름이지만, 얼굴은 그렇게 특징적이지 않았던 듯 기억 속 얼굴이 흐릿하기만 했다. 마크는 기억을 더듬어보며 집에 돌아가자마자 첫째로 해야 할 일을 결정내렸다. 그리고 메이저의 손을 펼쳐 손바닥을 입에 가져다 조용히 숨을 불었다. 별 것 아닌 행동이었으나, 메이저는 어디라도 맞은 마냥 몸을 흠칫 떨었고 뒤이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마, 마크…. 혹시,”

 

“혹시이?”

 

 

마크는 말끝을 질질 끌며 아슬한 ‘의도’를 목소리에 담았다. 그리고 메이저의 눈엔 조금씩 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몸의 떨림은 목소리에도 전염됐는지 메이저가 뱉는 말이 잘게 끊기기도 했다.

 

 

“억제제, 억제제를 안, 흑, 먹었어요?”

 

 

아. 마치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한 마크의 반응에 메이저는 몸을 웅크리며 잡힌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마크가 덩달아 손에 단단히 힘을 주곤 다른 손으로 겉옷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메이저에게 보였다.

 

 

“깜빡했어요.”

 

 

녹색의 캡슐. 그것을 확인한 메이저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먹을까요, 말까요?”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는 마크의 표정에,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메이저는 아랫배를 움켜쥐고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미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마크는 손에 든 캡슐을 차창을 슬 내려 밖에 내다버린 뒤에 메이저를 끌어 단숨에 입을 맞췄다. 메이저의 아찔한 신음이 모두 먹혀들다 이내 잦아들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검은 차 안엔 메이저가 움켜쥔 아랫배, 그보다 더 아래로 내려간 마크의 손으로 인해 척척한 물소리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담편 - https://hygall.com/522043759



미친ㅅㅂ 분량 개같이 실패
유난히 길다 ㅁㅇ


행맨밥 마크메이저

2023.01.08 01:10
ㅇㅇ
모바일
메이저 순종적인 거 너무 꼴린다ㅌㅌㅌㅌㅌㅌㅌㅌ 밥은 다시 관사로 돌아간 건가 헉헉 센세 존잼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655]
2023.01.08 01:14
ㅇㅇ
미친 마크랑 제이크 대화 보니까 제이크는 이미 밥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느낌이다.....
[Code: 9b5b]
2023.01.08 01:15
ㅇㅇ
마크처럼 되지 않으려고 억누르고 있는 거 같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b5b]
2023.01.08 01:17
ㅇㅇ
크아아아 세상에 뭐야 ㅠㅠㅠㅠㅠ 마크랑 제이크랑 서로 얘기하는 거 내용이 너무 의미심장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로버트에 관한 말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365]
2023.01.08 01:19
ㅇㅇ
모바일
제이크가 밥을 상상할 때마다 밥은 그 상상을 환각으로 보는 게 아닐까 싶기도...제이크한테 밥이 마크의 메이저같은 존재라는 걸 제이크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ㅠㅠㅠㅠㅠ
[Code: 3dc9]
2023.01.08 01:19
ㅇㅇ
“너도 지키고 싶은 게 생겼을 테니 무슨 뜻인진 알겠지.”

“적당히 버티다 데려 와.”
“말했잖아. 다 지켜봤다고. 내가 너랑 똑같은 짐승새낀 줄 알아?”

