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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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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없음 군알못
ㄴㅈㅈㅇ ㅋㅂㅈㅇ 주의할 수 있는 거 다 주의
온갖 클리셰 다 있는 회귀물 보고 싶었음
만약에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이 불꽃과도 같은 것이라면, 너와 사랑하기 위해선 우리 사이엔 어떤 가연 물질이 필요한 걸까. 전생에 그 오랜 기간을 찾아 헤맸어도 찾지 못했는데, 이번 생이라고 찾을 수 있을까.
---
그날 나는 점호시간 바로 직전까지 샤워실에서 물을 맞으며 아이스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벙커로 돌아갔다. 그 대가는 고열이었다. 펄펄 끓는 열에 군의관을 찾아갈 생각도 못 하고 쓰러져있는 것과 흡사한 상태였다. 훈련에 나오지 않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동기가 나의 벙커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기에 기어가 힘들게 문을 연 순간 온갖 호들갑은 다 떨며 비명을 지르지 않았더라면 이탈죄든 뭐든으로 얼차려를 받던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나는 동기에 그 웃기는 꼴을 보며 기절하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그 언젠가처럼 아이스가 의자에 등받이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나는 과거의 어느 날처럼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무릎을 툭툭 쳤다. 나는 아이스의 눈이 나를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대령이 이렇게 농땡이 쳐도 돼?”
“너는 눈뜨고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해.”
“너 지금 이틀 만에 일어나는 거야.”
그제야 나는 조금 심각해졌다. 또 열에 들떠서 뭔 헛소리를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인지 모를 떨리는 손을 쥐곤 장난스레 아이스의 무릎을 툭 쳤다.
“거짓말 하지 마.”
“진짜야.”
아이스는 의자를 나의 침대맡으로 바짝 당겨 앉아 링거를 꽂지 않은 쪽의 손을 조심히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고개를 숙여 이마에 댔다.
“난 너 죽는 줄 알았어. 열이 얼마나 심했는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손을 뻗어 아이스의 머리를 흩트렸다. 풍년을 이룬 황금색 밀밭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듯 결 좋은 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사이로 빠져나왔다. 나는 그 부드러움을 만끽하다가 손을 내려 수염이 까칠하게 올라온 볼과 턱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그 까끌까끌함이 나의 손바닥을 간지럽혀 못내 웃고 말았다.
“너는 지금 죽을 뻔했다는 데 웃음이 나와?”
“네가 살려냈잖아. 네가 얼마나 닦달을 했겠어.”
“헬기 띄우려다 참았어. 너 오늘 안 일어났으면 정말 띄웠을 거야.”
“나를 정말 욕 먹여서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건 좀 참아줘.”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령이 감기 걸린 것 때문에 헬기를 띄우는데. 나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기에 약간의 진담 섞인 농담으로 받아쳤다.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말을 듣자 아이스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손을 약간 강하게 쥐며 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어?”
“누가 너를 욕하냐고. 너를 위해 헬기를 띄우는 게 왜 네가 욕먹을 짓인데.”
“그야… 누가 감기 걸렸다고 돈을 그렇게 많이 써서 헬기를 띄우겠어. 장관도 아니고, 죽을병도 아닌데.”
“넌 카잔스키 사람이야.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이스는 이제 숫제 화가 난다는 걸 숨길 생각도 없는지 내 손을 조심히 이불 안에 넣어주고는 한여름에도 물이 얼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3년 전에도 그래. 갑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겠다고 했었지. 누가 그랬을까. 그런 거 모르게 하려고 곱게 키웠는데.”
“…너랑 나랑 세 살밖에 차이 안 나거든. 네가 무슨 날 키웠다고.”
“넌 꼭 말해주기 싫으면 말 돌리더라. 그것도 다 티 나게.”
“…진짜 그런 적 없어서 그런 거야.”
“그래. 언젠간 말해주겠지.”
영원히 말할 일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훼까닥 미쳐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전생에 결혼 준비하면서 들은 말들에 관한 건 없는 일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결혼을 포기하자 전생에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온갖 소리를 내뱉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가다 언제까지 카잔스키가에 붙어있을 작정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제 주제를 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나를 위해 헬기를 띄운다면 최소 이 항모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두고두고 저렇게 씹어댈 게 뻔했다. 그러니 그런 일은 안 일어나는 게 최고였다.
