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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은 이불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별로 놀랍지 않았음. 물론 자신 외의 수인과 마주한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이미 냄새부터가 평범한 사람이나 동물의 것이 아니었기에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있던거였음. 하지만 지금 빌에게 중요한건 이 남자가 수인이든 뭐든 당장 제 눈앞에서, 허니의 곁에서 치워버리는것이었음.

허니가 저에게 들러붙지만 않았어도 빌은 남자의 멱살을 잡아서 밖으로 끌어냈을거임.


"그러지마!!!!"
"......."
"응? 빌! 제발..!"
"......."


평소에는 아무리 귀와 꼬리를 내놓고 근처에서 얼쩡거려도 쓰다듬어주긴 커녕 만지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먼저 다가와 허리를 끌어안고 어르고 달래듯 뺨을 쓰다듬어주다니. 빌은 제 앞에서 안절부절거리는 허니를 내리깐 눈으로 쳐다봤음. 이게 다 저 남자를 감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때 남자의 입에서 허니의 이름이 나직하게 흘러나오자 빌은 허니의 어깨를 잡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남자에게 걸어갔음. 침대 위에 앉아있는 남자는 그저 허니만 바라보고 있었음. 빌이 남자의 목을 향해 손을 뻗으려하자 허니가 큰소리로 외쳤음.


"어, 어린애야!!!!"
"....."
"........."
"....."


빌은 순간 자신이 허니의 말을 잘못들은건가 싶었음. 혹은 허니가 너무 놀라서 말을 잘못했거나. 다급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허니의 목소리에 집중해보니 곧 상황을 파악할수 있었음. 이 뱀은 이제 막 수인이 돼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나 다름없다는것, 허니가 산책을 하며 종종 마주쳤었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았고 위협적이지도 않았다는것, 그러니 싸울 필요 없고 싸워서도 안된다는것.

빌은 허니의 설명 속에 들어있던 '어린 시절의 네가 떠올라서, 너랑 닮아서.' 라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듯 했음. 허니가 항상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말이었음. 그래서 기뻤지만 동시에 허니가 자신을 다른 누군가와 겹쳐보며 심지어 그 대상을 보호해주려고 한다는 사실이 기쁨을 상쇄시켜버렸음.

빌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별다른 움직임 없이 허니의 말을 듣고있자 허니는 빌의 대답을 기다리는듯 했음. 빌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음.


"그래서."
"....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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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올랐으면 나만 생각했어야지."








허니는 눈을 질끈 감으며 빌을 남자에게서 떼어놓을 방법, 이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할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 뭐라도, 빨리! 허니는 문득 이 상황이 마치 빌에게 남자친구를 숨기다가 들켰을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는걸 알아차렸음. 그러자 허니의 머릿속에 옛 기억들이 밀려왔음. 빌이 매번 허니의 연애를 제멋대로 마무리짓게 만들었던..

고등학생때 문고리 사건 이후 빌은 허니가 연애를 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었음. 허니가 아무리 감추고 모른척 잡아떼도 빌은 귀신같이 알아내서 어떻게든 허니의 옆자리를 비워내곤 했었는데 허니의 방으로 찾아와 그 커다란 손으로 허니의 입을 덮듯이 틀어막고서는 '헤어져. 어려운 일 아니잖아. 그냥 고개만 끄덕여.' 라며 강압적인 모습을 보일때도 있었고, 축 처진 귀와 꼬리로 허니의 옆에 힘없이 털썩 앉아서 '...뺏기기 싫어.' 라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일때도 있었음. 잘 만나다가 갑작스레 이별통보를 당해서 찾아가보면 입 꾹 닫고 이유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네 동생 무서워서 못만나겠며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으니. 도대체 왜 남이 연애하는 꼴을 못보는건지. 처음엔 화도 내고 싸우기도 했었지만 결국 항상 두 손을 드는건 허니 쪽이었음. 애착심 강한 제 수인 동생이 가족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데 어쩌겠음. 연애야 독립하고 나서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독립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음. 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말조심, 행동조심, 향수까지 뿌려가며 조심했지만 부모님의 집에서 마주치거나 허니의 집으로 빌이 불시에 찾아오거나 했을때 등 어디서라도 마주치면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엔 또 어떤 자식이야.' 라며 저에게 바짝 붙어서 으르렁거리며 목을 울려대는데 도저히 진절머리가 나서, 거기다 사회의 톱니바퀴로 열심히 구르다보니 피곤하기도 해서 점점 연애와 거리를 두게 된 허니였..


"니 눈엔 정말로 이게 어린애로 보여?"


쓸데없는 기억 속에서 허우적대던 허니가 빌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음. 남자가 시퍼렇게 빛나는 눈으로 말없이 빌을 쳐다보며 빌의 팔을 한손으로 잡고 있었음. 서로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건지 두 사람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음. 일촉즉발의 상황 같았음.


