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가 제 짝이 될 사람이라며 데려온 매버릭을 보고 입술만 꾹 다물고 있던 슈슈가 나중에 시니어에게 한 말이었으면 좋겠다.

부모가 골라주는 사람들도, 대신들이 올리는 후보들도 초상화조차 보지 않고 모두 물리쳐 여러 사람의 속을 썩이던 황태자가 혼인하고픈 상대라며 누군가를 데려올 줄은 아무도 몰랐어. 그 상대라는 게 남성형 음인일 줄도, 군인일 줄도, 고아일 줄도 몰랐지.

고이고이 귀하게 자라난 온갖 귀족 자제들을 다 두고 이게 무슨.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슈슈야. 군에서는 씩씩하다못해 사고뭉치라고 하더니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황제 내외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발발 떠는 아이였지만 뭐든 곱게 보이지 않았어. 그게 매버릭 자체가 고까웠다기보다는, 온 마음을 다 바쳐 키워놨더니 부모에게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고 덜렁 누군가를 데려와 통보만 하는 외동아들에게 섭섭함을 느낀 것이었다는 건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야.

방을 내줄 테니 편히 쉬라고 황제가 자상하게 맞아주는 동안 황후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 서릿발 같은 기운 앞에서 매버릭은 숨조차 편안하게 쉬지 못했고, 황태자는 제 연인과 모친을 번갈아 보며 난처해하다가 결국 연인을 택했어. 이만 물러가보겠다며 작은 음인의 등에 팔을 감는 아들을 보면서 슈슈가 턱에 힘을 넣었어.

"황후께서는 저 아이가 마음에 차지 않으시나 봅니다."

천천히 차를 들며 황제가 말했어. 남편의 여유로운 태도 앞에서 더욱 차가워지며 황후가 대답했어.

"폐하께서는 마음에 드시는지요."

"마음에 들지 않을 부분이 있겠습니까? 그리 유능하다고 칭찬이 자자하지-"

 "호기롭고 건방져 자꾸만 일을 벌린다지 않습니까."

감히 황제의 말을 끊고서 깨닫지도 못하는 황후였지만 황제는 지적하지 않았어.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지.

"소심하고 숫기 없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성품이라고 봅니다."

황후가 조용히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에 황제가 웃음을 참았어. 황후의 잔에 차를 더 채워주면서 황제가 말을 이었어.

"게다가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우리 태자가 마음을 빼앗긴 이유를 바로 알겠더군요."

"언젠가 황후가 되는 자리입니다. 용(龍)을 보필하고 백성을 돌보는 것이 임무인데 용모가 고와 무엇에 쓰겠습니까. 주변만 어지럽힐 뿐입니다."

웃음을 꾸욱 누르며 황제가 과자 한 귀퉁이를 조그맣게 부수어 입에 넣었어.

"그렇게 따지면 그대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황후에 오르시면 아니 되셨습니다만."

두어 박자의 침묵 후에 황후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어. 황제는 쳐다봐주지 않고 어딘가의 허공을 응시하며 과자만 먹고 있었지만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어. 황후가 천천히 새빨갛게 물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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