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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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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네?"

노부유키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지만 마치다는 앞에 놓여 있던 커피잔을 밀어서 치우고 팔을 뻗어서 둥글게 펼치며 다시 제대로 말했다. 

"소라!"
"냐아...?"

손님이 있는 동안은 아예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던 듯 아직 여관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당황했는지 소라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마치다가 미리 둥글게 펼치고 있던 팔 안으로 부드럽게 톡 떨어졌다. 소라의 울음소리도 평소와 달리 작고 끝이 길게 이어졌다. 그 울음소리에서 소라도 당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마치다는 고양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뱃살이 진짜 절실하게 필요했다. 

"미안, 소라. 나..."
"...냐아?"
"... 마치다 상?"
"아니, 미안한데요. 나 너무!"
"냐아?"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마치다가 소라의 말캉하고 따뜻한 배에 얼굴을 푹 파묻으며 웅얼거리자, 잠시 로비가 조용해지더니 노부유키의 웃음소리가 작고 부드럽게 들렸다. 소라가 진짜 고양이였다면 고양이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감히 배에 멋대로 손을 (얼굴을) 갖다댄 마치다의 얼굴에 만용이 낳은 상처가 좍좍 생겼겠지만 마음씨 착한 정령은 뭔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있으니 괜찮다는 듯 작은 앞발을 들어서 마치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줬다. 

"고마워, 소라."

웅얼거리는 마치다의 목소리 뒤로 노부유키의 웃음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울렸다. 그렇게 조금 더 소라의 배에 얼굴을 부비며 가슴이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자, 소라의 앞발에 비하면 몇 배나 커다란 손이 마치다의 머리 위로 가볍게 올라와서 소라와 같이 살살 마치다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렇게 잠깐 소라의 폭신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배에 얼굴을 묻고 있던 마치다는 여전히 마치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고 있는 노부유키의 커다란 손을 잡았다. 

"마치다 상?"
"내 이름 케이타예요."
"네."
"이름 불러도 된다고요."
"... 네. 케이타."

가슴이 또 터질 것 같았다. 소라, 나 심장 터져.





가루베가 저녁을 먹으러 내려왔을 때 혹시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알러지가 있느냐고 묻자 가루베는 고개를 저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기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고양이들을 불러서 소개도 시켜 주었다. 사실 마치다는 고양이들이 (+늑대들이) 정령들이라서 밥을 먹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노부가 같이 먹자고 하지 않으면 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도 잘 논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오후에도 츄르를 하나씩 더 주고 있었는데 임신한 가루베가 늑대를 보고 놀라서 뭔가 잘못될까 봐 다 같이 숲 노천탕에서 츄르를 주는 아침 간식 시간 말고 오후 간식 시간에는 늑대들은 숲 울타리 너머에서 따로 츄르를 주고 있었다. 그날도 늑대들에게 츄르를 주고 와서 족욕장 옆에서 고양이들에게 츄르를 먹여주고 있었는데 족욕을 하러 나온 건지 족욕장으로 다가오던 가루베가 신기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한 마리씩 차례대로 기다리는 거예요?"
"네, 되게 착하고 똑똑하거든요. 기다리면 차례대로 준다는 걸 알아서 잘 기다려요."

마침 소라에게 츄르를 다 먹여준 참이라서 마치다는 츄르 하나를 가루베에게 줬다. 

"이거 입에 대 주고 밑부분부터 조금씩 밀어올려주시면 돼요. 직접 먹여줘 보실래요?"
"그래도 돼요?"
"네. 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노보루?"

정령들 중에서도 유독 애교가 많고 성격이 좋은 정령이 노보루라서 노보루의 녹색 눈을 바라보며 묻자 노보루가 가루베에게 다가가서 가루베가 내민 손에 머리를 슥슥 부볐다. 

"괜찮대요. 얌전하니까 걱정 말고 그냥 먹여 주시면 돼요."

