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기억잃고업보쌓는행맨


16.


행맨이 만남 장소로 고른 곳은 조용하고 둘이 이야기하기 편한 식당이었다. 룸까지는 아니지만 자리마다 의자 위로 올라온 파티션으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제이크는 늘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싫어하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북적거리거나 둘의 시간이 침해받지 않는 공간들을 좋아했었다. 밥은 식당을 들어서면서 전경을 눈으로 훑고 이런 건 기억을 잃기 전부터 취향이었구나 싶어 미소를 지었다. 서버에게 일행이 있다고 말하자 곧장 자리로 안내를 해왔다. 먼저 왔는지 앉아있던 행맨은 밥을 보자 일어섰다. 


“왔습니까.”

“응. 일찍 왔네.”

“아,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밥도 5분 정도 일찍 온 편이었는데 행맨은 더 일찍 온 모양이었다. 밥이 먼저 웃으며 앉으려는데 행맨의 시선이 묘하게 계속 밥을 향했다. 뭔가 이상한 게 있나 싶어서 제 몸을 훑자 행맨이 아니라며 고개를 털어내고 착석했다. 일전의 통화 때문일까, 버거집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어색한 분위기가 둘을 감싸고돌았다. 밥은 가게 분위기가 너무 어둡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은은한 녹빛과 흰색으로 꾸며진 가게 안은 둘의 어색한 분위기와 상반되게 활기찬 톤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뭐 시킬래요? 먼저 시켜놓을까 하다가 뭐가 좋을지 몰라서 기다렸는데.”

“아, 나는.......”


행맨은 이미 메뉴 선정을 끝낸 건지 밥에게 물어왔다. 밥은 뒤늦게 종업원이 건네주고 간 메뉴를 펼쳤다. 메뉴는 신선한 채소들이 돋보이는 샐러드나 샌드위치 류가 즐비했다. 입이 깔깔해 딱히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없었다. 대충 라떼 한 잔만 시키려고 메뉴판을 내려놓는데, 그런 밥을 바라보며 행맨이 무심하게 말했다.



“입맛 없어도 좀 먹어요. 커피 같은 거 말고. 여기 연어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맛있다던데.”

“......어?”

밥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밥을 아는지 모르는지 행맨은 그가 내려놓은 메뉴판에서 시그니처라고 쓰여 있는 메뉴를 짚어주며 말했다.


“아니면 이건 어떱니까. 그릴드 치즈 머쉬룸이라는데 당신이 저번에 먹던 햄버거보다 더 건강할 것 같은데.”

“.......”

“.......기분이나 입맛에 따라 먹지 말고 밥은 규칙적으로 잘 챙겨 먹는 게 좋습니다. 군인이었다면서, 그런 건 기본 아닙니까. 그리고 햄버거 같은 건 먹어봐야 입맛만 버리니까 그런 건 좀 줄이고 대체할 걸 찾아봐요.”



밥은 전처럼 자신의 식습관을 꼬집어오는 행맨에 식탁 밑에 놓여 있던 손을 꾹 말아 쥐었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건 또 어떻게 눈치 챈 걸까. 아까 자리에 앉기 전 저를 훑던 눈이 왜 이렇게 분주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밥은 기억을 더듬어도 흐릿하던 행맨에게 빠져든 순간들이 하나둘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또 제어를 잃은 눈물샘이 작동할 것만 같아서 애써 밝게 웃은 밥은 그럼 그걸로 하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걸 가만히 보던 행맨은 밥에게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 다가온 종업원으로 인해서 그만두었다.









주문을 마치고 종업원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행맨은 밥에게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꺼냈다. 행맨이 한 번 더 사과해올 건 예상하지 못한 밥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지난번에 사과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당신이 받아주지 않았으니 그건 사과가 아니죠. 난 지금 진심으로 사과하고 당신한테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그게 중요해?”

