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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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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와 노부는 소리없이 빠르게 온천에서 멀어졌다. 여관까지 서둘러 돌아온 마치다는 노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여긴 무슨 사랑의 여관이예요? 잠시만 방심하면 키스 관람 강제 이벤트가 벌어지네."

노부도 놀랐는지 웃다가 중얼거렸다. 

"고토 상이 소라를 그리고 있었던 것 같던데 소라도 놀랐겠네요."
"그러게요."

소라는 과격하다는 두 형사의 키스도 목격했었는데 벌써 두 번째 관람이네. 노부는 웃고 있었지만 마치다는 걱정돼서 설명을 시작했다. 

"고토의 어머니와 시시오 형의 아버지가 재혼하신 거라 두 사람은 피가 안 섞였어요. 두 분이 혼인신고도 미처 못하셔서 법적으로는 형제가 아니고요."

노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있어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통했다면 제가 뭐라고 끼어들 일도 아니고요."
"응."

마치다는 우리도 질 수 없다며 노부에게 짧게 입을 맞추고 들고 있던 간식 쟁반을 여관 앞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림 보고 싶었는데 좀 기다려야겠네요."
"그러게요. 류세이도 굉장히 잘 그렸던데."
"그쵸. 딱 보면 류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그렸는데 사진처럼 닮은 건 아니고 되게 신비하고 환상적인 느낌이잖아요. 늑대인 모습을 그렸는데도 이건 그냥 늑대가 아니라 뭔가 신비한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이 살아 있어요. 진짜 너무 잘 그렸어."
"맞아요. 네인 시리즈 표지랑 삽화도 정말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니까요! 고토가 네인 시리즈 재판하면 삽화랑 표지 바꾸자고 할 거래요. 진짜 기대된다."
"나도요."

두 사람의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고토는 정령들의 정령체 모습도 그리고 동물로 있을 때도 그렸는데 하나같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마치다는 시시오가 어린 시절 마치다가 보육원에서 도망칠 때 돈을 내 줬던 걸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시오와 고토의 숙박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시시오는 그럴 수는 없다고 난감해했지만 고토가 대신 정령들의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나서더니 정령들을 그린 그림을 선물로 줬다. 이걸 숙박비 대신 받아도 되나 하고 이쪽이 곤란해질 정도로 잘 그린 그림들을. 

정령들이 고양이나 늑대의 모습일 때를 그린 그림은 여관에 걸어놓기로 했다. 손님들이 있을 때 늑대형의 정령들은 동물 형태로 돌아다니지 않으니까 이 늑대들은 뭔가 싶겠지만 그래도 같이 걸어두고 싶었다. 그리고 정령체의 정령 초상화(?)들은 직원 숙소에 걸기로 했기 때문에 마치다는 노부와 함께 그림을 넣은 액자들을 품에 나눠안고 두근두근거리며 직원숙소 앞에 섰다. 

"너무 떨려요. 한 번 꼭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말했으면 언제든 같이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냥 막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등대여관에서 케이가 하면 안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직원숙소 앞에는 마치다와 노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을 선물해 준 고토도 있었고, 시시오도 함께 와 있었기 때문에 시시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들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정령들도 모두 인간화하고 있었다. 다들 눈을 동글동글하게 뜨고 몹시 흥미진진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다는 노부의 옆구리를 괜히 쿡쿡 찌르고 소라를 돌아봤다. 

"소라, 우리가 들어가도 될까?"
"네!"

직원숙소는 겉보기와는 달랐고 등대여관과도 달랐다. 등대여관은 벽과 천장, 계단이 전부 나무로 돼 있어서 말 그대로 통나무집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지만 침대나 책장, 옷장, TV 등의 가구들도 제대로 다 갖추고 있어서 친환경적이고 자연적인 '여관'의 느낌이 강한 데 비해 외부인이 드나들지 않는 직원숙소는 말 그대로 숲 같은 느낌이었다. 

건물 한가운데에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고 그 나무에서 뻗어나온 가지들이 각 층의 천장과 바닥을 구성하고 구불구불한 나뭇가지들을 계단처럼 밟고 각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돼 있었는데 가운데 아주 굵은 나무가 서 있고 나뭇가지들로만 바닥이 구성돼 있는데도 굉장히 넓은 숙소는 각 층에 방이 4개씩 있었다. 벽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로만 구분돼 있었는데도 각 방의 느낌이 전부 달라서 어떤 정령이 지내는 곳인지도 바로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했다. 

