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기억잃고업보쌓는행맨





19.


운이 좋았다. 폭행 후 방치되어 있던 밥은 다행히 메시지를 하다가 사라진 걸 이상하게 여긴 루스터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빠르게 발견될 수 있었다. 다발성 골절과 출혈로 호흡곤란에 쇼크까지 왔었던지라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칫하면 밥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행맨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온갖 기구를 매달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렸고 이는 실제로 몇 달 동안 행맨의 악몽이 되어 그를 쫓아다녔다. 

안정을 되찾은 밥이 눈을 뜨자마자 행맨은 30년이 넘도록 살아온 인생에서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을 터트렸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행맨에게 밥은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호흡기를 떼고 밥이 처음으로 한 말은 이거였다.


“......내가 말했지? 우리가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고 좋은 일만 있진 않을 거라고.”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으나 제이크는 그에 차마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




가해자인 칼튼은 당연히 곧장 잡혔고 무사하지 못했다. 밥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이 돈 프리츠와 행맨이 그대로 집안의 힘을 있는 대로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미 불명예제대 처리를 받은 후에 사고 친 거라 빼도 박도 못하게 중범죄 행이었다. 그러나 둘은 엔젤의 도움까지 받아 사건이 대서특필 되도록 못 박았고 이로 인해 칼튼 가가 관련해 손도 써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사업체 입지까지 위험해지게 되어 아예 꼬리를 자르도록 만들었다. 변호사를 통해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추가 고소하지 않으며 세러신이 원하는 조건 하에 합의하겠다는 칼튼의 성명서를 받아낸 후에야 마무리 됐다.


다행히 밥은 정신을 차린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되찾아갔다. 문제라면 밥의 몸 상태가 정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더 이상 비행은 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아쉬워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당사자인 밥은 오히려 후련해 했다. 어차피 진급에는 미련 없었으니 이참에 제대하고 연구소 쪽으로 빠질 수 있어 좋다면서 말이다. 행맨은 밥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하늘에서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 순간들을 중요시 여겼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제가 그 자유를 빼앗은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밥은 그 의견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선을 그었다. 


「내가 하늘에 있는 걸 좋아한 건 맞아. 네 말대로 자유로웠고, 내 뜻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젠 네가 나한테 굳이 하늘을 날지 않아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선물해준 자유가 있잖아. 난 그래서 상관없어. 하늘이든, 땅이든.」


밥이 일말의 거짓이 없는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행맨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밥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한 편 얼굴을 볼 때마다 치미는 죄책감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행맨이 찾아간 것은 의외로 루스터였다. 

루스터는 그런 행맨을 의연하게 맞이했다. 마치 그가 올 줄 알았던 것처럼 굴어 되려 찾아간 행맨이 의아할 정도였다. 그런 행맨에게 루스터는 맥주 한 병을 건네면서 말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아낀다고.”


제이크는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가 형제자매 얘기가 떠올라 맥주를 받아들며 웃었다. 


“넌 아직도 그런 걸 기억하냐.”

“당연하지. 너도 그래서 날 찾아온 거 아냐?”



아니라고 반박하려던 행맨은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 고개를 떨어트렸다. 루스터는 고민이 많아 보이는 행맨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맥주를 한 입 들이켰다. 맥주 병 옆에 고이기 시작한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던 행맨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어? 루스터.”

“뭘?”

“내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넌 괜찮지만 밥은 어떡할 거냐고 했잖아.”

“아, 그거-.”



루스터는 행맨이 제게 이 질문을 왜 하는지 알 것 같아 대답을 하려다 말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보고 왜 그렇게 밥을 싸고 도냐고 했잖아."

"어."

"네 말대로 밥 해사 출신에 여기까지 버티고 올라온 군인인 거 나도 잘 알아."

"........."

"근데 잘 생각해봐. 물론 밥이 남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죽을 듯이 온갖 미션 나가지 않아도 엘리트코스 밟았을 애야. 그런 애가 그 어린나이에 그렇게 구르면서 그 자리에 앉아야 했을 이유가 뭐겠어."



행맨은 밥의 가슴팍에 붙어있던 약장들을 곰곰이 떠올려봤다. 루스터의 말마따나 밥은 진급도 빠른 편이었고 나이 대에 비해 파병 기록도 많은 편이었다.


