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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18:19
쪽본은 우리보다 볼링이 더 활성화돼있던데..
시원하게 스트라이크 때려박고 인터하이 우승때만큼 기뻐하는 정환이형이 보고싶슴돠ㅠㅠㅠㅠ



정환준섭 태웅백호 현준수겸 태섭대만
마키진 루하나 하나후지 료미츠





일 주일 중 가장 감질나고 지루한 목요일이 끝나갈 무렵, 요란하게 전화기가 울렸다.
막 잠이 들려던 정환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빛나는 액정을 확인했다.

발신인 '철천지원수'.

"하... 김수겸...."

도착한 메시지는 [주말에 뭐해 또 서핑가냐] 였다.
귀찮음이 가득한 손길로 답장을 적어보낸 정환은 도로 이불을 쓰고 잠을 청했다.

그 때, 수겸의 집.
거실에서 녹화해 둔 경기 비디오를 분석하던 수겸의 전화기가 거센 진동을 울렸다.

발신인 '이정환아저씨'.

"어라? 웬일로 답장을 이렇게 빨리 했지?"

보통 답장이 오기까지 하루 정도 딜레이가 있는 정환이 즉답을 한 걸 신기해하며 전화기를 켜 보자, [주말에 비 온단다. 뉴스도 안 보고 살지?]라는 빈정섞인 답장이 와 있다.

- 삐리리리리릭!!

기어코 또다시 울린 전화기에 정환은 이를 빠드득 갈며 손만 뻗어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잠 좀 자자!!!"
- 그럼 주말 빈다는 거네?
"자자고 조옴... 지금 12시 반이다...."
- 너 볼링 칠 줄 아냐?

역시나 웬수.
남 말 안 듣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저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칠 모양이다.
정환은 이불 속에서 기어나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쳐 본 적 없어."
- 희귀생물 같으니... 넌 농구 말곤 구기종목 할 줄 아는 게 뭐야?

농구 외에도 야구, 축구, 테니스, 탁구 등등 이것저것 취미로 건드려 본 게 많은 수겸이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묻자, 지친 듯한 정환의 대답이 돌아왔다.

- 골프 라운딩은 자주 돌지.

역시나 별명값 한다.
뭔 대기업 부장님이나 즐길 만한 걸 취미로 한다는 말에 수겸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곤 드디어 본론을 끄집어냈다.

"볼링 치러 가자."
- 네 남편이나 데려가라아... 왜 날 물고 늘어져....
"둘이서만 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 나 쳐 본 적 없다니까.
"운동신경 있잖아. 금방 잘 할 걸."
- 밸런스패치가 안 맞잖아.
"성현준 있잖아."
- 걔 너 따라 볼링장 다닌 게 벌써 십몇 년인데....
"그런데 한결같이 드럽게 못 쳐. 운동신경이 아예 없나 봐. 얘가 당구는 기가 막히게 치는데 볼링은 개판이네."
"당구는 또 잘 해?"
"내가 쟤 당구장 가서 게임비 자기 돈으로 낸 거 본 적이 없다. 저거 잘못 버릇 들이면 큰 일 나는데. 아주 패가망신의 아이콘이야."

......성현준이 저 말 육성으로 들었으면 울겠다, 야.
현역 운동선수를 향한 신랄한 디스에 정환이 고개를 젓는 동안 이미 수겸은 주말 플랜을 다 정한 듯 했다.

- 준섭이 데리고 나와. 간만에 귀여운 애 보고 눈호강 좀 하게.
"남의 애인을 가지고 네가 왜 눈요기를 하는데."
- 아 거 참 치졸하게 굴지 말고 좋은 건 같이 씁시다.

결국 이번에도 수겸의 어거지는 이길 수 없었다.
이번 주말엔 간만에 집에서 느긋하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독서나 할까 했는데, 웬수에게 말리고 말았다.

"알았어. 간다, 가!! 그러니까 좀 끊어!!!"
- 뭔 할아버지마냥 초저녁부터 잠타령이야. 그래, 끊는다.