“지난번엔 내가 정말 잘 몰랐어요. 너무 나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전화로도 말하긴 했는데, 나도 시간과 기억을 잃었지만 당신도 누군가를 잃은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미안합니다.”



밥은 행맨이 겪었을 혼란을 이해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완벽하게 지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곁들여야 할지말지 잠시 고민했다. 우물쭈물 대는 사이 행맨이 밥의 차례를 가로챘다.




“압니다. 내 상황에서 다들 그렇게 굴지 않았을 거라는 거.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정말 압니다. 근데 날 5년이나 봐온 사람이니 당신도 잘 알잖아요. 내가 가끔 내 생각만 하고 좆같이 구는 사람이라는 거.”

“.......”

“하물며 그땐 눈 뜬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니까, 정말 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칩시다.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내가 장담하죠. 그러니 좀 힘들겠지만 그때 일은 좀 잊어줬으면 합니다.”





심각하게 듣던 밥은 행맨의 말에 그냥 푸스스 웃어버렸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던 말이 이만큼 진심이었구나 싶었다. 
혹여나 제가 거절하거나, 그 비슷한 뉘앙스의 말이라도 할까봐 먼저 말을 가로채는 것만 봐도 그랬다. 원하거나 목표로 삼은 바가 있으면 그저 돌진하는 행맨다웠다. 게다가 뭐라고 했더라. ‘자기 생각만하고 가끔 좆같이 구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 언젠가 들었던 말과도 비슷한 말들을 또 듣게 되니 정말 제가 아는 행맨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좋아.”

“뭐가 말입니까?”

“네 말대로 하자고. 잊어줄게.”

“......진심입니까?”

“너도 진심이라며. 네가 진심이라는데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혹시 제가 받아달라고 해서 억지로 그런 거라면-”

“그런 거 아냐. 나도 조건이 있어.”




그게 뭐냐고 물으려던 찰나, 주문한 음식들이 도착했다. 제게는 뭘 좀 먹으라더니 막상 행맨이 시킨 것도 가벼운 샐러드였다. 괜히 억울한 기분에 눈을 흘기자 행맨은 요즘 회복을 핑계로 너무 먹어서 관리 중이라며 오해 말라고 했다. 밥은 행맨이 관리를 한다고 할 때마다 먹어치우던 닭가슴살의 양을 떠올리며 입술을 삐쭉거렸다. 



“그러기엔 단백질이 너무 부실한데, 제이크. 평소답지 않다고.”



그건 또 쉐이크나 다른 부분에서 채우면 되는 거라고 자연스럽게 답하던 행맨은 밥이 제 식단을 알고 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입에서 혀를 한 번 굴린 행맨은 커피를 한 모금하고 마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조건이 뭡니까.”

“아, 뭐냐면. 네가 나한테 궁금한 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며.”

“그랬죠.”

“그럼 네가 날 찾아온 이유긴 할 테지만.......음. 우리가 만나던 사이라는 걸 떼어놓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곧장 행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게 무슨 소리냐는 의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밥은 제 어설픈 핑계가 과연 행맨한테 통할까 싶었지만 티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고 했잖아. 그럼 우리가 5년 만난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

“그냥 지금부터 한 번 천천히 알아가 보는 건 어떤가 싶어서. 나도 날 만나기 전 ‘행맨’이 어떤 사람인지 듣기만 했지, 잘 모르거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뭐 이겁니까?”

“.......뭐, 음.....대충 서로를 다시 알아가 보자 그런 거지.”