"넌 비행을 위해서라면 다 내던질 수 있다고 했지? 반대로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거야. 걔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다 내던질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들이 있거든. 걔는 걔네 집안과 성적 지향성이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죽을 듯이 비행에 의지한 거겠지."

"그때 얘기한.......오픈 북 얘기도 그래서였군."

"......뭐 그런 셈이지."



맥주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행맨은 전혀 몰랐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는 손가락으로 눈썹 뼈를 쓸어내렸다. 쓰러진 밥을 발견해 병원에 옮기고 처음 마주한 행맨의 얼굴이 상념에 빠진 얼굴 위로 겹쳐 지났다. 루스터는 그날 행맨의 얼굴에서 좌절과 공포를 보았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한 번쯤 저 잘난 얼굴이 좌절감에 일그러지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현실에서 마주하니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았다.

행맨은 내려놓았던 맥주병을 다시 들어 한 모금 들이키고는 말했다.



"난 그냥 네가 날 회유하려는 건줄 알았어."

행맨의 말에 작게 고개를 까딱인 루스터가 긍정을 표했다.

"음.......그것도 맞아. 그때까지도 네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으니까."


놀리듯 튀어나오는 말에 행맨은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루스터는 머쓱하게 콧수염을 쓸고는 입을 열었다.


"그.......별 거 아니지만 나, 피닉스랑 밥이 버드스트라이크 당하던 날 매버릭한테 그랬어. 윙맨을 잃어본 적 없다고."

"......그래서?"

"매버릭이 그러더라고. 운이 좋다고. 오래 비행하다보면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말이야. 내가 거기다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당신은 말이야 쉽지 않냐고 했어. 아내도, 자식도 없고 죽으면 울어줄 사람도 없지 않냐면서."



루스터와 매버릭의 사이를 ᄈᅠᆫ히 아는데 쏟아지는 강한 워딩들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루스터는 그땐 자기가 매버릭과 풀기 전이고 쌓인 게 많아서 그랬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감안해도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찌됐건 지금은 사이가 좋은 둘이라 결론이 뭐냐는 표정을 지어보인 행맨이었다.



"너무 자책하지 말란 얘기야. 네가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아는데, 전혀 도움 안 돼. 밥한테도. 너한테도."

"......."

"설령 전부 네 탓이라고 해도 밥은 네 탓 안 할 걸. 걔는 어쨌든 아무도 없던 자기 곁에 자기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테니까."

"......어떻게 확신해?"

"왜 못해? 너도 그렇잖아. 아냐?"



루스터의 말에 행맨은 어딘가 얻어맞은 사람처럼 입을 열다가 다시 닫았다. 결국 밥이 해줬던 이야기와 동일한 얘기였다. 그걸 깨닫고 나니 어쩌면 자신은 누군가가 제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허탈한 기분이 들어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썩 위로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루스터의 몇 마디를 듣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이 기묘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미간을 구겼던 행맨은 들고 있던 맥주병으로 루스터를 가리켰다.


"그래도 그 얘기는 좀 심했다. 매버릭한테 꼭 다시 사과해."

"아 그땐 좀 그랬다니까. 지금은 안 그래."

"그리고 너 생각보다 되게 못됐다. 네가 나랑 비슷하다고 했을 때 나에 비해 넌 너무 무르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봐야겠어. 루스터.“

“오, 난 너한테도 꽤 강하게 얘기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냐는 얼굴로 루스터가 눈썹을 까닥이자 행맨은 기억을 더듬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과거를 더듬어 보면 둘이 이렇게 앉아 고민을 얘기하는 것조차 약간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미라클 미션이 참 많은 걸 바꿔놓았다. 매버릭은 미라클 미션에 기적이 2번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 변화된 관계들을 생각하면 미션 자체가 미라클 그 자체였다. 루스터에게는 매버릭과의 관계 회복을, 행맨에게는 밥과의 인연의 시작을 안겨 주었다. 거기다 루스터와 제 관계의 형상이 바뀌지 않았던가. 행맨은 인생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없는 거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비행에 다 내던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던 말. 루스터는 거기서 자신도 그러하다는 말을 했었다.



