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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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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말이 되려면 꽤 시간이 남았지만 여유롭게 정월요리를 검색하면서 뭘 만들까 한가로운 고민을 하고 있던 마치다는 인터넷서핑을 곧 중단해야 했다. 시시오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혹시 여기서 장기투숙할 수 있을까?"
"네, 괜찮아요."

투숙객은 고토와 시시오밖에 없었지만 마치다가 고토와 시시오의 키스 장면을 본 이후로 다시 온천 예약노트를 꺼내놓고 온천 옆에서 그림을 그리든 온천을 하든 예약 시간에 이용하게 하고 있어서 별달리 불편할 것도 없었다. 시시오와 고토 모두 입이 짧은 편이 아니라서 아무 거나 잘 먹었고 노보루의 말에 의하면 방도 아주 깔끔하게 써서 청소할 때도 별달리 할 일도 없다고 했다. 노보루가 창을 열고 먼지를 날려주고 소라가 테라스 노천탕의 물만 정화해주면 끝이라고. 그래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시시오가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니, 그 장기간이라는 게 정말로 장기간이라..."
"네?"

시시오는 야외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던 마치다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시작했다. 고토가 지금은 아주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 천식이 굉장히 심했다고. 보통 천식은 어른이 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고토는 오히려 심해져서 많이 고생했는데 등대여관에 온 뒤로는 천식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서 고토라도 등대여관에서 지내게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고토라도? 형은요?"
"나도 되도록 머물긴 할 텐데 작업 때문에 계속 머물 순 없어서."

마치다도 고토가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릴 때 이후 고토를 보지 못했으니까 고토의 천식이 얼마나 심했는지 모르지만 천식이 심했다면 이만큼 나아진 걸 보고 계속 여기에 두고 싶은 시시오의 마음도 이해하긴 했다. 문제는 형을 그렇게 좋아하는 고토가 혼자 여기 남으려 할 것이냐는 것이지. 

"작업 장비가 다 작업실에 있어서요?"
"그렇지. 어차피 내 작업실이라 가지고 오려면 가져올 수는 있는데 꽤 공간을 차지해서 여기 객실에 두는 것도 너무 민폐라."
"객실에 들어가긴 들어가요?"
"굳이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는 있는데 내가 여관에서 작업하면 너나 사장님이나 다 시끄러워서 생활을 못할걸."

하긴 작곡가니까.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마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일단 형이랑 고토가 계속 지내는 건 문제가 없고요. 형의 작업실 문제는 제가 생각을 해 볼게요. 저도 지금 따로 생각하는 게 있어서 노부랑도 이야기를 해 봐야 하고요. 장기 숙박 건은 걱정하지 마세요."

시시오는 이제 장기로 묵게 됐으니 숙박비를 내야겠다고 해서 시시오와 실랑이를 조금 했으나 시시오가 작업실에 다녀오기 위해 이미 기차표를 끊어놨기 때문에 돌아와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서둘러 떠나는 걸로 대화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마치다는 바로 노부를 찾아갔다. 노부는 고토가 정령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건강상의 문제도 있어서 장기투숙하길 바란다는데 괜찮냐는 질문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내가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
"뭔데요?"

마치다가 대답없이 쪽 입을 맞추자 노부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뭐길래 대답은 안 하고 애교부터 부리는 거예요."

마치다가 다시 쪽쪽 입을 맞추자 노부는 마치다에게 길고 다정한 키스를 해 준 다음에 촉 가볍게 입을 맞추고 웃었다. 

"정말 예쁘고 귀엽지만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런 거면 아무것도 안 해도 다 들어줄 테니까 말해 봐요."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노부가 예뻐서 그런 거거든요?"

