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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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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의 온천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저녁 시간 전까지 다시 숲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으니 소라가 금빛 눈을 가진 흰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사박사박 나타났다. 

"안녕? 소라, 너는 소라 친구니? 안녕?"
"미야-"

마치다가 쪼그리고 앉아서 새로운 고양이 앞에 손을 내밀자, 새 고양이는 낯을 가리지 않는지 마치다의 손 위에 앞발을 톡 얹었다. 첫만남에 젤리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던 소라에 비해 훨씬 유순하고 친화적인 아이인 모양이었다. 츄르를 주고 싶은데 소라에게는 이미 줬는데, 하루에 두 개나 주기도 그렇고, 소라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이 새 고양이한테만 주는 것도 소라한테 못할 짓이라 마치다는 아쉽게 혀를 찼다. 

"내일 또 만나면 츄르 줄게."
"미야..."
"알아들었어?"
"미야!"
"똑똑하네. 내일 꼭 와."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데 마치다가 말할 때마다 '미야'하고 우는 게 귀여워서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던 마치다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여관 쪽을 한 번 보고 새 고양이의 금빛 눈, 그리고 소라의 파란 눈을 한 번씩 바라봤다. 

"나 내일 아침에 숲 온천탕에 갈 거니까 거기서 보자. 츄르 줄게, 아침에 일어나면 와. 아침에 5시에."
"냐아!"
"먀"

알아들었나?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다는 마치 오겠다고 약속하는 것처럼 들리는 고양이들의 귀여운 울음소리에 머리를 한 번씩 더 쓰다듬어주고 일어났다. 고양이들은 산책로의 끝까지 마치다와 함께 걸어왔으나 마치다가 숲을 빠져 나가자 더 따라오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관으로 들어가려던 마치다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하나 더 들리는 것 같은 기분에 뒤를 돌아봤다. 분명히 보이는 건 소라와 또 다른 흰고양이 뿐이었다. 방금 '냐앙'하는 소리가 하나 더 들렸는데. 

마치다가 방에 들어가기 전에 회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더니 저녁상에는 아주 탱글탱글해 보이는 생선회와 노란색의 튀김옷을 입고 있는 바삭해 보이는 각종 채소튀김과 새우튀김, 그리고 새우와 조개, 생선, 버섯과 두부가 함께 보글보글 끓고 있는 해물전골이 준비돼 있었다. 식사가 그리 훌륭하지 않다더니 너무 훌륭했다. 마치다는 한 번도 이렇게 화려한 식탁을 본 적도 없었을 정도로.

"정말 숙박비에 0 하나 빠진 거 아닌가요?"

마치다는 진지하게 물었지만 여관주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해물은 제가 직접 잡아온 거고,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거라 저렴하게 받아도 상관 없습니다."
"전부 직접이요? 아... 직원들이 있다고 했으니까 직원들이 하시는?"
"네, 절 많이 도와주고 있죠."
"아..."

텃밭을 일구고 고기를 직접 잡는다면 저렴할 만하나. 하지만 그렇다면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잡기는 힘들 텐데. 손님이 많은 게 싫어서 홍보를 안 한다더니 식재료 수급의 문제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원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직원들의 일이 많으면 인건비도 더 들어갈 테고. 마치다는 그동안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산지에서 직접 맛보는 해물을 멋어본 적도 없고,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는 10살 이후로 맛보지 못했지만 싱싱한 생선을 직접 잡아서 회도 직접 쳤다는 생선회는 보기에만 탱글한 게 아니라 씹으니 달달한 맛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고, 새우튀김은 한 입 물자 탱글한 새우살이 톡 터지는 식감이나 입 안을 채우는 달달한 맛이 정말로 좋았다. 채소들도 싱싱해서인지 채소튀김도 너무 맛있었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은 해물전골도 담백하면서도 밍밍하지 않은 맛이라서 계속 들어갔다. 심지어 밥도 그냥 흰 쌀밥이었는데 쌀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그릇을 싹 비우고 나자 여관주인이 상을 치우고 차를 내 왔다. 