이거 로버트 말하는 거 맞는 거같은데 ㅠㅠㅠㅠㅠㅠㅠ 와 진심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 제이크는 그럼 밥에게 끌리는 걸 일부러 참고있는 걸까 ㅠㅠㅠㅠㅠㅠㅠ 하 밥은 오해해서 되돌아가버렸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나 재밌어 진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365]
2023.01.08 01:49
ㅇㅇ
센세다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11e7]
2023.01.08 02:25
ㅇㅇ
제이크 메이저한테 다정하고 무방비한거 좋다... 결혼식날 양심에 욕심을 담아 도망치는거 도와주겠다는 말 했다는거 보면 제이크는 메이저를 좀 좋아했던건가..? 시꺼먼 차 안에 있는 시꺼먼 그 놈 보란듯이 크게 포옹하는 제이크ㅋㅋㅋ
“너도 지키고 싶은 게 생겼을 테니 무슨 뜻인진 알겠지.” 이거 로버트 얘기네ㅠㅠㅠㅠㅠ 행맨이 점점 참기 힘들어지고 있다는건 로버트를 가지고싶은 욕망이 커진다는거 아닌가ㅠㅠㅠㅠㅠ 행맨 미션때문에+마크처럼 되기 싫어서 차단제로 버티면서 참고 있는것같은데ㅠㅠㅠㅠㅠ 로버트는 저 모든 광경을 다 보고있었네ㅠㅠㅠㅠ
[Code: af4c]
2023.01.08 02:28
ㅇㅇ
메이저에게는 마크의 집착이 사랑이라 제이크가 도망치라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게 존나 좋다... 마크 이 복받은놈ㅠㅠㅠㅠ
“먹을까요, 말까요?” 여기서 마크한테 존나 감탄함 메친놈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af4c]
2023.01.08 02:27
ㅇㅇ
모바일
헐 미쳤다 제이크도 밥한테 끌리는데 마크처럼 되기 싫어서 일부러 억누르고 있는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ccd]
2023.01.08 02:45
ㅇㅇ
모바일
하 어떡해 로버트는 오해한채로 되돌아 간 거 같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2de]
2023.01.08 03:17
ㅇㅇ
하....존나 경건한 마음으로 읽을거야
[Code: 27f6]
2023.01.08 03:57
ㅇㅇ
낮에는 차단제때문에 밥을 향하던 목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현재 행맨도 상태가 밥과 비슷하기때문에 자신을 향하지 않아도, 짧은 말에도 향이 느껴지는구나ㅠㅜㅠㅜㅠ
'그 기운은 행맨의 피부에 와 닿아 코나 심장, 몸 구석구석을 은은하게 건드는 것도 같았다.' '행맨은 거칠어지던 숨을 참았다.'
행맨은 밥을 보지 못했지만 그 미묘한 기운을 느끼고 이렇게 반응하는거잖아..그니까 차단제를 맞지 않고 밥을 만나면 이렇다는거네ㅌㅌㅌㅌㅌㅌㅌㅌ 행맨이 저번에 밥에게 아무것도 묻지않고 가까이 있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이거지ㅜㅜㅜㅜㅠ
[Code: 27f6]
2023.01.08 04:00
ㅇㅇ
'다른 누구의 것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향이 아닌,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이었다. 펄펄 끓어넘치던 속의 열기가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로버트한테 끌리고 있기 때문에 로버트의 향이 행맨을 미치게 만들고 있고, 겉과 속이 같고 행맨에게 어떠한 의도도 없이 대하는 메이저한테는 행맨이 안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숨통이라고 하는거 보면 형제 마크한테도 기대지 못하는 걸 메이저한테는 기대고 있는듯 그런 메이저를 마크가 집착감금(사랑ㅋㅋ) 하고있으니 행맨 입장에서는 그건 아끼는게 아니라고 도망치면 도와주겠다고 말이 나올 수 밖에... 그런 마크의 모습을 혐오하는 행맨이 자신도 로버트를 볼때마다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걸 어느정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로버트를 경계하고 차단제 미친듯이 쓰며 견디고 있는것 같음ㅌㅌㅌㅌ 행맨이 그딴일 안한다고 하지만 마크는 세러신이 가진 소유욕이 뭔지 가장 먼저 안 사람이라 행맨이 부정해도 듣는척도 안하고 그렇게 될거라고 확신하고 있는듯
[Code: 821c]
2023.01.08 04:07
ㅇㅇ
메이저가 들떠하는 모습이 좋아서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바람만 넣는 마크쉑ㅠㅠㅠㅠㅠㅠ 메이저가 그래도 다르지않을까요 라는 다른 생각을 하니까 바로 똑같을거라고 정원에 있는게 더 깔끔하고 아름다울거라고 정정시키는 마크.. 메이저가 자기 말을 믿을거 아니까ㅌㅌㅌㅌㅌ
'메이저의 손을 펼쳐 손바닥을 입에 가져다 조용히 숨을 불었다' 숨을 불어서 유도할 수 있는건가???
센세의 분량조절 실패를 응원합니다ㅠㅠㅜㅜㅜㅜ 존잼이야ㅜㅜㅜㅜ
[Code: 821c]
2023.01.08 03:56
ㅇㅇ
모바일
세러신 집안 자체가 목소리로 페로몬을 조절하는건가?????
[Code: c0b3]
2023.01.08 09:51
ㅇㅇ
모바일
하 진짜 대작이다 이건..마크랑 제이크 혐관이면서 조력하는 형제인 것도 너무 좋고 제이크가 형수인 메이저한테는 호감인 것도 흐뭇하고ㅋㅋ과연 제이크는 밥에게 어떻게 다가가게 될까^^ 그나저나 마크메이저 역시...부부는 다르군요..
[Code: 9f12]
2023.01.08 12:12
ㅇㅇ
미쳤다.. 뭔가 메이저도 마크 목소리에 반응하는 느낌이 난다 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f17a]
2023.01.08 12:13
ㅇㅇ
하 진심 너무 재밌어.. 마크랑 행맨이랑 대화하는 거 보니까 밥이랑 행맨이 서로에게 명백히 반응하는 게 맞네 ㅌㅌㅌㅌ 그리고 행맨은 뭔가 더 알고있는 느낌이다.. ㅌㅌㅌㅌㅌ
[Code: f17a]
2023.01.08 12:15
ㅇㅇ
크아아아 세상에 마크에게 메이저 같은 존재가 바로 행맨에게 밥인 거 같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치만 행맨은 마크처럼 되기 싫어서 참는 중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cd5]
2023.01.08 15:22
ㅇㅇ
하 미친.. 행맨이 밥에게 거리를 두려고 했던 이유가 그럼.......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cf59]
2023.01.09 15:12
ㅇㅇ
“세러신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성공시키자마자 집으로 와.”
“이미 세러신이 내 인생에 먹칠했지.”