밥은 행맨이 꺼낸 ‘다시 시작’이란 말에 대충 얼버무렸다. 비슷한 말이었으나 행맨이 의미하는 바와 밥이 의미하는 바는 판이하게 달랐다. 밥이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 이유는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 아니라 행맨을 놓아주기 위한 발판을 세우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항상 스스로를 제멋대로에 가끔 좆같이 군다고 했지만 밥이 본 행맨은 좀 달랐다.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제멋대로긴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한 바를 이루며,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행맨은 제가 5년의 기억을 알려주며 이런 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흔쾌히 알았다며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사람이었다. 저야 물론 그런 행맨을 얼마든지 다시 사랑할 테지만, 행맨은. 과연 행맨은 그럴 수 있을까? 물론, 당연히 그도 저를 다시 사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연인이라는 사실을 말해준 상태에서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저 의무감이거나 제가 그렇다고 말하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밥은 행맨에게 그런 식으로 사랑받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예전 그대로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냥 행맨에게 원하는 대로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게 맞았다. 






한편 밥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행맨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밥은 말로는 저를 위해서 그런 것처럼 굴었지만 묘하게 제가 말하는 포인트를 빗겨나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없던 셈치고 다시 알아가 보자는 말도 말은 그럴듯했지만 결국 이 관계를 없던 셈 치자는 말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또 한 번 피닉스의 말이 행맨의 속을 긁고 지나갔다. 당당하게 ‘로버트 플로이드’도 그러 원하냐고 물었었는데 어쩌면 제가 생각한 방향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밥을 만나고 사라졌던 불안감이 다시금 치고 올라와 행맨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 당겼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자신을 떠나거나, 제 곁에서 사라지는 걸 생각할 때마다 심장 박동 수가 미친 듯이 치솟고 불안해졌다. 




“근데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알아보는 거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애초에 난 당신이 궁금한 이유가 내 연인이라고 해서인데.”


행맨은 제가 말해놓고도 너무 이죽거리는 투로 안 들렸기를 바랐다. 분명 더 좋게 말할 방법이 있긴 했을 텐데 이상하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밥은 제 말을 듣고 아, 하면서 뭔가 생각하는 얼굴로 변했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 얼굴을 붙들고 ‘지금 당장이라도 내 곁에서 떠나고 싶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럴 수 않은 것은 절대 내 곁에서 떠나면 안 된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행맨은 바로 이 이유가 궁금했다. 기억을 잃은 제가 왜 밥과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밥을 놓아줄 수 없는지. 대체 우리가 어땠고, 그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된 건지 말이다.



“음. 행맨. 그러면 이렇게 하자. 연인 말고 아주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건 어때? 서로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 정도의 정말 친한 친구. 그럼 너도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연인은.......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

“.......”


밥의 대답에 행맨은 한바탕 비꼬는 말을 내뱉고 싶은 것을 참느라 애썼다. 친구? 5년을 사귀었다면서 저렇게 쉽게 친한 친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저번엔 그렇게 절절하더니, 이렇게 쉽게 없던 사이로 치자고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친구라고 생각하라니 기가 막혔다. 행맨은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이내 빠르게 풀었다. 



"그래요.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합시다."

"저기, 행맨. 나는 그냥-"

"친구 좋죠. 그럼 말부터 편하게 하죠. 밥? 로버트? 뭐가 좋습니까."

".......상관없어."

"그럼 밥으로 할게. 그게 네 콜사인이었다며. 너도 날 행맨이라 부르니까."

"응......근데 행맨. 화난 거 아니지?"




행맨이 화난 건 눈치 챈 모양인데 왜 화가 났는지는 아직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신도 제가 왜 화난 건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었던 행맨은 입만 웃는 얼굴로 어서 먹으라며 밥의 손에 포크를 쥐어줬다.



"화난 것 같아 보여? 다행이네. 그건 네가 알고 있어서."

"......."

"근데 왜 화났냐고 물어보진 마.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거 같으니까."

"......."

“일단 먹어.”