"식사 너무 맛있었습니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요리를 정말 잘하시나 봐요."
"재료가 좋아서죠."

여관주인은 겸양하면서도 싱글싱글 웃었다. 하지만 재료가 좋아서라고 하기엔 여관주인이 식후에 내온 차도 맛이 진하면서도 개운했다. 

"설마 차잎도 직접 재배하세요?"
"그건 아닙니다."
"차도 괜찮은데요."
"그건 물이 좋아서."
"물이요..."
"네, 불도 좋고."
"불..."

그냥 차를 잘 끓인다고 하면 되지 뭐 물이 좋고 불이 좋아. 마치다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여관주인은 또 웃었다. 

"정말입니다. 밥도 물이 좋아서 맛있죠."
"벼를 직접 기르신 건 아니었습니까?"
"아니에요. 이쪽 지역 조합에서 파는 쌀이에요. 물이 좋아서 더 맛있죠."

밥이 맛있긴 했어서 마치다가 갸웃거리며 차를 마시다가 문득 저녁 식사 전에 봤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소라 말고 고양이가 또 있던데요. 그 아이도 여기 고양이인가요?"
"다른 고양이요?"
"네, 소라 친구 같던데요. 둘이 엄청 귀엽게 쫑쫑쫑 같이 왔어요. 그 아이는 이름이 뭐예요?"
"소라 친구는 어떤 고양이였어요?"
"아주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요."

마치다는 사실대로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관주인은 웃음을 참느라 괴상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다 예쁘고 귀엽죠. 소라 말고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가 하나씩 더 있는데."
"눈이 되게 예쁜 금색이고, 하얀 고양이였는데요. 검은 고양이도 있어요?"
"아마미야를 보셨군요."
"흰 고양이 이름이 아마미야인가요?"
"네, 눈이 파란 아이가 소라, 금색인 아이가 아마미야."
"그럼 검은 고양이는요?"
"노보루입니다."
"다 소라라는 분이 데려온 건가요?"
"소라는 소라가, 아마미야는 아마미야가, 노보루는 노보루가."
"네????"

마치다가 어이가 없어서 여관주인을 바라봤지만, 여관주인은 실실 웃으며 그랬다. 

"말 그대로입니다. 다 자기 이름을 붙였어요."

뭐 그런... 마치다의 표정이 구겨진 걸 봤는지 여관주인은 귓볼을 긁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제 정ㄹ... 직원들을 못 보셔서 그러신데, 직접 보면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아실 거예요. 진짜 자기랑 이미지가 똑같은 애들을 데려왔거든요."

사람을 싫어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치다는 자기와 닮은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말에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인간 주제에 감히 고양이를 닮았다고 주장하다니 그 뻔뻔한 인간들의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서 되도록 오래 머물 생각이니 직원들을 언젠간 보긴 할 테지만. 아무튼 정말로 소라와 아마미야가 내일 아침에 숲 온천탕에 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노보루라는 아이도 같이 올지도 모르니까 확인해 둘 것이 있었다. 

"그럼 아마미야와 노보루에게도 츄르를 줘도 될까요?"
"네. 그런데 아직 남은 츄르가 있습니까?"

마치다는 밥은 굶어도 츄르는 부지런히 사서 항상 가지고 다녔다. 그래도 값비싼 걸 살 수는 없어서 늘 대량으로 저렴하게 파는 츄르를 샀지만. 고양이들은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늘 맛있게 먹어줬었다. 

"네, 아직은요. 그래서 말인데요."
"말씀하세요."
"여기로 택배를 받아도 될까요?"

여관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택배비용을 생각해도 인터넷에서 대용량으로 파는 걸 사는 게 제일 싸기 때문에 어째야 하나 고민하던 마치다가 안심한 얼굴을 하자, 여관주인은 제멋대로인 손님인데도 화가 나진 않는지 재미있다는 얼굴로 마치다를 보고 있었다. 늘상 마음없이 싱글싱글 웃기만 하던 사람이 웃기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보기 좋기는 했다. 