노보루가 지내는 공간은 다른 방처럼 창이 하나 문이 하나였는데 어쩐지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는 곳에 서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방 전체에 상쾌한 기운이 가득했다. 살랑살랑하는 상냥한 바람이 솔솔 부는 기분. 너무 기분 좋아서 방을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방들도 이렇게 다 특색있게 기분 좋을 걸 알아서 미련을 접고 바람의 정령이 그려진 액자를 꺼내 들었다. 

"이건 어디에 걸면 될까?"

노보루가 곰곰히 벽을 둘러보다가 벽에서 길게 뻗어 있는 가지 위에 달랑달랑 걸려 있는 것처럼 연결된 바구니의 맞은편 벽을 가리켰다. 

"저기요!"
"저 바구니가 침대야?"

바구니는 이 건물을 구성하는 나무의 나뭇가지가 뻗어나와서 섬세하게 꼬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안에 깔려 있는 건 나뭇잎은 아니었다. 작은 소용돌이 바람이 고여 있는 침대에는 색도 예쁘고 촉감도 보들보들하고 따뜻해 보이는 쿠션과 이불이 놓여 있어서 마치다가 까치발을 들고 바구니 침대 안을 보고 있자, 노보루도 옆에서 까치발을 들고 같이 침대를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노부유키가 사 준 거예요. 쿠션이랑 이불."
"오, 진짜?"
"네네, 직접 만들어 주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속상해하면서 사 줬어요."

고개를 돌려보자 노부도 들렸는지 귀가 빨개져 있었다. 귀여워. 

"그림을 침대에 누워서 보고 싶은 거구나?"
"네. 좋은 꿈을 꿀 것 같아요."

노보루가 쑥스러워하면서 한 말에 고토가 굉장히 기뻐했고 마치다가 그림을 어떻게 걸어야 하나 하고 침대 건너편의 벽을 보고 있자 벽에서 나뭇가지가 조금 튀어나왔다. 마치 못처럼 톡 튀어 나온 나뭇가지의 끝에 액자를 걸자 나뭇가지가 갈고리처럼 변했는지 액자가 단단하게 고정됐다. 

류세이의 방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붉은 느낌이었는데 노보루의 침대와 비슷한 침대에는 아주 예쁜 색과 형태를 지닌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놀라운 건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도 노부가 넣어줬을 쿠션과 이불, 그리고 나뭇가지 바구니가 전혀 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다가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자 류세이가 옆에 와서 서며 싱긋 웃었다. 

"불 만져봐도 돼요. 안 다쳐요."
"오호?"

정령들이 마치다에게 위해를 가할 리가 없으니까 마치다는 서슴없이 불길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 불길은 따뜻하게 마치다의 손을 감싸기는 했지만 손을 태우거나 아프게 하지는 않았다. 

"와, 신기해."
"나도 넣어봐도 돼요?"

류세이가 눈을 반짝거리는 고토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고토도 신나서 불길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마치다는 혹시나 시시오가 놀라지 않을까 해서 시시오를 흘긋거렸지만 시시오는 언제든 고토를 잡아당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긴 했지만 놀라거나 말리지는 않았다. 당연히 고토도 전혀 다치지 않았다. 좋아서 신나는 비명을 질러댔을 뿐. 

소라의 바구니 침대에는 물이 바구니의 가장자리까지 찰랑찰랑 차 있었는데도 류세이의 불이 쿠션과 이불을 태우지 않았듯이 소라의 물도 쿠션을 적시지 않았다. 손을 넣어 본 마치다와 고토의 손과 옷도 전혀 적시지 않았고. 

야마토의 방에서는 흙냄새가 풍겼는데 기분나쁜 냄새가 아니라 마음이 포근해지는 듯한 어딘가 그리운 냄새였다. 흙이 소담하게 담긴 바구니 침대에 손을 넣어 봤을 때도 손을 보드랍게 감싸주는 듯한 상냥하고 따뜻한 감촉만이 느껴졌고. 

아마미야의 방은 빛이 가득 차 있었는데도 눈이 부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찬란하다는 말이 딱일 정도로 밝고 환한 방이었는데도 눈이 편안하고 마음까지 밝아지는 듯한 빛은 바구니침대 위에도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 아몬. 이 건물 전체가 숲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고 있었지만 아몬의 방은 그야말로 작고 거대한 숲이었다. 작은 방이었는데도 방 자체가 거대한 숲인 것처럼 웅장하고 무한한 느낌이 드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새가 보이지 않는데도 새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방이었다.