밥은 대답 대신 행맨이 손에 쥐어 준 포크를 들었다. 나름대로 불편할까봐 배려 차원으로 제안한 것이었는데 옳은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가 연인이었던 것도 싫고, 친구인 것도 싫으면 행맨은 저와 뭐가 하고 싶은 걸까. 그럼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자는 말로밖에 안 들리는데 이상하게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도무지 결론이 나오지 않는 물음에 밥은 결국 포크를 든 상태로 식사를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푹 떨궜다. 결국 근래 들어 한층 가벼워진 눈물샘이 통제를 벗어났다. 맥락 없이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행맨이 또 저를 싫어하게 되는 요소가 플러스 될까봐 밥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울지 마.”

“.......”

“네가 울면 불편해 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보는 널 감수하고 만나러 온 이유가 없어지잖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탓에 안경으로 떨어진 눈물들이 밥의 시야를 더 뿌옇게 만들었다. 행맨은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밥을 보다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우는 얼굴이 계속 생각나는 것도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는데 눈앞에서 우는 얼굴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답답함이 두 배가 되었다.

당장이라도 옆자리로 달려가 눈물을 닦아주고 끌어안고 싶다는 충동과 제가 왜 그래야하는지를 되묻는 이성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행맨은 두 가지 감정 모두 제 안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혼란을 느낄 정도여서 예민해지는 신경 줄을 다스리려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선택한 것은 손에 냅킨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밥은 냅킨을 받아들자마자 누구에게 혼나기라도 한 사람처럼 얼굴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이미 안경 밑 부분 살이 많이 벌겋게 일어난 것 같아 보였는데 닦는 걸 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또 다시 한숨이 차오르려고 해 행맨은 결국 팔을 뻗어 밥을 저지했다. 눈물을 닦다 말고 팔을 잡힌 밥은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행맨을 바라봤다. 입술을 깨문 행맨은 그 얼굴을 보다가 조금 가까이 잡아 당겨 밥이 제 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안경을 벗겨내고 부드러운 손길로 눈물을 닦아냈다. 당황과 혼란스러움이 한 번에 담긴 눈동자가 차마 행맨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행맨은 그에 굴하지 않고 눈물을 전부 닦아준 후, 젖은 안경까지 꼼꼼히 닦아낸 뒤 얹어주었다.



안경이 얼굴에 씌워지자마자 밥은 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행맨은 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마워.”


훌쩍거리며 어색하게 건넨 인사에 행맨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게 묻었다. 해야 할 말이 많았는데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가볍게 쥔 주먹으로 식탁을 가만히 두드렸다. 밥 역시 이미 나온 식사는 안중에 없어졌는지 가만히 시킨 라떼 거품이 꺼져가는 것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트 모양을 그리던 라떼 아트가 어느새 무너져 알 수 없는 소용돌이 같이 보일 때쯤 행맨은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

“눈 뜨자마자 너한테 욕설을 퍼붓고 개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던 내가 묻기엔 정말 이상한 질문이지. 알아.”

“.......”

“근데 이게 왜 그렇게 궁금한지 모르겠어.”




밥은 어그러진 라떼아트를 바라보다가 행맨의 말에 시선을 그의 얼굴로 돌렸다. 제가 행맨의 태도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것만큼 행맨 역시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다. 항상 자신만만하던 얼굴에 혼란이 가득했다. 밥은 자신도 모르게 옷 안쪽에 놓인 목걸이 속 반지에 손을 올렸다. 행맨이 혹여나 알아차릴까 만질 순 없어서 옷 위로만 느껴지는 흔적에 작은 위안을 얻는 밥이었다.




‘너는 나를 잊었어도, 여전히 나를 걱정하고 있구나.’



밥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많이 늦었다..! 기다렸다면 미안!

