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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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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ㅈㅇ ㄱㄱ묘사ㅈㅇ 개빻음ㅈㅇ 오타ㅈㅇ 비문ㅈㅇ




준호와 마주친 건 현준의 투명인간 취급이 최고치에 다다라 현준마저도 가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의 힘을 빌려 가며 꾸역꾸역 버티던 본과 2학년 여름이었다.
지도교수님과 선배들과 함께 타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역시도 제일 막내란 이유로 다섯 명분의 일거리는 전부 현준에게 돌아왔다.

세미나 발표 및 배부자료 준비 프리젠테이션 제작 첨부자료 조사까지 어디 도움받을 데라곤 한 사람도 없다 보니 말 그대로 몸을 갈아서 하는 학교생활이었기에, 그나마 운동을 해서 쌓은 체력 하나만 믿고 남들의 두세 배로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현준도 인간인지라 세미나 직전 즈음엔 체력고갈에 번아웃까지 겹쳐 본 수업에 집중력이 좀 떨어졌는데, 이게 또 꼬투리잡힐 거리가 되어 스트레스 지수가 극도로 치솟아 있었다.

"자냐 넌? 얼씨구, 서서 잠이 오냐? 능력도 좋다."

선 채로 교수의 설명을 듣던 도중 기절하듯 졸다가 선배가 던진 차트에 맞고 깬 적도 있었고,

"의사 될 놈이 칠칠맞게.. 가서 옷 갈아입고 지혈하고 와! 덩치는 산만해서는 코피가 뭐야?"

셔츠 앞자락을 다 적시도록 코피가 멎지 않아 고생한 날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수겸이는 나보다 더 힘들 텐데' 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티다 드디어 세미나 당일.
참가자의 자리에 한 부씩 세팅하기 위한 배부자료를 한아름 들고 가느라 앞에서 지나가던 사람을 채 발견하지 못한 채 충돌사고가 일어났다.

"이런,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아닙니다. 저도 그만 한눈을 팔아서. 도와드릴게요."

이젠 툭 치면 나올 것만 같은 사과 인사를 자동적으로 뱉으며 흩어진 서류들을 쓸어모으는데, 방금 전 자신과 부딪혔던 사람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제 앞에 같이 쪼그려 앉아 서류를 줍기 시작했다.
뭐지 싶어 고개를 든 순간, 동시에 고개를 든 상대의 입에서도 그 얼굴을 알아본 현준의 입에서도 어? 하는 의문사가 튀어나왔다.

"성현준? 너 왜 여기, 아니 여기서 뭐 해?"
"넌 북산의... 권준호? 너야말로 여기 왜 있는데?"

그렇게 세미나가 끝난 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둘 다 이 근방 의대에 진학했고, 자취집도 서로의 러닝 코스 안에 들어가 있단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자연스레 접점이 늘게 되었다.
현준이 교내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된 준호가 자신이 속한 스터디그룹에 현준을 초대한 덕에 현준의 인맥도 점차 넓어져 갔고, 혼자서는 막막하던 진로에도 조금씩 살 길이 보이는 듯 했다.

"아버지가 외과면 보통 따라가지 않나? 엘리트네, 의사 2대."
"넌."
"난 어머니가 소아과. 아버진 그냥 평범하게 변호사."
"나보다 더 엘리트인 주제에."
"너희 어머니는 그럼 그냥 가정주부셔?"
"교수. 국문과. 올해는 안식년이라 일시적 주부시고."
"하하, 너 의외로 웃긴다? 코트에선 무섭더니."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있어서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 보다 훨씬 편하게 치대 오는 준호의 영향으로 날이 서 있던 현준의 성격도 살짝 무뎌지기 시작했고, 3학년이 된 뒤로는 교내에서도 예전만큼 겉돌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맥은 한정되어 있고, 그 인맥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공부와 학점에 집중되어 있던 현준보다, 어느 정도 놀기도 좋아하고 가십도 좋아하는 지인들까지 어우르는 준호 쪽에 수겸의 소식이 먼저 들어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준아, 나 좀 보자."