여섯 정령의 방을 다 둘러보고 각 정령의 초상화(!)도 다 걸어주고 나온 다음에 일행이 도착한 곳은 모든 정령의 조화롭게 섞여 있는 것 같은 휴게실이었다. 따뜻하고 밝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가 있고, 상쾌한 바람이 방 전체를 감싸고 있고 조명이 보이지 않는데도 밝은 빛으로 가득한 휴게실. 구석구석 놓여 있는 화분과 작은 연못 같은 느낌까지 모든 것이 자연을 닮은 휴게실. 그리고 휴게실과 연결된 방문을 본 마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노부가 머쓱하게 웃었다. 

"제가 쓰던 방이에요."
"노부도 여기서 지냈어요?"
"네, 여관을 짓기 전에는 저도 여기서 같이 지냈었거든요."

마치다는 그제야 따로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정령들의 집인 이 직원숙소의 휴게실에 주방과 화장실도 딸려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봐도 돼요?"
"그럼요."

아무래도 개인 공간이기 때문인지 시시오와 고토는 노부의 방을 보는 걸 사양했고 정령들과 휴게실에 남았기 때문에 노부와 마치다만 노부의 방으로 들어가 보자 노부의 방에는 침대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정령들의 바구니 침대에 들어있는 것과 비슷한 색채와 디자인의 이불이 덮인 침대. 너무 썰렁한 방에 마치다가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하자 노부가 마치다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원래는 책장도 있고 책상도 있고 그랬어요. 그런데 책장은 여관 로비로 옮겼고, 책상도 여기서 쓰던 걸 그대로 옮겨가서요. 침대는 새로 짰지만."
"여기서 혼자 잤어요?"
"아뇨, 정령들이랑 같이 잤어요."
"그때는 정령들 바구니는 없었나 봐요?"
"있었어요. 아몬은 여기 숲이 있는 덕분인지 꽤 일찍 성장했거든요. 소라와 아몬의 성장이 제일 빨랐어요. 원래 지금 여관 자리에 작은 집이 있었는데 아몬이 이 건물을 올리면서 정령들의 방도 다 꾸며주고 침대도 만들어주고 그래서 다 같이 이쪽으로 옮겨왔죠."
"그 집은 허물고 여관을 지은 거예요?"
"네. 류세이가 여관을 하자고 해서."
"여기 오고서는 정령들 침대가 다 따로 있었는데 정령들이랑 같이 잤어요?"
"네, 이 집을 지었을 때는 제가 어렸으니까. 정령들이 제가 혼자 자는 게 걱정됐나 봐요."
"침대는 처음부터 이걸 썼어요?"
"네."

성인이 된 노부나 마치다도 쓸 수 있을 정도로 큰 침대였는데 이 큰 침대에 어린 노부가 누워서 잠을 청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침대가 자그마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가슴이 아팠을 것 같은데 어른 두 명도 충분히 누울 정도로 큰 침대에 작은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누운 채로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긴 밤을 지새운 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해서 마치다는 안긴 채로 몸을 빙글 돌려 노부를 끌어안았다. 

아무래도 이 사람을 이제 혼자 재울 수가 없겠다. 





반딧불이는 이제 짧은 생의 여행을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아몬은 원하면 반딧불이들이 더 오래 지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정령들이 순리를 거스르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억지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은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끝이 예정돼 있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이니까. 다시는 반딧불이를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다가 이곳에서 다시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계절은 아직도 70번은 더 찾아올 테니까. 그때까지는 반딧불이가 아름답던 밤 첫키스의 추억이 남아 있는 이 숲을 즐기며 지내도 충분했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없어져도 밤산책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 고토와 시시오가 저녁 온천을 숲에서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노부와 옥상 노천탕에서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던 마치다는 여느 때처럼 3층의 마치다 객실까지 마치다를 데려다 준 노부의 손을 잡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와서 노부의 방으로 향했다. 

"케이?"
"왜요? 나 여기서 자면 안 돼요?"

노부는 대답없이 마치다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케이가 밭일을 처음 했던 날 지쳐서 잠들어 버렸을 때 의도치않게 신세를 지기도 했던 방은 그때와 똑같았는데도 노부의 손을 잡고 들어가자 어쩐지 색다르게 보였다. 평소처럼 온천 후 씻고 나서 잠옷을 입고 내려왔기 때문에 슬리퍼만 벗고 바로 침대로 올라가자 노부도 옆에 올라와 누우며 마치다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방 안이 너무 조용해서 마치다의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들리는 기분이었다. 괜히 민망해져서 흠흠 헛기침을 하자 노부가 작게 웃었다. 