가루베는 연신 귀엽다는 감탄사를 터뜨리면서 츄르를 쭉쭉 밀어올려주고 있었고, 노보루도 수염을 파르르 떨면서 열심히 먹고 있는 걸 보니 츄르에 담긴 가루베의 마음도 정말 예쁜 모양이었다. 마치다는 얼른 얌전히 기다리는 아마미야에게도 츄르를 대 주었다. 가루베는 초반에는 힘도 없고 안색도 안 좋더니 정령들의 오후 간식 시간때마다 간식을 먹여주고 고양이들과 놀면서 기운을 찾아갔다. 게다가 얼굴이 하도 안 좋아서 입덧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밥도 잘 먹었다. 음식을 가리는 게 없다고 해서 둘째 날 아침에 일단 평범하게 생선구이를 내놨는데 잘 구워진 고등어를 보고 잠깐 표정이 흐려지길래 역시나 입덧 때문에 혹시 못 먹는 건가 했더니 한 입 먹어보고는 반색했다. 

"임신한 거 알고 나서부터 계속 입덧이 심했거든요. 생선도 잘 못 먹었는데 비린내도 안 나고 속이 진짜 편하네요. 맛있어요. 공기가 좋아서인가."
"네, 바람이 좋아서 공기도 너무 좋고 물도 좋고, 불도 좋아요."
"... 네..."

마치다가 냉큼 대답하자 가루베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고 노부는 웃겨 죽으려고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루베의 기분이 어떤지는 알 수 있었다. 마치다도 노부가 저렇게 말했을 때 어이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때 노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도 지금은 알고 있었다. 정말로 물이 좋은걸. 이 고등어는 소라가 바다에서 받아온 걸 소라가 만들어 낸 물에 하루 동안 더 담가놔서 소라의 힘이 잘 배어 있는 고등어였다. 게다가 류세이가 열심히 불을 조절해 가며 정성스럽게 구워낸 거라 모든 부정한 것을 태우고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류세이의 힘도 담겨 있다고. 

"진짜예요. 진짜 좋아요."

노부가 결국 못 참고 웃음을 터뜨려서 가루베의 의아한 눈길과 마치다의 눈째림을 받긴 했지만 유쾌한 식사시간이었다. 정령들의 힘 덕분인지 가루베의 몸은 확실히 나아지는 게 보였다. 물 온도를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뜨거운 물은 역시 걱정된다고 해서 매일 고양이 (정령)들에게 간식을 주고 난 다음에는 온천욕 대신 노부와 마치다, 가루베가 나란히 앉아 족욕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루베도 맘이 좀 편해졌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역시나 사정이 있는 모양인지 아이의 아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바텐더로 일했었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타니 형사와는 이웃이라서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에 야마토가 점심에는 주먹밥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였다. 언젠가 야마토가 주먹밥을 열심히 만드는 게 어릴 때 양육자가 만들어줬다든가 하는 추억의 음식이 아니겠냐고 했을 때 노부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던 게 떠올랐다. 지금은 마치다도 왜 노부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았다. 자연에서 태어나는 정령이니까 어릴 때 엄마 정령이나 아빠 정령이 주먹밥을 만들어줬을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야마토는 왜 주먹밥을 좋아하게 됐을까. 그게 궁금해서 마치다는 정령들을 끌어모아서 사람으로 변해 달라고 하고 비닐장갑을 두 개씩 쥐어주었다. 

"오늘은 다 같이 주먹밥을 만들자!"

정령들은 잠깐 눈을 깜박거렸지만 고로케 파티를 했을 때 재미있었던 게 떠올랐는지 다들 신나서 장갑을 끼었다. 류세이가 밥을 하고, 다들 주방에 붙어서 이것저것 속재료도 만들었다. 그렇게 족욕장 옆 야외 테이블 한가운데 속재료를 펼쳐놓고 밥에도 참기름과 소금을 섞어서 잘 저어놓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재료를 넣어서 주먹밥을 뭉치고 있을 때였다. 재료가 다양하니까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작게작게 만들자고 하고 한 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밥을 뭉치던 마치다는 노부와 정령들을 한 번씩 둘러보고 입을 뗐다. 

"전에 다들 정령인 걸 몰랐을 때는 야마토가 주먹밥 담당이라고 해서 야마토 키워 준 분이 주먹밥을 많이 만들어주셨나 했는데 말이야."

노부는 그냥 부드럽게 웃고 있었고 야마토는 노부와 비슷한 표정으로 말없이 웃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날 키워준 사람이 많이 만들어준 거 맞습니다."
"... 어?"

노부는 마치다만큼 의아한 얼굴이었고 정령들은 다들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저 정령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노부밖에 없었잖아. 어? 어... 그러니까...

"노부가?"
"네."

