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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01:32
ㄴㅈㅈㅇ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눈이 펑펑 내리는 창밖의 풍경을 보는 아이스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를 듣고 있었어

'이번에도 안 올 거야?'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화를 하는 슬라이더는 매년 거절당하는 게 질리지도 않는지 오늘도 전화를 했어. 아이스는 탑건 동기들이 다 모일 거라고 얼굴 비추라는 말에도 대답 없이 술만 마셨어. 거기에 화가 난 슬라이더가 적당히 하라고 큰 소리로 욕을 한 거지.

갑작스러운 욕에도 아이스는 화나지 않았어. 오히려 이렇게까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길 포기하지 않는 친구가 고맙고 미안할 뿐이지.

"내 몫까지 열심히 울어줘."

하늘에 들리도록. 그리 말을 한 아이스에 전화 너머에서 말이 뚝 끊겼다가 한숨이 들려왔어.

[아이스. 이제 그만하자.]

"뭘?"

[...다 알잖아.]

슬라이더는 말을 아끼는 듯했지만 아이스가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어

"몸을 망가뜨리면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거? 내가 왜 죽어야 하더라? 아, 10년 전 내가 죽인 약혼자 때문이었지?"

[...톰.]

"왜? 너도 잘 아는 피트 매버릭 미첼 대위, 톰 아이스맨 카잔스키 대령의 출격 명령을 받고 작전을 수행하던 중 폭격당하여 전사했잖아."

아이스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면서 웃었어.

"피트의 죽음과 맞바꾼 출셋길에 올라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뭘 그만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친구."

슬라이더는 얼굴을 쓸어내렸어. 아이스는 매버릭의 기일에 항상 집에 혼자 틀어박혀 술만 마셨어. 취한 아이스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죽이지 못해 안달이지.
그러자 곧 있을 진급식이 생각났어. 아이스는 반드시 오를 것이고 동시에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되겠지.






슬라이더 역시 매버릭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었어. 페덱스로 가고 난 뒤받은 약혼장을 보며 아이스와 매버릭은 평생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 매일이 긴장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냉전시대에 자기는 가족 때문에 군에서 나온 주제에 그들에게 닥칠 일을 생각 안 한 게 바보 같았어. 둘의 실력을 믿었기에 그러했지만...

매버릭의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아이스는 동기들에게 얘기했었어. 자긴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거라고.

다들 매버릭을 자유롭게 날게 해주기 위해 출세를 결심한 아이스를 알기에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어. 그렇지 않으면 아이스가 금방이라도 매버릭을 따라갈 것 같았거든. 모두 아이스마저 잃고 싶지 않았어.

몸을 갈아가면서 아이스는 위를 향했어. 슬라이더는 그런 아이스가 걱정되어 수시로 집에 찾아갔어. 그리고 피를 토하고 쓰러져있는 아이스를 발견하고서야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거지.

'너 이러다 몸 망가져. 그 꼴ㅌ.. 매버릭도 네가 이러는 거 원하지 않을 거다.'

'피트 말대로 건강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돼.'

'....지금 하는 일을 이루고 나면 그다음은 뭐냐?'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군 때려치우고 페덱스에 가자. 나랑.'

슬라이더의 농담에 아이스는 웃었어. 좋은 제안이긴 한데... 말끝을 늘인 아이스가 중얼거렸어.

'추락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피트처럼.'

슬라이더는 환자인 아이스에게 주먹을 날렸어. 요란한 소리에 놀라 들어온 사람들이 막아도 아이스를 향해 달려들었어

'이 미친 새끼!! 감히 내게, 네 전우들에게 그딴 걸 시키고 있었어?! 이때까지 네 죽음 길을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었냐고!!'

슬라이더는 분에 차 병원을 나갔고 동기들에게 전화를 돌렸어. 아이스의 불순한 의도를 알았으니 도움 따위 주지 말라고. 아내가 다가와 안아주기 전까지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도 모른 슬라이더야. 슬라이더 역시 많은 죽음을 봐왔어. 운명이 둘에게 닥쳤다는 비통함과 죽음을 향해 가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도운 멍청한 자기에게 화가 나 미련하게 울지도 못하는 아이스를 대신해 펑펑 울었어

이후 아이스를 돕는 일이 사라졌지만 기어코 제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는 아이스를 보며 다들 안타깝게 여겼고 화를 냈지만 어쩌지 못했어

죽음을 결심한 사람을 막을 방법이 없는데 어떡해.

