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36059453
view 2741
2023.04.08 04:55

4a0d539d8deef67f1f259ae3a3d3677e.jpg
202212092172_re.jpg


가루베가 츠지무라를 계속 반강제로 노천탕에 담그기 때문인지 소라의 힘으로 츠지무라의 입술과 광대의 상처가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 탓에 두 사람이 너무 놀라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그래서 마치다는 얼른 가루베를 붙잡고 쿠로사와에게 보낼 영상과 사진을 골라달라고 핸드폰을 내밀어서 주의를 돌렸다. 원래 마치다는 소라와 노보루, 아마미야가 아주 귀엽게 나온 영상과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노부가 다른 영상과 사진이 더 예쁘다고 했기 때문에 사진과 영상 셀렉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마치다는 직접 고른 영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가루베에게도 그 영상을 보여줬다.

"이거 소라가 진짜 귀엽게 나왔거든요. 여기 혀가 빼꼼 나온 것도 찍혔어요."
"그러네요. 정말 귀여워요."
"역시 이걸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다른 건 뭔데요?"

마치다가 노부가 고른 영상을 보여주자 가루베는 고개를 끄덕이며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이것도 노보루랑 소라랑 아마미야랑 다 귀엽게 나오긴 했지만 역시 아까 그 영상이 더 귀엽지 않아요?"
"이거 보내주시려는 분이 마치다 상 이전 회사에서 일 생겼을 때 도와주신 분이었죠?"
"네, 맞아요. 쿠로사와 상."
"그럼 이걸 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왜? 소라랑 노보루랑 아마미야가 더 귀엽게 나온 걸 보내야지. 류세이랑 아몬이랑 야마토가 귀엽게 나온 걸 못 보내는 것도 아쉬운데. 마치다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불만이 얼굴에 나타났는지 가루베가 생글생글 웃었다. 

"이건 스즈키 상이 고르신 거죠?"
"네. 맞아요."
"마치다 상이 더 어... 뭐라고 해야 되지,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게 더 잘 보여요. 더 예쁘게 잘 나왔고."
"쿠로사와 상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그 분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그 분은 마치다 상도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 극적인 타협을 이뤄서 노보루에게 츄르를 먹여주는 영상과 아마미야와 낚싯대 놀이를 하는 영상은 마치다 본인이 보기에도 본인이 행복하고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영상으로 보내고 마치다에게 꾹꾹이를 하고 열심히 핥으며 애교를 부리는 영상은 소라가 아주 귀엽게 나온 영상으로 보냈다. 소라가 숲 온천탕 옆에서 바위 위에 올라앉아 식빵을 굽는 장면이나 노보루가 바람을 느끼듯 얼굴을 한껏 치켜들고 있는 사진, 아마미야가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을 갖고 노는 사진도 보내고. 소라와 뽀뽀하는 사진, 아마미야에게 옷을 입혀주는 사진, 노보루와 주먹꿍 하는 사진도 보냈다. 

평일 낮이라 저녁에나 답이 올 줄 알았는데 바로 쿠로사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디 가서 뭐하나 했더니 고양이들의 낙원에라도 갔습니까?]
"잘 지냈어요?"
[저야 뭐... 마치다 상은 안 물어봐도 잘 지내는 게 영상에서 보이던데.]
"네, 우연히 굉장히 예쁘고 좋은 여관을 찾았어요. 사장님도 되게 좋고, 온천도 진짜 좋아요. 고양이들도 너무 귀엽고. 밥도 진짜 맛있고."

많이 도와준 사람인데 연락 한 번 없던 게 민망하고 미안했기 때문에 말이 횡설수설 나오자 가만히 듣고 있던 쿠로사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말 좋은 곳인가 보네요.]
"네!"
[마치다 상이 예쁘다, 좋다, 귀엽다, 맛있다,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란 것도 몰랐는데.]
"... 그랬나요?"
[내가 알던 마치다 상은 싫다, 아프다, 괜찮다, 이런 말밖에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 좋은 장소를 만났나 보네요. 잘됐다.]

마치다는 그 회사에 다닐 때 자주 두통에 시달렸다. 원래도 월급에 비해 과한 업무량과 상사의 성과 빼먹기, 사내 파벌들의 편가르기 등으로 피곤한 회사 생활이었는데 집적거리던 상사를 거절한 이후로는 뒷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와서 늘 두통약을 달고 살았었다. 그때 밥 먹고 나면 두통약을 한 알씩 까먹는 마치다를 바라보던 쿠로사와의 걱정스러운 눈도 이제야 생각났다. 