노부는 눈을 더 동그랗게 떴고 정령들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애교 많고 발랄하던 정령들이 어쩐지 유난히 어른스럽게 보였다. 노부는 그제야 뭔가 깨달았는지 꽤 복잡한 얼굴이어서 마치다가 노부를 바라보자 노부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도 혹시 곤란한 이야기인가 걱정돼서 괜찮냐고 물어보자, 노부의 얼굴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괜찮아요. 나쁜 이야기도 아닌데요."

그러자 구운 연어를 부숴놓고 밥과 잘 섞어서 뭉치고 있던 노보루가 야마토 대신 입을 열었다. 

"노부유키가 8살 때 여기에 왔거든요."
"응. 들었어."

노보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부를 보더니 다시 마치다를 보고 빙긋 웃었다. 

"이미 들었어요? 그때 우리가 같이 왔던 것도요?"
"응."
"그때 우리밖에 없었어요."
"응?"
"노부유키랑 우리들밖에 없었어요. 2주간 우리끼리 살고 있으면 한 달에 두 번씩 어떤 사람이 와서 노부유키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면서 마트에서 장 본 거 갖다주고 가고 그랬어요."

8살에 여기로 왔다는 얘기도 듣고, 가족들이 여기로 보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어린 애니까 생활을 보살필 사람이라도 하나 붙여서 돌봐주지 않았을까 했는데 정말로 애를 혼자 보낸 모양이었다. 미쳤나? 제정신이야? 애가 혼자서 어떻게 살라고. 마치다가 한숨을 참고 노부를 흘긋 바라본 후 다시 노보루를 보자 노보루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음식재료가 아무리 많아 봐야 아이가 음식을 뭐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었겠어요? 그때는 류세이도 요리를 못했어요. 정령은 자연과의 소통 능력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타고나지만 정말 기본적인 능력이라서 성장하면서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거든요. 지금은 류세이가 성장해서 여러 요리를 잘하지만 그때는 밥도 못했죠."

류세이는 멋쩍게 웃었고 다른 정령들도 웃고 있었지만 마치다는 심장이 욱신욱신거리고 있었다. 노부가 마음이 간지러워지는 시선으로 마치다를 바라볼 때 심장이 찌릿한 것과는 달랐다. 그럴 때는 심장이 정말 '찌릿' 하거나 '두근두근쿵쿵'하는 느낌으로 기분좋게 아프다면 이번엔 정말 심장에 유리조각이 박힌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욱신욱신하는 통증이 이어졌다. 

"그때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노부유키가 매일매일 주먹밥만 먹었거든요."
"음."
"주먹밥도 속재료는 명란마요나 참치마요같은 것밖에 못 만들었어요. 어렸으니까."
"응."
"그때는 우리 다 인간형도 못 갖춰서 그냥 정령인 채로 있을 때라 주먹밥을 만드는 걸 도와주지도 못했기 때문에 노부유키가 쪼그만 손으로 주먹밥을 만드느라 하루 종일 주먹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온종일 만든 주먹밥의 대부분을 우리한테 줬어요."
"..."
"우린 정령이니까 안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노부유키는 어렸으니까 우리가 자기처럼 안 먹으면 배고프고 힘들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봐요. 안 먹으면 큰일난다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계속 우리한테 주먹밥을 먹이려고 했어요. 우리도 어렸기 때문에 설명을 잘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받아먹었는데 노부유키는 우리를 주고 남는 걸 먹었어요. 주먹밥만 조금씩 먹고 컸는데 저렇게 잘 큰 게 신기하죠."

마치다가 아무 말없이 주먹밥을 뭉치고 있자,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편인 아몬이 커다란 손으로 조그만 주먹밥을 조물조물 만들고 난 후 김가루 위에 도르르 굴린 다음에 접시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노부유키가 계속 보살펴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이 노부유키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직까지도 다 아기정령들 수준이었을 겁니다."

마치다는 만들던 주먹밥을 꽁꽁 잘 뭉쳐서 완성해놓고 비닐장갑을 벗은 뒤 노부에게 다가가서 안아줬다. 

"... 케이?"

케이타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더니 몇 번 케이타라고 부르다가 슬그머니 애칭을 지어낸 노부였다. 그래서 마치다도 모른 척 노부유키에서 뒤의 몇 음절을 샥 빼버렸지. 

"잘했어요. 노부."
"그래요?"
"응. 잘했어. 기특해요. 고맙고. 잘했어."