새벽 1시다, 새벽 1시.
이게 초저녁이냐??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또 30분은 통화가 늘어질 게 뻔했기에 정환은 얼른 전화를 끊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기이임수우겨어어어엄!!!!"

내 조만간 연습시합을 잡아 꼭 저 망할 상양 놈들을 죄다 족쳐버리겠어..
정환의 다짐이 베개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전.
우산 네 개가 좁은 골목을 꽉 채운 채 지나가고 있었다.

"지는 팀 게임비 몰아주기."
"받고 밥도 사라. 오랜만에 김수겸 지갑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 좀 하자."
"지금 보고 있잖아. 여기 있네, 걸어다니는 지갑."
".....김수겸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냐, 성현준이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거냐?"
"그냥 내가 나라 한 열댓개 말아먹었다 치자."
"둘 다일 가능성도 있지 않아요? 이쪽은 전생에 세기에 이름남길 구국의 영웅, 저쪽은 전생에 자자손손 욕먹을 망국의 선봉장."
"준섭아... 네가 제일 나빠......"

이런 시덥잖은 얘길 나누며 근처 게임센터에 들어섰을 때,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 애늙은이! 보결!"
"강백호? 옆엔 서태웅 아냐?"

신이 난 강아지마냥 달려온 백호에게 정환이 피스트범프를 하는 동시에 수겸이 백호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뒤따라오는 태웅과도 가벼운 눈인사를 마친 정환이 여전히 수겸에게 안겨 있는 백호를 보고 물었다.

"여긴 어쩌다?"
"아아, 친구가 여기 알바야. 원래는 야간인데 오늘은 대타로 주간 뛴다길래 말동무도 해 주고, 여우자식한테 물어보니 볼링 쳐 본 적 없다길래 겸사겸사."

백호가 가리키는 손끝엔 이쪽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호열이 있었다.

"아, 저기.. 매번 응원 오는 친구지?"
"태섭 선배랑 대만 선배도."

뒤늦게 다가온 태웅이 화장실을 가리키며 짧게 덧붙이고는 수겸에게서 백호를 뜯어내 제 뒤로 감추자, 태웅의 말대로 태섭과 대만도 젖은 손을 닦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 김수겸, 이정환!"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세요?"
"볼링장에 볼링 치러 왔지 뭐하러 왔겠냐."

볼링장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태섭과, 부모님 모두 볼링을 좋아해서 개인 장비도 가지고 있는 대만, 백호군단 친구들과 어릴 때부터 자주 볼링을 쳐 본 백호와, 꽤 긴 경력만큼의 스코어는 내는 수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쳐 본 적은 있다는 준섭, 아예 무경력자인 정환과 태웅, 김수겸피셜 운동신경 제로라는 현준.

"균형 맞추려면 여기서 둘, 저기서 둘 하는 게 맞겠지."
"왜. 그냥 잔인하게 몰아주기 가지? 이렇게 넷, 저렇게 넷."
"김수겸, 넌 애가 왜 그러냐...?"
"이기려면 뭔 짓을 못 해. 게임비에 밥값까지 걸었는데."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수겸도 정환의 의견에 동의해서, 대만과 태섭이 각각 팀장을 맡아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대만-준섭-백호-태웅의 팀과, 태섭-현준-정환-수겸으로 팀이 나뉘었다.

다른 사람들이 슈즈 렌탈을 위해 호열의 앞에 줄을 선 사이, 가방에서 자신의 장비를 꺼내던 대만은 제 맞은편 자리에 앉아 역시 볼링백을 여는 현준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뭐냐. 못 친다며."
"김수겸 따라다녀야 하니 장비는 있어야 해서. 볼링장에 따라 내 사이즈는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서 커스터마이징 해야 되거든."
"아아, 하긴."

현준의 손과 발을 한 번씩 본 대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신발끈을 꽉 동여맸다.