와 메이저는 이미 마크랑 각인이 된거지? 마크랑 행맨 둘이 대화할때 스파크 튀는게 보이는거 같은데?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행맨 같은 세러신인 마크를 지극히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스스로 억제하고 밥도 밀어내고 참는중인건가 밥은 어디까지 들은걸까ㅠㅠㅠㅠㅠ
[Code: 441f]
2023.01.22 0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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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복습하면서 기다리고있을게ㅠㅠㅠㅠㅠ 새해 복 많이 받고 맛있는거 많이 먹어요
[Code: c56f]
2023.01.28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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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러신
[Code: 0744]
2023.05.09 12: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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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크세러신 등장 마크메이저 존맛이야 진짜ㅠㅠㅠㅠㅠㅠ세러신이 내 인생에 먹칠했다는 행맨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죽을거 같다 하ㅠㅠㅠ
[Code: 390f]
2023.06.21 0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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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러신 집안 유전자가 뭐가 있나본대!!!! 센세 진짜 극전개를 이렇게!!!!독자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 전개하네 센세가!!!!!!
[Code: 64fc]
2023.06.21 03:06
ㅇㅇ
모바일
메이저는 역시퓨ㅠㅠㅠㅠ마크의 손아귀에 있었구나ㅠㅠㅠㅠ 메이저가 행복하다면 오케이입니다
[Code: 64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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