“루스터.”

“응?”

“그럼 너를 다 내던질 수 없게 하던 걸림돌들은 뭐야?”

“어? 아, 나? 나는 뭐 뻔하지. 우리 엄마랑 매버릭.”

“.......음.”

“쉽지 않지?”

“그러네.”



무언가 어설픈 위로라도 건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것과 거리가 먼 행맨이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루스터는 그런 행맨의 얼굴을 보다가 가볍게 어깨를 주먹으로 툭 치며 웃었다. 그래도 찝찝했는지 목덜미를 벅벅 긁던 행맨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뭐 내가.......그땐 미안했다.”

“뭘 이제 와서.”

“그리고 고마워. 이것저것. 이번에 로버트 일도 그렇고.”



안하던 짓을 해서 그런지 목덜미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행맨이 얼굴도 마주하지 못하고 꺼내는 말에 루스터는 결국 배를 붙잡고 웃어 재꼈다. 그만 웃으라며 짜증을 내던 행맨은 루스터가 너무 과하게 웃자 결국 발로 차는 시늉을 했다. 



“아, 진짜 수탉새끼.......내가 두 번 다시는 너한테 이런 말 하나봐라.”

“야, 너 제법 귀엽게 군다. hangy.”

“......미쳤냐?”

“왜? 애칭이 맘에 안 들어? 너도 밥을 베이비라고 부르잖아.”

“베이비랑 나랑 같냐!”


있는 대로 성을 내는 행맨을 바라보며 킬킬거린 루스터가 검지로 코를 문지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달라? 너랑 밥이랑 나이 차이 나는 만큼 너랑 나도 나는 거 알긴 하냐?”

“그래서 뭐. 어쩌라고. old man. 늙다리 취급이라도 해줘?”



괜히 머쓱해진 행맨은 루스터에게 맥주나 한 병 더 내오라며 괜히 성질을 부렸다. 





*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좋다고 말했지만 행맨의 권유에 의해 이틀 정도 더 병원에 머무르게 된 밥이었다. 병원비도 비싼데 굳이 왜 그래야하냐고 따졌지만 행맨은 어차피 청구는 칼튼 쪽에다 할 거니 신경 쓰지 말고 지내라는 말에 입만 삐쭉거렸다. 밥은 병원에 쏙 넣어두고 자리를 비운 행맨을 대신해 찾아온 건 피닉스였다. 

제가 다친 걸 모두 안쓰럽게만 보았는데 피닉스는 유일하게 평소와 다르지 않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아니, 되려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이런 것쯤이야 기합 한 번 외치고 이겨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밥을 놀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밥은 피닉스가 이렇게 말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가 병원에 실려 온 날 증언에 따르면 피닉스는 가해자를 당장 죽이겠다며 날뛰다가 뒤늦게 도착한 행맨의 멱살을 잡고 그러게 결혼 같은 건 나중에 하고 둘이 조용히 만나는 게 좋지 않았겠냐는 말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저와 비슷한 또래의 남동생을 가진 피닉스였다. 성향도 비슷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종종 막아주곤 했는데 그로 인해 지금까지 남동생이 피닉스를 우상처럼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절 볼 때마다 고향에 두고 온 남동생이 생각난다고 종종 말했다. 밥은 아마 그래서 피닉스가 더 놀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나 자신의 부대로 오라고 할만큼 복좌기 파트너로 자신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던 피닉스였다. 그래서인지 밥은 다른 사람에게는 전역하는 게 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의 앞에서는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물론 피닉스는 그마저도 이미 다 간파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먼저 말을 꺼냈다.



“행맨 자식 때문에 내 유능한 WSO를 잃었네. 하, 그날 걔가 고백할 때 봐주지 말 걸 그랬어. 당장 뛰쳐나가서 이 고백 무효라고 훼방을 놨어야 했는데.”

“.......걔는 그래도 어떻게든 나한테 만나자고 했을 걸.”

“뭐, 당연하지. 백맨 성격이 어디 가겠냐. 그래도 모르지. 내가 옆에서 계속 뜯어 말렸으면 네가 그렇게 쉽게 홀랑 넘어가진 않았을지도?”

“헤헤.......그건 그랬을 수 있겠다.”