'어떡하지?! 다시 빌 허리라도 잡을까? 둘 사이에 끼어들까? 소리 지를까, 울어볼까, 대체 어떻게 해야--'


그때 주방에서 무언가가 턱! 하는 소리가 들렸고 순간 허니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음. 불멍을 때렸던 날 후부터 허니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집에 불이 나는 악몽을 꾸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둘 구매한 소화기가 벌써 7개째라는걸 감안하면 지금 허니의 흔들리는 동공은 분명 좋은 방법이 떠올라서 그런게 아니라는걸 말해주고 있었음. 빌이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다 왔다는 사실 또한 허니에게 좋은 장작이 되어주었음.


"이 집... 낡아서 불에 엄청 잘 탈텐데..."


허니는 저도 모르게 끔찍한 혼잣말을 내뱉었음. 빌이 싸우지 못하도록 막는것도 중요했고 뱀이 다치지 않도록 만드는것도 중요했지만 저 소리의 정체를 당장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만약 허니의 악몽이 현실이 된다면 멀쩡한 상태로 이 집에서 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수도 있는거였음.

허니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문을 향해 뜀박질을 했는데, 허니의 이 행동은 결과적으로 허니에게 쓰라린 해결책이 되어주었음.








조수석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던 허니는 창문에 비친 빌과 눈이 마주쳤음. 허니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음.


".....쳐다보지마."
"..왜."
"쳐다보지 말라면 쳐다보지마!!"
"왜 나한테 심통이야. 니가 혼자서 넘어져놓고."


허니가 고개를 홱 돌리며 빌을 째려보자 빌은 허니의 무릎을 힐끔거렸음. 허니는 분노와 함께 약간의 수치심을 느꼈음.

혼자서 넘어져? 물론 맞는 말이었음. 빌이나 남자가 밀어서 넘어진게 아니라 허니 혼자 뛰어가다 넘어진거였으니까. 하지만 따지고보면 이건 빌의 탓이었음. 허니의 발에 걸린게 빌이 부서뜨린 문고리였고 넘어진 허니의 무릎에 박힌 나무 파편들은 빌이 부순 문에서 떨어져 나온것들이었으니. 굳이 허니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그건 아마 식탁 위에서 떨어진 감자 소리에 그렇게 놀랐다는거 정도인데.

갑작스러운 허니의 돌발 행동으로 빌은 당황하며 재빨리 허니를 안아들어 거실 소파에 앉혀두고 구급상자로 응급처치를 해주었음. 눈에 보이는 커다란 파편들은 전부 제거했지만 깊게 박혔을지도 모를 작은 파편들까지 제거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만 했음. 허니는 괜찮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릎 안쪽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림이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는 경고를 보내는것만 같아서 결국 빌과 병원으로 출발할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허니는 자신의 무릎을 희생함으로써 상황을 일단락 시킬수있었던거였음.

신호가 바뀌자 빌은 다시 운전에 집중했고 허니는 창문에 애꿎은 이마를 꽁꽁 박으며 여러가지 걱정을 했음. 무릎의 상태라던지 집에 남겨두고 온 뱀이라던지, 이후에 빌은 어떻게 집으로 돌려보낼것이고 만약 뱀을 그대로 내쫓았다가 사람들에게 수인인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허니는 창문에 비치는 빌을 무심코 바라봤다가 자신이 이마를 박을때마다 빌의 귀가 조금씩 움찔거리는걸 발견했음. 꽁 하고 찍으면 까딱거리는 강아지 귀. 허니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자 빌의 두 귀가 쫑긋 서는듯 했음.


".....안죽일거지?"
"뭔 소리야."
"...뱀 말이야."
"뭔 소리냐고. 내가 그 자식을 왜 죽여."


허니는 인터넷에서 봤던 <죽을때까지 어쩌고> 글을 말해주었고 빌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음.


"아직도 그런거 찾아보고 있냐?"
"......."
"죄다 거짓말 뿐이잖아. 부모님도 안믿으시는걸."
"그치만..."
"그치만 뭐. 그 자식이 안죽었으면 좋겠어서 그래?"
"그러면 그거 살인이잖아...."
"..........."


틀린 말은 아니지. 그냥 늑대개와 뱀도 아니고. 물론 시체가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다만. 빌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허니에게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짐승새끼 같냐고 물었음. 허니가 그런식으로 말하지말라며 빌의 팔뚝을 찰싹 때렸음.


"쫓아내기만 하려고 했어."
"진짜?"
"...겁도 좀 주고."
"어떻게?"
"그건 니가 알거 없고."