"사실 그때도 점심 먹는 시간은 편안하고 좋았어요."
[...]
"쿠로사와 상이 있어서 하루에 한 시간은 편안했어요. 길냥이들한테 츄르 줄 때 다음으로 좋았던 시간."

민망해서 농담처럼 너스레를 떨자 쿠로사와가 낮게 웃었다. 

[마치다 상이 농담하는 것도 듣고 거기가 좋긴 좋나 보다.]
"회사에서 나올 때 도와줬던 것도 정말 고마웠어요. 쿠로사와 상도, 공안에 계신 그 분도."
[별 말씀을]
"한 번 놀러오세요. 여기 온천도 되게 좋고, 밥도 맛있어요. 정말로. 고양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나 혼자 좋은 데 놀러가면 삐지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나중에 휴가 맞춰서 한 번 갈게요.]
"네!"
[연락해 줘서 고마워요. 가끔 고양이 사진도 보내주고 마치다 상 연락도 줘요.]

머쓱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전화를 끊으며 뺨을 긁적이고 있자 바로 옆에 있어서 통화 내용을 대략 들었는지 노부가 마치다를 폭 끌어안았다. 

"등대여관에 잘 왔어요."

처음에 하도 틱틱거리면서 이 세상은 더럽고 사람들은 못 믿는다고 내내 떠들어댔으니 노부도 마치다의 삶이 그렇게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테고, 회사에서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는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으니까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방금 통화에서 오간 내용은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라 마치다는 노부를 꼭 끌어안고 노부의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있었다. 

"등대여관에,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요."
"사과파이에 낚여줘서?"

마치다가 입을 삐죽거리며 묻자, 노부는 낮게 웃었다. 

"그때 사실 나도 사과파이 좀 질렸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만들고 싶더라니. 그때 사과파이를 만들고 싶었던 게 진짜 다행이었네."
"그러게요, 진짜 운명이란 게 있나 봐."
"그래요?"
"그냥 그때 바로 살 수 있는 기차표 중에 제일 먼 지역의 기차표를 사서 온 건데. 마을을 떠나 버리지 않고 역 반대쪽에 있는 다리로 향할 때도 아무 생각 없었는데."
"네."
"그때 노부가 차 타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날 못 봤을 거잖아요. 진짜 운명이 있나 봐."
"내가 케이의 운명이 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노닥노닥거리고 있을 때는 정말로 편안하고 좋았지만 그 편안함은 금방 깨졌다. 츠지무라가 예고한 대로 형사 두 명이 퇴근하자마자 기차를 잡아탔는지 금요일 저녁에 바로 쳐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전화통화를 할 때도 생각했듯이 유쾌하지만 말이 많은 한 형사와 세상에 불만이 많은 듯한 까칠한 형사의 조합이었다. 타니는 타카노가 전화을 했을 때 했던 말대로 정말로 뽑아놓은 물티슈처럼 바싹 말라 있는 것 같은 피곤한 안색이었는데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득달같이 가루베에게 달려가서 괜찮냐고 물었다. 가루베가 피부가 탱글탱글하니 윤기가 흐르는 데다 맘고생하게 했던 일이 해결됐기 때문인지 뺨도 포동해진 걸 직접 보고는 한숨을 쉬고 말았지만. 

"바람 쐬러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임신했는데 작정하고 도망갈 생각이었어? 응?"

차마 때리지는 못하겠는지 이마를 꽁 쥐어박는 척만 한 타니가 한숨을 쉬자 츠지무라는 얼른 가루베가 쥐어박는 시늉만 당한 이마를 문질러주며 가루베를 끌어안았고 가루베는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형사님이 너무 좋은 여관을 소개해 주셔서 헤헤"
"여기야 물론 좋지. 좋은데... 아이고, 이 헛똑똑이."

