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오두막에 사는 빨간 모자의 소문은, 솔직히 모르는 이들이 없을 지경이야.
강하고 용맹한 빨간 모자. 그 모자의 색은 얼굴에 튄 적의 피를 닦다가 물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 이런 용감하고 용맹한 빨간 모자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러니 호기심 많은 늑대 크리스의 구미가 당길 수밖에.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빨간 모자의 얼굴을 최초로 확인한 늑대 크리스! 정말 멋지겠지!


크리스는 빨간 모자의 집을 며칠 동안 지켜 보았어.
빨간 모자는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에서 혼자 살고 있었지. 전에는 선생님이라는 분과 함께 지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빨간 모자는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쇠질을 시작했어. 아침 햇살 아래, 빨간 모자 아래로 근사한 이두박근이 뽀얗게 빛났지. 빨간 모자는 아침 운동을 마치면 아주 바쁘게 움직였어. 텃밭의 잡초도 뽑고 장작도 패고, 키우는 염소에게 밥을 먹이고 음식을 만들고…. 보다 보면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성실했지. 하지만 그 얼굴은 늘 쓰고 다니는 빨간 모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 크리스는 내려가서 저 모자를 벗겨볼까 생각했지만 곧 접었지. 빨간 모자는 아주 강하니까!


그러던 어느날,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던 빨간 모자가 어느날 편지를 받아들더니 외출 준비를 했어. 바구니에 온갖 음식들을 담아 걸음을 옮겼지. 꾸벅꾸벅 졸던 늑대 크리스가 놀라 얼른 그의 뒤를 슬금슬금 밟기 시작했어. 빨간 모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을 지나, 작은 들꽃이 핀 들판을 건너 계속계속 걸어갔어. 크리스는 마냥 딱딱할 줄만 알았던 빨간 모자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들꽃을 꺾어 바구니에 꽂는 모습을 제법 흥미롭게 지켜보았어. 떨어진 새 둥지를 발견하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올려두기도 했지.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빨간 모자라더니 생각보다 착한데?


크리스는 그의 모습이 무척 신선하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새둥지에서 내려온 빨간 모자는 내려놓았던 바구니를 들고 총총 걸어가기 시작했어. 크리스는 다시 빨간 모자의 뒤를 쫓으려다 문득 그가 향하는 길이 낯익다고 생각했어. 똑똑하고 명석한 크리스는 어렵지 않게 결론을 출력해냈지. 맙소사, 저 길 끝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사는 오두막이야! 미친 과학자 몽고메리가 살고 있지. 그런 위험천만한 데에 도시락까지 싸서 가는 이유가 뭘까? 몽고메리를 족치고 그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해결하려는 걸까? 그게 아니면… 의외로 빨간 모자가 순진해보였으니 몽고메리의 꾐에 넘어가 못된 짓을 당할 지도 몰라. 몽고메리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악명 높은 미친 과학자니까 말야. 


크리스는 빨간 모자보다 앞서 달려 갔어. 그리고는 그가 가는 길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바박 파두었어. 이 정도 구덩이에 푹 빠져서 더는 가지 못할 거야! 하지만 빨간 모자는 어렵지 않게 풀섶으로 위장한 구덩이를 피해갔어. 과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빨간모자다웠지. 이번에 크리스는 팻말을 바꿔두었어. 하지만 빨간 모자는 팻말을 보더니 이게 왜 이렇게 됐지, 하고 뒷사람을 위해 팻말을 고쳤어. 빨간 모자는 쓸데없이 도덕적이었어. 크리스는 뒷목을 잡았지.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뿐이야. 



빨간 모자는 걸음을 멈추었어. 그의 발앞에 파들파들 떨며 죽어가는 늑대 수인 한 마리가 있었지. 너무 배가 고파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고 필사적인 연기력으로 손을 뻗는 크리스를 응시하던 빨간 모자가 그 손을 잡았어.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엎어쳤지. 


졸지에 땅과 하늘을 0.1초 간격으로 보고 만 크리스가 충격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빨간 모자가 말했어. 


너냐? 요 며칠 날 졸졸 쫓아다니던 새끼가. 