마치다는 웃음을 터뜨리는 노부의 손을 잡고 숲으로 들어갔다. 마치다가 데리고 간 것은 여관 투숙객들이 산책할 수 있는 숲의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방갈로 같은 거 만드는 거 어때요?"
"방갈로?"
"방갈로 같은 거. 왜냐하면 2층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독채 펜션 같은 그런 걸로."
"괜찮겠네요."
"우리 정령들 집이랑 여관 중간쯤의 소재나 디자인으로 하는 거예요. 정령들 집이 너무 예쁘긴 한데 고토나 시시오 형은 몰라도 가루베 상이랑 츠지무라 상, 형사님들 정도만 되도 펜션 한가운데 나무가 우뚝 서 있으면 이게 뭔가 싶을 테니까 그 정도까지는 안 되고 대신 등대여관보다 좀 더 자연적인 느낌으로?"
"좋아요. 예쁘겠네요."
"왜 방갈로 만들고 싶은지는 안 물어봐요? 또 나 하고 싶은 거 뭐든 다 해도 된다고 하지 말고."

정말로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지 입을 다문 노부에게 다시 뽀뽀를 쪽쪽 해 준 마치다가 웃었다. 

"원래도 방갈로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시오 형이 작업실 이야기하니까 생각나서요. 정령들 집은 벽이 나무줄기 같은 것들로 돼 있어도 방마다 방음이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만들면 시시오 형도 왔다갔다하지 않고 여기서 지낼 수 있으니까."
"그렇겠네요. 정령들에게 부탁하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네?"
"노부 방도 좋긴 하지만. 노부 방 노천탕은 예쁘니까 그런 식으로 테라스에 노천탕도 만들고 침실도 정령들 집처럼 예쁘게 만들고 서재도 근사하게 만들고 싶어서요. 노부 방이나 내 방에 둘이 왔다갔다하지 말고 정식으로 우리 방도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우리 둘이 같이 지낼 수 있는 방갈로도 만들-"

노부가 갑자기 확 끌어당겨 안아버리는 바람에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마치다는 노부의 어깨에 얼굴이 닿은 채로 '고 싶어서'라고 조용히 말을 마쳤다. 노부는 마치다를 한참 동안 안고 있다가 고개를 숙여서 입을 맞췄다. 마치다가 쪽쪽 뽀뽀를 하며 애교를 부릴 때 돌아왔던 다정한 키스와 달리 사나운 키스였지만 조금도 두렵지 않았기 때문에 노부의 허리를 끌어안는 마치다의 손길도 금방 사납고 거칠어졌다. 그렇게 길고 사나웠던 키스가 끝난 뒤 마치다는 여전히 사나운 열정과 독점욕이 일렁거리고 있는 노부의 눈가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이러니까 우리 방갈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러다 우리도 손님들한테 키스 강제 관람 이벤트 열어주게 생겼어."

노부는 마치다의 미간과 코 끝, 입술까지 차례로 내려오며 입을 맞춰주고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 우리 방갈로 같이 만들어요."





마치다가 고른 곳은 숲의 안쪽 울타리 경계였기 때문에 울타리를 허물고 노부와 마치다의 방갈로를 포함한 방갈로 5개를 만들고 울타리를 좀 더 뒤로 밀기로 했다. 마치다는 5개의 방갈로 중 제일 안쪽에 마치다와 노부의 방갈로를 넣었으면 좋겠다며 덧붙였다. 

"이제 방갈로가 생기면 손님들이 다닐 수 있는 숲도 더 넓어지잖아요."
"네. 그렇게 되죠."
"그래도 반딧불이 개울은 우리 거예요. 그래서 우리 방갈로가 여기. 반딧불이 개울가는 우리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곳이니까요."

마치다가 반딧불이를 보러 왔다가 첫키스를 했던 개울가와 붙어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노부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마치다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케이가 그때 왜 소라를 불렀었는지 알겠어요."
"나 소라 대신이야?"

마치다가 같이 노부를 끌어안으며 장난스럽게 묻자, 노부는 마치다가 소라의 뱃살에 얼굴을 파묻었을 때처럼 마치다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케이는 누구의 대신도 될 수 없어요. 케이는 케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제 마치다에게도 소라가 필요한 순간이 됐지만 마치다는 소라를 부르는 대신 노부를 더 꽉 끌어안았다. 