안 그래도 피곤한 안색이던 타니가 헛똑똑이 꼬맹이 때문에 더 피곤해졌는지 까칠한 얼굴을 쓸어내리자 타카노는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었다고 저녁 식사를 차려주겠다는 제안은 거절하고 포레스트뷰 객실부터 예약했다. 그리고는 타니가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타니를 끌고 숲 온천으로 가더니 두어 시간 후에 얼굴이 보송해진 타니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무튼 타카노는 정말로 넉살이 좋아서 마치다에게 그때 전화 받으신 그분이냐고 이틀 동안 잘 부탁한다며 인사도 건넸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도 부지런히 도와주기도 했기 때문에 노부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네 명이 한 번에 머물고 있어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결코 평화로운 주말이 아닐 거라는 걸 알게 된 건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서 마치다가 노부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갔을 때였다. 가루베는 낮에 츠지무라를 숲 노천탕에 담가 놓고 옆에서 돗자리를 펴 놓고 책을 보거나 잠깐씩 온천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다리만 담그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산책을 하다가 가루베와 츠지무라를 만난 건 의외가 아니었다. 의외였던 건 가루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츠지무라가 멋쩍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루베 상,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산책하세요?"
"열 나는 건 아니에요? 얼굴이 빨간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가루베는 뭐가 웃긴지 웃고 있는 츠지무라를 끌고 호다닥 사라졌기 때문에 덜렁 남겨진 마치다가 혹시 노천탕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해서 노부와 함께 숲 노천탕으로 다가갈 때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령의 형태를 하고 있는 소라가 휘리릭 날아오더니 마치다와 노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짧은 팔을 마구 휘저으며 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마치다가 당황하고 있자 노부가 마치다와 소라를 데리고 노천탕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간 다음에야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러자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맑고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소라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어제 온 손님 두 명이 노천탕에 있는데..."

그 말에 노부가 한숨을 푹 쉬었지만 마치다는 여전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형사님들? 그분들이 왜?"

소라가 대답을 못하고 파란 눈을 도르륵 도르륵 굴리고만 있어서 노부를 보자, 노부가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전에 오셨을 때 저도 우연히 봤었는데 노천탕에서 키스를 좀 과격하게 하시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런 것 같은데. 가루베 상이 봐 버렸나 봐요."
"과격하게?"
"네."

마치다는 미간을 팍 구겼다. 

"설마 노천탕에서 그런... 그것도 해요?"
"아니에요. 그건. 상식이 있는 분들이니 공용 노천탕에서 거기까지는 가지 않는데, 키스가 그냥 아주 과격하더라고요."
"우리가 한 것처럼?"

노천탕에서 키스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마치다도 며칠 전부터 매일 밤마다 노부와 같이 커플 수영복을 입고 옥상 노천탕 앉아서 밤하늘을 보면서 키스도 몇 번이나 했기 때문에 우리 정도냐고 묻자 노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보다 더..."
"과격한 게 그... 야한 쪽으로 과격한? 아니면 그냥 과격한 과격한?"
"둘 다였습니다."

노부도 난처해하기도 했고 남의 그쪽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질문은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마치다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다가 산책을 관두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서 온천 예약노트를 만들었다. 숲 노천탕 예약 노트, 옥상 노천탕 예약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1시간 단위로 예약하고, 한 번에 최대 2시간까지 예약할 수 있게 만든 다음 족욕장에서 꽁냥거리고 있던 츠지무라와 가루베에게 가지고 갔다. 형사들은 고작 이틀 머물 거니까 노부와 케이는 이틀 정도 객실 노천탕을 이용해도 되지만 가루베와 츠지무라도 주말이 지나면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틀 내내 온천을 못 쓰면 안 되니까. 

츠지무라는 괜찮다고 했지만 가루베는 얼마 전에 본 형사들의 '과격한 키스'가 떠올랐는지 얼굴이 빨개졌는데도 오전에 옥상 노천탕, 오후에 숲 노천탕, 일요일 오전에 숲 노천탕, 오후에 옥상 노천탕을 한 시간씩 꼼꼼하게 예약했다. 

네 사람은 내일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 

보송보송해진 얼굴로 숲에서 돌아온 타카노와 타니에게도 예약 노트를 보여주고 사용시간을 미리 정해달라고 하자, 타니는 가루베와 츠지무라에게 들킨 걸 알고 있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타카노를 걷어찼지만 타카노는 넉살 좋게 웃으며 마치다와 노부에게 먼저 정하시라고 했다. 마치다가 숲 온천탕을 매일 오전 5시부터 한 시간, 옥상 노천탕을 10시부터 한 시간씩 예약하자 타카노는 가루베 팀과 마치다가 예약한 시간을 피해서 아주 넉넉하게 온천 시간을 예약했다. 

"여기 온천이 너무 좋더라고요. 전에 타니가 허리를 다쳤을 때도 효과가 좋았는데 피로를 푸는 데도 너무 좋아서요."

그렇겠지. 소라의 힘이 담긴 온천이니까. 마치다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 타카노는 이틀간 신세를 많이 질 거라고 다시 인사를 하고는 어제 정신이 없어서 못 드렸다며 굉장히 향긋한 냄새가 나는 꾸러미를 가지고 와서 건네줬다. 

