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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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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르날은 그날 돌아와서 칼뱅에게 말했음.

“뒷조사를 하고 싶어요, 아버지.”

르날이 어린아이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조르듯 말했음.

“아버지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조사하실 수 있으시죠?”
“물론이란다.”

칼뱅이 르날의 머리를 막 헝클어트리며 말했음.

“그게 누군인지 알려줄 수 있겠니?”

르날은 뎨고의 이름을 댔음.

145.
르날이 몰랐던건 사실 칼뱅은 뎨고에 대해서 이미 조사를 끝내둔 상황이라는거였음. 칼뱅은 뎨고에 대해 적은 보고서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음. 칼뱅의 비서이자 오른팔이며 르날의 대부인 리상드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래?”
“글쎄.”
“내가 뭐 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르날 생각하면 데리고 들어오는게 낫지 않을까? 동생 생기는 기분일거야. 일레르도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잖아. 아이에게 두 번의 이별은 너무 잔인해.”

칼뱅은 대답하지 않고 톡톡 보고서를 내려다보았다. 보고서 마지막 줄에는 뎨고가 오메가로 발현할 예정이며, 발현하면 뎨고의 첫경험을 비싸게 팔기 위해 그 아비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146.
르날은 눈을 깜빡였다. 언제 잠들었지? 이제 간신히 일레르랑 면회가 가능해져서 어머니를 보려고 왔는데. 벌써 창밖이 어두컴컴해졌다. 르날이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려고 하자 일레르가 가볍게 손을 들어 르날의 머리를 푹 눌렀다.

“깼니?”
“네, 어머니. 죄송해요. 피곤해서 잠이 들어버렸어요.”
“괜찮아. 오랜만에 네 자는 모습을 보고 좋더라.”

일레르가 싱긋 웃었다.

“항상 내가 먼저 지쳤는데. 오늘은 엄마가 더 가뿐하고, 우리 아들은 피곤하네?”
“그러게요.”

르날이 환하게 웃었음.

“어머니 기운 나신거 보니까 기분이 좋아요. 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간식이라도 가져올까요?”
“아니, 괜찮아. 그것보다도 에르베.”

짓궃은 표정을 하고 일레르가 입을 열었음.

“너 좋아하는 애 생겼니?”

147.
“어, 엄마!!!”
“어머, 얘 좀 봐. 사실인가보네. 엄마라고까지 하고. 진짜야? 어떤 애야?”
“어떻게 아셨어요?”
“주방장이 알려줬어. 네가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갔다며? 응, 엄마한테도 말해줘. 응?”

르날이 발그래진 얼굴로 뎨고에 대해서 이야기했음. 첫만남 이야기, 그 애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 그런 르날의 모습을 보면서 일레르는 활짝 웃으면서 맞장구도 치고, 머리도 쓰다듬어주었음.

“우리 아들, 진짜 그 아이 좋아하는구나.”
“네! 맞아요.”
“그럼 나중에 우리 집에 데려와. 엄마도 한번 보고 싶다.”
“진짜요?”
“물론, 진짜지.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니까, 엄마도 한번 보고 싶어. 모르잖아. 그 애가 장차 이 집의 안주인이 될지.”
“……될거에요.”
“어머어머어머, 얘 좀 봐. 그건 네가 정하는게 아니야. 그건 그 아이가 정하는거지. 사람은 모두 다 선택을 할 수 있단다.”
“어머니도 그러셨어요?”
“그래. 하기사 나한테는 선택권이 없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안그랬다면 더 최악이었을거니까. 하지만 난 그 아이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최악이 아닌 선택을 고르는게 아니라 최고로 좋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

일레르가 르날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음.

“그리고 네가 그 최고로 좋은 선택이 되면 좋겠고.”

르날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춰준 일레르가 르날의 등을 톡톡 쳐주며 이제 방에 가서 잘 시간이라고 말했음. 오래간만에 많은 대화를 나눈 모자이기에 르날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레르의 방을 나섰음.

148.
그리고 그게 모자의 마지막 대화였음. 일레르는 다음날 오전 칼뱅의 품에 안겨서 미소를 지으며 잠자듯 세상을 떠났음.

149.
일레르의 죽음은 예정된 일이었음.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이 예상하고 준비했다고 한들 그 죽음이 슬프지 않거나 덜 슬프지 않는 법이었음.

150.
그러니까 르날이 슬픔에 젖어 방에 틀어박혀 있던 것도, 뎨고를 찾아가지 못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151.
그리고 뎨고는 계속, 거기서 기다린 것도.

152.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음. 르날은 그날도 침대에 계속 누워 있었음. 해야야 할 일은 많았는데 다 하고 싶지 않았음. 그저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서 돌아가시 전의 일레르의 말을 곱씹는 것 밖에 하고 싶지 않았음. 그때였음. 밖이 시끌시끌해지더니 누군가 황급하게 들어왔음.

“도련님.”

에바였음.

“나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가.”
“도련님, 디에고군이 왔습니다.”

에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음.

“그…… 애비와 함께요.”

르날은 벌떡 일어서서 방 밖으로 달려갔음. 2층 난간에 매달린 르날은 1층 로비를 내려다보았음. 에바가 떨어지지 않게 르날을 잘 잡아주었음.

153.
로비에는 뎨고의 아비가 서 있었음. 그리고 칼뱅이 계단 끝을 등지고 서 있었음. 칼뱅이 낮고 근엄하지만 모두에게 잘 들릴만한 목소리 크기로 물었음.

“무슨 일인가?”
“제 아들놈을 팔려고 왔습니다!!!”