"왜 이렇게 빨개졌어요?"
"뭐가요?"
"여기."

노부는 마치다의 귓바퀴를 만지며 웃었다. 귀를 만지는 노부의 손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귀가 달아오르긴 한 모양이었다. 마치다는 대답없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노부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있자, 여전히 마치다의 귀를 만지작거리던 노부의 목소리가 어쩐지 평소보다 낮게 울리며 들렸다. 

"뭐해요?"

마치다는 대답없이 노부의 목에 팔을 감으며 입을 맞추고 긴 키스 후에 웃으며 속삭였다. 

"나만 두근거리는 거 아니네."

노부는 마치다와 달리 전혀 웃음기가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케이가 제 품에 누워 있는데 당연하잖아요."

마치다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노부가 바로 입술을 겹치며 마치다의 입을 막아 버렸으니까. 그리고 마치다의 잠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뜨거운 손이 느껴졌다. 수영복을 입었다고 해도 함께 온천 데이트를 하기 시작한 지 며칠이나 됐기 때문에 노부의 몸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잠옷을 벗어버려 드러난 탄탄한 몸에 시선을 둘 수가 없었다. 시선이 갈 곳을 잃고 통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천장과 옷장 위를 어지럽게 방황하고 있을 때도 피부를 스치는 단단한 피부와 속살을 거침없이 헤집어 들어오는 긴 손가락의 느낌, 마치다의 피부 위에 제 흔적을 마구 남기는 뜨거운 입술의 감각은 시선 대신 노부를 온 몸에 새기고 있었다. 마치다의 몸 안으로 파고드는 단단한 것보다 서로 얽혀 있는 손가락이 더 야한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노부의 허리짓에 맞춰서 몸 속에서 느껴지는 낯설고 아찔한 감각에 눈이 질끈 감기고 입술이 저절로 벌어졌다. 마치다 자신의 목소리 같지 않은 신음소리와 역시 노부의 평소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으르렁거리는 듯한 낮은 신음 소리가 뒤섞이고 마치다의 피부와 노부의 피부가 부딪치며 젖은 마찰음이 야하게 방 안을 울렸다. 

그리고 붕 뜨는 듯한 아찔한 고양감과 바닥조차 없는 어딘가로 추락하는 듯한 감각이 몇 번이나 교차되고 나중엔 목소리마저 안 나올 정도로 지쳤을 때였다. 그때까지도 제 욕심을 다 못 채웠는지 눈빛이 위험하게 빛나고 있는 짐승을 달래기 위해서 다시 마치다의 몸 속으로 파고 들고 싶어하는 짐승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도톰하니 예쁜 입술을 꼭 깨물었다. 

"나 죽어."

그제야 잠시 정신이 나갔었던 듯하던 짐승은 정신을 차렸는지 마치다의 젖은 피부를 쓰다듬으며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나랑 70년 동안 같이 살기로 했잖아요."
"너 때문에 70년은커녕 7분도 더 못 살 것 같다고요."
"힘내요. 70년 동안 같이 살 수 있어요."
"안 돼. 날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요."

노부는 마치다의 목소리가 완전히 가 버린 걸 알았는지 양보하듯 웃고 이불을 폭 덮어주더니 테라스의 문을 열고 돌아와서 마치다를 안아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라고 해도 테라스 울타리 대신 나무만 빽빽하게 둘러서 있어서 노부의 방에 연결된 테라스라기보다는 완전히 외부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여긴 숲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어요, 설마?"
"그렇긴 한데. 여긴 투숙객들이 산책하는 숲 울타리 밖이라서 손님들이 산책하다 이리로 들어오진 못해요. 산책로 주변의 울타리 말고 숲 전체에도 큰 울타리가 하나 더 있어서 외부인도 못 들어오고요."
"여기도 좋네."

물은 따뜻하고 공기는 시원했다.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도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물에 담겨 있는 소라의 힘 덕분인지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마자 고통을 호소하던 근육들이 서서히 이완되는 느낌이 좋았다. 몸이 힘든 것만 풀리면 몇 번이고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좋긴 좋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조금 삐죽 솟았던 심술도 서서히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뒤에서 마치다를 끌어안고 있던 노부가 아직도 바짝 서 있는 그걸 다시 집어넣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너그러워졌다. 