“나 언제 퇴원해도 돼?”
“함장 권한으로 일주일은 병실에 묶어둘 작정이야.”
“아… 싫은데, 그럼 링거는 언제까지 맞아야 한데?”
“왜 싫은데. 링거는 내일까지.”
“나 그러면 내일 링거만 맞고 퇴원할래. 너 어차피 나 여기 있는 동안 일도 여기서 하든가 아니면 안 할 거 아니야. 맨날 여기나 오고.”
“그래서?”
“어차피 진짜 아파서 치료받는 건 내일까지 인 거고 그다음에는 그냥 네가 나 훈련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그럼 나 그냥 네 함장실에서 놀다가 벙커 가서 잘래. 네가 함장 권한으로 훈련 빼줘.”
아이스는 그제야 좀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한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머리를 정리해 주곤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줬다.
“그니까 가서 일해. 너 그 권력 없으면 나 일주일 동안 못 놀잖아. 괜히 잘리거나 징계받지 말고 가서 일해. 나 잘 거니까. 일 끝나면 와.”
“어쩐지 네가 예쁜 말을 하더라. 자는 거 보고 갈게.”
나는 그의 말을 따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남은 파견 기간을 헤아려 보았다. 이제 막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일단 한 달 안에 케이크를 다 먹어야겠지. 그리고 아이스에게 더 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또 뭘 더해야 할까. 그렇게 나는 쌓이기만 하고 답은 없는 생각들 속에서 잠이 들었다.
---
다시 눈을 뜨자 아이스는 여전히 내 옆에 있었다. 갔다 온 건지 아니면 계속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눈을 뜰 때마다 아이스가 있다는 건 꽤 기분 좋고 설레는 일이었다. 그게 마음이 여려지고 더 약해지는 아플 때라면 더욱더. 자기 전 더 반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은 벌써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괜히 더 툴툴대며 물었다.
“너 일 안 갔지.”
“아, 억울하네. 빨리 끝내고 온 것뿐인데. 한량 취급이나 당하고.”
나는 아이스의 장난스러운 투덜거림에 하하 크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아이스는 그 작은 동작도 불안한지 나를 부축했다. 아 고작 감기에 이렇게 호들갑인 사람 또 없을 거라고 생각하자마자 시니어가 떠올라 사람에 줄을 긋고 집안으로 변경했다. 나는 이 어이없는 과보호를 탈출하고자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나 배고파.”
---
그 한마디에 침대 위에 삼키기 쉬운 음식들이 잔뜩 올라왔다. 내가 지금 항모가 아니라 무슨 크루즈에 올라타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많고 다양했다. 국방비가 넘쳐나는 나라라 매번 식자재를 넉넉하게 적재한다지만 이건 좀 과한 것 같았다.
“나 지금 무슨 얼굴 믿고 황제 옆에서 이것저것 부려 먹는 악독한 후궁이 된 기분이야.”
“하하, 그건 또 무슨 비유야. 그리고 왜 황후도 아니고 후궁이야.”
“아니…뭐 그런 역은 꼭 후궁이더라고.”
그리고 출신 신분 따져봐도 내가 황후가 될 수 있을 리 없잖아. 나는 제일 가까이에 있는 음식을 하나 가져와 입에 넣었다. 오, 맛있는 군대 짬밥을 먹는 날이 다 오네. 호강한다. 나는 음식을 입에 부지런히 나르면서 뭔가 포식한 호랑이처럼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스를 쳐다봤다. 뭔가 재수 없는 웃음이었다.
“왜 그렇게 재수 없게 웃어.”
“아니, 그냥 네가 아까 한 말이 웃겨서.”
그게 그렇게 웃긴 비유였나?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황제인 거잖아?”