스터디모임 도중 본적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용히 자신을 불러낸 준호의 얘기를 절반쯤 듣다 만 현준은 준호의 얼굴 앞을 막듯 손을 들더니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어머니, 뭐예요. 지금 이거!"

아마도 가족들에게 사실 여부나 진행 상황을 묻는 듯 다급한 현준의 모습에 준호는 나머지 말은 하지 않기로 하고 사적인 통화 내용을 엿듣지 않기 위해 살그머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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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통화 뒤 다시 스터디 자리로 돌아온 현준의 안색을 살펴보니 역시나 책상을 톡톡 쳤다 다리를 떨었다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괜찮아?"

지금 이 사태를 말하는 건지 현준 본인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이슈의 당사자 수겸을 말하는 건지 주어를 알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답이라곤 하나 뿐이다.

"괜찮을 리가."
"안 가 봐도 되겠어?"
"오지 말라셨어. 지금 왔다간 긁어 부스럼이라고. 게다가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때가 아니라시는데."
"그럼 일찍 들어가 쉬기라도 해."
".....됐어. 할당량은 끝내야지."

마른세수를 연신 하며 심호흡을 하던 현준이 드디어 마음을 다잡은 듯 벗어 두었던 안경을 다시 끼고 샤프를 집어들어 방금 전 읽던 전공서적 부분의 한 곳에 메모를 시작한 순간, 바람도 쐴 겸 간식을 사러 간다며 나갔었던 선배 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들 먹고 해라. 내가 쏜다!"
"오~ 땡큐~"
"감사합니다."
"야 근데 나 방금 편의점 갔다 대박 뉴스 들었다! 걔 있잖아 해남 주장, 오늘 뭔 기자회견인지 한다더라. 방금 속보났대."
"에?"

도통 책에서 눈을 떼려 하지 않는 현준에게 녹차 캔 하나를 따서 쥐어 주고 자기 몫의 커피 캔을 따서 막 한 모금 들이키려던 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 옆자리를 바라보았지만, 현준은 건네받은 녹차만 홀짝일 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처럼 책만 노려보고 있었다.

"10분인가 남았던데, 거기 TV 켜 봐라."
"사람 엄청 몰렸네... 걔 보니 이쁘장하게 생겼더구만 저 인파 앞에 서면 긴장해서 기절하는 거 아니냐?"
"어, 야, 나 나 영상 그거 찾았다! 이거야? 이거지?"
"어디어디? 맞다!"
"이거 보니 기절은 안 하겠다. 강심장이네 이정도면."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현준의 책상 앞에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샤프심 가루의 산을 본 준호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계를 통해 좀 왜곡되고 흐릿하긴 했지만 준호의 귀에도 익숙한 목소리가 지르는 자그마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 싫어, 놔! 살려줘, 살려줘 현준아! 아악! 나 좀 살려줘어!! 웁!

빠각
플라스틱으로 된 샤프 몸체가 손아귀에서 책상에 짓눌려 반동강이 났는데도 저쪽의 수다는 끊일 기세가 없었다.

"그런데 계속 누굴 찾는거지? 흔한 이름인데다 성별도 애매모호한데. 보통 부모님은 저렇게 안 부르겠지? 형인가?"
"해남대 공식 프로필 보니 외동이던데 그건 아니겠지. 친구 아냐?"
"누가 저상황에서 친구 이름을 저렇게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불러. 저정도면 죽고 못사는 사이 수준인데. 저게 친구면 여기 친구 있는 사람 없다."
"준호가 저지역 출신 아냐? 너도 농구 했다며. 뭐 알아?"
"어, 어? 어어..."

갑자기 자신에게로 돌려진 화살에 당황한 준호가 눈만 굴려 현준의 눈치를 살피는데,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다른 누군가가 손가락을 울렸다.