행맨의 욕부터 시작해서 이제 전역하면 뭘 할 건지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밥이 입을 열려다 말고 꾹 다물었다. 피닉스는 가만히 얘기를 듣다가 밥의 표정에 등을 의자에 기대며 몸을 물렸다. 손을 까딱이며 무슨 얘기인지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자 얘기를 할까 말까 입을 뻐끔거리던 밥이 입술을 쭉 빼물고 입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뭔데. 설마 백맨 새끼가 뭐라고 한 건 아니지?”

“아니이이-”


그건 아니라며 말꼬리를 길게 늘리는 밥의 말에 피닉스가 눈을 천천히 깜박거렸다. 그걸 가만히 보던 밥은 결국 피닉스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요즘 죄책감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행맨이 자신을 보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피닉스는 설마 심각한 건가 싶어 표정을 굳혔다가 말이 다 끝나자 그럴 법 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밥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간을 좀 주면 돌아올 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는 말은 덤이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밥이 울상을 짓자 피닉스가 강아지를 달래듯 밥의 턱을 간질였다. 저를 놀린다는 건 귀신 같이 아는 밥이 금세 짜증으로 불퉁한 표정을 하고 피닉스의 손을 쳐냈다.


“에이씨. 진짜.”

“밥. 너 이럴 때마다 왜 행맨이 베이비라고 부르는 지 알 것 같아.”

“.......짜증나.”

“행맨은 그냥 내둬. 지 잘난 맛에 사는 자식이잖아.”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피닉스는 툴툴거리는 밥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마 지금 ‘상처 입은 에고’의 기간을 지나고 있어서 그럴 거라고 말이다. 밥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 요약하면 ‘본인의 에고가 너무 비대한 나머지 자신이 한 선택이 잘못 됐을 리 없는데 결과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이 생기자 부서진 상태’라고 했다. 자신은 신을 믿지 않지만 만약 신을 믿었다면 이건 행맨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내린 고난과 역경 같은 거였을 거라고 말이다.


밥은 피닉스가 한 말을 이해해보려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가 포기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어쨌든 내버려두면 돌아온다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음, 근데 피닉스.”

“어?”

“혹시 프리츠랑은 연락 돼?”

“오.......”

“되는 구나.....?”

“밥. 그게-”

“개소리하지 말고 내 연락 받으라고 전해줘. 안 그러면 평생 저주할거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은 밥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며 눈을 굴렸다. 어린 동생을 보는 느낌으로 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피닉스는 이내 가볍게 웃었다. 제 뒤에 타고 있을 때, 훌륭한 WSO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걸 봤고 해사를 졸업해 어린 나이에 대위를 달 정도로 능력이 좋은 군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도 밥은 묘하게 항상 챙겨줘야 할 것만 같은 동생만 같았다. 제가 저보다도 한 뼘이나 큰 성인 남성을 보고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아마 다른 멤버들에게는 더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정작 당사자는 보기보다 단단해 잘 이겨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몇몇은 좀 유난스럽긴 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왜?”

“아니. 그냥. 나도 나중에 정치나 할까봐.”

“갑자기?”

“역시 힘 있는 게 최고 아닌가 싶더라고. 이번에 보니까."



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긍정을 표했다.


"맞아.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피닉스. 별 달아. 걔네보다 먼저."

"그치?"