모든 방갈로의 겉모습은 다 똑같이 생겼지만 마치다와 노부의 방갈로는 정령들의 집과 아주 비슷한 형태로 만들기로 했고 나머지 4개의 방갈로는 등대여관과 정령들의 집 중간 정도의 구조와 인테리어로 하되,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정령들의 집과 비슷한 느낌으로 꾸미기로 했다. 집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나뭇결이 살아 있는 인테리어에 창을 크게 내서 바람이 잘 통하게 하되 창을 닫으면 난방이 잘 되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아몬이 그랬다. 방갈로 네 개의 구조는 다 똑같았지만 하나는 고토와 시시오가 써야 하기 때문에 고토와 시시오가 쓸 방갈로는 조금 다르게 하기로 했다. 1층과 2층에 각각 침실이 있는 다른 방갈로와 달리 고토와 시시오의 방갈로는 2층을 작업실로 비워 놓았다. 가운데에는 낮은 가림막을 세워서 공간을 구분해 주고 가림막 위로 노보루의 바람으로 소리 차단막을 만들어서 시시오와 고토가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서로를 볼 수는 있되 서로의 소음에 영향을 받지는 않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만들 건데 괜찮냐고 고토에게 물어봤을 때, 고토가 너무 신나서 마치다에게 뽀뽀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노부가 막아서며 저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실 방갈로를 짓는 작업은 아몬을 중심으로 한 정령들이 하고 있었고 마치다는 정령들을 따라다니면서 구조나 인테리어에 대해서 조언을 해 주고 참견을 하고 감탄을 하는 일만 맡고 있었다. 그래도 노부는 마치다가 방갈로 공사장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참견하고 다닌 지 두 시간쯤 지났다 싶으면 달랑 들어서 숲 노천탕으로 데리고 갔고 노천탕에서 노부와 노닥거리고 난 마치다가 노곤노곤하게 풀리면 숲의 나무 사이에 걸쳐 둔 해먹에 데려다 눕혔다. 

하는 일은 없다고 해도 방갈로 공사장에서 정령들을 쫓아다닌 데다 따뜻한 물에서 온천까지 하고 나왔으니 몸이 노곤해져서 졸린데도 해먹에 눕혀져서 안 졸린다고 징징거리면 노부는 아몬이 해먹 앞에 만들어 준 통나무 의자에 앉아서 기타를 치며 자장가를 불러줬다. 자장가를 들으면서 솔솔 불어오는 노보루의 바람을 맞으며 해먹에서 눈을 감고 잠이 들면 늘 좋은 꿈을 꿨기 때문에 마치다는 해먹에서 잠들 때마다 생각했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방갈로가 완성된 걸 본 고토가 혼절할 것처럼 좋아하더니 마치다에게 달려들어 또 뽀뽀를 하려고 해서 노부가 재빨리 케이를 품에 안아 감추고 시시오가 고토의 뒷목을 붙잡아 끌어당겨야 했었다. 방갈로가 완성됐으니 한 번 놀러오라는 영상을 찍어서 가루베와 츠지무라, 쿠로사와, 형사님들에게 보냈는데 고양이 노보루가 너무 신나서 날아다니는 걸 미처 못 보고 보냈더니 쿠로사와는 고양이가 얼마나 신났으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매우 정확한 눈썰미를 자랑하는 답장을 보냈고, 가루베는 고양이들 보고 싶어서 못 참겠다고 당장 오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타니는 은근히 눈치가 없는 것 같지만 착한 사람이라 고양이가 높은 데서 떨어진 것 같은데 다치지 않았느냐는 답장을 보냈다. 

가루베는 정말로 오겠다고 방갈로를 하나 예약했고 쿠로사와도 연말에 공안 애인과 함께 방문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마치다는 방갈로의 가구와 장식품들을 채워 넣으면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류세이가 마치다를 찾아 왔다. 

