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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00:45
116.
그렇게 르날과 뎨고의 만남은 시작되었음.

117.
뎨고는 근처에 살았음. 뎨고의 어머니는 뎨고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그뒤로 뎨고는 모둔 불행을 자식의 탓으로 돌리는 술주정뱅이이자 도박중독자이자 가정폭력범이기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음. 이 동네에 발로 차이는 흔하디 흔한 불행이었음. 스스로도 불행하다고 느끼지만, 모두가 그러기에 어디에 하소연하지 못하는.

118.
르날은 그 부분을 파고들었음. 일단 뎨고에게 자신의 상황을 어필했음. 물론 어느정도 과장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뎨고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혐오했지만 동시에 사랑했고 그에게 매여 있었음. 그러면서도 아버지와 멀어지고 싶어했음. 그리고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음. 어머니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과 환상이 있었고.

119.
르날은 그 점을 파고들었음.

120.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음. 르날의 어머니인 일레르는 아팠고 르날의 아버지 칼뱅은 그런 일레르의 건강상태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으며 일레르와 르날 중 중요한걸 택하라면 단연 일레르였음. 그렇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르날에게 기울였음.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는건 결코 뎨고와 가까워질 수 없었음.

121.
르날은 약간 자기의 이야기를 왜곡해서 전달했음. 몸이 약한 어머니, 어머니를 아주 사랑하는 아버지. 그래서 때로 소외감을 느끼는 나.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하고, 그 작은 관심조차 아버지의 질투를 받아 견제당하는 나. 그리고 살짝, 언제나 자기에게 뭔갈 얻어내려고 아부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있어서 친구가 없다는 어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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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아주, 아주 효율적인 작전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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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데!!! 부자나 우리나 그렇게 별 차이가 없구나.”

뎨고의 마음을 훅 녹여버렸다, 이거지.

124.
뎨고는 정에 굶주려 있었음. 그래, 이 슬럼가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있지만 말야. 뎨고는 다른 아이들이 어른들 흉내를 내면서 마약을 하던, 총을 잡던 아무 관심이 없었음. 뭐 물론 그 바닥에 사는 아이들답게 마약 거래 일을 하는건 마찬가지였지만-왜냐면 아버지에게 돈을 줘야 하는데 그 돈을 충당할 길이 없었으므로-뎨고는 더 나아가지 않았음. 뎨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음. 그래, 다른 사람들처럼. 티비나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125.
뎨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마틸다였음. 부모에게 구박당하던 어린 소녀가 초능력을 각성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게 되는.

126.
비록 현실의 자신은 초능력도 없지만,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은 그에게 관심도 없지만.

127.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잖아.

128.
마틸다에 나온 것처럼 허니 선생님이 뎨고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뎨고 앞에는 비밀 친구가 나타났음. 에르베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애는 어딘가 얼띠고-뎨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 보니까-계속 한 말에 대해서 묻고 또 묻고-뎨고 목소리가 더 듣고 싶으니까-하는 점에서 굉장히 답답한 친구였지만, 그래도 뎨고의 비밀 아지트를 멋지다고 칭찬해줬고 계속 와도 되냐고 물어봤음. 이정도면 괜찮지, 뭐.

129.
“디에고!!!!! 이 시부랄 새끼!!!!!!! 어디 있어!!!!!!!”

130.
실수했어. 너무 기분이 들뜨는게 아니었는데. 매일 아지트에 가는게 아니었는데.

131.
“도련님, 오늘도 그 도서관에 가세요?”

에바가 차를 몰며 말했어. 르날이 응, 이라고 대꾸하면서 품안에 꼬옥 도시락은 안았음. 오늘 뎨고랑 같이 나눠먹을거야. 주방장한테 일부러 평범한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소박하지만 고급 식재료를 팍팍 쓰고 그렇지만 티가 안 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주방장은 좀 황당해했지만-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그래도 어린 도련님의 요구를 들어줬지. 사모님이 퇴원했지만 아직 면회는 주인님만 가능했기에 엄마 얼굴도 못 보는 도련님이 가여워서 말야. 도시락은 보온통에 담겨있지만 그래도 더 따뜻하게 하고 싶어서 르날은 계속 도시락을 품에 안고 있었음. 얼굴에 천진한 미소가 걸렸음. 얼마나 뎨고가 좋아할까? 생각만 해도 좋았음. 에바는 백미러로 그 모습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음. 항상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작은 도련님이 걱정스러웠는데, 지금의 모습은 진짜 아이 같아서.

132.
“디에고?”

르날이 이제는 하도 들락날락해서 익숙해진 도서관의 어둠 속을 향해 뎨고의 이름을 불렀음.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어오지 않자 그냥 안으로 들어섰음. 항상 뎨고는 르날이 오기 전에 이 곳에 있었는데 오늘은 좀 늦게 오는 모양이었음.

133.
이 도시락이 식기 전에 빨리 왔으면 좋겠다. 르날이 아지트에서 도시락을 끌어 안으면서 생각했음.

134.
에바는 한번도 뎨고를 본 적이 없었음. 뭐랄까, 어린 도련님의 혼자 간직하고 싶은 보물을 비밀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임. 그래서 르날이 도서관에 들어가자 차를 주차하고 근처에서 담배를 피며 시간을 떼웠음.