시합 시작 전, 아예 경험이 없는 태웅과 정환을 위한 간단한 레슨 타임을 가지고, 드디어 시합이 시작되었다.
볼링 무경험자인 태웅과 정환에게 핸디를 주느냐 마느냐로 잠시 조정이 필요했지만, 본인들이 거절해서 시합은 평범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대만과 태섭, 수겸, 백호가 안정적이고 정석적인 자세로 깔끔하게 핀을 제거해서 점수를 올리는 거야 그렇다 치고.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잡는 게 아니라 두 손으로 볼을 받쳐들고 떼구르르 굴리는 괴상한 방식으로도 곧잘 스트라이크며 스페어 처리까지 하는 태웅.
연습 땐 한두 번 실수하는가 싶더니 역시나 실전에 들어가는 순간 괴물같은 운동신경으로 프로 선수 못지 않은 자세로 플레이하는 정환.

"우리 여우 잘한다!!"
"거 봐라, 이정환. 너 운동신경 있다니까."

서로 자기 팀원들을 응원하는 사이 준섭의 차례가 돌아왔는데, 준섭이 골라잡은 볼을 본 태섭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걸 발견한 태웅이 태섭의 손등을 툭 쳤다.

"뭔데요."
"아니 좀... 세게 치네... 15파운드?"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13파운드 정도일 줄 알았는데.
고를 줄 몰라서 그런가?
태섭이 갸우뚱하는 순간.

"와우, 스트라이크!!"

백호가 달려가 내민 손에 준섭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씨익 웃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깔끔한 플레이.
태섭을 비롯한 유경력자 넷이 지금 사태를 파악하는 사이, 현준이 스윽 일어났다.

"나 맞지?"

자신의 손 사이즈에 맞춰 커스텀했다는 볼을 들고 레인 앞에 서기 위해 지나가는 걸 본 대만이 눈을 비볐다.

"야, 저거 뭐야..."

16파운드짜리를 무슨 초등학생용 8파운드처럼 가볍게 들고 가는 악력에 모두들 말을 잃은 사이, 레인 위에서 군더더기 없는 스윙.
단번에 핀 열 개가 시원하게 넘어가며 전광판에 X자가 그려졌다.
뭐 별 거 아니네 하고 자리로 돌아오는 현준을 태섭이 질렸다는 얼굴로 훑어보았다.

"농구 말고 볼링을 하지 왜..."

우리 팀이지만 저건 좀 무섭다..
핀을 넘기는 게 아니라 아예 박살낼 기세로 굴러갔던 볼이 제자리로 돌아온 걸 본 태섭은 현준의 눈치를 보며 방금 전 굴린 볼을 슬쩍 들어 보았다.
묵직한 질감.
농담이 아니라 이걸로 사람을 치면 죽일 수도 있겠다 싶은 무게를 실감한 태섭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게 못 하는 사람이라고? 아닌데...?"





결국 이 날 승패를 가른 건 마지막 정환의 스트라이크였다.

"이야아아아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뱉는 포효성에 어느 새 게임에 집중해서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올 커버면 이미 그냥 세미프로 아니냐?"

한 번도 미스를 내지 않은 준섭과 현준이었다.

"준섭아, 너 볼링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니?"
"관심 없다고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땀을 닦는 준섭을 카운터에서 바라보던 호열이 낄낄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 신준섭 손님 우리 집 단골이십니다아~! 그동안 적립한 포인트로 오늘 게임비 다 낼 정도예요!!!"
"에에에에엑?!?!"

아니 얘는 농구도 잘 해, 공부도 잘 해, 못 하는 게 뭘까.
새삼 제 애인에게 다시 반한 정환의 뒤에서는.

"너 저 스코어 뭐야?"
"뭐긴 뭐야. 보는 대로다."

벗은 글러브와 공을 백에 정리하는 현준의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수겸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 지금까지 나랑 한 게임들은 뭔데."
"내가 너한테 이런 걸로 아득바득 이겨서 뭐 해. 그냥 지는 게 낫지."

태평한 현준의 반응에 수겸이 질렸다는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내들었다.