"공식 프로필 여기 있네~ 김수겸, 포인트가드, 상양고 재학 당시 감독 겸임, 감독까지 했어? 아, 사진 찾았다. 김수겸, 성현준.. 성현준??"
".....가족이다."

으르렁대는 목소리와 함께 들린 우당탕 소리에 모두가 제일 뒷자리를 보자, 발에 걷어차인 듯 이만큼 날아온 책상 뒤로 일어난 현준이 성큼 다가오고, 준호가 말리듯 그 팔 한 쪽에 매달려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선배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빼앗아 울부짖는 수겸을 담은 영상을 꺼 버린 현준이 넋나간 선배의 가슴 위로 밀치듯 전화기를 돌려주었다.

"가족이라고. 내 가족. 내 소중한 사람. 내 전부."
"어.. 아니 하지만..."
"아는 것도 없으면서 떠들어대지 마. 저 뒤로 일 분 일 초 지옥에서 사는 사람 그만 좀 건드려."
"성현준, 그마안..!"

준호의 말림에도 그대로 힘으로 선배를 벽까지 밀어붙인 현준이 손에 점점 힘을 가하며 자기의 어깨 부근밖에 안 오는 당황한 얼굴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다 차갑게 웃었다.

"선배라고 봐줄 거라 착각 마. 이대로 갈비뼈 두어 대 박살내서 그 안에 든 거 으깨 버리는 것 정도 일도 아니니까."
"으윽... 커헉!"

- 탕! 탕!

"어? 나왔다!"

TV에서 들려온 묵직한 타격음과 안도와 놀라움이 섞인 준호의 외침에 현준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수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서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그리운 모습에 뭐가 울컥 올라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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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번, 수만 번은 들어 보고 매일 밤마다 눈 앞에 떠올라 죽을 것만 같던 시간들에 대해 들춰내고 의심하는 비틀어진 질문들 앞에서도 떨거나 회피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대답하던 수겸의 마지막 말, 피해자인 난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란 말로 끝을 맺은 연설에 한시름 놓는 순간,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서 있던 수겸의 모습이 화면 안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한 현준은 소스라치게 놀라 당장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끝나자마자 현준이 입을 떼기도 전 아버지가 빠르게 용건을 전달했다.

- 앰뷸런스 미리 불렀고 나도 있으니 걱정 말고, 깨면 연락하마.

끊겨 버린 전화기를 든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현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책상이며 의자 사이에서 자신의 책만을 주워들고 가방을 멘 채 스터디룸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떻게 보냈는지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를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현준이 아버지의 메시지를 받은 건 이틀이 꼬박 지난 다음이었다.

[깼다. 절대안정이라 아직은 조심해야 하니 퇴원은 미루기로 했다. 가족들 다 같이 지키고 있으니 넌 네 할 일에 신경쓰길. 괜히 만나거나 했다간 오히려 더 안 좋을 것 같으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기말시험에 집중할 것. 조만간 연락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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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차리고도 한동안 절대안정을 취해야 했던 수겸이 짧지 않은 격리입원 기간을 보낸 뒤로 이번에는 쭉 무단결석을 시작한 때문에 해남대 농구부의 주장은 바뀌었고, 남아 있던 시합에서 해남대는 지금까지의 연승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참패를 이어나갔다.

정신을 잃었다 이틀만에 깨어난 그 날 그렇게 서럽게 운 뒤로 수겸은 눈물이 다 말라 버린 사람처럼 굴었다.
수겸의 컨디션은 이제 미친 듯 널을 뛰었다.

컨디션이 나쁠 땐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벽을 보고 희미하게 웃으며 허공에 말을 걸거나, 밖에 나가지 않는 대신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집 안을 서성대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은 밤낮의 구분조차 없어 가끔 한밤중에 불도 켜지 않은 집 안을 헤집는 바람에 도둑인가 놀란 가족들이 뛰쳐나온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동안엔 억지로라도 자발적으로 뭘 먹고 몸이 굳지 않도록 틈만 나면 움직이려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먹어야 살죠, 농구.. 다시 할 건데..."