짧다! 지지부진해서 담편부턴 다시 진도 좀 나가보려 노력하겠음


파월풀먼 행맨밥

2023.03.02 10:45
ㅇㅇ
모바일
아 로버트 소리도 못내고 우는 거 존나 맴찢이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48d]
2023.03.02 10:47
ㅇㅇ
모바일
행맨 기억 없어도 로버트 우는 거 싫어하는 거 진짜 마음 아프다ㅠㅠ 하지만 업보 청산하려면 조금 더 굴러야...ㅋㅋㅋㅋㅠㅠ
[Code: 4167]
2023.03.02 10:52
ㅇㅇ
다시 시작하자는 로버트의 속뜻은 행맨을 놓아주기 위한 발판이라는 게 너무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df]
2023.03.02 10:52
ㅇㅇ
제이크도 로버트랑 얘기하면서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은데 빨리 알아챘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df]
2023.03.02 11:26
ㅇㅇ
제이크 여전히 혼란스러워하지만 로버트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져가는 게 느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로버트 걱정하는 것도 그렇고 로버트 우니까 다정하게 눈물 닦아주는 것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e22]
2023.03.02 12:27
ㅇㅇ
행맨 기억은 잃은 상태에서도 본능은 밥을 걱정하고 챙기고 있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좀 업보청산 하는 느낌이 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6fe]
2023.03.02 12:49
ㅇㅇ
하 센세 기다렸어 진짜!!!!! 밥이 5년동안 연인이었던거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연인이 부담스럽다면 친구부터 하자는게 그게 진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맨을 놓아주기 위한 방법이라는게ㅠㅠㅠㅠㅠㅠ 어차피 예전 그대로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냥 행맨에게 원하는 대로 선택할 권리를 주려고 하는 마음이ㅠㅠㅠㅠㅠ 근데 밥은 모르겠지만 아예 처음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행맨은 밥을 다시 사랑하게 될거 같은데?
[Code: 55dd]
2023.03.02 12:51
ㅇㅇ
행맨은 바로 이 이유가 궁금했다. 기억을 잃은 제가 왜 밥과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밥을 놓아줄 수 없는지. 대체 우리가 어땠고, 그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된 건지 말이다.
당장이라도 옆자리로 달려가 눈물을 닦아주고 끌어안고 싶다는 충동과 제가 왜 그래야하는지를 되묻는 이성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거보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 행맨은 5년동안 연인이었던걸 없던셈 치자는것도 친구로 지내자는것도 다 맘에 안드는거 이거 자기도 모르지만 계속 찜찜하고 그래서는 안될거같다는 마음이 드는게 여기서도 나오는거자나 기억을 잃었어도 여전히 밥을 걱정한다는거 그거 밥이 알아줘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5dd]
2023.03.02 12:52
ㅇㅇ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눈 뜨자마자 너한테 욕설을 퍼붓고 개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던 내가 묻기엔 정말 이상한 질문이지. 알아.”
“근데 이게 왜 그렇게 궁금한지 모르겠어.”

이 대사 진짜 미치겠다 행맨 본인도 아직 자기 마음 모르는데 밥은 또 오죽하겠어 근데 그걸 지켜보는 나는 또 너무 좋고ㅠㅠㅠㅠㅠㅠㅠㅠ 업보청산 가보자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게 왜 궁금한지 한번 알아보자고!!!!!!!
[Code: 55dd]
2023.03.02 15:03
ㅇㅇ
"지금 당장이라도 내 곁에서 떠나고 싶은 거냐" 고 묻고 싶은데 "절대 내 곁에서 떠나면 안 된다" 고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거 개쩔어 심리묘사 무슨일이야 천재 센세...그런데 밥이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행맨이 이걸 되돌릴 수 있을까ㅠㅠㅠ
[Code: 8011]
2023.03.02 20:56
ㅇㅇ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목적이 다른 알아가기를 시작하는 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f5b]
2023.03.03 16:28
ㅇㅇ
모바일
쪽...
[Code: cb72]
2023.03.05 00:58
ㅇㅇ
모바일
여전히 걱정하네ㅜㅜ
[Code: d499]
2023.08.17 01:49
ㅇㅇ
모바일
찌통 ㅠㅠㅠㅠ눈물줄줄이네ㅠㅠㅠㅠㅜ
[Code: e8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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