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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7:55
그 누구도 저 둘이 이어질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이렇게 오랜 만남이 될 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첫 고백은 상상하기 어렵게도 준호에서부터였다.

- 너 참 좋은 사람 같다.

좋은 사람.
웃으며 제게 속살대는 저 단어는 부모에게서조차 들어 본 적 없는 그런 간질대는 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농구부를 뭉개 버리려 간 자신에게마저 좋은 사람이라 불러 주는 사람.
봄꽃처럼 화사한 미소가 싱그러운 사람이었다.

- 야, 권준호 알아?
- 어. 대만이 친구.
- 어떤 앤데.

영걸을 통해 들은 준호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범생이었다.
우수한 성적은 기본에 교우관계도 두루 친밀하고, 그 험한 환경을 넘어서서 농구부 활동마저도 꾸준하게 이어 가는 우직한 성미까지.

저런 애가 왜 날 좋아해?

이해할 수가 없다.




"왔냐."

담배를 꼬나물고 있던 철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준호를 향해 손을 들었다.
잰걸음으로 다가와 제 맞은편에 앉는 준호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푸우- 하고 내뱉자, 준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홰홰 저었다.
그 모습이 웃긴 듯 허허 웃던 철이 아직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문 채 웃음을 흘렸다.

"이게 내 일상인데 어쩌나."

넌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익숙해지지 못할 생활인데.
비웃는 듯한 태도에도 준호는 여전히 익숙한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였다.

"응. 그렇구나."
"넌 나랑은 안 돼."
"그래, 그게 대답이란 말이지?"

말릴 시간조차 없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테이크용 나이프가 손목 위로 푹 찔려들어간다.

우드득. 투둑.
잘 벼린 나이프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톱니가 살과 지방층을 강제로 뜯는 기가 막힌 소리가 난다.

"너, 너 칼.. 칼 놔!"

철의 외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구급차를 부르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가로로 그었다면 나았을 텐데요..."

자를 대고 그은 것마냥 세로로, 팔목의 혈관 궤적을 따라 길게 그은 10센티미터 가량의 너덜대는 상처는 봉합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건 이미 다 각오하고, 그냥 죽겠다고 그은 거다.

세상 어디 가도 없을 듯한 모범생의 골때리는 짓거리에 철은 결국 두 손을 들고야 말았다.

"내가 졌다."

수 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나서도 며칠이 지나서야 일반 면회가 가능해졌을 때, 제일 처음 찾아온 철의 신음 섞인 고백에 준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도 크게 미소지었다.



"어디 그딴 놈을 만난다고!"

부모님의 호통에도 준호의 고집은 그대로였다.

"좋은 사람입니다. 아직 잘 모르셔서 그래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벌겋게 부푼 흉터를 감싸쥐며 철을 옹호하는 제 아들의 행동에 준호의 부모님 속은 말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올해 어버이날.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멀끔한 정장 차림에 수염도 싹 깎고 머리도 깔끔히 넘긴 철이 준호의 부모님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저 아드님에 비해 한참 모자란 거 압니다. 두 분 속상하실 것도 압니다. 그런데... 두 분 아드님이요, 준호가 지금 저 없으면 죽겠답니다. 아들 살린다 생각하고 저 잠시만 옆에 둬 주세요. 만일 준호에게 저 말고 다른 숨구멍이 생기면 곧바로 놔 주겠습니다. 그 전까지만.. 저번 그런, 그런 일 생기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로만이라도 있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깊게 머리 숙이는 철이 보고 한숨만 몇번씩 쉬시는 준호 부모님

"거, 잔 들지."

아버지 말씀에 냉큼 일어나 잔을 들자, 철의 잔 속에 말간 술이 찰랑찰랑 담긴다.

"우리 애가 보기보다 제멋대로야. 고집 세고. 자기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성이 풀리고."
"예, 압니다."
"그걸 어떻게 버티려고?"

잔을 비운 아버지의 푸념에 철이 피식 웃으며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런 거 좀 많이 해 봐서 괜찮습니다."
"...박서방, 마음에 드네. 자, 한 잔 하지."




테츠코구 박철준호
#슬램덩크
2023.05.10 17:56
ㅇㅇ
모바일
와 노빠꾸 준호
[Code: d065]
2023.05.10 18:01
ㅇㅇ
모바일
와...이건된다
[Code: 415f]
2023.05.10 18:19
ㅇㅇ
모바일
미미미미미친 이 산해진미는 뭐야 먹다 죽고 싶다...
[Code: eeb7]
2023.05.10 18:35
ㅇㅇ
모바일
위험한 철이랑 단정하고 곧은 준호 조합 좋네ㅜㅜ
[Code: 8d85]
2023.05.10 22:33
ㅇㅇ
모바일
와 권준호 뭔데 ㄷㄷㄷㄷㄷㄷ 개맛있어
[Code: df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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