노부는 기분이 좋은지 속없이 싱글싱글거렸지만 정말로 기특했다. 2주에 한 번씩 어른이 와서 살펴본다고 해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로 들여다보기만 하고 간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했고, 그 와중에도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도 챙기려고 했다. 작고 작았을 어린애가. 노부가 그때 그렇게 노력했던 덕분에 마치다가 지금 노부를 만나고 정령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고맙고 기특했다. 노부는 그냥 마치다가 안아주니까 좋은지 싱글싱글 웃기만 하고 있었지만. 

마치다가 소라의 물로 손을 씻고 다시 비닐장갑을 낀 후 마치다가 계속 만들고 있던 고기조림을 넣은 미니 주먹밥을 노부의 입에 쏙 넣어주자, 노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거 맛있죠?"

맛있어서가 아니라 마치다가 먹여줘서 놀란 것 같지만 모르는 척 묻자, 노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맛있어요."
"할머니가 고기조림을 자주 만들어주셨거든요. 그때는 철없어서 배운 요리는 별로 없는데 이건 제가 좋아해서 진짜 많이 해 주셔서."
"진짜 맛있어요."

노부가 이것도 먹어보라며 안에 젓갈을 넣고 작게 만든 미니 주먹밥을 파래가루에 돌돌 굴린 후에 마치다의 입에에 넣어 주었다. 둘이 그러고 이것도, 이것도 하며 정령들이 만든 작은 주먹밥도 하나씩 넣어주며 장난치듯 냠냠 주먹밥을 먹고 있자, 류세이가 '저기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치다가 돌아보자 자기 특기를 살려서 작게 뭉친 주먹밥을 불에 구워내고 있던 류세이가 당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이야기 나온 김에 이것도 이야기해 줘야지."
"뭔데?"
"내가 노부유키와 케이타가 만나게 해 준 1등공신이라는 거?"
"진짜야?"

마치다가 웃으면서 바라보자 류세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류세이의 말에 의하면 소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류세이까지 다들 인간형을 갖출 수 있게 되고, 이 여관이 있는 섬과 섬 주위의 모든 숲과 땅, 물과 불, 바람과 빛과 완전히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들 능력이 성장한 다음에 류세이가 예쁜 건물을 지어서 여관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류세이는 웃으면서 우리끼리만 지내니까 심심해서라고 말했지만, 정령들은 인간인 노부가 다른 인간들과의 접촉 없이 정령들하고만 지내는 걸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노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왔다는 할아버지의 비서도 노부가 성년이 된 뒤에는 딱히 방문하지 않는 모양이니까. 실제로 마치다도 마을의 글러먹은 역 앞 여관주인과 가루베 말고는 누가 이 여관을 찾아오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여관을 하자고 해서 케이타가 우리 여관에 올 수 있게 된 거잖아요. 내 덕분에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노부도 웃고 있는 걸 보니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치다는 상으로 고기조림을 넣고 만든 주먹밥 하나를 류세이에게 먹여 주었다. 마치다가 고기조림을 만들고 있을 때 불조절은 류세이가 해 줬으니 반쯤은 류세이가 만든 거지만 마치다가 정성스럽게 동글동글 말아 둔 주먹밥이 꽤 맛있었는지 류세이의 입술이 보기 좋은 호를 그렸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주먹밥을 만들고 있자, 가루베가 밖으로 나왔다. 

"어서 와요. 오늘 점심은 주먹밥이에요."

마치다가 신나게 말하자 가루베는 눈을 깜박거리더니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주먹밥 생각 없어요?"
"아니에요. 종류도 되게 다양하네요."
"네, 다들 취향껏 만들어 봤어요. 조그맣게 만들었으니까 종류별로 드셔 보세요."

다 같이 둘러앉아서 먹는 동안 가루베는 하나같이 맛있다며 잘 먹었다. 만든 사람(+정령)이 8명이니 하나씩만 먹어도 8개였는데 다들 하나씩 맛 본 다음에 한두 개씩 더 집어먹었기 때문에 인당 열 개는 훨씬 넘게 먹어서 다 같이 부른 배를 두드리며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 사람... 의사거든요. 자기 병원이 있는 개업의예요. 정형외과."