"응. 그래서 다 서류 작업에 파묻어 버려. 정신 좀 차리게. 이래서 단좌기들이란.“



진심으로 환멸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털어내는 밥이어서 피닉스는 웃음이 터졌다. 더 이상 밥과 함께 비행할 수는 없다는 게 아쉽고 속상했지만 당사자가 이렇게 단단하고 미련 없어 보이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피닉스는 밥을 보고 있으니 문득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느려터진 말투의 제 남동생이 보고 싶어져 이번 휴가에는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피닉스가 제대로 밥의 의사를 전달했는지 면회 금지시간이 시작되기 직전에 밥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프리츠였다. 밥은 반쯤 세워둔 침대에서 잠들 뻔한 찰나에 가물가물한 눈으로 익숙한 인영을 발견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끄러미 밥이 누운 침대를 보던 프리츠는 일어난 기척을 느꼈는지 애써 웃으며 침대로 다가왔다. 평소와 다르게 분위기가 한참 가라앉아 있었다. 빌리를 알고 나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예상만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안 좋아 보이는 얼굴에 밥은 눈을 감고 말을 골랐다. 얼굴을 보면 잔소리를 있는 대로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저런 얼굴에 다가는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생각난 게 있어 제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서 무언가를 빼낸 밥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빼낸 팬던트를 프리츠에게 던져줬다. 갑자기 날아온 것에 허둥대며 잡아챈 프리츠는 제 손 안에 쥐어진 것을 보고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버드스트라이크가 있던 날 밥에게 부적이라며 쥐어줬던 팬던트였다. 여전히 얼굴인지 문양인 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이걸 왜 날 다시 줘. 너 하라고 준 건데.”

“그거 완전 가짜야. 효과 좋다더니. 하나도 없잖아.”

“야, 이게 있어서 내가 칼튼한테 이긴 거야.”

“흥. 웃기네. 이겼다면서 왜 한 번도 안 찾아왔어? 이긴 게 무서워? 완전 겁쟁이.”


프리츠는 밥의 말에 대꾸하려다가 김이 빠져서 팔짱을 끼고 침대 앞에 섰다. 밥은 이번엔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는 얼굴로 프리츠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 표정이 마치 밥이 어렸을 적에 너는 쿨하지 못해서 해사 못 온다고 놀려대면 내가 뭐가 어때서 그러냐고 바락바락 대들던 때와 비슷해 보였다. 프리츠는 울망한 눈을 해가지고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라서 결혼도 하고 저와 같은 대위까지 달았나 싶었다. 


“쓰읍. 꼬맹아. 개기냐?”


예전처럼 겁주는 얼굴과 대사로 응수하자 밥이 대체 언제 적 거냐는 얼굴로 프리츠를 흘겼다.



“내가 애야? 그런 거 안 통해. 그리고 부적은 너나 해. 난 이제 그런 거 없어도 괜찮으니까.”


손을 휘휘 내젓던 밥이 잘못 움직여 부러진 갈비뼈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윽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움츠렸다. 밥을 놀리려던 프리츠는 그에 순식간에 다시 얼굴이 굳었다. 통증이 다시 사라지자 고개를 들었던 밥은 다친 건 저인데 마치 제 갈비뼈가 부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프리츠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이마를 긁적인 밥은 잘못 움직여서 그런 거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조용히 부르는 걸로 대신했다.



“빌리?”

“.......그날 내가 칼튼을 자극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네 말 들을 걸 그랬어.”

“.......”

“하, 아니지. 두번이나 네가 병원에 누워있는 걸 보다니. 널 괜히 해사에 오라고 꼬드긴 건가 싶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했더니 이런 쓸데없는 고민이나 하고 있었나 싶어서 밥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리고 밥은 제 침대 옆에 선 프리츠를 퍽 소리 나게 때렸다. 졸지에 가만히 서 있다가 얻어맞은 프리츠는 끼고 있던 팔장을 풀고 뭐냐는 식으로 팔을 들어 억울함을 표했다.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뭘 그런 걸 다 생각하고 있어! 왜 아예 그날 파티에서 날 못 만났으면 한다고 하지.”

“.......”

“날 진짜 막냇동생처럼 생각해주는 건 좋아. 근데 나 매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어린 애 아냐. 네가 지켜줘야 할 그런 사람 아니라고. 내가 너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 그리고 나도 똑같이 대위 달았어!”

“그래서 이렇게 얻어맞았냐.”

“이건 그 새끼가 잘못한 거지! 비겁하게 무방비한 사람을 때린 거라고. 그리고 나 맞고만 있지도 않았어!”



밥은 정말 화가 났는지 답지 않게 씩씩거리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프리츠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밥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마구 흩트렸다. 



“......맞네. 우리 막내. 언제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됐냐.”




또 애 취급한다면서 짜증을 내려던 밥은 프리츠의 말이 끝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터트렸다.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의연한 척 했지만 사실 무섭고 힘든 것도 있던 밥이었다. 하지만 제가 그런 티를 내면 무너질 사람이 많아서 차마 티를 낼 수 없었다. 특히 행맨 앞에서 유독 심했다. 밥을 볼 때면 그 표정에 이미 너무 힘들어 하는 게 보여 밥은 애써 괜찮은 척을 해야만 했다. 