빌은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음. 다시는 허니의 곁을 맴돌지 말라는 경고의 뜻으로 몸통을 몇번 씹어준 다음에 그러려고 했었음. 자신의 몸이 남들에 비해 탄탄한걸 보면 뱀 수인 역시 마찬가지일테니 그정도론 죽지 않을거고, 살기 어린 눈으로 제 팔을 저와 비슷한 수준의 힘으로 잡아왔던걸 보면 아무래도 그정도의.. 사실 그 이상의 경고를 해도 모자랄것 같은데..

어느덧 도시로 진입해 도로 위의 차들이 늘어나자 빌은 심호흡 한번으로 귀를 감추었고 허니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결심한듯 말을 꺼냈음.


"내가 직접 숲으로 돌려보낼거야. 사람들 앞에서 조심해야 된단것만 알려준 다음에."
"...누구 마음-"
"내 마음대로!! 집 주인 마음대로!!"
"그래, 내 허락도 필요없겠지."


신호에 걸리자 빌이 허니를 바라봤고 허니는 팔짱을 낀채 끄덕거렸음.


"그냥 돌아가면 바로 내보내. 그 자식이 내 팔 잡는거 봤잖아. 니 말대로 진짜 어린애라고 해도 너한테 위험해."
"니가 먼저 위협하니까 무서워서 그랬던거 아냐? ...아, 근데 진짜 힘 세긴 세더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어?! 헉, 어...."


뱀이 허니의 허벅지를 감았고 허니의 바지 속을 탐험했고 허니의 팔찌가 되어 같이 화장실까지 들어갔다 나온 일은 당연히 설명에서 제외했었음. 허니가 창가로 고개를 스윽 돌리자 빌의 손이 허니의 턱을 움켜잡아 강제로 돌려 빌을 바라보게 만들었음. 허니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저도 모르게 제 허벅지를 힐끔거렸음. 혹시 뱀이 감았던 자국이 남았을까 싶어서. 바지를 조금만 걷어올려보면 바로 확인할수 있었기에 허니는 긴장한채 빌을 쳐다봤고 빌은 시선은 허니의 허벅지에 꽂혀있었음. 만약 여기서 팔짱을 풀고 허벅지를 가리려고 한다면 백퍼센트 들킨다.

허니가 허벅지를 꿈지럭거리자 턱을 잡고 있던 빌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음.


"빌.. 아, 아파.. 놔줘..."
"........."


물론 아프다는건 거짓말었지만 빌은 순순히 허니의 턱을 놓아주며 정면을 응시했음.

허니는 여전히 팔짱을 낀채 애써 태연한 척하며 창밖을 바라봤고 빌은 별말없이 운전에 집중하며 허니가 왜 허벅지를 힐끔거렸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주기로 했음. 허니의 무릎이 그렇게 된 데에는 인정하긴 싫지만 본인의 책임도 있었으니까. 순전히 뱀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고 허니 역시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랐지만.

적막이 흘러도 어색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신호에 걸리는 일 없이 쭉 달린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마침내 병원에 도착할수 있었음.








허니의 무릎에는 예상대로 잔가시 몇개가 박혀있었고 큰 문제 없이 제거 후 소독과 약을 받는것으로 처치를 끝냈음.

빌은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허니에게 뭐라도 좀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빌이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으려하자 허니가 편의점 음식이 먹고싶다고 했음. 빌은 내키지 않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편의점을 바라보는 허니를 차마 무시할수가 없어 허니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음. 하지만 허니가 야외 테이블에서 먹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자 빌은 그런 허니를 번쩍 안아들어 편의점 앞 테이블까지 친히 모셔다 주었고, 잠시 후 허니의 주먹에 찜질당했던 가슴을 문지르며 편의점 밖으로 나온 빌이 허니 앞에 빵과 샌드위치들을 와르르 쏟아부었음.


"이걸.. 이걸 누가 다 먹어!!"
"너."


허니의 맞은편에 앉은 빌은 샌드위치 포장지를 뜯어서 허니에게 건네주었고 궁시렁거리던 허니는 입안을 샌드위치로 채우기 시작했음. 빌이 음료수 뚜껑을 열어 허니의 앞으로 밀어주자 허니는 빌에게 같이 먹자는 눈빛을 보냈고 빌은 피식거리며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들었음.

테이블 위에 가득했던 먹거리들은 제법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곧 허니가 더는 못먹겠다며 손바닥을 보이자 빌은 허니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엄지로 쓸어준 다음 뒷정리를 했음. 빌이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 허니는 남은 빵과 샌드위치들을 봉투에 담고 있었는데 그때 허니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음.


"허니?? 허니씨 맞지???!"
"....!?"