"할 일이 있어요. 같이 좀 가 줘요."
"할 일?"
"응!"

마치다도 들떠 있고 신나 있지만 정령들은 웬일인지 요즘 내내 들떠 있는 상태였다. 방갈로 자랑 영상을 찍었을 때는 노보루만 날아다녔지만 사실 요새는 어떤 정령이든 날아다니는 걸 보는 일이 잦아서 가루베와 츠지무라, 쿠로사와와 공안의 이치로가 올 때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마치다는 아직 불고양이 류세이를 보지 못했는데 류세이가 너무 신나서 기운을 주체를 못하는 바람에 불늑대가 되는 건 봤다. 몸에서 불길이 막 일어나고 있는데 그 불이 무시무시하게 보이기보다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여서 마치다는 신나서 사진을 찍어대기도 했다. 나중에 고토한테 그려달라고 하고 싶어서. 오늘은 불길을 뿜어내지는 않았지만 불꽃이 한두 개씩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다는 류세이의 팔에서 튀어나오는 불꽃을 잡아서 꺼뜨리며 웃었다. 

"오늘도 신났네?"
"네!"
"우리 다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그치?"
"네, 너무 좋아요."

그렇게 불꽃을 계속 푱푱 피워 올리는 류세이를 따라갔을 때. 





숲 노천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붉고 화려한 불의 구와 푸르고 맑은 물의 구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빛의 구가 둥둥 떠 있었고, 산책로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맞춰서 가지를 흔들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흙이 깔린 길의 끝에는 오늘 점심을 먹은 이후로 보이지 않던 노부가 서 있었다. 류세이가 등을 살짝 밀어줘서 반짝거리는 흙을 밟고 걸어가자 모래도 아닌 것 같은데 사각사각 흙이 밟히는 소리마저 예쁘게 들렸다. 마치다가 길 끝에 서 있는 노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노부는 뒤로 숨기고 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달칵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노부와 마치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며 두 사람을 환히 비추고 있는 구가 뿜어낸 빛이 반사됐는지 뭔가 반짝하는 빛이 보였으니 반지 같은 걸 꺼낸 모양이지만 그쪽으론 눈길이 가지 않았다. 언제나 예쁜 눈이지만 평소보다 더 예쁘게 반짝거리고 있는 노부의 눈만 바라보고 있자, 그 예쁜 눈 아래에 있는 예쁜 입술이 열렸다. 

"케이는 내 세상을 넓혀주고 내 삶을 채워준 사람이에요. 이제 내가 케이의 삶을 채워줄게요. 70년 동안 내 옆에 있어 주세요. 나와 결혼해 줄래요, 케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노부의 침대에서 함께 뒹굴면서 노부에게 너덜너덜해지고 노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주면서 꿈결같은 밤을 보낼 때마다, 등대여관의 어느 노천탕이든 노천탕에서 노부와 함께 몸을 기대고 앉아 아름다운 바다나 숲, 환상적인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노부가 기타를 부드럽게 통통 튕기며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해먹에 누워 잠으로 빠져들 때마다, 새로 마련한 방갈로에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나눌 때마다, 정령들과 함께 우당탕탕 웃음 가득한 일상을 보낼 때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다가 입을 틀어막은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노부가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와 결혼하면 케이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정령들과도 70년을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그제야 마치다는 웃음을 터뜨리며 노부가 들고 있는 반지에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웃고 있는데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노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무슨 소리예요. 말했잖아요. 난 이 세상에서 노부를 가장 좋아해요."

그 순간 어째서인지 노부와 마치다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불의 구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막 커지려고 했고, 물의 구와 빛의 구가 불의 구를 위협하듯 바짝 붙자 불의 구가 다시 얌전해지며 제 크기로 돌아왔다.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보자 류세이가 충격받은 얼굴로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예쁘고 귀여운 정령들도 물론 좋아해. 노부 다음으로."