밥이 눈물을 터트리자 프리츠는 그대로 밥의 머리통을 잡아 제 쪽을 끌어당겼다. 품에 넣고 등을 도닥여주자 훌쩍거리는 소리가 잠시 커졌다가 다시 사그라지기를 반복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 로버트. 행맨한테든, 나한테든 아니면 피닉스도 있고. 그 누구든 간에.”

“........”

“우리가 너한테 좀 과하게 구는 건 있지만. 그건 널 그냥 어리게 봐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이런 식으로 아무에게도 말을 안 하니까 더 그런 거야.”

“...흑..큽......하지만 그러다가 나한테 질리면 어떡해.”

“누가. 행맨이?”



여전히 고개를 묻고 웅얼웅얼 말하던 밥의 얘기를 듣던 프리츠가 마지막 말에 냅다 밥을 떼어내고 눈을 마주했다. 안경을 벗어 가뜩이나 큰 눈이 더 크게 떠져 눈물이 대롱대롱 맺힌 상태였다. 프리츠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옷으로 대충 안경을 닦아 밥의 손에 들려주었다. 밥은 프리츠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병원복 소매를 당겨 눈물을 찍어내곤 안경을 다시 집어썼다.



“아 왜 말을 하다가 말아. 그래서 행맨이 그랬어? 너 질린다고?”

“아, 아니. 그냥 그러면 어뜩하냐는 거지. 제이크는 그런 말 안 해.”



프리츠는 당연히 그래야지 하는 눈빛으로 매섭게 밥을 훑고는 걱정할 거 없다며 턱을 쓸었다. 


“걔가 너 질린다고 하면 당장 얘기해. 내가 확 이혼서류 들고 쫓아올 테니까.”

“.......내 이혼서류를 왜 네가 들고 와. 빌리.”

“어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꼭 말해. 알았어?”


밥은 입술을 삐쭉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프리츠는 그런 밥을 보면서 입 꼬리를 당겨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아직 멍 기운이 빠지지 않은 얼굴에 속이 쓰려 밥의 턱을 잡고 요리조리 돌렸다.


“아니 근데 그 새끼는 얘를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참나. 아, 더 확실히 조져놨어야 했는데.”

“........행맨이 이미 확실히 조진 것 같던데.”

“세러신이 좀 심하게 갈구긴 했지.”

“엔젤도 나섰던데. 괜찮아?”

“뭐, 내 알 바야? 그리고 엔젤도 나 못지않게 너 아끼잖아. 특종도 잡고 잘 됐지 뭐.”

“........그런 거면 괜찮은데.”



프리츠는 밥의 말 뒤에 숨겨진 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사건이 커진 만큼 플로이드 가에서도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었다. 아마 기사에는 나오지 않아도 알만 한 사람은 전부 사건의 피해자인 밥이 플로이드 가 사람이라는 게 알게 됐을 텐데 그로인한 것들은 괜찮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독한 플로이드 가는 제 막내아들이 피해자임을 알았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말로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리츠는 이를 사실대로 말해줘야 하나 하다가 입을 다무는 걸 택하기로 했다. 제가 거짓을 말한다고 해도 밥은 진실을 알고 있을 거였고, 진실을 말해줘 봐야 예상했던 사실을 확신으로 만드는 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모호함에 남아있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었다. 

프리츠가 전부 다 괜찮으니 넌 신경 쓸 것 하나도 없다고 하자 밥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빌리.”

“.......고마운 거 알면 빨리 낫는 데나 신경 써. 병원 지긋지긋하지 않냐.”

“나도 병원 싫어. 집에 간다는 거 행맨이 잡아둔 거야. 어차피 칼튼에서 낼 거라고. 더 있으래.”

“걔는 진짜 세러신이면서 왜 이렇게 악착같은지 몰라. 나 이번에 걔랑 같이 일하면서 절대 척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잖아.”

“당연히 척지면 안 되지. 세러신은 공화당이야.”