"노부는 소라한테 진짜 잘해야 돼요."
"소라한테요?"
"내 아픈 근육들을 풀어주는 소라 덕분에 좀 봐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소라한테 잘하라고요."
"내일 츄르는 내가 줘도 될까요?"

힘들어서 투덜거리고 있긴 했지만 어릴 때 학대받고 냉대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제 욕심을 드러내는 걸 꺼리고, 마치다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버릇이 돼 있던 노부가 마치다를 욕심내는 걸 주저하지 않던 모습이 마음에 들기는 했다. 그래서 미치다가 힘들다고 찡찡거리고 있는데도 미안하다는 사과만 퍼붓는 대신 좋았던 걸 숨기지 못하는 들뜬 목소리도 귀여웠다. 

"노부는 내가 노부를 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것도 고마워해야 돼요. 조금만 덜 좋아했으면 깨물어버렸을 거야."
"얼만큼 좋아하는데요?"
"노부가 날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어도 70년간 같이 잘 살아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감동하게 만들어버린 모양이었다. 노부가 마치다를 터뜨릴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 





#노부마치    #등대여관노부마치    

2023.04.11 04: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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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
[Code: a3b9]
2023.04.11 05: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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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드디어 섹스했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401]
2023.04.11 06: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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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관ㅋㅋㅋ 원래 노부랑 정령들만 살던 곳이고 여관 시작하고도 손님 별로 안왔었는데 지금은 손님들도 계속오고 키스 강제 관람도 하고 놉맟도 사랑하게 됐으니까 사랑의 여관 맞지ㅠㅠㅠㅠ
[Code: 615a]
2023.04.11 06: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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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비는 노부 어릴때 얘기만 나오면 너무 슬퍼 큰침대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ㅠㅠㅠㅠ 노부 이제는 매일 느그 케이랑 같이자ㅠㅠㅠ
[Code: df95]
2023.04.11 0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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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선설리
[Code: 0612]
2023.04.11 0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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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첫떡ㅌㅌㅌㅌ 나 죽는다니까 즈그 케이한테 70년동안 같이 살기로 했다고 억울해하는 노부 은은한 집착 느껴지는거 존나좋아ㅠㅠㅠㅠㅠ
[Code: 0612]
2023.04.11 07: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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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판타지문학이다....
[Code: afbe]
2023.04.11 0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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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들 방 투어하는 놉맟이랑 시시오고토 너무 귀여움 ㅋㅋㅋㅋㅋㅋ 정령들 초상화도 걸어줬어 ㅋㅋㅋㅋㅋ
[Code: d2f6]
2023.04.11 08: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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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여관에서 케이가 하면 안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ㅠㅠㅠ노부 진짜 로맨틱하고 놉맟 서로한테 하는말들 꿀 뚝뚝 존좋ㅠㅠㅠㅠㅠ
[Code: 4b6f]
2023.04.11 08:23
ㅇㅇ
내일 츄르는 노부가 줘라ㅋㅋㅋㅋㅋ 노부가 즈그 케이 욕심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 모습 케이 마음에도 들고 부케비 마음에도 쏙든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2e4c]
2023.04.11 08:24
ㅇㅇ
센세 사랑해 제발 억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e4c]
2023.04.11 08: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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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판타지문학 센세 이 문학에 끝은업서
[Code: d580]
2023.04.11 09: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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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힘들다고 찡찡거리는거 존나 좆냥이같은데 즈그 케이 그러는 것도 예쁘다고 들떠하고 껴안고 하는 노부 존커ㅋㅋ 놉맟 행복한 모습 보니까 부케비도 행복해
[Code: 8045]
2023.04.11 09: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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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무슨죄가 있어서 커플들 키스 직관을 두번씩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소라 이제 세번째로 놉맟 키스도 직관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f58]
2023.04.11 1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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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너무 사랑스럽고 야하고 귀여워서 부케비 심장아픔 센세가 사랑스러운 놉맟 계속 볼수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영원히 안끝났으면 좋겠다
[Code: d521]
2023.04.11 1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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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요
[Code: 88c0]
2023.04.11 1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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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땜에 행복해요
[Code: 933e]
2023.04.12 06: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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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부케비 분리불안생겼어 아침에 센세 없으면 센세가 안올까봐 불안하고 센세너무 보고싶어ㅠㅠㅠ 센세 내일 꼭 와줘ㅠㅠㅠ
[Code: fb57]
2023.04.12 08:16
ㅇㅇ
내센세 내일 꼭꼭꼭 만나요
[Code: da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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