슬라이더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날로부터 나아가지 못한 아이스를 붙잡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어





무의미한 부탁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함으로 아이스를 부르려던 순간 "피트?" 중얼거림에 수화기를 가까이 댔어. 아이스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건지 목소리가 멀리서 났지만 또렷이 들은 피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 옷을 챙겨 나갔어.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지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구나.

운전대를 잡은 슬라이더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







슬라이더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람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스였어. 제 친구가 무얼 걱정하는지 너무 잘 알았지. 걱정하지 말라 해도 믿기 어려운가 봐. 아이스는 정말 ㅈㅅ할 생각이 없었어. 누군가를 잃는 아픔을 이렇게나 뼈저리게 겪고 있는데 그걸 슬라이더나 친구들에게 다시 겪게 하고 싶진 않았어.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살 길이 필요했고 그게 매버릭과 약속했던 출세였지. 죽음 길이라니, 정신 감정 받는 거 몰라? 문제 있다면 진작 잘리고 남았어.

그래도 일부는 맞았어. 매버릭이 마지막 유언으로 건강하게 살라고 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살 의욕이 생기지 않는 때가 종종 찾아왔어. ...아니, 꽤 많이.

매버릭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는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걸까?

이렇게 매버릭의 기일 날의 아이스는 꼭 집에서 시간을 보냈어. 군에서 다 알고 있기에 전쟁위기의 긴급사항 정도가 아니면 호출하지 않았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호출된 적도 없고.

다만 10년이 지나도 죽은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아이스의 얘기는 좋은 먹잇거리였어.





제독들의 오메가 자식 중에 안 만나본 사람이 없어. 자식들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 다들 아이스를 불쌍하고 상처받은 사람으로 대했어. 그리곤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다며 다가오는 거지. 동기들의 도움도 없어진 마당에 이들 중 유리한 자의 손을 잡고 출세하는 길이 있었지만 그럼 무슨 의미가 있어? 아이스는 진절머리 나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지.

'상처를 치유해? 무슨 자격으로?'

아이스에게 거절당한 사람들은 씩씩대며 제독에게 고자질하기 바쁘지. 개중엔 여전히 아이스를 흠모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아이스는 군에 한 몸 바친 이미지가 되었어. 꺼려 하는 파병지도 선뜻 나서고 만나는 이 한 명 없다 보니 몇 년 전 비극적인 일을 겪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아이스를 따라다녔거든. 결과적으론 좋은 일이 되었어. 적에게는 증오심을, 우리에겐 연민과 애국심을 심어주는 좋은 그림이었으니까.

실상은 제 손으로 피트를, 그 외 수많은 목숨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 불과한데.

아이스는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업적에 그리 생각했어.





그렇게 세운 공으로 진급한지 10년.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매버릭의 기일. 아이스는 먹지도 않을 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놔. 반대편에 앉아 누구도 없는 소파를 보며 술을 마시다 눈 오는 소리에 창밖을 바라봤어.

슬라이더의 전화를 들으며 그저 창밖을 보던 때 무언가 보였어. 처음엔 잘못 봤나 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아이스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멈췄어

하얀 털 귀마개를 한 아이는 두꺼운 목도리를 두르고 있어 얼굴의 절반이 가려져있지만 눈은 또렷했어.

가만히 보고 있다가 머리를 숙여 사라진 아이에 아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어.

"피트?"

말해놓고도 어이없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몸은 이미 집 밖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 아이를 만나야 한다, 본능은 그리 말하고 있었거든

발목까지 쌓일 만큼 눈이 흩날리는데 아이가 멀리 가 긴 힘들 거야. 아이스는 옷을 챙겨 입을 새도 없이 나가 주변을 살폈어.





눈으로 뒤덮인 정원에는 아무도 없자 곧바로 아이를 본 곳으로 향한 아이스는 남아있는 발자국을 따라갔어. 멀리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여 아이가 사라졌을까 달리기 시작한 아이스는 얼마 안 되어 아이를 발견했어. 누가 따라오는 걸 알아챘는지 멈추고 돌아본 아이의 모습에 아이스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지

비틀거린 아이스가 나무에 지탱하는 모습에 아이는 팔을 엉거주춤 들었다가 내렸어. 마치 걱정된다는 몸짓이었지.

아이스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어. 한밤중이라 완벽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창 너머의 빛에 보이는 건 아이스가 너무 잘 알고 그리워한 얼굴이었어. 너무 어리고 앳된 모습이었지

"...어떻게.."

"..."

"너... 맵, 피트 맞아?"