"야, 오늘 그냥 내가 낸다. 남편자식 진기명기 본 값으로."
"밥도 네가 사는 거냐?"
"왜 자꾸 물어 봐. 내가 다 산다니까."
"이야~, 김수겸 지갑 여는 열쇠가 성현준이었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손 치워라, 정대만. 어디서 친한 척이야."

간만에 농구 아닌 다른 구기종목으로 기분 좋게 땀을 뺀 뒤, 그래도 수겸의 지갑 사정은 봐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환의 말에 - 정작 수겸은 왜? 비싼 거 먹지, 라고 했다. - 근처 햄버거집에서 밥을 먹고 헤어지기 직전.

"어?"

백호가 가리킨 곳에는 장난감 농구골대가 있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몇 개나 슛을 성공시키는지 카운팅하는 방식의, 꽤 낡은 게임기.

"디저트 아이스크림 내기, 할까?"

백호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르르 모여들었다.

제한 금액은 천 엔.
태섭이 재빠르게 돈을 걷자, 태웅이 걷은 돈을 가지고 동전으로 바꿔 오고, 준섭이 그걸 각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농구 게임도 파국의 끝이었다.

바람빠지고 조그만 고무공은 도저히 궤적을 맞출 수가 없었다.

"어라? 이거 뭐야. 왜 안 들어가지?"
"와아.. 저게 저기로 날아간다고?"

신들린 3점슛을 자랑하는 대만의 공은 죄다 백보드를 맞췄고, 현내 포인트가드 5순위 안에 드는 정환과 수겸, 태섭의 슛도 채 두 자리를 넘기지 못했다.
심지어 저 슈퍼루키 서태웅의 점수가 고작 8점이라니.

다들 어이없어하는 사이 준섭이 게임기에 동전을 넣었다.
그리고.

장신을 십분 이용해 최대한 기계에 몸을 걸친 뒤 레이업슛처럼 공을 넣는 모습에 다들 올라가는 숫자만 세고 있었다.
1분 동안 43개.
지금까지의 기록 중 제일 높은 숫자에 다들 신기해하던 중.

"저래도 돼?"

다음 순번인 현준이 나와 동전을 넣었다.
굴러떨어진 공을 잡은 현준이 손을 쭉 뻗자.

"...손이 림에 닿아..?"
"아니 저건 슛이 아니라 그냥 담아넣는 거잖아."

툭, 툭, 툭, 무심하게 집어서 바로 림에 넣는 모습이 무슨 장바구니에 물건 담는 모습이라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강백호였다.
이건 정말 동물적인 감각이라고밖에 할 수 없도록 저만치 떨어져서 쏘는 슛이 전부 다 들어가는 기적적인 모습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백호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이스크림 값 내가 낸다."
"오오~, 이정화안~."
"야, 반은 내가 낼게. 애들 먹는 거 형들이 쏴야지. 우리 백호, 잘 한다?"

백호의 활약에 왜인지는 몰라도 감동받은 정환과 대만이 기분 좋게 아이스크림까지 쏜 뒤, 모두는 마음 속에 좋은 추억을 적립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다.




#슬램덩크
2023.05.08 18:29
ㅇㅇ
이정환아저씨. 족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준섭이 단골이었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3f51]
2023.05.08 18:35
ㅇㅇ
모바일
아니 현준이 장난감 농구골대에 손이 닿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승부욕 넘쳐서 게임도 열심히 하는거 졸귀다
[Code: bc14]
2023.05.08 18:59
ㅇㅇ
모바일
백호 활약에 형들이 아이스크림 쏘는 거 왜이리 귀여움ㅠㅠㅠㅠㅠㅠ 재롱잔치에 용돈 주는 친척들같음
[Code: 501a]
2023.05.08 20:42
ㅇㅇ
모바일
너무 따숩다 ㅜㅜㅜㅜㅜ 센세가 메인작가해서 이렇기 시트콤 18시즌 연재했으면 좋겠다
[Code: a0e9]
2023.05.09 22:30
ㅇㅇ
둘 저장해놓은 이름부터 터졌는데 너무 좋은 이야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c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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