나는 아이스의 말의 의도를 따라잡지 못 한 체 밥을 먹던 숟가락도 내려놓고 그저 쳐다만 봤다.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네 비유에 따르면 난 후궁 치마폭에 쌓여 이상한 짓이나 하는 얼빠진 황제라는 건데…”
아니 왜 또 말이 그렇게 되는 건데! 나는 억울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대체 어떤 사고를 거쳐야 저런 결론이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런 새끼가 어떻게 수석이나 했지? 내가 해명 아닌 해명을 위해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뭐?”
“많이 드시게 귀비, 그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니.”
그러고는 아이스가 무슨 연극이라도 하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나의 손등을 잡아 올려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숟가락으로 아이스의 이마를 때리고 말았다. 진짜 돌았나 이게. 나는 홧홧한 손등을 그의 손에서 빼내 쿵쾅거리는 심장을 내리눌렀다. 아이스는 맞은 이마가 꽤 아팠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곤 손으로 맞은 부위를 살살 문질렀다.
“너한테 장난 두 번 쳤다가는 뇌진탕 걸려 죽겠다.”
“진짜 지랄하지 말라고.”
내가 아이스의 눈앞에 숟가락을 위협적으로 휘두르자 아이스는 고개를 뒤로 쭉 빼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의자 손잡이에 팔꿈치로 팔을 세워 살짝 주먹을 쥐곤 턱을 괬다. 다리까지 꼬고 그 자세를 하고 있는 아이스의 모습을 보자니 진짜 어디 황제의 초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배알이 베베 꼬였다. 그렇게 우리는 눈싸움을 하듯 한참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스가 픽 웃으며 말도 안된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네가 아까 얼굴 믿고 그런다 그랬잖아. 평소였으면 놀렸을 텐데.”
“그런데, 이 새끼야.”
“오늘 내 눈이 좀 이상한 것 같긴 해.”
“엉? 뭐가 어떻게 이상한데.”
“네가 오늘 아파서 나한테 덜 짜증 내서 그런가,”
“내가 너한테 짜증을 내면 얼마나 낸다고-”
“작고 귀여운 게 아니라 작고 예뻐 보이네?”
"..."
"그래도 난 네가 짜증내는 것도 좋으니까,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저 미친놈이 방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지?
매브 타임미션: 한 달안에 케이크 먹기!
그냥 둘이 알아서 사귀었으면 조켔다...
#너를포기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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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없음 군알못
ㄴㅈㅈㅇ ㅋㅂㅈㅇ 주의할 수 있는 거 다 주의
온갖 클리셰 다 있는 회귀물 보고 싶었음
만약에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이 불꽃과도 같은 것이라면, 너와 사랑하기 위해선 우리 사이엔 어떤 가연 물질이 필요한 걸까. 전생에 그 오랜 기간을 찾아 헤맸어도 찾지 못했는데, 이번 생이라고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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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점호시간 바로 직전까지 샤워실에서 물을 맞으며 아이스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벙커로 돌아갔다. 그 대가는 고열이었다. 펄펄 끓는 열에 군의관을 찾아갈 생각도 못 하고 쓰러져있는 것과 흡사한 상태였다. 훈련에 나오지 않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동기가 나의 벙커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기에 기어가 힘들게 문을 연 순간 온갖 호들갑은 다 떨며 비명을 지르지 않았더라면 이탈죄든 뭐든으로 얼차려를 받던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나는 동기에 그 웃기는 꼴을 보며 기절하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그 언젠가처럼 아이스가 의자에 등받이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나는 과거의 어느 날처럼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무릎을 툭툭 쳤다. 나는 아이스의 눈이 나를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대령이 이렇게 농땡이 쳐도 돼?”
“너는 눈뜨고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해.”
“너 지금 이틀 만에 일어나는 거야.”
그제야 나는 조금 심각해졌다. 또 열에 들떠서 뭔 헛소리를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인지 모를 떨리는 손을 쥐곤 장난스레 아이스의 무릎을 툭 쳤다.
“거짓말 하지 마.”
“진짜야.”
아이스는 의자를 나의 침대맡으로 바짝 당겨 앉아 링거를 꽂지 않은 쪽의 손을 조심히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고개를 숙여 이마에 댔다.