뎨고의 아비가 최대한 큰 목소리로 소리쳤음.

“이 댁 도련님이 제 아들놈을 마음에 들어하신다지요? 그래서 떼가 타기 전에 팔려고 왔습니다!!!!”

칼뱅은 눈살을 찌푸렸음.

“누가 그러던가?”
“사람들이 다 그럽디다!!!! 이 댁 도련님이 차를 타고 그 허름한 빈민가를 들락날락한다고!!!! 안주인으로 보내려는건 아닙니다, 저도 그럴 예의는 압죠. 이 댁 도련님이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생각이 박힐때까지만 데리고 있다가 버려도 저는 아무 말도 안할겁니다요!”

칼뱅은 손을 들어 입을 감췄음.

154.
사실 뎨고의 아비가 여기까지 온 건 본인이 차량 번호판을 외운 것 반, 그 차량 번호판을 토대로 칼뱅이 유도한 빵조각을 따라온 것 반이었음. 일레르의 죽음 이후 우울해진 르날을 위해 자진해서 자진해서 그 애비가 뎨고를 데리고 오게 만들었으니까. ‘상품’을 최대한 깨끗하게 건내기 위해서 그동안 애를 학대하지도 않았을거고. 칼뱅은 그런 계산을 하며 느긋하게 뎨고의 아비가 얼마나 돈을 부를지 기다렸음. 저런 거렁뱅이들이 부르는 액수는 언제나 뻔했음. 자기들 딴에야 엄청 큰 액수를 부른다지만, 진짜 부자들에게는 푼돈인 액수를 부르겠지. 가난뱅이들은 생각조차도 가난하기 마련이니까.

155.
칼뱅이 그렇게 유도한건 르날 때문이었음. 어머니의 죽음에 우울해하는 르날에게 좋아하는 애를 붙여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였음. 하지만.

156.
“싫어요.”

157.
“도련님.”

에바가 당황해서 르날을 불렀음.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들었잖아.”

르날이 뎨고의 애비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또렷하게 말했음.

“싫어요.”

158.
“아들아.”

칼뱅이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와 르날에게 다가왔음. 그리고 에바에게 눈짓해서 뎨고의 아비에게로 보낸 다음 속삭였음.

“좋은 생각이 아닌거 같구나.”
“하지만 지금 돈을 주면 나중에 또 찾아올거에요.”

르날이 또렷하게 말했음.

“계속 디에고를 괴롭힐거에요. 저 사람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아이는 아주 힘든 일이 닥칠 수 있단다.”

칼뱅이 차분하게 르날을 설득했음.

“처리하는건 나중에 문제를 일으켰을때 하면 돼.”
“하지만 그건 나중이잖아요.”

르날이 또박또박 말했음.

“전 지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르날이 덧붙였다.

“이게 문제잖아요.”

159.
“그러면 그 아이가 힘들어지는건?”

칼뱅이 물었음.

“그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면? 망가지면 어떻게 할거니?”
“아버지.”

르날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저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소중한 걸 부셔버리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다고요.”

르날의 미소기 깊어졌다.

“디에고는 절대 그정도로 부셔지지 않아요. 디에고에 대한 제 마음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저는…….”

르날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음.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디에고의 최선이 되고 싶어요…….”

160.
그 말을 들은 칼뱅이 활짝 미소를 지었음.

“알았다.”

칼뱅이 르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음.

“역시 넌 내 아들이구나.”

161.
그 길로 뎨고의 아비는 매몰차게 내쫓겼음. 내쫓기면서 복수할거라느니 사악한 부자라느니 내 아들을 이용만 했다는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상관 없었음.

162.
지리한 시간이 흐르고.

163.
르날은 뎨고의 구원자가 되었음.

164.
그리고 뎨고가 모르는 사실 하나.

165.
뎨고의 아비는 거칠게 지하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음. 어찌나 거칠게 내동댕이쳤는지 어디 하나가 부딪힌거 같았음.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하던 뎨고의 아비는 지하실 계단을 착착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간신히 고개를 들었음. 누가 봐도 성인이 아닌 모습에 뎨고의 아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음.

“디에고냐?”
“디에고는 여기 안 와.”

차갑게 말하는 목소리에 뎨고의 아비의 눈이 커졌음.

“도, 도련님?”
“넌 예전에 디에고의 뺨을 때렸지.”

르날이 차분하게 말하며 계단을 마저 내려오고는 지하실 한 쪽으로 걸어갔음. 르날의 뒤를 따라온 남자들이 거칠게 뎨고의 애비를 잡았음. 그 중 펜치 하나를 든 르날이 말했음.

“그때부터 네놈의 손가락을 뽑고 싶었어.”

르날이 몸을 돌려 뎨고의 아비를 바라보면서 싱긋 웃었음.

“두번 다시 디에고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말야.”

166.
지하실 내부에 비명소리가 울렸지만 그 비명소리는 지하실 문을 넘어가지 못했음. 

167.
뎨고의 아비는 끔찍하게 살해당해 비참하게 버려졌음. 그의 죽음은 아무도 알지 못했음. 심지어 이제는 르날조차도 잊어버린, 하찮은 죽음이었음.






사우루루
르날뎨고
#뎨고는임신튀가하고싶어
2023.07.01 23:02
ㅇㅇ
모바일
집착계략광공 미쳤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센세 가방끈이 우주를 뚫고 빅뱅
[Code: e1c1]
2023.08.18 17:37
ㅇㅇ
모바일
와 도랐다ㄷㄷㄷㄷㄷ 센세는 천재야? 너무 재밌어ㅠㅠㅠㅠ
[Code: 45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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