아이스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 지금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했어. 아침부터 술을 많이 마셨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오랜만이야.. 아이스..."

하지만 얼굴 절반을 덮은 목도리를 내린 아이가 현실이라고 알려주었어.
아이스는 어쩐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야. 잊은 채 달렸던 추위가 이제야 느껴졌어. 온몸에 소름이 끼쳤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토록 그리워한 매버릭이 앞에 있음에도 꼼짝할 수 없었어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아니면 새로 태어나서 그런가... 기억이 헷갈려서..."

멋쩍게 웃은 아이, 그러니까 매버릭이 아이스에게 다가왔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서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 숙인 매버릭이 아이스의 얇은 옷차림에 먼저 집에 들어가자고 하려던 순간이야.

"아이스!!"

털썩 쓰러지는 소리에 놀란 매버릭이 급히 아이스에게 다가갔어. 무릎을 꿇은 채 가까이 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큰 충격을 받은 듯했어. 괜찮냐고 물어봐도 대답 없이 매버릭을 바라봤지.

"집에 돌아가자. 톰."

제게 내민 손을 가만히 보던 아이스는 조심스럽게 잡았어. 허리에 닿지도 않는 조그마한 매버릭은 손을 끌어당겼지만 일어나지 않았지.

"너 이러다 감기 걸려. 빨리 일어.."

아이스는 조그마한 아이를, 꽉 안으면 부서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윽고 아이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어. 그동안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매버릭이었어. 하지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걸 보니 저로 인해 죽었다는 걸 다시 확인받는 느낌이었지.

그동안 나오지 않던 눈물이 흘러내렸어. 소리 내어 울었지.

"나 때문에... 네가..."

덩치 큰 몸을 안아주기에 턱없이 모자란 팔로 아이스를 토닥이며 매버릭 역시 눈물을 흘렸어. 그날의 기억이 있긴 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어. 매버릭에겐 죽음은 순간뿐인 것에 불과했고 이후는 없었으니까.
다만 아이스에겐 평생인 기억이 아직도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매고 있었지

"미안해. 톰. 정말 미안해."
"왜... 나만 두고 갔어.."
"미안해.."
"왜.. 이제서야....."
"..응. 너무 늦었지? 미안해."

매버릭은 집으로 돌아왔어. 너무도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아이스의 곁으로.











30대 아이스랑 10살 매버릭
졸지에 대왕감자 키다리아저씨가 되어버린 아이스
아이스매브
2023.11.22 01:50
ㅇㅇ
모바일
첫 문단보고 숨 참았다가 꼬마 매버릭 다시 나타나서 겨우 숨 쉬었다 ༼;´༎ຶ ۝༎ຶ`༽༼;´༎ຶ ۝༎ຶ`༽ 아이스 덤덤해보이지만 사실 속은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얼룩져있는 묘사가 슬픈데 맛있다...... 아맵 둘이 너무 오래 떨어져있었고ㅠㅠㅠㅜㅜㅠ 키다리 아저씨 아이스랑 백년해로해라 이제!!!
[Code: 2b41]
2023.11.22 01:52
ㅇㅇ
모바일
흐어어어어어어ㅓ༼;´༎ຶ ۝ ༎ຶ༽༼;´༎ຶ ۝ ༎ຶ༽ ༼;´༎ຶ ۝ ༎ຶ༽ 둘이 다시 만났으니 이제 백년해로 하자 ༼;´༎ຶ ۝ ༎ຶ༽ ༼;´༎ຶ ۝ ༎ຶ༽
[Code: c8b9]
2023.11.22 05:08
ㅇㅇ
모바일
아이스 이제 건강 챙기고 피트랑 영사하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571]
2023.11.22 05:34
ㅇㅇ
모바일
아이스 이제부터 피트랑 육아연애결혼육아 알차게 하라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스한테 매브 다시 돌려줘서 고마워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
[Code: 783c]
2023.11.22 05:47
ㅇㅇ
모바일
ㅜㅜㅜㅜ이제영사해라 ㅜㅜㅜ
[Code: 94cd]
2023.11.22 07:39
ㅇㅇ
모바일
하 위로울다 밑으로운다 대왕감자 아이스 으음 벌써 침 넘어가요 센세
[Code: 0e68]
2023.11.22 08:42
ㅇㅇ
모바일
대왕감자여도 좋다 아이스는 매브랑 행복할거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7c7]
2023.11.22 09: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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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ㅠㅠㅠㅠㅠ
[Code: 14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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