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2040566
view 1201
2023.05.10 10:00
ㅋㅂㅈㅇ ㅇㅌㅈㅇ ㄴㅈㅈㅇ





언제부터인가 꽃 선물을 받는 걸 싫어하게 됐다.

- 먹지도 못할 거. 주려거든 후쿠자와 유키치를 꽃 모양으로 말아서 주던가.

처음부터 이렇게 실용적인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 침대에 앉아 다리를 건들대며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수겸을 보며 현준이 기억을 더듬는 동안, 수겸은 할 일을 다 마쳤는지 노트북 전원을 끄고는 그대로 뒤로 드러누워 기지개를 켰다.

"아아아~ 5월 싫다아~~~"
"다 했어?"
"응. 당일엔 꽃바구니 4개 예약, 그 주 일요일엔 레스토랑 예약. 꽃바구니는 점심 시간 조금 전에 각자 회사로 도착하게 했고, 메시지카드엔 4개 전부 너랑 내 이름 다 나란히 적는데 괜찮지? 레스토랑은 디너 쪽이 구성이 좀 더 나아서 오후 7시."

무슨 작전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하는 각잡힌 브리핑을 들으니 어째서인지 안쓰러운 느낌이라, 현준은 수겸의 무릎 위에 놓인 노트북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수겸의 옆에 앉았다.

"이제 고작 4월 세번째 주인데, 벌써부터 정신 없네."
"말도 마라. 저런 건 반 년 전부터 해도 빡빡해. 크리스마스 이브 날 호텔 스위트룸 예약은 아예 일 년도 더 전부터 한다더라."
"별 걸 다 안다. 너 나 두고 바람 피우냐?"
"아니. 우리 아빠가 매년 그러시거든. 이듬해 크리스마스 이브 예약을 그 전 해 여름 휴가 때 하셔. 그 땐 나도 예약 전쟁에 강제동원."

지겹다 지겨워, 하고 한숨을 내쉰 수겸이 침대 끄트머리에 걸쳐진 다리를 건들건들 흔들며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나도 근로자의 날엔 감독직 좀 쉬고 싶은데, 왜 하필 노동자 겸 학생이라 꼼짝없이 끌려나가 일해야 되냐. 이번 어린이날엔 농구부 애들 또 뭐 해 줘야 돼? 작년에 문화상품권 반응이 별로였던데.. 나 참, 그것 때문에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따로 먹었네. 어버이날이야 각자 부모님 챙겨드리는 건 당연하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왜 다들 나한테 꽃을 안겨 주는 거냐고. 심지어 졸업한 선배들까지."
"그건 나도 같이 받았잖아. 주장이랑 부주장이라고."
"..너는 그래도 스승의 날엔 안 받았잖아. 아.. 이정환 진짜... 작년에 체육관 정문 앞으로 화려한 3단화환 떡하니 보내 놔서는... 리본에 써 둔 거 기억 나? 김수겸 감독님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하지만 올해도 승리는 해남이다? 아주 저주를 퍼부어라! 내가 그 화환 처리한다고 대형폐기물 처리비용을 꽃값보다 더 들였어..."

그건 네가 먼저 어버이날에 이정환 아버님 아무쪼록 만수무강하세요 리본 붙은 화환 보내서 성질을 돋구는 바람에 걔가 되갚아 준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입을 열었다간 불똥이 이리 튈 게 뻔하기에 가만히 입을 다문 현준이 수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냥 그만큼 사랑받는구나 생각해. 진짜 싫었으면 굳이 돈에 시간까지 써 가며 뭘 해 주겠어. 내버려 두고 말지."
"그러니까아~ 그럴 거면 그냥 돈으로 달라고오~~!! 농구부 활동비에라도 보태 쓰게!!"

현준은 짜증이 폭발해선 팩 화를 내는 수겸의 머리를 제 다리 위에 얹어 주곤 살살 쓰다듬었다.

"밖에선 애들 지도하는 감독님에, 팀을 아우르는 주장에, 농구로는 현내 손꼽는 상양에서 3년째 쭉 주전으로 뛰는 선수에, 이제 곧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이고, 안에선 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너 혼자 해내야 할 일이 그렇게 많아서 힘들겠다."
"진짜 피곤하다. 남들은 꽃피는 5월이 좋다는데 난 끔찍해. 할 수만 있다면 한 달만 베어내고 4월 다음 6월이면 좋겠다."
"그렇게 못 해 줘서 미안하네."
"그러니까 잘 해. 그 날 하루는."
"응?"

뜬금없는 말에 안경을 고쳐 쓴 현준의 손을 수겸이 가볍게 쥐었다.

"21일."
"아아..."
"나 그 날은 진짜 아무 것도 안 한다. 미리 말 했어."
"그래."

부부의 날.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걸 의미하는 날.
눈 깜짝할 사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순식간에 돌아온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을 짜던 현준이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수겸을 내려다보았다.

"너, 재작년에 내가 꽃다발 안 준비해서 화내지 않았나? 나 그 때 한번만 더 이랬다간 소박놓을 거란 소리 들으며 무릎꿇고 혼났던 것 같은데."
"그랬지. 너 그 때 나랑 각서 쓰고 인감도 찍었다."
"꽃 싫다면서. 먹지도 못할 꽃보다 차라리 돈이 낫다며."

어리둥절한 물음에 수겸이 킥킥 웃으며 아직 자신의 손 안에 잡혀 있던 현준의 손등에 키스를 남겼다.

"아니야, 넌 줘. 네 건 받고 싶어."
"뭐야 그게. 어쨌건 알았다."

어이없다는 것처럼 웃는 현준을 보고 수겸도 빙긋이 미소지었다.

하지만 결국은 올해도 끝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 속 그 말.
눈을 감고 혼자서만 소리없이 조용히 목 안에서 읊어 본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나의 봄, 내 찬란한 오월이 너고, 너만이 오로지 내 꽃이라고.




후쿠자와 유키치는 만엔짜리 지폐에 새겨진 인물로
우리가 세종대왕=만원 신사임당=오만원으로 부르는 것처럼
걍 만엔짜리 지폐를 칭하는 표현임


#슬램덩크
하나후지 현준수겸
2023.05.10 10:04
ㅇㅇ
너만이 오로지 내 꽃이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현준수겸 백년해로해ㅠㅠㅠㅠㅠㅠ
[Code: 3754]
2023.05.10 10:39
ㅇㅇ
모바일
아 달달허다 ㅎㅎㅎ
[Code: b491]
2023.05.10 20:40
ㅇㅇ
모바일
후.... 하..... 아..... 너무좋아서 심호흡중 하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81f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