그 사람이라고만 했지만 아마도 가루베의 연인이었을, 가루베가 품은 아이를 함께 만든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네."
"제가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 밥도 잘 안 먹는다고 퇴근하면서 자주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왔어요. 단백질을 먹어야 된다고 고기나 생선을 꼭 넣어주고, 안 되면 계란이라도 넣어서요. 채소도 좀 먹어야 된다면서 양상추랑 토마토 같은 것도 잔뜩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왔을 때도 있었는데 주먹밥을 더 많이 만들어 줬죠."
"가루베 상을 엄청나게 좋아했나 보다."

마치다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가루베는 희미하게 웃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죠. 그래서 임신한 거 알았을 때도 굉장히 기뻤는데."
"네."
"그 사람한테 임신했다는 거 알리기도 전에."
"네."
"그 사람 약혼자라면서 어떤 사람이 청첩장을 들고 찾아왔어요. 그 사람 결혼하니까 이제 헤어지라고."
"..."
"돈봉투도 받았어요, 나."

마치다의 얼굴이 새파랗게 굳어 버리자 노보루의 바람이 위로하듯 마치다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마치다는 진심으로 가루베도 이 상냥하고 다정한 바람을 느낄 수 있길 바랐다. 





#노부마치    #등대여관노부마치    
2023.04.03 04: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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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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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4: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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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소라 부르는거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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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4: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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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베 상대는 츠지무라인가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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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6: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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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좋고 불좋다는 노부가 했던말 똑같이해서 노부는 즈그 케이 말에 웃고 케이는 노부 째려보는거 가루베 앞에서 놉맟 너무 염병천병 아니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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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6: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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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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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6: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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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이제 막 포옹도 한다ㅋㅋㅋ 가루베는 어떡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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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6: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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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이 그래쪄?ㅋㅋㅋㅋㅋㅋㅋㅋ놉맟 만나게 해준 1등공신이래ㅋㅋㅋㅋㅋㅋㅋ인간화 꼴지라 그런가 류세이 하는짓들이 다 애같아서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가루베는 약혼자 말만 듣고 임신튀 했나봐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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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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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제 하루 안온건데 너무 보고싶었어요 사랑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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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7: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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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자는 혼자 그냥 지랄한것같고 가루베 약혼자 말 개무시하고 츠지무라한테 가서 물어보지 가루베도 착한거봐라 ㅠㅠㅠ
[Code: 4079]
2023.04.03 07:36
ㅇㅇ
주먹밥 얘기 보니까 노부가 겪은 상황들 너무 슬프고 열받는다...노부도 8살밖에 안된 애기였는데 정령들 먹는것부터 챙기고 남은 주먹밥 먹으면서 큰거 케이 말대로 기특하고 잘커서 고맙고 마음도 예쁜데 노부 미친 가족들 때문에 부케비 열받음 놉맟 사랑하는거 보면서 진정시켜야지
[Code: f4ce]
2023.04.03 0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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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와주던 센세가 없었던 어제 부케비의 아침은 아침이 아니었다는걸 센세가 알까ㅠㅠ 센세 부케비들하고 영원히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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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8: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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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들이랑 노부는 완전 찐가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케이가 노부랑 정령들 사이에 잘 스며들어서 너무좋아ㅠㅠㅠㅠㅠㅠㅠ 가루베도 츠지무라가 찾아오기 전까지 놉맟하고 가족하고있자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441]
2023.04.03 08: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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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고백에 가슴 터질것같다고 소라 부르는거 존나 커엽고 웃겨ㅋㅋㅋㅋ 노부 68년동안 심심할일은 없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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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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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분명히 가루베 좋아하는 건데 츠지무라도 가루베 사라져서 지금 속탈듯.... 츠지무라 빨리 등대여관으로 와
[Code: 4627]
2023.04.03 09: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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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꽁냥꽁냥 존좋ㅠㅠㅠㅠ 근데 케이 되게 거침없네 노부손 잡고 노부 껴안고 노부한테 주먹밥 먹여주고 난리가 났잖아ㅋㅋㅋㅋ
[Code: 6888]
2023.04.03 10: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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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가 주먹밥 만들어서 정령들이랑 먹은 일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나센세 잘컸다 노부랑 정령들 ㅠㅠㅠㅠㅠ 근데 츠지무라는 통나무집 알 방법이 있나? 놉맟이 아픈척 병원가서 츠지무라 데려와야겠는데 ㅠㅠㅠㅠㅠㅠ
[Code: d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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