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잃고업보쌓는행맨

29.



밥에게서 무슨 말이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제이크가 한참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마주했다. 밥은 그런 제이크와 눈이 마주치자 손에 쥐고 있던 앨범을 슬며시 펼쳤다. 펼친 앨범에는 둘의 결혼식에서 찍은 걸로 보이는 수많은 사진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마음으로 날 만났는지도 모르겠어........이땐 다 아는 것 같았는데, 사실 아니었던 거지."



"........로버트."



"근데 뭐 어쩌겠어."



".......뭐?"



"네가 선택한 거잖아. 제이크. 지나간 건 생각 안 한다며. 그러니까 나도 안 하려고."







행맨은 제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을 골랐다. 그러나 정작 말한 당사자는 태연하게 펼친 앨범을 제이크 쪽으로 들이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우리 결혼식 때 코요테랑 피닉스가 춤추던 거. 아마 팬보이가 찍었을 거야. 그리고 이거는 심통난 빌리. 우리 결혼식 날 묘하게 막냇딸 뺏기는 기분 난다고 하루종일 이런 표정이었다? 웃겨. 내가 언제부터 그런 롤이었다고. 신나서 와르르 이야기를 쏟아놓는 밥에 행맨은 덥석 사진을 짚고 있던 손을 잡았다. 







"밥. 베이비. 너 지금 그거 무슨 의미야?"



"응? 뭐가."



"나 단순한 놈이라 복잡하게 생각 못 해. 지금 네 말, 내가 기억을 잃은 거랑 상관 없이 나랑 있겠다는 뜻 맞아?"







긴가민가하는 행맨의 얼굴에 밥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 손을 잡아 챈 손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그 언젠가처럼 단단하게 잡아온 손에 밥은 잡힌 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행맨의 손등을 살살 쓸었다. 간지러웠던 건지, 아니면 답을 재촉하는 건지 행맨은 그런 밥의 손을 채어 깍지를 껴왔다. 기억은 하나도 없다면서 이런 습관들은 하나도 바뀌질 않았다. 







"네가 그랬잖아. 기억을 되찾던, 아니던 상관 없이 결말은 같을 거라며."



"......"



"아니야?"



"맞아."







밥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이는 제이크의 앞에 앨범 밑에 놓아뒀던 이혼 서류를 꺼내어 올렸다. 봉투만 봐도 무엇인지 아는 제이크의 안색이 곧장 굳었다. 예상했던 바여서 밥은 차분히 깍지낀 채로 잡힌 손을 당겨 제이크의 시선을 끌어왔다.









"내가 너한테 이걸 줬던 이유는 변함 없어. 저번에 말한 거랑 똑같아."



"......알고 있었어?"



"뭐, 네가 기억 잃은 척 한 거? 너무 감쪽 같아서 난 내가 꿈이라도 꾼 줄 알았어."



"미안. 하지만-"





밥은 설명따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이크의 눈동자가 한번 파르르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선명한 에메랄드 빛 녹안이 긴장한 그를 반영한듯 동공이 커졌다. 





"난 널 놓아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뭐?"



"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 널 보내면 넌 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까 날 빨리 잊을테고. 그럼 나만 너에 대한 마음을 청산하면 될 줄 알았거든. 물론 너를 잊는 게 죽을만큼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 이후로는 나인채로 살 수 있을테니까."







제이크는 밥의 말을 듣고 잠시 상처입은 얼굴을 하더니 잡고 있던 손을 빼내었다. 뭔가 반박하려던 것 같았던 한숨 같은 호흡이 자리한 후, 식탁 위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기적인 건 내 전문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베이비."





밥은 제이크의 질타 섞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건......전혀 생각 안 했구나."



"제이크."



"아냐. 계속 해봐. 네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 궁금하네."







밥은 정말 계속해도 되는 건지 눈을 굴려 행맨의 얼굴을 읽다가 이내 단호한 눈빛에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이어지는 말은 밥의 고해성사와도 같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행맨의 말이 맞았다. 밥은 행맨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 고려하지 않았다기보다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연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겨난 부채감 같은 거라 치부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행맨에게 몇 번이고 기억을 잃고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 전과 같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기도 했고.