세상에. 빌 말대로 그냥 차에서 먹을걸! 허니가 돌아보기도 전에 목소리의 주인이 허니의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음. 허니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하자 목소리의 주인은 허니를 끌어안고서 반가움을 표현했고


"허니씨!!!! 여긴 어쩐 일이야!!! 이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머, 자기 살 빠졌니??!!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거야?!??! 난 허니씨가 걱정돼서 3키로나--- 자기가 그만두고 나서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내 말만 메아리처럼------"


허니는 귀에서 피가 나는것만 같았음. 이 사람은 허니를 아주 좋아하는, 허니에게 끈질기게 만남을 강요하던 바로 그 직장 상사였음.








쓰레기를 버리고 온 빌이 허니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음. 빌을 발견한 상사가 하이톤의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자 빌은 잠시 아찔함을 느꼈음. 허니의 회사에 찾아갔을때 몇번 마주친적이 있었거든. 빌은 재빨리 상사의 품에서 허니를 꺼냈고 허니의 상태에 대해 짧게 설명해준 뒤 자리를 옮기려고 했음. 하지만 인생사 쉽지 않지.

그제서야 허니의 무릎을 알아차린 상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허니의 무릎에 대한 걱정을 폭포수처럼 퍼부었고 허니는 마음속으로 '제발 그만' 을 외치고 있었음. 상사는 흔히 말하는 악의 없고 사람은 착한데 눈치가 없는 타입이었음. 그리고 허니는 그런 사람에게 냉대하지 못하는 타입이었으니

빌이 허니의 입장을 고려해 정중하게 말을 끊으려고 했는데 그때 상사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음. 상사의 남편과 처음보는 남자였음. 눈물을 훔치던 상사는 남편에게 다가가 자초지정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남편은 익숙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허니와 빌에게 짧은 인사와 동시에 이만 끌고가보겠다는 퇴장을 알렸는데 갑자기 상사가 큰소리로 외쳤음.


"어머, 잠깐만!!! 허니씨!!! 내가 몇번이나 말했잖니!!! 꼭 소개시켜주고싶은 사람이 있다고!! 이 사람이야!!! 내가 예전부터---"


허니는 상사의 말이 귀를 때릴때마다 아뇨, 괜찮아요, 저 진짜 아무도 만날 생각 없다니까요..! 라고 대답했고 빌은 금시초문인 얘기였기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허니를 바라봤음. 허니가 손사래를 치는동안 남자는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 상사는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외쳤음.


"찰리씨 뭐해!!!! 빨리 인사해요!!! 내가 말했잖아!! 둘이 정말 잘맞을거라니까??!! 둘다 그 뭐야, 그래!! 수인!! 수인 덕후잖아!!!!"
"...???"


허니는 살면서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수인에 관해, 빌에 대해 언급한적이 없었음. 붕팔이조차도 빌을 그저 허니의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남동생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상사의 옆에 서있던 찰리라는 남자가 피곤한듯 미간을 꾹꾹 문지르더니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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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아니라 연구를 하는거라고 도대체 몇번을 말합니까."








허니 앞에서 물개 박수를 치던 상사는 허니가 물어보기도 전에 알아서 설명을 늘어놓았음.

요약하자면 상사는 허니가 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수인에 관해 검색하는걸 몇번 본적이 있었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남편에게 수인 괴담이나 미스테리에 대해 물어봤더니 남편의 지인 중 그쪽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직접 만나봤는데 수인 뭐시기는 이해가 안됐지만 사람이 참 괜찮아보여서, 기왕 이렇게 된거 관심사 비슷한 두 사람을 엮어주는 중간 다리가 되려고 했었던거였음. 허니가 퇴사를 했음에도 끈질기게..

그리고 마침 오늘 식사 약속이 있었는데 허니와 딱 마주친게 현 상황이었던 것.


"........"
"......"


허니는 제 뒤에서 자신을 몰래 쳐다봤을 상사의 모습을 떠올리니 소름이 돋았지만 그래도 빌에 대해서 들킨게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빌은 허니의 상사가 이정도로 무례한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

상사는 허니와 찰리에게 이대로 헤어지지말고 차라도 한잔 하라며 방방 뛰었지만 찰리가 먼저 선약이 있어서 힘들거같다며 선을 그었음. 상사의 남편은 찰리에게 조만간 또 밥 한번 먹자는 인사와 함께 상사를 데리고 퇴장해주었음.

테이블 위에 있던 봉투를 챙긴 빌이 허니의 어깨를 잡으며 우리도 이만 가자는 뜻을 전했음. 이 만남은 허니가 원해서 이루어진게 아니었으니 눈 앞에 있는 남자는 딱히 견제할 필요가 없어보였고 수인을 연구한다는건 뭐, 빌은 관심 없었음. 어릴때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었지 지금은 그런거 상관없으니까.

