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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23:49
ㅅㅍㅈㅇ ㅋㅂㅈㅇ ㅇㅌㅈㅇ





어디까지나 나만의 해석일뿐이니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너에말이다마즘


상양이 동네 오합지졸 농구부도 아니고 규모도 상당하고 나름? 나름이라 해도 되나? 쨌든 카나가와에선 고교농구로 제법 유명하던데 왜 제대로 된 감독 영입을 안 하고 팀에서 뛰던 열몇살짜리 보고 니가 감독 해라 시킨 거지?
대체 그사이 뭔 일이 있었던 걸까...
에서 시작된 ㅁㅅ






감독님이 경질되셨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인터하이에서 채 3위조차 들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다들 알음알음 내막을 알고는 있었다.
그 듣기조차 지겨운 '어른들의 사정'이란 거.
어떻게든 팀을 위해 뭐 하나라도 더 해 주시려 노력하던 감독님이 매번 내미는 정산 영수증이 마음에 안 드셨던 거겠지.

ㅡ 미안하다. 더 이상 같이 해 주지 못해서.

잘못한 건 무엇 하나 없으면서 저희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떠나는 감독님의 등을 그저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다.

"....어쩌지?"

선배들도 은퇴하고 이제 남은 건 저희들뿐이다.
책임져야 할 동기와 후배들을 휘 둘러본 수겸은 후 하고 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시원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다, 감독!"
"어? 어엉?"
"새 감독님 영입 안 해 주실 거면 내가 감독 해서 앞으로도 시합 쭉 뛰고 팀 운영 하겠다고! 다들 나 못 믿나?"
"아니이.. 그래도..."
"말씀드리고 올 테니 있어 봐."

적어도 제가 감독직을 맡으면 감독 연봉은 필요 없을 테니 이사회에서 그놈의 돈돈 운운하는 소린 안 들어도 되고, 그만큼 속 편하게 정산 영수증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대학리그에서 프로를 거쳐 언젠가는 지도자가 될 거란 꿈도 있으니 미리 경험한다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렇게 마악 4번을 물려받은 17살 김수겸에게 상양의 감독이란 감투가 주어졌다.


--------


"괜찮냐."
"....여기 어디야."
"어디겠냐. 움직이지 마. 바늘 빠진다."
"우욱..!"

독한 알코올성 소독약 냄새가 역하기 그지없다.
헛구역질을 해대는 자신을 덥석 안아 부축한 현준이 등을 두들겨 주었다.

"토할래? 화장실 데려다 줘?"
"아냐.. 나 약 먹였지? 언제야?"
"두 시간 전."
"그럼 아직 흡수 안 돼서 토하면 안 돼. 나 이제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은 더 걸려야 약효 돈대."
"처방 다시 받으면 되지."
"쓸데없는 짓을 뭐 하러, 우웁!"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넘어오는 신물을 도로 삼켰다.
녹아버린 약이 섞인 위액이 역류한 식도가 불타는 것 같다.
이 순간엔 물이고 이온음료고 수분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더 고역이라 그냥 눈 딱 감고 참아야 한다.
대체 오늘은 무슨 약을 먹었지. 저기 꽂힌 링거는 뭐지.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 요일이지. 난 뭘 해야 하지.
가야 하는데. 애들 연습하는 거 봐 줘야 하는데. 시합 준비도 해야 하는데.
여기 이러고 누워 있으면 안 되는데....

"저거.. 저거 얼마나 남았어?"
"아직 한 시간 반."
"30분으로 해 달라고 해. 저거 링거팩 꽉 눌러서 강제주입시키면 금방 들어가."
"...너 지금까지 그런 미친 짓 하고 살았냐??"
"그럼 넌 내가 정상처럼 보이냐? 하하하!"

킬킬대고 웃던 수겸은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확인했다.
또 어디다 들이박고 쓰러진 건지 머리에 손목에 발목까지 붕대가 단단히 감겨 있다.

"...나 얼음 좀. 이거 애들한테 보여 주면 안 되니 이것만, 부은 데만 좀 가라앉히고 돌아가자."
"김수겸 너..."
"나 괜찮아. 이렇게 해서라도 농구 계속 할 수 있잖아. 나 그거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너만 조용히 입 다물면 돼. 응?"

잔인한 말에 현준이 한숨을 쉬며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펜타닐 처방 받을 수 있나 물어볼게. 졸피뎀도."
"또 아빠 찬스냐."
"의사 아버지 이럴 때나 써먹지 또 언제 쓰라고."
"미안하게."
"미안하단 소릴 할 거면 아프질 말던가. 그리고 네가 왜 사과를 해. 사과를 해도 내가 해야지."
"나 남편 하나는 잘 뒀구나. 그래, 미안하단 말 대신 고맙다. 사랑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됐다.. 하아..."

욕심이라는 건 안다.
지금 상양 농구부 전원은 김수겸을 갈아마셔가며 뛰고 있다는 거.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허락되는 한 농구가 계속 하고 싶어 매일 축이 나는 제 애인을 더 다그치고 있는 몹쓸 인간인 자기 자신까지도.
그 모든 걸 그저 웃으며 받아 주는 수겸이 그저 한없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누워 있어. 또 전처럼 무식하게 링거팩 혼자 건드렸다 난리내서 병원 초토화시키지 말고. 그런 건 응급실에서 실혈량 많은 환자 받을 때 긴급수혈용으로나 하는 건데 그건 또 어디서 배워서는.."
"너희 아빠."
"하... 아빠 진짜......"

저 둘이 친하게 지낼 때부터 막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이미 사태는 루비콘 강을 건넌 뒤다.

"너 오늘은 하루만 쉬자. 지금 아빠한테 말해서 졸피뎀 받아올테니 그거 먹고 오늘은 그냥 자. 입원수속 하고 올게.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자자. 우리 애들 너 하루 없다고 엉망진창 안 돼. 김수겸 감독이 평소 제대로 훈련시켜 놔서 알아서도 잘 한다. 그러니까 제발 하루만 쉬어라."
"그거 먹으면 멍해져서 싫은데.."
"그 멍한 기운에 자는 거야. 자. 제발 그냥 자라고. 너 저번 건강검진 결과지 보고도 그 소리가 나와? 이미 뇌가 망가져서 24시간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잖아. 눈 감고 자는 게 자는 게 아니라잖아. 어쩌려고 그래.. 너 아직 18살이야.. 살 날 많아... 조옴!!"

제 손을 꼭 붙든 현준의 외침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만 있던 수겸이 살풋 웃었다.

"나 그럼 약도 약인데 네가 안아 주면 안 돼? 조금 좁긴 한데 나랑 같이 자자. 나 그럼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거면 돼?"
"응."
"있어 봐. 다녀올게."

냉큼 전화기를 꺼내들고 아마도 아버지와 통화를 하는 듯한 현준의 등을 보던 수겸은 푸스스 웃으며 머리를 쓸어올리곤 털썩 자리에 누웠다.

그래 우리 병아리들, 아빠는 오늘 하루 쉰다.
엄마도 여기 있는다니까 오늘은 너희끼리 알아서 살거라.

팽팽하게 붙잡고 있던 긴장의 줄을 싹둑 끊어 버리니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속이 좀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이제 곧 돌아올 따뜻한 품을 기대하며 잠시 먼저 눈을 감아 본다.




펜타닐은 마약성진통제로 꽤 강력한거라 대개 암환자한테나 쓰고
졸피뎀은 수면제인데 얘도 항정신성 의약품임

#슬램덩크
현준수겸 하나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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