하지만 이혼 서류를 보고 화를 내며 쓰러지고, 기억을 잃은 척까지 하며 자신을 붙들어 놓으려 하는 것을 보고 나니 의구심이 들었다. 어쩌면 행맨이 제 예상보다 훨씬 제게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게다가 병원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느낀 행맨은 기억을 잃기 전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모든 일에 자신이 최우선 순위에 있었으며, 그의 확신이 흔들리는 모든 순간에는 제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



"내가 너 없으면 안 되겠더라고."









잔잔하게 이어지던 밥의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제이크가 마지막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밥은 머쓱한 기분이 들어 괜히 코를 쓱 훑고는 안경테를 치켜 올렸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



"못 놓아주겠더라고. 널 놓아주는 생각이나 상상은 많이 했는데, 실제로 놓아주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



"......"



"내가 아까 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잖아? 근데 이제 진짜 네가 내 옆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너무 무서웠어."



"베이비."



"기억이야 또 잃을 수도 있겠지. 근데 네가 진짜 내 삶에서 빠져나가진 않을 거 아냐. 네가 그랬지. 널 가진 건 나니까 욕심내라고. 그럼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도 너를 내 옆에 붙잡아 둘 수 있을테니까."



"......"



"근데 만약 내가 먼저 널 놓아버리면?"



"......"



"그럼 진짜 끝이잖아. 내 옆에, 너.....없는 거잖아."



"......"



"나는......그게 너무 무서워. 행맨. 무서워서 못하겠어. 미안해."







마지막 말을 마지막으로 밥의 고개가 떨어졌다. 왜인지 모르게 치받는 서러움에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행맨은 그런 밥을 가만히 보다가 일어섰다. 그러고는 그 옆으로 가 선 채, 작게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정말 악몽이라도 꾸는 사람처럼 떨리는 몸에 제이크는 제 품 안으로 좀 더 당겨 안아 넣고는 목덜미와 등을 계속해서 쓸어내렸다. 밥이 마주 안아오며 목덜미에 숨결이 느껴졌다. 제이크는 가만가만 밥의 숨결에 자신의 숨소리를 맞추다가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조금 진정이 된듯한 밥의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 그러나 행맨은 밥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꽉 끌어안고는 밥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나 어디 안 가. 베이비."



"......"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면 꼭 못 가게 막아. 더 세게 붙들어 매고 놓치지 말란 말이야. 응? 꽁꽁 동여매서 땅에, 네 옆에 꽉 붙들어 놓으라고."



"......"



"너라면 얼마든지 기쁘게 매여 있을테니까. 항상."







밥은 대답대신 고개를 들어 행맨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











회포를 푼 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짐 정리였다. 밥이 정리 해두었던 제이크의 짐을 돌려놓고, 둘의 사진들도 비로소 자리를 되찾았다. 제이크는 정리하는 내내 사진을 하나하나 살피며 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대체로 어디서 찍은 거냐, 어떤 상황이었냐에 관한 것이었다. 밥은 이제 막 말하기를 시작한 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어대는 제이크의 물음에 대답해주다가도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매번 느끼지만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얼추 집 정리를 끝낸 둘이 찾아간 곳은 밀리가 살고 있는 제이크의 전집이었다. 그 집에 머무는 동안 늘어난 짐들을 챙기기 위해서 였다. 밀리는 둘이 방문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다가 밥이 기억을 잃은 제이크를 받아 주기로 했다는 것을 알고 기함했다.



어떻게 또 저 인간말종을 받아줄 수 있는 거냐며 기억을 잃어도 싸가지는 여전하던데 혹시 밥의 머리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다. 웃으면서 한사코 아니라고 하는 밥에 그게 아니면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거냐고 진심으로 물어왔다. 물론 그 바람에 제이크와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대충 물리적으로 일이 마무리 된 이후에 밥이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주변이었다. 제이크가 기억을 잃고 난 뒤, 몇 달 동안 퍼져있던 말들을 수습해야만 했다.