허니는 어깨를 잡아당기려는 빌을 손을 살짝 두드리고는 찰리에게 죄송합니다-를 시작으로 상사에게 몇번이나 거절했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던거 같다며 정중함을 눌러담은 사과를 했음. 이렇게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야만 상사의 귀찮은 연락도 오지 않을것 같았음.

허니가 찰리를 바라보자 찰리는 허니와 빌을 번갈아보며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허니에게 사과에 대한 대답이 아닌 질문을 던졌음.


"저쪽, 무슨 수인입니까."
".....네?"
"겉으로만 봐서는 알수가 없거든요. 귀나 꼬리를 내놓은것도 아니고."
"......."
"아예 없는 수인도 있어서."
"......."


사실 허니는 찰리가 수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조금 관심이 생겼었음. 수인에 대해서 너무 모르니까. 어쩌면 수인이기 때문에 걸리는 병이 있을수도 있고 겉모습은 인간과 같지만 수명이 다를수도 있고, 그래서 빌과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되거나 빌이 쓸쓸하게 혼자 남는 일이 일어날까봐, 예전부터 그런 걱정들을 했던터라 다른 날에라도 괜찮으니 차 한잔 해보는게 어떨까 싶었는데

문득 의심도 들었음. 과연 안전한 사람인가. 당장 현실만 봐도 동물들로 각종 실험을 하고 약을 만들어내는데 수인을 왜 연구하고 어떻게 연구하는지 모르잖음. 그리고 알고보니 상사가 생각하는것처럼 그냥 수인 괴담이나 미스테리를 덕질하는 자칭 연구가 인걸수도 있고, 혹은 사기나 사이비일 가능성도...

허니가 자신의 등 뒤로 빌을 슬금슬금 잡아당겼음. 그런다고 빌이 당겨지거나 가려지는건 아니었지만 허니는 빌이 수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로 결정한거였음.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건지 모르.. 모르겠는데요..!"
"가자."


빌이 허니의 어깨를 끌어당겼음. 허니는 사과도 했고 거절도 했으며 이제 그만 대화를 끝내고 싶어하는 눈치였기에 빌은 더이상 허니를 기다려줄 이유가 없었음. 빌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찰리를 힐끗 쳐다봤음. 그러자 찰리는 또 질문을 던졌음. 이번엔 빌을 바라보면서.


"제 냄새, 특이하지 않습니까?"
"......."
"수인과는 다르지만 일반 사람과도 다를텐데.."
"......."


빌은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고 허니 역시 입을 다문 채 빌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음. 허니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의심해서 나쁠것 없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하려 했는데,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찰리의 말은 허니의 발을 멈추고 허니를 돌아보게 만들기에 충분했음. 왜냐하면 그건 수인을 가족으로 둔 허니에게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수인이셔서 그럴겁니다."


나도 당신처럼 수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고 말하는것과 같았으니까.








조수석에 앉아서 명함을 만지작거리던 허니는 빌을 힐끔거렸음. 시선을 느낀 빌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음.


"그만 쳐다봐."
"........"
"그 종이 쪼가리 좀 그만 쳐다보라고."
"........"


허니는 찰리에게 받았던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빌을 바라봤음.


"내가 운전할까? 안피곤해?"
"잠이나 자."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도로에는 차들이 꽤 많았음. 허니는 어둑어둑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채 말했음.


"빌, 걱정하지마."
"뭐를."
"나 그 사람 완전히 믿는거 아냐. 그러니까 니 얘기는 일절 안할거고 그 사람이 알고있는 정보만 쏙 빼먹을거야."
"..그딴거 빼먹을 생각하지말고 배고프면 남은 빵이나 먹어."


허니가 빌을 째려보자 빌은 어깨를 으쓱거렸음. 빌은 마음같아선 당장 허니에게서 명함을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음. 아니면 찢어버리거나. 빌은 허니가 찰리에게 자신의 대한 이야기를 할까봐 기분이 안좋았던게 아님. 당연히 찰리 때문이었음. 허니의 눈앞에 나타난 미묘한 냄새를 풍기는 반수인.

찰리는 허니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궁금한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셔도 됩니다.' 라고 했었음. 머뭇거리던 허니가 두 손으로 건네받자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도 상사에게 몇번이나 거절했었다고, 그러니 사적인 감정은 없다며 부담없이 연락하라고, 자신이 한 질문에는 굳이 대답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도대체 궁금할게 뭐가 있다고."


빌이 투덜거렸지만 허니는 조용히 창밖만 바라봤음. 허니는 빌에게 자신이 빌에 관해 어떤 걱정을 했는지, 하고 있는지 한번도 말해준적 없었고 앞으로 말해줄 생각이 없었음.