처음 듣는 목소리는 제법 앳된 티가 묻어났지. 빨간 모자는 답답하다는 듯 후드를 뒤로 넘겼어. 모두가 몰랐던 빨간 모자의 얼굴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지. 짧게 깎은 머리, 녹색 눈동자…. 흰 피부에 뺨과 입술은 분홍색이지. 눈썹은 곧고 속눈썹이 무척 예뻤어. 살짝 드러난 입술 사이로는 토끼처럼 앞니가 살짝 드러나 있었지. 크리스는 멍하니 빨간 모자를 보았어. 피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빨간 모자는 상상 이상으로 예뻤지. 마치 하얀 복숭아처럼 말야. 크리스는 심장을 얻어맞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올렸어. 


야, 대답 안 해? 왜 말을….
이름이? 
내 이름을 알아서 뭐하려고. 
그야, 결혼 서약에는 이름이 필요하니까….
뭐?


빨간 모자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어. 아무래도 크리스가 상상 이상의 또라이임을 감지한 모양이야. 그럼에도 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았지.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이런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았거든. 크리스는 빨간 모자의 손을 꼭 잡고 말했어.


결혼하자. 


빨간 모자가 그를 미친 늑대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마침내 크리스는 말보다 빠른 주먹 한 방에 기절하고 말았어. 한 5분 정도?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빨간 모자는 그의 곁에 없었지. 크리스의 예민한 후각이 이때 빛을 발했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빨간 모자의 뒤를 쫓아 달려 나갔어.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야. 내 복숭아. 
굳게 다짐하면서 말야. 



...


사실 악명 높은 빨간 모자 원조는 리처 선생님. 딱복이는 리처 선생님한테 빨간 모자를 물려 받았음.
리처 선생님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몽고메리에게 정의의 철퇴를 날리러 갔다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눈이 맞아서 둘이 같이 살고 있음. 결혼하면서 빨간 모자는 제자인 딱복이에게 물려줌 ㅋㅋㅋㅋ 딱복이에겐 너무 소중한 모자임. 딱복이는 가끔씩 도시락 바리바리 싸서 리처 선생님 집에 놀러가곤 하는데, 이번에 가는 건 리처 선생님이 임신해서 가는 거였음. 간 김에 몽고메리 머리털도 쥐뜯어야지 생각하고 가던 중이었는데 그만 미친 늑대가 꼬이고 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대충 맛간 것 같은 동화 속 크리스딱복이 보고 싶다 ㅋㅋㅋㅋ




#아이스매브 크오 크리스딱복 약몽고메리리처
 
2024.03.03 00:01
ㅇㅇ
모바일
동화같고 넘 좋다ㅜㅜㅜㅠㅠㅠㅠ ㄱㅇㅇ
[Code: 06bf]
2024.03.03 00:40
ㅇㅇ
모바일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좋아ㅋㅋㅋㅋㅋ센세 빨간모자복숭아가 늑대에게 잡혀가는것도 보여주세요
[Code: e502]
2024.03.03 01:00
ㅇㅇ
모바일
완전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늑대가 이번 빨간모자랑 결혼해서 물려주는 어나더를 주세요ㅠㅠㅠㅠㅠㅠ
[Code: 9f81]
2024.03.03 01:29
ㅇㅇ
개쎈 빨간모자 딱복이 ㅋ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늑대야 힘내라!
[Code: 0170]
2024.03.03 08:13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용맹한 빨간모자 왤케웃겨 ㅋㅋㅋ
[Code: 83a2]
2024.03.03 08:21
ㅇㅇ
모바일
2대 빨간모자였어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6ea]
2024.03.03 13:02
ㅇㅇ
모바일
아 너무 너무 귀엽고 행복해지는 동화야 ㅋㅋㅋㅋㅋ선생님이 물려주신 소듕한 빨간모자였구나 ㅋㅋㅋ피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빨간모자의 실체를 목격해버린 늑대 크리스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매드사이언티스트와 눈맞아 임신한 선생님이라니 여기도 동화네 ㅋㅋㅋㅋㅋ
[Code: e709]
2024.03.03 13:03
ㅇㅇ
모바일
그래서 앞으로 용맹한 빨간모자에게 맘을 뺏겨버린 미친 늑대의 프로포즈 대작전은 성공하는 건가요? 센세 어나더를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
[Code: e709]
2024.03.03 13:33
ㅇㅇ
모바일
피로물든 빨간모자ㅋㅋㅋㅋㅋ 아 너무 커엽다ㅜㅜㅜ 센세 딱복이랑 크리스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주세요ㅜㅜ
[Code: 4d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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