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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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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없음 군알못
ㄴㅈㅈㅇ ㅋㅂㅈㅇ 주의할 수 있는 거 다 주의
온갖 클리셰 다 있는 회귀물 보고 싶었음





계단을 어떻게 올랐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네발로 기어서 올라갔던 것 같기도 하고, 난간을 구명줄처럼 손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줘 잡고 올라갔던 것 같기도 했다. 그 후로 간간이 기억나는 것은 비처럼 흘린 식은땀에 젖어버린 옷을 대충 벗어 던져버리고 이불을 덮고 눕고는 아린 배를 움켜쥐고 기절하듯 잠에 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심한 감기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역시 한 겨울에 땀에 젖어 잠에 드는 건 좀 미친 짓이긴 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당장 관사로 옮기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심한 열에 괴로워하는 나를 보러 시니어와 아이스가 차례로 다녀갔다. 그들은 얼른 나으라며 옆에서 내 간호하다가 의사를 재촉하다가 했다. 의사는 그때마다 난처해하며 그저 독감이라며 약만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그 말이 왜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던지, 열에 뇌가 익어 죽어버리면 딱 좋을 텐데. 나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침대맡에 의자를 두고 나를 간호하다 잠이 든 아이스였다. 얘는 뭐 이렇게 불편하게 잠을 잔담. 그냥 감기인데 편하게 자지. 나는 힘이 빠져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팔을 애써 움직여 손가락으로 아이스를 툭툭 쳤다. 아이스는 눈을 한번 찡그렸다 뜨고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그의 눈에 서린 걱정과 알 수 없는 서늘함에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다 쉬어빠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 방 가서 편하게 자.”

“너 열이 39도까지 올랐었어.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집에 있는 고용인 일 뺏지 말고, 그냥 가서 자.”

“네가 열에 들떠서 한 소리를 기억한다면 그런 소리는 못 할걸.”

“내가… 내가 뭐라고 했는데.”


아이스는 연기를 아주 못하는 배우가 대본을 읽는 것처럼, 감정은 하나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나의 치부를 꺼내놓았다.


“다시는 욕심 내지 않을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안돼 말하지 마.


“그러니까 제 아이만은 돌려주세요.”


나는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가 살아있는지 숨은 쉬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어 열심히 머릿속을 헤집어 만든 변명을 입에 올렸다. 내가 듣기에도 퍽 설득력은 없었으나, 그래도 사실은 말할 수가 없었다.


“꿈꿨나 보지.”


아이스가 한쪽 입꼬리만 올려 비웃고는 말했다.


“그래, 네가 사실을 말해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그래도 진짜 말 안 해주니까, 섭섭하긴 하다. 열 떨어진 거 봤으니까 갈게.”


아이스는 땀에 전 내 머리카락이 더럽지도 않은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려 정리하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럼. 이번엔 부디 좋은 꿈 꾸길. 피트.”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숨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아이스가 입을 때고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나설 때까지,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태어나길 다정한 사람. 모든 이에게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사랑해서. 그렇게 내가 만족을 모르고 너를 탐내는 바람에 너의 다정함을 잃었지. 역시 그냥 죽고 싶었다.

---

나는 감기가 다 낫고도 일주일을 더 머물렀다. 태생이 다정한 사람 1호 시니어 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다 나은 것을 보고도 떠날 때가 되자 또 걱정을 태산같이 쌓아두셨다.


“하하, 저 군인이에요. 감기정도는 괜찮아요.”

“그래도, 좀 더 머무르지.”

“원래 예정보다 훨씬 더 길게 머물렀는데. 그래도 아쉬우세요?”

“아가도 참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나는 다시 한번 크게 웃으며 시니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금방 또 오겠다며 웅얼거리자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는 이곳에 머문 지 일주일 만에 너무나도 늘어버린 짐을 챙기고 차에 올랐다. 손이 커도 너무 큰 우리 아버지. 뭘 이렇게 많이도 싸주셨는지. 나를 향한 시니어의 사랑은 항상 차고 넘쳐 항상 고맙고 죄스러웠다.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살 것을 뭘 그렇게 욕심을 내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눈을 감고 차창에 기댔다. 나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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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사 안에 사다리를 사서 들여놨다. 병원은 갈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계단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말은 할 수 없었고, 전생에 계단에서 굴러 험한 일을 당한 후 죽었더니 회귀했다고 하면 그때는 트라우마 치료가 아닌 그냥 정신과 치료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무식하게 무서운 것에 계속 나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매일 사다리를 올랐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 고작 전투기 비행기 사다리 4~5칸을 못 오르는 게 서러워서 울었다. 나중엔 남은 거라곤 비행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못할까 무서워서 울었다. 나중엔 저 관사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때때로 아이스가 찾아와 관사 문을 두드렸다. 나는 없는 척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나는 이 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나는 이 현상의 원인이 되는 사람은 더욱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발소리가 그 언젠가의 아이스가 떠올라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나는 다시 한번 사다리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홀로 조금은 이상한 그리고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치료를 통해 한 달 만에 사다리를 완전히 정복했다. 그래도 계단이랑 사다리랑 생긴 게 달라서인지 금방 적응했다. 적응을 한 건지 아니면 내가 비행에 미쳐 몸을 속이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 뭐인지는 알 방법이 없을 테였다. 나는 더 이상 사다리를 오르다가 멈춰 서지도, 내려가다 갑자기 뛰어내리지도 않았다.


회귀 후 두 달 만에 생긴 훈련에 나는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웃는 모습으로 캐노피를 열었다. 그리고 최소한 남들이 보기에는 문제없는 모습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나는 내 동료들을 끌어안았다. 나는 남몰래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른 눈물을 삼켰다. 커다란 덩어리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

나는 펍에 가자는 친구들의 연락을 다 무시하고 관사 침대에 조용히 누웠다. 딱히 뭘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모든 일들이 다 지나가고, 혼자 있는 지금. 진정으로 나와 나의 아이의 죽음에 추모했다. 나는 이불 속에 들어가 시트를 꽉 쥐고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너를포기하는중
2022.12.03 11:1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 매브ㅠㅠㅠㅠㅠ
[Code: 9bde]
2022.12.03 13:08
ㅇㅇ
모바일
회귀했어도 매브한테 없었던일은 아니잖아ㅜㅜㅜㅜ 혼자 아파하는거 너무 짠하다ㅜㅜㅜㅜㅜ 아이스가 나쁜사람이 아니라 더 슬퍼ㅜㅜㅜㅜㅜㅜㅜㅜ 아이스랑 이어지는갓도 좋은데 매브 그냥 행복했으면 ㅜㅜ 안아팠으면 좋겠다 ㅜㅠㅠㅠ
[Code: 9fb6]
2022.12.05 12:10
ㅇㅇ
모바일
ㅠㅠㅠ매브야ㅠㅠㅠㅠㅠㅠㅠ 마음이 엎어놓는다고 없어지는것도아닌데 ㅠㅠㅠㅠ 혼자 사다리로 극복하려는것도 너무 짠해ㅜㅠㅠㅠ
[Code: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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