여전히 기억을 잃은 상태지만 결국 다 얘기하고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말에 프리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만 치고 전화를 끊었고 피닉스는 실망스럽네 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보자마자 답장 대신 전화가 걸려온 건 루스터였는데, 한참동안 아무말 없이 음...하면서 고민하는 소리만 내다가 밥에게 너는 행복한 거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옆에서 듣고 있던 행맨은 이 수탉새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길길이 날뛰었다.





곧장 그렇다고 할 줄 알았는지 답이 안 나오는 저를 지켜보며 은은하게 불안함을 내비추는 행맨이었다. 밥은 그런 행맨을 물끄러미 보다가 제이크의 손을 잡았다. 장난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연하죠. 엉클 루스터. 걱정하지 마세요."





그 대답이 웃겼는지 수화기 너머로 루스터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다음에 만나면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행맨은 손을 잡아 오니 잡지만 아직도 납득하지 못했는지 아리송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내가 어쩌다가 루스터자식이랑 화해를 한 거야? 무슨 짓을 했길래 걔가 나를 재수 없어하는 게 아니라 사고 크게 친 동생이 못마땅한 것처럼 구는 거냐고."



"궁금하면 만나서 물어봐."



"그건 공평하지 못하지. 베이비. 난 중립적인 의견이 필요한 거야. 한 쪽으로만 치우친 편향된 의견이 아니라."



"어차피 내가 얘기해도 편향되어 있을텐데, 마찬가지 아니야?"



"네가 얘기하면 당연히 나를 위한 쪽으로 기울어야하는 거 아냐? 설마 루스터쪽이야?"







밥은 거기에 별 다른 의견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당연히 행맨의 눈썹이 불만 가득한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어차피 5년의 세월을 따라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와 관련된 것은 차차 풀어나가면 됐다. 











*











그외 탑건 멤버들이 상황을 파악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는데, 제대를 결정한 프리츠를 위한 모임에서였다. 미라클 미션 이후 친해져서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였지만 기억을 잃은 제이크에겐 부담스러운 자리일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몇몇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알던 사이였고, 놀랍게도 일적으로 만난 사이가 아닐 경우의 제이크는 꽤 사교적으로 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또 내기를 시작헀는지 큐대를 잡은 행맨은 건너편에 선 오마하와 프리츠에게 자신 있냐며 도발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쉰 밥은 애꿎은 소다 컵만 문질렀다. 그런 밥 앞에 피닉스와 함께 나타난 헤일로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밥. 너 쟤 기억 잃었는데도 그냥 부부로 지내기로 했다며?"





사실이었으나 이렇게 들으니 꽤나 차갑고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어차피 얘기하려고 한 것이었지만 갑자기 마주한 사실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데, 어떻게 들었는지 볼을 쳐낸 행맨이 대신 대답해왔다.





"헤이, 헤일로. 그냥 그렇게 지내기로 한 게 아니라 역경에 흔들림이 없는 거야. 우린 부부니까."





기름기 가득한 말에 포켓볼 테이블 근처에 서있던 페이백이 팬보이와 함께 토하는 시늉을 했다. 헤일로는 표정 변화 하나도 없이 행맨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인 후 밥의 어깨를 두드렸다. 피닉스는 봤지? 하는 눈빛과 함께 고개를 살살 내저었다. 그것도 잠시 헤일로는 하버드와 예일이 음료를 들고 바에서 돌아온 것까지 확인하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하버드, 예일, 팬보이, 코요테. 진 애들 벤모 보내라. 정확하게. 아, 루스터 너도."



".......나는 애매하잖아. 좀 봐줘."



"네. 다음 변명."





칼 같이 자르는 말에 루스터가 앓는 소리를 냈다. 피닉스는 내가 그러니까 함부로 말 섞지 말랬지 않냐고 키득거리며 루스터의 옆구리를 찔렀다. 상황 파악이 덜 된 밥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깜박거렸다. 







"무슨 일이야? 누가 졌어?"



"야, 누가 불쌍한 우리 막내한테 설명 좀 해줘라."



"난 보냈다. 헤일로."



"오케이."