괜찮아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곧 코트로 돌아갈 테니까.
이정도로, 이까짓거에 질 거면 내 이름 세 글자가 날 비웃겠네.
입버릇처럼 중얼대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입에 올리는 수겸의 차분한 모습에 여름이 시작될 즈음부터는 가족들도 조금씩 걱정을 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수겸이 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넌지시 일렀다.

"....미국 가려고요."

자신의 부모님과 현준의 부모님,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 명의가 되었지만 지울 수 없었던 현준의 번호까지 총 5개 번호 외엔 전부 차단해 둔 지 오래인 휴대전화를 활성화시키고 나서 별 생각 없이 도착한 메일들을 확인하던 중, 그리운 이름 몇 개를 발견했다.

대만, 백호, 태섭의 북산 트리오와 대학 리그 내내 콤비로 뛰었던 정환.
우린 네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위로와 함께, 혹시 생각이 있다면 미국에 오지 않겠느냐는 권유.

특히 백호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본인부터 등 부상을 입어 본 적 있으니 전담 트레이너나 치료사도 많이 알고 있고, 굳이 선수로 복귀할 생각이 없대도 생활체육이 일반화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즐기며 농구를 하고 살 수 있다 제게 알린 백호는 원한다면 당분간 지낼 곳까지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정환은 그동안 몰라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원한다면 돌아다니는 영상의 삭제와 모욕적인 말을 한 사람들에 대한 고소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가서 적당히 아르바이트 하고 운동도 하고.. 건강 되찾으면 정식으로 취직자리도 찾아보고.. 그래야죠. 다행히 영어는 잘 하니 생활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럼 언제 돌아올 예정이고?"
"안 올 건데요."
"응?"

놀라서 되묻는 부모님들의 말에 수겸이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돌아와요. 이 끔찍한 나라, 안 올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께는 죄송합니다. 현준이에겐 그냥 제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그래서 그 사람이랑 떠났다고 정도로 둘러대 주세요. 그러니 너도 새 생활에 적응하라고, 저 없던 사람 치라고요."
"하지만 수겸아, 앞으로 5년.."
"그 5년 사이 무슨 일이 또 일어날 줄 알고요?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이미 죄다 무너지고 부서졌는데.. 이만큼을 더 견뎌야 해요? 혼자서? 저 그거 못합니다. 저요, 현준이 없이는 못 버텨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요. 보셨잖아요. 죽을 거 알면서 약 한 통 죄다 털어넣었던 거. 칼 들고 멍하니 손목 쳐다보던 거. 창 밖 볼 때마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나요 물어보던 거. 저도 제가 무서워요. 저 살려고 도망가는 거예요. 치사하게, 나 없으면 죽는다는 애 두고 나 혼자 살겠다고. 그러니까 그냥 끝까지 나쁜 사람 만들어 주세요. 내가 먼저 지쳐서 자기 버린 거라고 알고 살게 해 주세요."

담담하지만 절절한 고백에 모두 말을 잃고 있던 중, 현준의 아버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이제 성인이니 네 의견을 존중해야겠지. 그런데 수겸아, 내 부탁도 하나만 들어 주겠니?"
"얘기하세요."
"짐도 꾸려야 하고 이쪽 생활도 정리해야 하고 네 건강 상태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해야 하니 당장은 널 보내 주기 힘들구나. 네 몸이 미국까지의 비행을 견딜 상태 정도는 만들어 놓을 수 있게 2주, 아니, 열흘만 말미를 다오."
"열흘, 요..."