“난 너 죽는 줄 알았어. 열이 얼마나 심했는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손을 뻗어 아이스의 머리를 흩트렸다. 풍년을 이룬 황금색 밀밭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듯 결 좋은 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사이로 빠져나왔다. 나는 그 부드러움을 만끽하다가 손을 내려 수염이 까칠하게 올라온 볼과 턱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그 까끌까끌함이 나의 손바닥을 간지럽혀 못내 웃고 말았다.
“너는 지금 죽을 뻔했다는 데 웃음이 나와?”
“네가 살려냈잖아. 네가 얼마나 닦달을 했겠어.”
“헬기 띄우려다 참았어. 너 오늘 안 일어났으면 정말 띄웠을 거야.”
“나를 정말 욕 먹여서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건 좀 참아줘.”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령이 감기 걸린 것 때문에 헬기를 띄우는데. 나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기에 약간의 진담 섞인 농담으로 받아쳤다.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말을 듣자 아이스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손을 약간 강하게 쥐며 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어?”
“누가 너를 욕하냐고. 너를 위해 헬기를 띄우는 게 왜 네가 욕먹을 짓인데.”
“그야… 누가 감기 걸렸다고 돈을 그렇게 많이 써서 헬기를 띄우겠어. 장관도 아니고, 죽을병도 아닌데.”
“넌 카잔스키 사람이야.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이스는 이제 숫제 화가 난다는 걸 숨길 생각도 없는지 내 손을 조심히 이불 안에 넣어주고는 한여름에도 물이 얼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3년 전에도 그래. 갑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겠다고 했었지. 누가 그랬을까. 그런 거 모르게 하려고 곱게 키웠는데.”
“…너랑 나랑 세 살밖에 차이 안 나거든. 네가 무슨 날 키웠다고.”
“넌 꼭 말해주기 싫으면 말 돌리더라. 그것도 다 티 나게.”
“…진짜 그런 적 없어서 그런 거야.”
“그래. 언젠간 말해주겠지.”
영원히 말할 일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훼까닥 미쳐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전생에 결혼 준비하면서 들은 말들에 관한 건 없는 일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결혼을 포기하자 전생에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온갖 소리를 내뱉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가다 언제까지 카잔스키가에 붙어있을 작정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제 주제를 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나를 위해 헬기를 띄운다면 최소 이 항모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두고두고 저렇게 씹어댈 게 뻔했다. 그러니 그런 일은 안 일어나는 게 최고였다.
“나 언제 퇴원해도 돼?”
“함장 권한으로 일주일은 병실에 묶어둘 작정이야.”
“아… 싫은데, 그럼 링거는 언제까지 맞아야 한데?”
“왜 싫은데. 링거는 내일까지.”
“나 그러면 내일 링거만 맞고 퇴원할래. 너 어차피 나 여기 있는 동안 일도 여기서 하든가 아니면 안 할 거 아니야. 맨날 여기나 오고.”
“그래서?”
“어차피 진짜 아파서 치료받는 건 내일까지 인 거고 그다음에는 그냥 네가 나 훈련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그럼 나 그냥 네 함장실에서 놀다가 벙커 가서 잘래. 네가 함장 권한으로 훈련 빼줘.”
아이스는 그제야 좀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한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머리를 정리해 주곤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줬다.
“그니까 가서 일해. 너 그 권력 없으면 나 일주일 동안 못 놀잖아. 괜히 잘리거나 징계받지 말고 가서 일해. 나 잘 거니까. 일 끝나면 와.”
“어쩐지 네가 예쁜 말을 하더라. 자는 거 보고 갈게.”
나는 그의 말을 따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남은 파견 기간을 헤아려 보았다. 이제 막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일단 한 달 안에 케이크를 다 먹어야겠지. 그리고 아이스에게 더 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또 뭘 더해야 할까. 그렇게 나는 쌓이기만 하고 답은 없는 생각들 속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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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뜨자 아이스는 여전히 내 옆에 있었다. 갔다 온 건지 아니면 계속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눈을 뜰 때마다 아이스가 있다는 건 꽤 기분 좋고 설레는 일이었다. 그게 마음이 여려지고 더 약해지는 아플 때라면 더욱더. 자기 전 더 반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은 벌써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괜히 더 툴툴대며 물었다.
“너 일 안 갔지.”