류세이는 여전히 충격받은 얼굴이라 소라가 류세이의 머리를 꽁 때렸지만 류세이는 계속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노부는 보란 듯이 마치다에게 입을 맞췄다. 충격받은 류세이에겐 미안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 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뒤 나눈 키스는 말할 수 없이 달콤했다. 





명색이 등대여관의 공동 사장이 됐는데 아직 등대에 올라가 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라서 노부와 함께 등대에 올라와 본 저녁이었다.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고 있는 등대의 불빛이 움직이고 있는 걸 보고 있자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노부는 등대에 자주 와 봤어요?"
"네, 케이가 오기 전에는 자주 왔었어요."
"등대 불빛 보러?"
"네. 그냥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하고 서글픈데 또 어쩐지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해서."
"이제 내가 노부가 길을 잃지 않게 반짝반짝하면서 노부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늘 알려줄게요."

어두운 밤바다 위를 밤새 비춰주는 등대의 불빛을 보면서 외로워했을 노부가 안타까워서 한 말인데 말하고 나니까 너무 오글거리고, 아무 말 없이 마치다의 손을 맞잡아오는 노부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어쩐지 너무 울컥해서 마치다가 큼큼 헛기침을 하고 괜히 화제를 돌렸다. 

"류세이 아직 삐져 있는 것 같죠?"
"그러게요."

노부가 프로포즈를 한 지도 벌써 며칠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류세이는 노부나 마치다가 부르거나 뭘 부탁하면 언제든 달려와 줬고, 뭘 부탁하든 다 들어줬지만 여전히 가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류세이 약간 그거 같아요. 나중에 아빠랑 결혼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니네 아빠는 내 거야, 너랑 결혼 못해라고 해서 충격받고 삐진 애기."
"왜 그 녀석은 철이 안 들지."
"왜요. 귀엽잖아요."
"징글징글하게 귀엽죠."

말은 그래도 노부가 정령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치다가 키득키득 웃고 있자, 노부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과 좋아하세요?"

마치다가 고개를 돌리자, 다리 위에서 마주쳤던 그날과 달리 노부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며 씩 웃으며 다시 물었다.

"사과파이는 좋아하세요?"

마치다는 노부에게 처음 이 말을 들었던 그날과 달리 환하게 웃으며 노부를 끌어안았다. 

"사과파이도 좋아하지만, 사과파이를 잘 만드는 노부를 더 좋아해요."

역시 그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사과파이 유혹에 넘어간 건 마치다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읽어 준 부케비들 너무 ㅋㅁㅋㅁ! 영원히 놉맟 같이하자!