"저..."

어차피 고양이 츄르를 택배로 받는 건 이 여관의 고양이들에게 먹일 거니까 좀 뻔뻔하게 말했지만, 지금 말해야 하는 건 오직 마치다만을 위한 거라 망설이자 여관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봤다. 

"말씀하세요."
"혹시 이 마을에 빨래방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 없을 것 같아서 걱정됐던 거다. 마을을 꼼꼼히 관찰하지는 않았지만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어촌일 게 분명한 마을이었으니까 빨래방 같은 걸 두지는 않았겠지. 마트도 있었고 어쨌든 마을이니 관공서도 있겠지만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것 같은 마을에서 빨래는 각자 집에서 할 테니까. 그렇지만 옷을 몇 벌 안 가지고 온 마치다는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면 빨래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여기는 호텔처럼 세탁서비스를 해 주거나 공동 세탁실 같은 곳을 둔 것 같지는 않아서 물어본 것이었다.  

"세탁기가 있으면 제가 세탁기를 좀 써도 될까요?"
"빨래는 주십시오. 해서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폐가 되니까."

숙박비가 도시에서는 방이 아주 콩알만한 캡슐호텔 방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데 좋은 온천 시설도 있는 데다가 객실도 너무 좋고 밥도 삼시세끼 다 준다는데 빨래까지 부탁하는 건 양심이 아팠다. 

"괜찮습니다. 저희 빨래하는 김에 같이 해 드리면 되니까요. 게다가 마치다 상은 저희 고양이들 간식도 주시니까."

하긴 옷이 몇 벌 없는 터라 가지고 있는 옷을 다 빨아도 세탁기 한 번 돌리기에도 좀 부족할 양이긴 했다. 속옷만 알아서 빨고 옷은 내놔야지. 츄르값은 얼마 안 하지만. 

마치다는 빨래 고민을 해결한 뒤 오후에 제대로 보지 못한 로비를 구경하다가 6단의 꽤 넓은 책장을 발견했다. 장식용으로 둔 건 아닌지 책도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마치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독서 취향은 상당히 편향돼 있었다. 천문학과 관련된 전문서적들도 한동안 열심히 읽었지만 우주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SF 소설을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배경지식을 위해 읽어본 것들이었다. 마치다의 취향은 소설이었고, 그것도 분위기가 밝고, 주인공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는, 그리고 결국 소소한 행복이든 지구를 구하는 행복이든 행복을 쟁취하는 소설만 골라서 봤다. 사람들이 지긋지긋하고 이 세상이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설 취향만은 그랬다. 

부모님이 사고로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할머니가 몸 속에 병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일찍 알아채서 제때 치료할 수 있었다면, 내 삶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보육원을 뛰쳐나와서 거리에서 생활하다가 그 구역의 깡패들한테 맞아서 다친 몸으로 어느 가게 처마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잠을 청할 때, 겨우 들어간 공장에서 공장장이 음험한 눈빛을 하고 아직 덜 자란 마치다를 만지작거릴 때, 기숙사의 침대 속으로 누군가 기어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마치다는 눈물을 삼키거나 이를 갈면서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모를 자신의 삶을 생각했다. 

그때 부모님이 그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할머니가 건강검진을 자주 받으셨다면 마치다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용돈을 모으기 위해서나 하고 대학을 갔겠지. 어쩌면 연애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서글픈 마음을 달래다보니 망상이 많아졌고, 어느 날부터 마치다의 일기장은 일기가 아니라 망상 노트가 돼 갔다. 힘든 일이 많았던 날일수록 일기는, 아니 일기장을 가장한 망상 노트 속의 마치다는 더 즐겁고 행복한 날을 보냈다.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상사한테 두들겨맞은 날은 학교 시험 성적이 잘 나와서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했다는 일기를 쓰고, 동료 직원이 마치다의 몸을 더듬으며 추근거린 날은 아버지가 마치다의 애인을 앉혀놓고 우리 케이타는 아직 어리니까 손 잡는 것까지만 허락하겠다고 하고 마치다와 마찬가지로 아직 어린 애인은 우리 어른 되는 날 뽀뽀하자며 수줍게 웃었다는 일기를 썼다. 