"... 뭔가요?"
"송이예요. 전에는 숙박비가 이렇게 싼 줄 몰라서 뭣도 모르고 와서 묵고 갔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게 받으시는데 물도 너무 좋고 시설도 너무 좋으니까요. 다 같이 먹자고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와... 받아도 되나요?"
"그럼요, 마침 가루베 군도 있으니까요. 임신했을 때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우리 류세이가 아주 맛있게 해 줄 거예요."
"네, 저녁에 다 같이 드시죠."
"네!"

타니와 타카노 팀은 노천탕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긴 했지만 상식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노부 말처럼 그 외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형사들이기 때문인지 아주 부지런해서 산책도 열심히 하고 온천도 열심히 하고 노부에게 열쇠를 받아서 마치다도 아직 안 가 본 등대에도 올라가 보고 아주 알차게 휴가를 즐겼다. 타카노는 송이를 곁들인 바비큐에서도 류세이와 죽이 맞아서 부지런히 고기를 구워대기도 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간 이후 네 사람은 모두 등대여관에서 머문 시간이 좋았는지 가루베는 아기를 낳으면 아기랑 츠지무라랑 또 같이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고 타카노와 타니는 이번엔 급하게 방문하느라 짧게 왔지만 봄에 휴가를 내서 길게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다.

그렇게 폭풍같이 네 사람이 떠나고 난 뒤 마치다는 노부와 함께 느긋하게 숲 노천탕에서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많은 거에 비해서 별로 바빴던 일도 없었는데 진짜 정신없었네요, 그쵸?"

노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케이, 많이 피곤해요?"
"아니, 피곤한 건 아니에요. 그냥 폭풍에 잠깐 휘말렸던 기분? 노부는요? 피곤해요?"
"저도 괜찮아요. 좀 얼떨떨하긴 했는데 재미있었고."
"그래요? 막 네 명씩 이렇게 오는 거 아니면 손님 좀 와도 되겠어요?"

노부는 질문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마치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싫으면 여관을 하지도 않았죠. 좋은 사람들이라면 나도 좋아요."
"응."

가지가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하늘을 반쯤 가린 숲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기적 같은 운명의 상대와 나누는 키스는 제법 로맨틱했다. 어떤 형사들이 그랬다는 것처럼 과격한 키스는 아니었지만. 따뜻한 온천수보다 더 따뜻한 것 같은 단단한 몸을 끌어안고 입술을 나누고 있자, 수영복을 산 게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그리고 노부의 손이 마치다의 허리를 계속 스치는 걸 보면 아마도 수영복마저 벗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


남자는 자주 가던 도서 리뷰 블로그에 들어갔다. 누가 운영하는 블로그인지 블로그 주인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원래도 소개하는 책들도 흥미롭고 리뷰도 깔끔하고 흥미롭게 잘 쓰는 블로그라 자주 들어갔었는데, 몇 달 전부터는 독서량이 늘었는지 리뷰도 자주 올라와서 요즘은 더욱 자주 찾는 블로그였다. 그런데 오늘 올라온 글은 리뷰가 아니었다. 도서 리뷰말고 다른 글은 일상글 같은 것도 하나도 없이 오직 리뷰밖에 없던 블로그였는데. 

오늘 아침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하얀 종이를 찍어올린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고 하얀 종이 사진들 사이에는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숲 속의 노천탕을 찍은 영상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사진 속의 하얀 종이와 영상 속의 노천탕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댓글이 전부 '왜 하얀 종이만 찍어놓은 거예요?' '숲 노천탕이 너무 예쁘네요. 저기는 어디인가요? 국내인가요? 해외인가요?' 이런 댓글들이었으니까. 남자는 그 댓글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게 안 보여?

블로그 주인이 올린 하얀 종이에는 빛이 글자 모양으로 아주 선명하고 아름답게 흩뿌려져 있었다.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펜이나 물감 같은 게 아니었다. 정말로 빛이었다. 그리고 하얀 종이 위의 흩뿌려진 빛이 만들어낸 글자들은 이랬다. 

-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를 원하십니까?
- 당신의 친구를 만나러 오세요. 

영상에는 노천탕 옆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파란눈의 흰고양이가 있었다. 냐아-하고 우는 소리가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말도 안 되게 귀엽고 예쁜 고양이였는데 댓글에는 이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밑에는 다시 하얀 종이가 찍힌 사진이 있었다. 

- 이 아이를 만나고 싶으십니까?
- 이리로 연락하세요! 마치다 케이타 xxx-xxx-xxxx

남자는 눈을 깜박거리며 하얀 종이 위의 빛이 그려낸 이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다 형아?"