아직도 얼떨떨한 밥의 곁으로 다가선 행맨이 자연스럽게 허리춤을 잡아챘다. 한 손에는 큐대를 여전히 쥔 행맨은 밥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쟤네가 우리 사이를 두고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나본데."



"......내기?"





밥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행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볼을 치던 하비를 불러 넌 뭐에 걸었냐고 묻자 신중하게 각을 재던 코요테가 답했다.





"헤어진다."



"거봐. 잠시만, 뭐?"



"네가 초반에 워낙 재수없게 굴었어야 말이지. 난 병원가서 그 꼴을 다 보고 왔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친구를 그렇게 모르냐면서 투덜거린 행맨이었다. 아직도 벙찐 로버트를 두고 이기고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뜬 제이크는 돌아가자마자 코요테를 장난스럽게 발로 차는 시늉을 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헤일로는 밥을 힐끔거리다가 툭 내뱉었다.





"우린 너네가 헤어질 거라고 믿은 적 없어."



"어?"



"다 믿음이 있어서 이런 장난도 친거라고. 기분 나빴을 수도 있지만. 그랬다면 사과할게."



"아.......아냐, 전혀."



"행맨 저 자식이 좀 재수 없긴 하지만 너한텐 극성이잖아. 저 자식 답지 않게."



우는 시늉을 하던 루스터를 뿌리치고 돌아온 피닉스가 뒷말을 이어 받았다.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지. 기억나, 헤일로? 그 결혼식 전날 우리한테 신신당부 하던 거?"

"당연하지.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안 그래?"

"누가 아니래. 거의 무슨 국가 기밀 협박하듯이 굴었다니까. 뭐라고 했더라. 나한테 나쁜 감정 있어도 밥을 생각해서 무조건 좋은 얘기만 해달라고 했던가? 꼭 결혼식이 최고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고 어찌나 애원하던지."

"아, 잊고 있었는데. 기억 났다. 젠장. 저 자식이랑 해사 같이 다니면서도 한 번도 못 본 애원하는 꼴을 그때 처음 봤지. 내가."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밥이 입을 약간 벌리고 벙찐 얼굴을 했다. 결혼식 전날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런 일을 하고 다녔나 싶었다. 피닉스는 쟤가 너때문에 우리한테 몰래 부탁한 게 얼마나 많았는지 아냐면서 넌덜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일로는 장난스럽게 세기의 사랑도 그런 세기의 사랑이 없었다면서 놀리는 말투로 말을 덧붙였다.



"쟤 기억 잃고도 나한테 연락하더라. 저 성질머리 더러운 게 밥 한 번 찾아보겠다고."

"......그랬어?"

"걔가 무슨 수로 네가 자주 가는 햄버거집을 찾아갔겠어. 기억도 없는 주제에."


집안에 힘을 빌린 건 아닌가 싶었는데 피닉스에게 연락을 했을지는 몰랐다. 그때 나타난게 그럼 정말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절 찾아온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밥은 자기도 모르게 큐대를 들고 선 행맨에게로 눈길이 향했다.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맞춰온 행맨이 괜찮냐는 눈짓을 해왔다. 밥은 다 좋다는 의미로 자신의 소다잔을 들어보였다. 그에 피식 웃은 제이크가 다시 당구대로 다가섰다. 



"고마워. 냇."

"뭐가. 쟬 다시 너한테 보내줘서?"

"응."

"난 아직도 그때 내가 알려준 게 과연 잘 한 건가 싶은데. 그래?"

"응. 정말로. 비행기에서 내려온지 오래됐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난 계속 내 프론트시터가 필요했던 것 같아."

"......"


밥의 말에 헤일로와 피닉스의 시선이 동시에 오고갔다. 그리고는 피닉스가 장난스럽게 밥을 감싸안았다. 



"우리 로버트. 언제 이렇게 커서 누나를 감동시키는 말도 다하고......감개 무량하다. 정말."

"피닉스. 근데 잘 생각해. 그런 밥이 선택한 단좌기가 '행맨'이라고."



피닉스는 헤일로의 차가운 말에 이런 감동적인 순간에 그런 말은 꺼내지 말라며 손사레를 쳤다. 뒤늦게 다가온 루스터가 그룹 허그 시간이냐고 달려들었다가 팔꿈치로 얻어맞고 나가 떨어졌다.