#노부마치    #등대여관노부마치    
2023.04.13 05:18
ㅇㅇ
모바일
끝이라니 안돼 센세ㅠㅠㅠㅠㅠ
[Code: 1f04]
2023.04.13 05:45
ㅇㅇ
모바일
너무 완벽한 엔딩에 부케비 오열중ㅠㅠㅠ 센세는 천재시다
[Code: c5e0]
2023.04.13 06:37
ㅇㅇ
안돼 끝이라니 이럴순없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8a97]
2023.04.13 06:50
ㅇㅇ
모바일
센세때문에 매일 아침 두근거리며 시작했는데 센세가 왜 고마워하는거야 부케비가 더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아침에 센세 없는거 어색해서 어떡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 색창돌때마다 센세가 그리울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fb7]
2023.04.13 06:53
ㅇㅇ
부케비 제목에 끝 보고 눈물났는데 다 보니까 더 눈물난다 너무 아름답고 갓벽해
[Code: 0d4b]
2023.04.13 06:54
ㅇㅇ
센세 이런 아름다운 놉맟 보게해줘서 진짜 고마워... 부케비는 센세가 부케비인게 너무 좋고 영원히 놉맟 같이 하자고 해준것도 너무 좋아 센세가 영원히 놉맟 할거라는 소리니까ㅠㅠㅠ 센세 사랑해 우리 영원히 놉맟하자
[Code: 0d4b]
2023.04.13 07:00
ㅇㅇ
모바일
나부케비 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센세 어떻게 이런 미친 퀄리티로 매일매일 부케비들을 찾아와줄 수 있었던거지 센세는 사실 신인가봐
[Code: ae1a]
2023.04.13 07: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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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서로 만나기 전까지 외롭고 힘든 삶 살다가 둘이 만나서 행복하기만 한거 진짜 감동 그자체..놉맟 앞으로도 행복해라ㅠㅠ센세 고맙고 사랑해 언제든 외전들고 와줘ㅠㅠ
[Code: 2bad]
2023.04.13 07:19
ㅇㅇ
노부가 정령들 총동원해서 프로포즈 하겠다더니 즈그 케이한테 말한대로 진짜 정령들 총동원했어 ㅠㅠㅠ 정령들 신나서 날아다니고 귀엽다 진짜 ㅠㅠㅠㅠ 마지막까지 놉맟하고 정령들하고 행복한거 존좋 ㅠㅠㅠ
[Code: 1d67]
2023.04.13 07:45
ㅇㅇ
모바일
센세 완결까지 달려와줘서 고마워 센세는 부케비의 낙이었어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 영원히 놉맟하기 약속!!
[Code: f398]
2023.04.13 08:27
ㅇㅇ
모바일
나 부케비 센세 못보낸다....... 못보내 센세 가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없이 부케비 어떻게 살라고ㅠㅠㅠㅠㅠ
[Code: 1d09]
2023.04.13 08:27
ㅇㅇ
류세이 인간화 막내답게 항상 귀여웠는데 놉맟 사랑 빼앗긴 류세이 충격받고 삐진거 존나 귀여워ㅋㅋㅋㅋㅋㅋ류세이야 놉맟이 류세이도 사랑한대ㅋㅋㅋ아 이렇게 귀여운 정령들이랑 놉맟이랑 센세랑 못헤어지겠는데ㅠㅠㅠ
[Code: 7ffe]
2023.04.13 08: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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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놉맟 같이하자는 센세 말만 믿을거야ㅠㅠㅠㅠㅠ 센세 절대 어디가면 안되고 부케비들하고 계속 놉맟 하는거야 알겠지??? 사랑해ㅠㅠㅠㅠㅠㅠ
[Code: 2032]
2023.04.13 0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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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랑 케이는 형제나 다름없는데 뽀뽀 좀 하면 어때서ㅋㅋㅋㅋ 시시오랑 노부가 뽀뽀 계속 막는거 존웃ㅋㅋㅋㅋㅋㅋ
[Code: de0e]
2023.04.13 0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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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한테는 부케비가 뽀뽀 해주고싶다 센세 언제라도 외전들고 돌아와 기다릴게ㅠㅠㅠㅠ
[Code: de0e]
2023.04.13 1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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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개울은 우리거래ㅋㅋㅋㅋ 염병천병 놉맟ㅠㅠㅠㅠ 놉맟 결혼하는 것도 보여줘야지 어디가요 센세 놉맟 결혼생활 외전으로 보여쥤으면 좋겠다ㅠㅠㅠ
[Code: 49f3]
2023.04.13 1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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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도 정령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놉맟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동화같고 예뻐서 부케비도 노부네 통나무집에서 같이 있는 기분이었어요 성실수인 내 센세 매일 아침 너무 고마웠고 아침마다 이제 센세가 안온다는게 너무 슬픈데 센세가 영원히 놉맟하자고 했으니까 센세도 같이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덜슬퍼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같이 놉맟해야돼ㅠㅠㅠ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같이 놉맟하자 사랑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a4]
2023.04.16 08:09
ㅇㅇ
센세 있던 아침 그립따...센세 보고싶따...
[Code: b4b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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