135.
“이 새끼가 또 어디를 빠져나가려고!!!!!!”
“그냥 잠깐 바람 좀 쐰다는거에요. 그게 안되는거에요????”
“안되지! 너 돈을 얼마나 번다고 그래!!!! 1분 1초가 아까워!!!!!!”

근처에서 성인 남자가 어린 남자애의 목덜미를 붙잡고 흔들고 있었음. 에바는 혀를 끌끌 차며 시선을 피했음. 이런 거리에서 저런 일은 흔했으니까. 뭐 보아하니 얼굴도 잔뜩 술에 취했고, 술값이나 노름값을 충당하려고 애를 부려먹는거겠지. 그때였음. 퍽하는 소리에 에바가 다시 시선을 옮기자 얼굴 한 쪽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남자애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씩씩거리면서 성인 남자가 소리쳤음.

“돈 벌어오라고, 새끼야!!!!!!!!”
“이봐.”

에바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음.

“그만하지.”

136.
“넌 또 뭐야????”

남자가 삿대질을 하며 에바를 향해 시선을 돌렸음. 개거품을 문 남자는 너무, 너무 추해 보였음. 바닥을 뒹굴던 남자애가 엉금엉금 기어 에바쪽으로 다가왔음. 에바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음.

“나? 여기서 담배 좀 필 사람.”
“그럼 담배나 쳐피지 왜 다른 사람 기분은 잡치게 만드는데?????”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네 돼지 멱따는 소리 때문에 담배맛 잡쳤는데.”

에바가 담배재를 털어내고 슬쩍 옆으로 몸을 움직여 차를 보여줬음. 차는 아주 비싼 차였는데 이 거리에서 이런 비싼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었음. 바로 주먹 좀 쓰고 높으신 분들. 그리고 눈앞의 술주정뱅이 하나 정도는 담글 수 있는 사람이었음. 남자가 움찔했음. 에바가 말을 이었음.

“그러니까 가라.”
“저, 저 새끼는 내 아들이야!!!!!”
“그래, 내 담배 심부름 좀 시키게 두고 가라고. 아니면 귓구멍 새로 뚫어줘?”

에바가 불붙은 담배를 살짝 흔들자 남자는 뒤돌아서 도망쳤음. 에바는 한숨을 쉬었음. 찌질한 새끼.

137.
하지만 에바는 몰랐음. 그 놈팽이가 도망가면서 차 번호를 유심히 외우는 것을.

138.
에바는 남자 아이를 보면서 물었음.

“괜찮니?”
“네,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음. 에바가 물었음.

“원한다면 경찰서나 시설 같은데로 데려다 줄 수도 있는데.”
“아니에요. 그래도 여기가 제 집인걸요.”

아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음.

“근처에서 제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요. 거기 가면 친구를 못 만나잖아요.”
“그렇구나.”

에바가 잠깐 생각했음. 이 녀석한테 돈을 쥐어주어야 하나?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쥐어주는건 정말 멍청한 짓이지만 그 마약 중독자가 안 그러면 범죄를 저지를테니 조금씩 주는건 괜찮듯이 그래도 조금이나마 돈을 줘서 애가 덜 맞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났음.

“디에고!!!!!”

139.
에바가 뒤를 돌아보았음. 르날 도련님이, 그 꼬마 도련님이 안색이 창백해져서 뛰어오고 있었음. 남자 아이가 외쳤음.

“에르베!!”
“디에고,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맞은거야?”
“별거 아냐.”

뎨고가 씩씩하게 말했음.

“그냥, 좀. 일이 있었어.”
“일?”

르날이 날카로운 눈으로 에바를 쳐다봤음. 에바가 움찔하고 고개를 숙였음. 뎨고가 다시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음.

“응, 내가 이 분 앞에서 넘어졌는데 이 분이 날 일으켜 주셨어. 그렇죠?”
“네, 네……. 그렇습니다…….”
“내가 늦었지? 미안.”
“아니야, 온 것만 해도 좋지 뭐. 진짜 넘어진거야?”

르날의 눈이 날카로웠음. 에바도 순간적으로 마른 침을 삼킬 정도의 눈빛이었지만 뎨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음.

“응, 넘어졌어.”

르날이 잠깐 뎨고를 바라보다가 말했음.

“알았어. 들어가자. 내가 너 주려고 맛있는거 싸왔어.”
“와, 정말? 고마워!!!”

르날과 뎨고가 도서관으로 들어갔음. 에바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타들어가는 담배에 손을 데일 뻔 했음. 재빨리 담배를 던져버리고 호호 손가락을 불다가 르날과 눈이 마주쳤음. 르날의 눈은 아주 살벌했음. 차 안에서 진실을 말하라는 눈빛이었음.

140.
그날 차 안에서 에바는 르날에게 모든 걸 다 말했음. 그 말을 다 듣는 르날의 눈은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음.

141.
그 날 알았음. 에바는 르날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142.
르날은 맹수였음.

143.
제가 문 먹이를 결코 놓지 않는, 그런 맹수.



사우루루
르날뎨고
#뎨고는임신튀가하고싶어

*이렇게 길어질걸 알았으면 걍 본편을 1부 2부 나눠서 쓰는건데.......
**뎨고는 아직도 르날이 자기랑 친해지려고 거짓말 한걸 모른다.....
***르날은 뎨고 앞에서 언제나 내숭쟁이임
2023.05.28 11:37
ㅇㅇ
모바일
센세가 돌아왔어...이제난죽어도여한이없어...
[Code: 01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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