점점 도로위의 차가 줄어들고 주위가 고요해지자 빌의 귀에 잠든듯한 허니의 숨소리가 들려왔음. 빌은 강아지 귀를 쫑긋거리며 핸들에서 손을 떼는 일 없이 계속 운전 했음.








허니는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었음. 따뜻하긴 한데 숨이 살짝 막히는거 같기도 했음.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허니의 얼굴 바로 앞에 누군가의 맨가슴이 있었음.


"어...? 뭔, 여기 어디..!"


당황한 허니가 버둥거리자 맨가슴의 주인이 양팔로 허니를 끌어안으며 대답했음.


"니 방, 니 침대."
"...빌?? 이거 놔!!"
"싫어, 추워."
"추우면 옷을 입어!! 왜 벗고 있어?!"
"더워서."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허니가 빌의 맨살을 챱챱 때리자 빌은 허니를 더 세게 끌어안았고 허니의 목에 코를 파묻은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음.


"악!!! 하지마!!!! 냄새 맡지마!!"


꼬리를 살랑거리던 빌은 곧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허니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주었음. 허니는 첫번째로 언제 집에 도착한거냐고 물었고 두번째로 뱀은 어디 있냐는 질문을 했음. 빌은 머리를 긁적이며 간단명료하게 니가 자고 있을때, 몰라 라고 대답해주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있던 티셔츠를 주워입으며 주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음.

빌을 따라 일어나던 허니는 순간 무릎에서 저릿한 통증을 느끼며 무릎의 희생을 떠올렸음. 방문과 바닥을 살펴보니 방문은 여전히 문고리가 없는 상태였지만 바닥은 깨끗했음. 천천히 주방까지 걸어가자 빌이 식탁 위에 따뜻한 스프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았고 이건 또 언제 만든거냐고 묻는 허니에게 빌은 아까와 똑같은 톤으로 니가 자고 있을때 라고 대답해주었음.

먹기 좋게 식은 스프를 몇 숟가락 넘긴 허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음. 허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빌이 말했음.


"없었어."


빌은 진짜라는듯 양쪽 눈썹을 들어올렸음. 빌이 거짓말을 하는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음. 허니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스프와 함께 삼켜버렸음. 과연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고 혼자서 잘 숨어 지낼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긴하지만 제 발로 나갔으니까.. 산책하다보면 또 마주칠수 있을거고.. 그러면 그때 수인으로 살면서 조심해야되는것들에 대해 설명해주면 되겠지.. 어쨌든 뱀은 이제 허니의 집에 없는거였음. 그러니까 앞으로 허니가 해야 할 일은--


"다 먹으면 그릇 싱크대에 넣어놔."


허니보다 늦게 앉았는데도 더 빨리 그릇을 비운 빌이 식탁에서 일어나더니 차 키를 들고 현관문으로 걸어갔음.


"어디가?"
"먹을거 좀 사오게."
"냉장고에 먹을거 많은데?"


빌은 잔소리하기 귀찮다는듯 작은 한숨을 뱉으며 허니를 빤히 바라보다가 산책 같은거 하지말고 얌전히 집에 있어 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음.

앞으로 해야 할 남은 일은 빌을 이 집에서 내쫓는건데 무릎 다 나을때까지만 부려먹을까. 허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프를 마저 싹싹 긁어먹었고 식탁에서 일어났음. 운전하느라 피곤했을텐데 청소도 해놓고 스프도 만들어놓고 싱크대에 있는게 방금 사용한 그릇과 수저들 뿐인걸로 봐선 설거지도 했다는건데 이 이상 부려먹는게 가능한가.

간단하게 설거지를 끝낸 허니는 거실 책장에 꽂혀있던 낡은 소설책 한권을 꺼냈음. 그리고 허니가 소파에 앉자마자 초인종 소리가 울렸음. 허니는 느릿하게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며 말했음.


"뭐 두고 갔어? 왜 이렇게 빨리 왔...?"


분명 방금전까지만 해도 허니의 코끝에 맴돌던건 빌이 만들어준 스프의 향이었는데, 지금 허니의 코끝을 간지럽히는건 향긋한 풀내음이었음.








구급상자를 들고 온 허니가 남자의 옆에 앉으며 남자에게 손바닥을 내밀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허니의 손을 잡으며 깍지를 꼈음. 허니가 당황하며 그게 아니라는듯 손을 흔들었고 남자는 깍지를 풀여주며 고개를 갸웃거렸음. 허니는 남자의 손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기 시작했음.

헝클어진 머리칼과 몸 군데군데 묻어있는 흙, 자잘하게 긁히고 베인 상처가 가득한 손으로 꼬옥 쥐고 있던 이름 모를 풀들을 저에게 내미는 남자의 모습은 누가봐도 저를 위해 약초를 구해온 사람처럼 보였음. 자신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빌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고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을동안 이 아이같은 뱀 수인은 혼자서 숲을 돌아다니며 이런거나 찾고 있었던거냐고. 그렇게 생각하니 허니는 또 죄책감이 들었음.