장난으로 뱉은 말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공화당 얘기에 프리츠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밥은 뭔가 공화당이니 그럴 만 하다는 듯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엉뚱한 모습이 여전한 걸 보면서 프리츠는 밥의 병실에 오기를 망설였던 자신이 어쩌면 정말로 겁쟁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밥의 말마따나 밥은 더 이상 제가 챙겨줘야하는 8살짜리 꼬맹이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새삼스러운 사실에 빌리는 손에 쥐고 있던 팬던트를 밥 몰래 슬쩍 쓸어내렸다. 별거 아닌데도 그 사실을 깨닫자 괜히 아쉬우면서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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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늦었다..!
손가락을 다쳐가지고 껄껄껄
늦어지는 한이 있어도 안오진 않으니까 걱정 ㄴㄴ

과거-현재 자꾸 오가는데....넘 정신사납나..?..뭐 암튼 양해 좀ㅇㅇ



+뭔가 영건즈 다들 로버트 일에 괜히 자기가 끼어 긁어부스럼 만든 건가? 하는 미묘함을 갖고 있을 것 같아서 그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됐는지는 모르겠다...흠....
개인적으로 저기서 그나마 그게 왜? 때린새끼가 잘못한거지 우리가 그런 기분 가질 필요 없지 하는 건 왠지 루스터 뿐일것 같음. 그래서 남도 위로해줄 수 있고.....
뭐 캐붕같다면 그냥 이번편 쿨스루...부탁....




행맨밥 파월풀먼

#기억잃고업보쌓는행맨
2023.03.27 11:13
ㅇㅇ
아 밥 힘든 상황에서도 엉뚱한 모습 보여주는 거 진짜 너무 사랑스럽네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46a]
2023.03.27 11:17
ㅇㅇ
센세 와줬구나 진짜 계속 기다렸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이상 비행을 할 수없는 상태라니 ㅠㅠㅠㅠㅠㅠㅠ 밥의 태도를 보니까 밥은 이런 상황도 각오하고 행맨을 선택한 게 맞았네 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행맨이 떠날까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ㅠㅠㅠㅠㅠㅠㅠ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프리츠 앞에서 겨우 우는 거 너무 찌통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d21]
2023.03.27 11:18
ㅇㅇ
행맨이 떠날까봐 걱정하던 밥이 이제는 행맨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행맨아 빨리 알아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네 둘 부부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d21]
2023.03.27 14:28
ㅇㅇ
와 진짜 과거 서사 밝혀질 수록 나중에 기억 돌아오면 행맨이 더 상처받을 거 같은 느낌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a81]
2023.03.27 16:50
ㅇㅇ
모바일
행맨이 왜 밥과 사랑에 빠졌는지 알 거 같아 동그랗고 말랑하지만 속은 단단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811]
2023.03.27 20:40
ㅇㅇ
모바일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센세 와줬구나 기다렸어ㅜㅜㅜㅡㅠㅡㅜㅠㅜㅠ아나.....밥 이렇게 다치고 전역했을때도 단단했는데 행맨 기억잃고 그렇게 무너졌던거 생각하니까 너무 가슴아프다ㅜㅜㅜㅠ야 행맨 니 진짜 어쩌려고 그러냐....... 이제 다시 사랑에 빠졌잖아 어떻게 해보라고ㅜㅜㅜㅜㅜㅜㅡㅜㅠㅜ행맨 분명 왜 밥이 전역했는지 다 캐볼것 같은데 ㅜㅜㅜㅜㅜ
[Code: 5dd8]
2023.03.27 21:03
ㅇㅇ
헐 세상에.. 기억을 잃은 지금의 행맨이 놓치고 있는게 너무 많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밥이 전역한 이유도 모르고, 심지어 밥이랑 결혼한 것도 모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a94]
2023.03.27 22:07
ㅇㅇ
모바일
그래도 밥은 좋겠다 저많은사람들이 저리 아끼니...
[Code: 683e]
2023.03.28 00:10
ㅇㅇ
모바일
나 진짜 센세가 써주는 로버트의 밥동강스러운 면모가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678]
2023.03.28 20:48
ㅇㅇ
모바일
센세가 와줘서 너무 행복해 근데 밥이 너무 안쓰러워ㅠㅠㅠㅠ
[Code: 0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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