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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18:57
아이스매브 루버릭 가이드/센티넬
#아이스매브 #루버릭 #검진결과지
어디 건강검진 결과지 뿐이랴, 임무 보고서나 의료 기록, 하다못해 카드 결제 내역까지 전부 톰 카잔스키 제독에게 보고되었다. 가끔 누군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문제삼지는 않았다. 각자 제 할일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세세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했고, 막강한 권력자이면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가족만큼이나 친한 친구에게 나쁜 짓 하겠느냐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족만큼 친한 친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이스맨과 매버릭의 관계였다. 일부는 아이스맨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곳에서 '애완견'이나 '입양아'라거나 심지어는 '애첩'이라고 속삭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그저 비밀스러운 속삭임에 그쳤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매버릭이 제 정보가 공사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아이스맨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았으므로-이따금씩 과한 지출을 막을 때면 볼멘소리를 하기는 했다- 비서관은 아무 거리낌 없이 대령의 건강검진 결과서를 아이스맨의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 날 매버릭은 카잔스키 제독의 집무실로 긴급소환되었다. 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친 장정들 때문에 놀랄 새도 없이 카잔스키 대령의 명령이라는 말 한 마디만 듣고 잠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끌려 온 매버릭은 친우의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갑자기 너무 많은 자극이 밀려들어왔다. 전등 빛이 너무 강했고 부드러운 잠옷의 감촉이 가시처럼 몸을 긁어댔다.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귀청을 찢어놓을 듯 요란하게 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오감이 고통으로 꽉 채워진 기분이었다.
-미첼!
커다란 손과 팔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귀를 틀어막고 몸을 웅크린 매버릭을 감싸안았다. 신기하게도 그 체온이 닿는 순간 요동치던 감각이 급격하게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매버릭은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줄을 붙잡듯이 절박하게 저를 안아 오는 사람이 주는 안정감에 매달렸다.
-괜찮아, 미첼. 괜찮아.
-ㅇ, 아이스... 이게 무슨...
아이스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집무실 바닥에 앉아서는 매버릭의 자세를 좀 더 편안하게 고쳐 안았다. 기록적일 정도로 늦은 나이의 발현인 만큼 열과 발작이 오래 지속될 예정이었다. 문 밖에 서 있는 보좌관들을 향해 눈짓하자 곧 담요와 미리 준비시켜 놓았던 물품이 배달되었고, 집무실 문은 안에서 열고 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잠겼다.
꼬박 다섯시간. 매버릭은 열이 펄펄 끓었다가, 온 몸의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가, 감각기관에 불이 붙는 듯 했다가를 반복하며 카잔스키에게 매달렸다. 카잔스키는 열에 들떠 빨개진 얼굴로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매버릭을 보며 자신이 가이드임에, 건강검진 결과지를 그 어떤 절차도 밟지 않고 받아볼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 감사했다.
만약 매버릭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혹은 다른 가이드 앞에서 발현했다면... 생각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졌다. 특히나 비밀리에 매칭확률 분석을 의뢰했던 기관에서 받은 결과지를 생각하면 매버릭을 안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장 높은 매칭률: 브래들리 브래드쇼
그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잔스키는 매버릭을 으스러뜨릴 듯 강하게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머리칼 사이에 키스했다.
-괜찮아, 미첼. 내가 있어.
넌 나만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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