#노부마치    #등대여관노부마치    
2023.04.08 04:56
ㅇㅇ
모바일
센세랑 동접!
[Code: 4776]
2023.04.08 05:01
ㅇㅇ
모바일
사랑하는 내센세 오셨다
[Code: 3297]
2023.04.08 05:17
ㅇㅇ
모바일
마지막에 고토야?????? 근데 고토도 정령이 보여?????? 센세 빨리 어나더ㅠㅠㅠㅠㅠ
[Code: 9ea6]
2023.04.08 06:20
ㅇㅇ
모바일
센세는 진짜 천재다
[Code: 5f5b]
2023.04.08 07:08
ㅇㅇ
노부는 여관 홈페이지도 안만들었었는데 노부야 느그 케이가 신박하게 홍보해준다ㅋㅋㅋㅋㅋ
[Code: 9ec3]
2023.04.08 07:08
ㅇㅇ
근데 노천탕에서 타카노타니 어떤짓을 했길래 야한쪽으로도 과격하고 그냥도 과격한건데ㅋㅋㅋㅋㅋㅋ
[Code: 9ec3]
2023.04.08 07:11
ㅇㅇ
모바일
요즘 부케비는 조금이라도 빨리 센세 만나려고 일부러 일찍 일어나고 있어요 나부케비 센세 이정도로 사랑하는데 센세가 아실까 색창도는데 센세가 없다고 생각하면 슬프니까 센세 평생 어나더로 함께해
[Code: f586]
2023.04.08 07:26
ㅇㅇ
모바일
케이가 일부러 정령들 보이는 사람들 오게하려고 정령들 보이는 사람들한테만 번호 공개한것 같은데 고토가 정령을 보나봐 ㅠㅠㅠ 대박 ㅠㅠㅠ
[Code: 790f]
2023.04.08 07:38
ㅇㅇ
모바일
정령 보는 사람이 손님으로 오면 좋지 그게 고토인거면 더좋음 고토도 빨리와ㅠㅠㅠㅠㅠ
[Code: 5c94]
2023.04.08 07:43
ㅇㅇ
모바일
케이는ㅋㅋㅋ노부랑 사귀면서부터 더 이상 손님이 아니긴 했지만 노천탕 예약도 받고 정령 이용해서 손님 유치하는거랑 다 너무 등대여관 안주인 그자체인거 존나 좋아 놉맟 ㄹㅇ쀼ㅋㅋㅋㅋ근데 아직 수영복은 못벗은ㅋㅋㅋㅋ
[Code: 6505]
2023.04.08 08:04
ㅇㅇ
모바일
나 부케비가 몰래 통나무집 침입해서 놉맟 커플 수영복 불태워 버려야 겠다
[Code: bac2]
2023.04.08 08:13
ㅇㅇ
모바일
타카노타니의 과격한짓으로 온천 예약받는거 존웃ㅋㅋㅋㅋ 세커플들 예약한 다음에 순서대로 온천 이용하는거 귀여워ㅋㅋㅋㅋ
[Code: a361]
2023.04.08 08:13
ㅇㅇ
모바일
고토도 와서 케이 만나고 온천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정령들이랑 놀아ㅠㅠㅠ 성실수인내센세 사랑해ㅠㅠㅠㅠ
[Code: a361]
2023.04.08 08:44
ㅇㅇ
한평생 정령들이랑만 살았던 노부인데 즈그 케이랑 사랑도 하고 노부네 통나무집에 좋은 사람들 많이 오는거 너무 좋고 눈물 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노부는 즈그 케이가 있어서 행복하지만 좋은 사람들 더 많이 만나고 같이 지내면서 놉맟 더 행복해져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6c7]
2023.04.08 09:16
ㅇㅇ
모바일
낰낰 부케비 등대여관에 건의할거 있는데 등대여관 고객소리함 이런거 없나여?? 주인 커플하고 등대여관에 오는 커플 손님들 과격한 섹스 가능한 시간 무제한 노천탕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데??? 주인장님??
[Code: d64c]
2023.04.08 10:23
ㅇㅇ
모바일
케이의 기발한 홍보 찰떡같이 알아본 고토 새로 오게될건 너무 반갑고 타카노타니랑 츠지무라가루베 빨리 체크아웃 한건 아쉽다 ㅠㅠ 가루베 아기낳고 츠지무라랑 다시 오는거 타카노와 타니도 봄에 휴가내서 길게 오는거 센세가 억나더로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ㅠㅠㅠ
[Code: d8cf]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