잠시 고민을 하던 수겸은 고개를 끄덕이곤 오랜만에 눈물 대신 홀가분한 미소를 보였다.
이젠 정말 다 해방되었다는 후련한 마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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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학과장의 호출을 받은 현준은 그 이유가 뭘지 지난 일들을 되씹어보며 복도를 빠른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실기 점수도 나쁘지 않고 지도교수와의 트러블도 없다.
시험 성적이야 당연히 문제 없을 테고, 기한을 넘긴 레포트도 없고, 여름방학을 앞둔 지금 남은 건 최종 손질만 하면 끝인 레포트 하나와 실습 한 가지 뿐인데 데드라인까지 시간이라면 충분하다.

딱 하나 걸리는 거라면 얼마 전 수겸의 일로 타 학교 학생 한 명을 진심으로 죽여버릴 뻔 했다는 건데.
보통 학생들끼리의 트러블로 학과장실까지, 심지어 한쪽만 일방적으로 불려오기도 하던가.

"아니다.. 폭력은 나 혼자 썼지. 하아-."

문 앞에서 머리를 한 번 쓸어올려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둘러본 현준은 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님."
"어, 들어오지."

평소의 책상이 아닌 손님맞이용 소파 쪽에 앉아 있던 교수는 손짓으로 현준을 부르곤 마주앉은 현준에게 차를 권했다.

"들지."
"감사합니다."
"흐음..."

차는 권해 놓고 맞은편에서 팔짱을 끼었다 풀었다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 손바닥을 비볐다 하는 부산한 행동을 보이는 교수를 보니 덩달아 불안해지는 기분에 현준이 무릎 위에 두었던 주먹을 꾹 쥐었을 때, 교수가 긴 한숨을 쉬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교환학생 제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나?"
"네, 에?"

진짜 저번 선배와의 다툼 건 때문인가?
그런데 징계가 교환학생?

"나도 성적우수생에게 이런 제안을, 랭크를 내려서 가라는 말을 하기가 참 미안하네만, 실은 상대편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말이야. 학장님 선에서는 보내자 결정이 난 상황이고 이젠 본인 동의만 남은 거라 불렀네."
"아아..."
"그래도 어찌보면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게 연고지의 대학이니 통학이나 생활환경 등은 더 나을 수도 있을 걸세."
"혹시 어느..?"
"카나가와에 있는 XX대학이네. 아버님도 거기 출신이시고, 바로 근처 병원에 계시는 걸로 아는데."
"맞습니다."
"학장님 말로는 이유는 몰라도 저쪽에서 성교수님이 강력하게 요청하신 모양이야. 그래도 역시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기도 하고, 누가 봐도 우리 학교 쪽이 더 명문이니.."
"가겠습니다."

절대로 오지 말라시던 아버지가 직접 오라고 부를 정도면 죽어도 가야 할 상황이다.

"저쪽에선 수속할 것도 있고 하니 학기 중에라도 와 주길 바라시던데.."
"지도교수님 실험보조로 작성 중인 보고서가 3주 뒤 끝납니다. 하나 남은 레포트는 마무리만 남았으니 사흘 안에 제출 가능합니다."
"음, 그래, 그럼 저쪽에도 3주뒤라 알리겠네. 가 봐. 바쁘겠군."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난 뒤 피로에 찌들어 마악 잠이 들려던 순간, 머리맡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수겸 미국 출국 예정. 예정일 10일뒤. 귀국계획 차후 전무]

새파란 액정 불빛을 받은 현준의 얼굴이 귀신이라도 본 것마냥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벌떡 일어난 현준은 다급히 옷을 갈아입고 당장 학교로 향했다.



다음쯤 끗?


#슬램덩크 현준수겸 하나후지


7ㄴㄷ https://hygall.com/535216044
2023.04.02 00: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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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ㅠㅠㅠ시발ㅠㅠㅠㅠㅠㅠ걍 둘이 함께허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Code: b769]
2023.04.02 19:07
ㅇㅇ
모바일
숨도 못쉬고 처음부터 다 달림 미쳤다 하....둘이 제발 행복했으면 좋겟다...
[Code: 83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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