그렇게 매일 또 다른 마치다의 행복한 삶을 망상하다 보니 독서 취향도 행복이 보장된 소설들만 찾게 되긴 했지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건 사실이었다. 퇴근길의 지하철에서부터 늘 이북을 보면서 퇴근했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늘 책을 보며 밥을 먹곤 했을 정도로. 그래서 마치다는 로비에 있는 책장에 소설책이 잔뜩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이거 읽어도 되나요?"
"그럼요."
"사장님은 읽어 보셨어요?"
"네, 다 읽었습니다."
"추천해 주실 책이 있나요? 전 행복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6단 책장에는 책이 70-80권쯤 꽂혀 있었는데 사장은 거기서 한 10권쯤 되는 책을 빼 냈다. 그걸 권하는 건가 해서 손을 내밀려고 하자, 여관주인은 빼 낸 책을 한 팔로 들고 다른 손으로 책장을 가리켰다. 

"지금 꽂혀 있는 건 다 해피엔딩입니다."
"사장님도 행복한 결말 쪽을 더 좋아하시나 봐요?"
"네, 웃을 수 있는 결말이 좋더군요."
"그럼 그 책들은 행복하지 못한 결말인가요?"
"이것도 해피엔딩이긴 합니다만, 주인공의 서사가 다소 피폐하거나 서글픈 이야기들이라."
"음. 알겠어요. 책 안 상하게 조심해서 읽을게요."
"편하게 보셔도 됩니다."

정말로 편하게 볼 생각은 없지만 마치다는 제목이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고르다가 '아르히온의 소년'이라는 소설을 골랐다. 단권 짜리였고 표지가 굉장히 예뻤다. 로비에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도 흐르고 있어서 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마치다가 정신을 차린 건 여관주인이 따뜻한 찻잔을 마치다의 앞에 내려놨을 때였다. 

"어...?"

여관주인의 뒤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자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시간이 6시였으니까 밥 먹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고르고 한 시간을 생각해도 7시 훨씬 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3시간 넘게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제가 로비에 있어서 정리를 못하셨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얼마든지 로비에 계셔도 됩니다. 책도 계속 읽으셔도 되고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마치다가 책을 고를 때 여관주인이 건네 준 책갈피를 꽂아두고 차를 마시며 민망해하자 여관주인은 맞은편에 앉아 자신의 찻잔을 들며 상냥하게 웃었다.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흥미로우시면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들도 보세요."
"이거 단권이 아니었나요?"
"나올 때는 단권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작가가 연작으로 몇 권을 더 냈어요."
"여기 다 있나요?"
"네, 다 있습니다."

아르히온 숲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소년 네인은 어릴 때부터 늘 정령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정령이라는 걸 모를 때부터. 할아버지는 정령을 보지 못했지만 정령을 볼 줄 안다는 손자의 말을 믿어 주었고, 네인은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서 정령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다가 읽은 부분까지는 그랬다. 

"정령들과 모험하는 이야기인가요?"
"네."

마치다가 그 책들이 뭔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여관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장으로 다가갔다. 책을 가져다주려나 해서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자 여관주인은 책 몇 권을 뽑더니 로비 오른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눈만 깜박거리고 있자 여관주인은 방에서 빈 손으로 나오더니 씩 웃었다. 

"다 읽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한 권씩 순서대로 드릴게요."
"... 왜요?"

마치다가 어이가 없어서 빤히 쳐다보자 여관주인은 다시 맞은편에 와서 앉으며 찻잔을 들었다. 