남자의 양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놓친 상처는 없는지 확인을 마친 허니가 만족한듯 끄덕거리며 남자를 바라봤음. 남자는 허니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풀들을 한번, 그리고 허니의 무릎을 한번 가리켰음.


"난 괜찮아요! 이미 병원에서 소독 했... 치료를.. 음, 아무튼 괜찮다고요!"


가만히 허니를 바라보던 남자가 테이블 위에 있던 풀을 하나 집어 들더니 허니에게 보여주었음. 역시 못알아들은걸까. 허니는 자신의 무릎이 괜찮다는걸 알려주기 위해 한참을 설명하다가 방법을 바꿔서 남자에게 발라준 연고를 자신의 무릎 앞에 갖다대며 손짓 몸짓했고 남자는 허니를 보며 그저 웃고만 있었음. 허니는 어쩐지 남자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음. 빌도 저에게 장난을 치고 나면 꼭 이런식으로 웃고 있었거든.

허니가 입꼬리를 샐쭉거리며 연고를 구급상자 안에 집어넣었음. 약도 발랐고 밴드도 붙여줬으니 이제--


"허니."


허니가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손가락으로 구급상자를 톡톡 두드렸음. 허니는 남자에게 다른 아픈곳이 있냐고 물었지만 남자는 잠시 눈을 굴리더니 다시 한번 구급상자를 두드렸음. 허니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구급상자는 왜 자꾸.. 라고 중얼거리자 남자가 구급상자.. 라고 말했음.

남자가 이번엔 테이블을 가리키자 허니는 곰곰이 생각하다 테이블이라고 말해봤고 남자는 허니를 따라했음. 남자가 책을 가리키면 허니는 책이라고 말했고 남자는 역시 따라했음. 남자의 손은 느릿한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거실에 있는 책장과 티비, 창문, 커튼 등을 가리켰고 허니가 하나하나 이름을 말해줄때마다 남자는 그것을 따라 말하며 작은 웃음을 지었음. 어느새 허니도 남자를 따라서 웃고 있었음.

거실에 있는 물건 이름은 다 말한거 같은데. 허니는 남은게 있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음. 남자가 또 무엇을 가리킬지 궁금하기도 했음. 어쩌면 주방이나 허니의 방, 마당으로 이동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마침내 남자가 무언가를 가리키자 허니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가 멈칫했음. 남자가 가리킨건 바로 남자 자신이었음.


"........."
"......"


허니는 지금 남자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짐작할수 있었음. 허니가 남자를 뱀이나 수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멈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음.

허니의 얼굴에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자 남자는 자신을 가리키고 있던 손을 조용히 아래로 내려버렸음. 남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띈 채 허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허니는 그 미소 때문에 저릿함이 느껴졌음. 무릎이 아니라 가슴에서. 분명 남자가 원하는걸 주는 일은 어려운게 아니였음. 남자가 허니한테 집을 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허니를 달라고 한것도 아니잖음. 하지만..

어린 아이같은 수인, 자신을 위해서 약까지 구해다주고, 제 말을 따라하며 즐겁다는듯이 웃는데.. 이러는데 이름까지 지어주게 되면... 꼭 책임져야할것만 같은... 마치 제 발치로 다가와서 낑낑거렸던 작은 강아지를 무시할수 없었던것처럼...

허니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채 뭔가를 중얼거렸음. 남자가 허니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오자 허니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남자를 쳐다봤음. 남자는 허니의 손목을 놓아주며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고 망설이던 허니는 결국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남자의 이름을 불러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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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가 허니를 보며 미소지었음.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허니는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오던 빌의 앞을 두 팔 벌려 가로막았음. 빌은 예상하고 있었다는듯 허니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허니를 빙그르 돌리며 제 앞에서 비키게 만들었음. 빌은 소파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은채 그대로 주방으로 걸어가 식탁 위에 짐들을 내려놓았고 냉장고에 식재료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으며 말했음.


"어차피 갖다버리고 올거잖아. 안싸워."
"빌, 있잖아..."
"왜. 마음이 변하기라도 했어?"
".......당분간만!!!"


빌은 농담을 한거였음.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농담. 빌이 몸을 돌려 허니를 바라봤음.


"찰리씨가 그랬는데 몸이 성인이면 학습하는게 빠르대!! 옆에서 조금만 알려주면-"
"뭐? 찰.. 그새 연락을 했어?"
"어? 응, 만약 처음 사람으로 변한거 같은데 이러면 어떤 상태일까요 라고 물어봤.. 니 얘긴 안했으니까 걱정마!"
"....내가 그딴걸 걱정할,"


빌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채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 했음.

