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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18:33
ㅇㅌㅈㅇ ㄴㅈㅈㅇ ㅋㅂㅈㅇ





"뭔 약을 그렇게 먹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현준의 등 뒤 세면대 앞에서 약 한움큼을 수돗물로 꿀꺽 넘긴 수겸이 거울 속 현준과 눈을 맞추고 웃었다.

"건강보조제. 각종 비타민이지 뭐. 너도 줘?"
"약 먹다 배 터져 죽는 게 먼저겠다. 난 됐다."

젖은 수건을 세탁기 안에 던진 현준이 먼저 나가고 나서야 수겸은 세면대를 짚고 피식 웃었다.

"그러게. 나도 약으로 배가 불러 영 입맛이 없다."

처음 제가 이상하단 걸 알았던 게 7살이던가.
치아가 상해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마취약이 듣지 않아 결국 달려온 직원들에게 사지가 결박당한 채 고통스런 치료를 받았다.
그 뒤로도 서너 번 비슷한 상황을 겪은 뒤 받은 진단은.

"마취제가 안 듣는 특이체질입니다. 다치면 큰 일 나니 몸 관리 정말 잘 하세요."

눈 뜬 채로 배 갈라 내장 잘라냈다 이어붙였다 하고, 개방형 복합골절 된 상처를 찢고 뜯고 다시 맞추는 거 제정신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냐는 무서운 경고.
그 뒤로는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유난이라 해도 좋을 만큼 건강을 챙겼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만큼은 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빠각,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
잔인하게 관자놀이를 후비는 통증.
아득해져 가는 정신 너머로 웅성대는 소음.
이게 뭘까. 내가 뭘 했지.

정신을 차렸을 땐 앰뷸런스 안이었다.

"환자분 정신 드셨습니다!"

다급한 외침 뒤로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환자분, 성함이 뭐죠?"
"....김수겸입니다."
"생년월일이랑 혈액형은요?"

더듬더듬 대답하는 사이 누군가가 오른손을 꽉 쥐어 왔다.
고개를 돌린 수겸이 한심하단 듯 웃었다.

"나 아직 안 죽었다. 그거 한 대 맞고 쓰러졌다고 너까지 따라오면 우리 시합은 어쩌게."
"...보호자가 따라가야지."
"아, 그건 또 그러네. 어윽...!"

차체의 흔들림에 구역질이 난다.
황급히 수겸의 몸을 받친 응급구조사가 얼굴 아래 빈 통을 들이댔지만, 위에서 밀어낸 건 멀건 초록빛 물 뿐이었다.

가벼운 뇌진탕과 안면부의 개방형 창상.
진단명을 읊은 뒤 의료진은 전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얼굴들이 뭘 이야기하는지 알기에 수겸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죠. 저 쉬고 싶어요. 보호자는 나가 있어도 되죠? 너 나가."
"아니.."
"나 오늘 하루 정도는 입원해야 할 테니 가서 내 짐이나 챙겨. 입원수속 좀 하고, 수술동의서 읽고 서명하고. 너 할 일 많다, 보호자야."

축객령을 내리는 말에도 현준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너 치료하는 거 보고, 입원수속 하고, 짐은 나중에 챙겨올게."
"못 산다. 봐서 뭐 좋을 게 있다고."

찢어진 상처 부위의 세척과 소독 뒤 코앞에 바늘이 들이대어졌다.

"그럼, 합니다."
"네."

생살을 바늘이 뚫고, 그 자리를 봉합사가 타고 지나가고.
또 뚫고, 스으으윽 그 자리를 비비는 통증.

바늘이 상처를 통과할 때마다 제 손을 꾹 쥐는 손의 악력을 통해 현준도 수겸의 아픔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환자분, 눈 떠 보세요. 제 말 들립니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어렵게 눈을 떠 보자, 의사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게 보였다.
이마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댄다

"보호자님 입원수속 한다고 잠시 원무과 가셨습니다. 먼저 병실로 가실래요?"
"....기다릴게요."

차가운 복도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던 수겸의 귀에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서 누워 있지 않고."
"나 이거 굴릴 힘이 없다."

수겸이 가리킨 휠체어를 본 현준이 아아, 하고 작게 중얼대며 수겸을 부축해 휠체어에 태우고 링거폴을 정리했다.

"가방 선배들이 챙겨서 나중에 주신단다. 넌 뭐 필요한 거 있어?"

최대한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도록 천천히 휠체어를 미는 현준을 돌아본 수겸이 현준의 손등에 손을 겹쳤다.

"너 필요해. 많이 필요하다."
"그래."
"평생 필요해."
"그래."
"죽을 때까지 필요하다니까?"
"몇 번 말해. 알겠다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휠체어가 멈추고, 현준이 제 손을 덮고 있던 수겸의 손등 위로 손을 올렸다.

"알고 있으니 아프지나 마. 너 아프면 내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딩동.
벨소리와 함께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가고, 또 사라졌다.





현준수겸 하나후지
#슬램덩크
2023.05.05 18:54
ㅇㅇ
모바일
흐잇ㅠㅠㅠㅠㅠㅠ 하나후지 행복해야해.....
[Code: 2c1e]
2023.05.05 18:5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 둘이 평생 행복해라ㅜㅜㅜㅜㅠㅠㅜㅠㅠ
[Code: 5d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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