"제목을 보면 각 권의 화자들을 알 수 있거든요. 미리 아는 것보다 한 권씩 차례대로 아는 게 더 설레고 좋지 않겠습니까?"
"화자가 바뀐다고요? 등장인물들이 바뀌나요?"
"아닙니다."
"아, 그럼 정령들? 정령들이 차례대로 화자로 나오나요?"
"네. 영리하시네요."
"첫 번째 책은 화자가 네인이니까, 다음 책부터 정령들이겠네요. 첫 번째 정령은 누구예요?"
"그 책을 다 읽으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정말로 기대가 되긴 했기 때문에 마치다는 차를 다 마시고 책을 들고 객실로 올라갔다. 어서 끝까지 읽고 싶었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도 포기할 수 없어서 마지막 챕터를 남겨놓고 노천탕으로 올라갔다. 공기가 맑은 곳이라 그런지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 수놓여 있었고 해수면 위에 길게 드리운 달 그림자는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웠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네인과 정령들의 성장 이야기에 대한 흥미와 기대로 마음도 잔뜩 부풀어오른 채로 아름다운 밤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노천탕에 앉아 있으니 정말로. 

처음으로 망상세계 속의 또 다른 마치다를 애써 만들어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부마치   #등대여관노부마치   
2023.03.24 04: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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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6adc]
2023.03.24 0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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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더니 센세있어ㅠㅠㅠㅠ
[Code: b1a5]
2023.03.24 06: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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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는 생각 들었대ㅠㅠㅠㅠㅠㅠ 부케비도 센세 와줘서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
[Code: ee4e]
2023.03.24 07: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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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부분 마음 아프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일기가 망상노트로ㅠㅠㅠ
[Code: 725e]
2023.03.24 07: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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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망상만 했던 행복 이제 노부가 다 이뤄줄거야ㅠㅠㅠ 놉맟 연애해ㅠㅠㅠ
[Code: 725e]
2023.03.24 0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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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 내용이 노부 얘기인가? 어릴때부터 정령들을 보고 정령들이랑 같이 지내는 노부? 소라랑 아마미야랑 노보루도 진짜 정령인가봐
[Code: 4632]
2023.03.24 07: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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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좋은데 불도 좋고 뭐야 ㅋㅋㅋㅋㅋ 즈그 케이 어이없어하는 말만 하는 노부 ㅋㅋㅋㅋ
[Code: b091]
2023.03.24 07: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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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야 살고싶은 의지가 없었던 느그 케이 행복하대ㅠㅠ 노부가 저 감정 알면 좋아할것같다 놉맟 사귀면 노부한테 다 말해줬으면 좋겠다ㅠㅠ
[Code: 334b]
2023.03.24 08:07
ㅇㅇ
노부 멘탈 튼튼해보여 즈그 케이 다루는 법도 아는것같고ㅋㅋㅋ 노부랑 있는 이상 더 이상 불행할일 없을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노부 만난거 진짜 너무 다행이야..
[Code: 7499]
2023.03.24 08: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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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싼데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온천도 있고 뷰도 방도 예쁘고 땡잡은 수준인데 이런곳에서 2주만 있을거야?????? 평생살자ㅠㅠㅠㅠ여기서 출차순도해ㅠㅠㅠ센세는 억나더ㅠㅠㅠㅠ
[Code: da2e]
2023.03.24 08: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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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아직 사귀는것도 아니고 썸타는것도 아닌데 분위기 왜 간지럽냐 존좋ㅠㅠㅠㅠㅠ
[Code: 0b34]
2023.03.24 08: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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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명씩 고양이 모습으로 나타나서 케이 보고가는거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고ㅋㅋㅋ
[Code: 0b34]
2023.03.24 0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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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케비 노부네 통나무집에서 잡일 알바 하고싶다............놉맟 사랑하는거도 훔쳐보고..........
[Code: ad44]
2023.03.24 09: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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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너무 포근하고 신비롭고 따뜻해요 센세
[Code: 56b8]
2023.03.24 1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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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보루도 곧 나타나서 냐아 거릴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진짜 하나씩 나타나는거 약간 우리 노부 짝으로 괜찮은 애인가 함 보자 이런 느낌이라 존커야ㅋㅋ
[Code: 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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