“아, 억울하네. 빨리 끝내고 온 것뿐인데. 한량 취급이나 당하고.”
나는 아이스의 장난스러운 투덜거림에 하하 크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아이스는 그 작은 동작도 불안한지 나를 부축했다. 아 고작 감기에 이렇게 호들갑인 사람 또 없을 거라고 생각하자마자 시니어가 떠올라 사람에 줄을 긋고 집안으로 변경했다. 나는 이 어이없는 과보호를 탈출하고자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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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침대 위에 삼키기 쉬운 음식들이 잔뜩 올라왔다. 내가 지금 항모가 아니라 무슨 크루즈에 올라타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많고 다양했다. 국방비가 넘쳐나는 나라라 매번 식자재를 넉넉하게 적재한다지만 이건 좀 과한 것 같았다.
“나 지금 무슨 얼굴 믿고 황제 옆에서 이것저것 부려 먹는 악독한 후궁이 된 기분이야.”
“하하, 그건 또 무슨 비유야. 그리고 왜 황후도 아니고 후궁이야.”
“아니…뭐 그런 역은 꼭 후궁이더라고.”
그리고 출신 신분 따져봐도 내가 황후가 될 수 있을 리 없잖아. 나는 제일 가까이에 있는 음식을 하나 가져와 입에 넣었다. 오, 맛있는 군대 짬밥을 먹는 날이 다 오네. 호강한다. 나는 음식을 입에 부지런히 나르면서 뭔가 포식한 호랑이처럼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스를 쳐다봤다. 뭔가 재수 없는 웃음이었다.
“왜 그렇게 재수 없게 웃어.”
“아니, 그냥 네가 아까 한 말이 웃겨서.”
그게 그렇게 웃긴 비유였나?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황제인 거잖아?”
나는 아이스의 말의 의도를 따라잡지 못 한 체 밥을 먹던 숟가락도 내려놓고 그저 쳐다만 봤다.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네 비유에 따르면 난 후궁 치마폭에 쌓여 이상한 짓이나 하는 얼빠진 황제라는 건데…”
아니 왜 또 말이 그렇게 되는 건데! 나는 억울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대체 어떤 사고를 거쳐야 저런 결론이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런 새끼가 어떻게 수석이나 했지? 내가 해명 아닌 해명을 위해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뭐?”
“많이 드시게 귀비, 그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니.”
그러고는 아이스가 무슨 연극이라도 하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나의 손등을 잡아 올려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숟가락으로 아이스의 이마를 때리고 말았다. 진짜 돌았나 이게. 나는 홧홧한 손등을 그의 손에서 빼내 쿵쾅거리는 심장을 내리눌렀다. 아이스는 맞은 이마가 꽤 아팠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곤 손으로 맞은 부위를 살살 문질렀다.
“너한테 장난 두 번 쳤다가는 뇌진탕 걸려 죽겠다.”
“진짜 지랄하지 말라고.”
내가 아이스의 눈앞에 숟가락을 위협적으로 휘두르자 아이스는 고개를 뒤로 쭉 빼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의자 손잡이에 팔꿈치로 팔을 세워 살짝 주먹을 쥐곤 턱을 괬다. 다리까지 꼬고 그 자세를 하고 있는 아이스의 모습을 보자니 진짜 어디 황제의 초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배알이 베베 꼬였다. 그렇게 우리는 눈싸움을 하듯 한참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스가 픽 웃으며 말도 안된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네가 아까 얼굴 믿고 그런다 그랬잖아. 평소였으면 놀렸을 텐데.”
“그런데, 이 새끼야.”
“오늘 내 눈이 좀 이상한 것 같긴 해.”
“엉? 뭐가 어떻게 이상한데.”
“네가 오늘 아파서 나한테 덜 짜증 내서 그런가,”
“내가 너한테 짜증을 내면 얼마나 낸다고-”
“작고 귀여운 게 아니라 작고 예뻐 보이네?”
"..."
"그래도 난 네가 짜증내는 것도 좋으니까,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저 미친놈이 방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지?
매브 타임미션: 한 달안에 케이크 먹기!
그냥 둘이 알아서 사귀었으면 조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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