동시에 내기 당구의 결과가 나왔는지 우와아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가 이겼냐며 피닉스와 헤일로가 당구대로 다가섰다. 그들을 등지고 여유롭게 승자의 미소를 띄운채 빠져나온 제이크가 금세 밥의 곁으로 걸어왔다. 





"거봐. 베이비. 내가 뭐랬어. 이기고 온댔지? 난 뱉은 말은 꼭 지켜."

"그러게. 제이크 .그거 정말 너답다."

"음.....그거 무슨 뜻이야.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아니, 그냥. 오늘 나도 몰랐던 네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 너 나 몰래 뒤에서 많은 일을 했나보더라."

"내가?"


곧장 제이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억도 없는 마당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배우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밥은 푸스스 웃으며 그런 제이크의 미간을 꾹꾹 눌러서 펴주었다.



"네가 결혼식 전날 애들한테 부탁하고 다녔대. 나한테 좋은 기억만 가득한 결혼식을 만들어 주고 싶으니까 좋은 말만 해달라고."

"......음. 충분히 내가 할 법한 짓 같네."

"그래? 난 좀 놀랐는데. 너 기억 잃고 피닉스한테 나 어디있는지 알려달라고 부탁도 했다며."

"......."

"그때 너 진짜 싸가지 없었을 땐데. 그래도 내 소식이 궁금하긴 했나봐."

"피닉스가 그래?"

"응."

"쟤가 내 속을 얼마나 긁는 얘기 했는지도 얘기했어? 너 그거 들으면-"

"고마워. 제이크."

".......어?"

"너도 혼란스럽고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날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줘서."

"......."

"그리고 답답한 소리로 너 밀어내고 짜증나게 굴었는데도 내 곁에 있기로 해줘서. 정말 고마워."




순식간에 할 말을 잃은 제이크는 별다른 말대신 밥을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는 갈곳을 잃고 소다잔 병을 잡고 있던 밥의 손을 잡아채서 단단하게 깍지를 꼈다. 


"베이비. 그건 당연한 거야.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니까. 지금처럼."


언젠가처럼 제 곁에 항상 있겠다는 제이크의 말에 밥은 또 한 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제 연인은 기억을 잃었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러니 제가 어떻게 저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 밥은 묘하게 벅차오르는 기분에 미소를 지으며 행맨의 볼에 슬쩍 입맞추었다. 

바깥에서는, 특히 영건즈들 앞에서는 스킨쉽을 쑥쓰러워하는 밥이었기에 작은 행동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모든 멤버들의 시선이 밥에게로 쏠렸다.  제이크는 그런 밥의 행동을 보고 씩 웃으면서 루스터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야 봤냐. 수탉 자식아. 내가 협박해서 같이 사는 거 아니라고!!!!"



그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밥은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제이크가 기억을 잃고 몇개월간 고생을 하긴 했지만 다시 돌아온 평온한 일상이었다.


밥은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온전함을 느꼈다.
















-
끝! 읽어줘서 고마워
이렇게 길게 올 글이 아니었는데;;; 겁나 오래 걸려서 왔네.
원래 생각했던 진행은 이게 아니었어서.....엠 뭔가 중간에 뭐 어디까지 왔다 이런 얘기를 한게 다 구라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일단 마무리를 하는 것에 의의를 두겠음......진짜 쓰는데 둘 다 캐릭터가 워낙 강한 캐릭터성이 있어서 그런가..? 내 글인데 이상하게 내 뜻대로 안 흘러가더라고ㅠㅠ암튼 이 무너지는 개연성과 캐붕 속에서도 끝나더까지 같이 달려줘서 고마워!!!!



행쪽이 기억 되찾는 것도 보고 싶어서 뒤에 외전 있을 예정ㅇㅇ....이불 함 차야지...
 