빌은 집안에 들어오기 전 이미 냄새 때문에 뱀이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허니가 직접 내쫓을거라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허니와 더 실랑이 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가 허니가 뱀을 버리고 오면 혼자 가서 경고를 주는걸로 일을 마무리 할 생각이었던거였음. 근데.. 뭐? 갑자기 말을 바꾼것도 모자라서 그 사이에 반수인한테 연락까지 했-


"헉, 조지! 조심해요!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란 말이에요!"


순간 빌의 튀어나와있던 귀가 쭈뼛 섰음. 빌이 소파 쪽을 쳐다보자 남자는 소설책을 손에 들고서 팔랑팔랑 넘겨보고 있었고 허니는 남자에게 낡고 오래된 책이라서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을 해주고 있었음. 빌이 허니에게 물었음.


"너 방금 그 자식 뭐라고 불렀어."
".....조, 조지..."


허니는 왠지 조금 쑥쓰러워하며 대답했음. 빌이 소파로 걸어오더니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책을 낚아채듯 빼앗았음. 허니가 그런식으로 잡으면 찢어진다며 빌의 옷을 잡아당기자 빌은 군말없이 허니에게 책을 넘겨주었지만 빌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음. 빌이 으르렁거리며 남자의 이름을 읊었음.


"조지."
".........."


조지는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당연히 허니를 볼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빌을 쳐다보고 있었음.


"...빌, 안싸울거지?"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불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허니가 빌에게 묻자 빌이 허니의 품 안에 있는 책을 내려다봤음.

허니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 그건 빌이 가장 싫어하는 책이었음. 이유야 뻔하지. 허니가 소설 속의 주인공을 너무 좋아해서. 하지만 그건 표면상의 이유일뿐이었고 실제로는 빌이 허니에게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였음. 소설 속의 주인공은 빌과는 너무나도 다른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허니는 매번 그와 비슷한 남자들을 만났으니까.

빌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있던 구급상자와 녹빛의 풀들을 지나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조지의 손을 거쳐 마지막으로 허니의 눈에 닿았음. 빌과 허니가 눈을 맞추었음. 허니의 입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빌의 이름이 새어나오자 빌이 허니를 부르며 말했음.


"허니, 나도 마음 변했어."


빌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조지를 향해 달려들었고 허니는 품고 있던 소설책을 바닥으로 떨어뜨렸음.

허니는 빌이 이 책을 싫어한다는걸 몰랐음. 허니가 빌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할때면 빌은 늘 허니가 읽던 책을 덮어버리거나 허니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책을 올려두는 장난만 쳐댔기에 당연히 관심도 없고 읽어본적도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빌도 허니만큼이나, 어쩌면 허니보다 더 많이 이 책을 읽어봤다는걸 만약 허니가 알았더라면 허니는 남자를 과연 조지라고 불렀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조지라고 불렀을까.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구급상자와 함께 풀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음. 이번에는 쓸데없는 기억을 떠올릴 여유따위가 없을거같음. 이번에도 허니가 쓸데없는 기억에 사로잡힌다면 거실에는 곧 풀내음이 아닌 다른 냄새가 진동하게 될거같음.





맥카이너붕붕 빌슼너붕붕 약훈남너붕붕

2024.04.07 16: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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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조지구나...너무 재밌다
[Code: cfe1]
2024.04.07 17: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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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ㅇ에 넘잼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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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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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책 주인공 이름이라니... 주인공이랑 비슷한 남자만 만났다니... 이마 박박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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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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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재밌어ㅠㅠ 빌 어쩔까 궁금
[Code: 5e5a]
2024.04.07 19: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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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가 허니 스타일인가..???
[Code: 189b]
2024.04.07 2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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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선생님 ㅠㅜㅠ
[Code: 7d17]
2024.04.07 2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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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 ㅜㅜㅜㅜ
[Code: e619]
2024.04.07 22: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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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친.... 센세야....? 진짜 센세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억나더 플리즈ㅠㅠㅠㅠㅠ저 셋의 관계성 너무 좋아ㅠㅠㅠㅠ
[Code: 358d]
2024.04.0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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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보자 얘드라!!!!!!!
[Code: 13ff]
2024.04.08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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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돌아왔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센세 고마워 사랑해
[Code: d434]
2024.04.08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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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ㅜㅜㅜㅜㅜㅜ 너무재밌어 ㅜㅜㅜㅜㅜㅜ 다같이 알콩달콩 살자 ㅜㅜㅜㅜ 센세 어나더요 ㅜㅜㅜ 나 군만두 구우면서 또 기다릴께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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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 07: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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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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