2024.03.06 12:48
ㅇㅇ
아니 미친 내센세 오셨다고? 일단 개추랑 댓글 먼저 받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휴지붙잡고 정독간다ㅠㅠㅠㅠㅠ
[Code: e8df]
2024.03.06 13:01
ㅇㅇ
아흐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밥은 정말로 행맨의 행동을 믿지 못했던 때가 있었겠다 싶어 처음엔 정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옆에 있고싶단말도 부채감같은걸로 치부했다는게ㅠㅠㅠㅠ 그래서 어차피 행맨은 자기를 기억못하니까 자기만 마음 정리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는데 결국은 밥이 행맨 없으면 안되겠다는걸 깨달아서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잃은 행맨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거 너무 감동이고 다행이야ㅠㅠㅠㅠ "너라면 얼마든지 기쁘게 매여 있을테니까. 항상." 그래 끝까지 붙잡아ㅠㅠㅠㅠㅠㅠㅠ
[Code: e277]
2024.03.06 13:03
ㅇㅇ
"고마워. 제이크."
"너도 혼란스럽고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날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줘서."
"그리고 답답한 소리로 너 밀어내고 짜증나게 굴었는데도 내 곁에 있기로 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 말이 로버트의 입에서 나오게 됐다는게 진짜 감동이다 결국 그런 제이크를 그냥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고맙다는 감정까지 일으킨건 기억을 잃어도 여전히 로버트를 사랑하는 행맨의 마음덕분이겠지 역경에도 흔들림 없는 부부가 맞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너무 잘 읽었어!! 나 여기서 외전도 기다릴게!!!!
[Code: e277]
2024.03.06 1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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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완결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고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어 완전 고마워ㅠㅠㅠㅠㅠ 앞으로도 마르고 닳도록 재탕할 거니까 삭튀는 절 대 안 돼 알겠지 센세? 나랑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거다.
[Code: d54f]
2024.03.06 14:37
ㅇㅇ
하 맘이 따땃해지다가 영건즈끼리 쟤네 헤어진다아니다로 내기했던거에서 터짐 코요테도 헤어진다에 걸었냐고ㅋㅋㅋㅋㅋㅋ 센세 행맨이 기억찾고 이불차는 외전까지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
[Code: 9490]
2024.03.06 16: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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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돌아오다니!!!!!!! 게다가 외전이라니 ㅠㅠㅠㅠㅠ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ㅠㅠㅠㅠㅠ
[Code: 85e3]
2024.03.06 18:53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ㅍ
[Code: f490]
2024.03.06 18: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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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고마워ㅠㅠ
[Code: f2ab]
2024.03.06 21:03
ㅇㅇ
모바일
아아아앙아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e45]
2024.03.06 21:04
ㅇㅇ
모바일
외전도 있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e45]
2024.03.06 2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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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헗....!!!!사랑해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eb62]
2024.03.06 2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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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외전까지 ???@-@
[Code: 3df5]
2024.03.07 04: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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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의 사랑이 얼마나 큰 지 깨닫는밥이라니ㅜㅜㅜㅜㅜㅜㅜㅠㅠ 너무 조타 진짜 ㅜㅠㅠㅠ기억이 잇든 없든 둘의 사이는 영원해 ㅜㅜㅜㅜㅜㅜㅜ 밥이 먼저 볼뽀뽀 하고 행맨 신나서 자랑하는 거 존나 ㄱㅇㅇ ㅜㅠㅠ
[Code: f905]
2024.03.07 1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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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센세 존좋ㅠㅠㅠㅠㅠ
[Code: a19d]
2024.03.07 14: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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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고마워사랑해움쪽ㅠㅠㅠ
[Code: cd7f]
2024.03.07 20:36
ㅇㅇ
ㅁㅊ 내 센세 오셨다ㅠㅠㅠㅠㅠ 완결내주셔서 너무 고마워ㅠㅠㅠㅠㅠ 얘네가 5년의 기억상실이라는 큰 공백을 안고서도 계속 함께하기로 했다는게 너무 좋다요 그리고 기억을 찾는 외전이 있을거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겨 센세 나 여기서 기다린다 꼭 돌아와야해 꼭 ㅠㅠㅠㅠ
[Code: 5453]
2024.05.05 0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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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둘은 부부야ㅠㅠ
[Code: 24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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