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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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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커플 더 엮어봄



성지준호 정환준섭 현준수겸 동준남훈

ㄴㅈㅈㅇ ㅋㅂㅈㅇ ㅅㅅㅊㅈㅇ




- 띵동

뜬금없는 시간에 울린 메시지 알림에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놀란 다섯 명.
발신인 김수겸(준호), 수겸이형(준섭), 감독님(현준), 도른자(정환), 고라니(성지)로 온 연락은.

[주말에 락페 가자. 오사카에서 한단다. 훈이가 알려줌. 티켓 내가 산다. 나중에 정산하기.]

그리고 곧 다시 울리는 여섯 개의 전화기들.

[콜]
이건 원래 락매니아였던 준호의 즉답.

[찾아보니 라인업 좋은데요?]
이것도 락 좋아하는 준섭의 응답.

그리고 잠시 뒤 다시 울리는 전화기.

[과반수 찬성이네. 닥치고 가자? 간만에 펜스잡게 스탠딩석 예매함.]

애초에 클래식 마니아인 정환과 시끄러운 거 질색인 현준에 사람 많은 거 못 견디는 성지는 아 또... 라며 지독한 전염병으로 사람 간 접촉을 금지했던 예전 몇 년을 새삼 그리워했다.




수겸에겐 운전대를 줄 수 없고, 그렇다고 정환 혼자 저 인원과 짐을 실어 갈 수 없기에 이동은 신칸센으로 정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신오사카 역에 내리자 익숙한 얼굴 둘이 여섯 명을 반겼다.

"김수겸이! 여기데이!"
"오, 남훈! 너 진짜 오랜만이다?"
"니는 우째 더 멀끔해졌는데? 날마다 밤새 사랑받는가베~. 어데, 내가 째빈 덴 괘안나? 인자 안 아프나?"
"그거 몇 바늘 꿰맨다고 사람 안 죽는다. 넌 공부한다고 바쁘단 놈이 락페 일정은 또 귀신같이 뀄다?"
"내 시험은 망치도 쩌그는 가야 한 풀고 죽는다카이. 멫 년 마이가 벌써... 기다리다 디지는 줄 알았다."

이산가족 상봉하듯 껴안고 웃는 훈과 수겸의 사이로 정환이 끼어들어 둘을 밀치듯 떼어냈다.
이미 동준과 현준의 이성 리미트가 한계에 가까워진 게 눈에 보인다.

"뭔 자석도 아니고 제발 둘이 들러붙지 마라. 그래서 우리 짐은 어디 풀면 되는데."
"츠루하시. 예약해 놨다. 3층짜리 건물 하나 통째 잡았으니 쓰기 편할 끼다. 쩌그 차 가지왔으니 델따 주꾸마."

동준이 가리키는 건 평범한 차가 아니라 8인승 SUV였다.
하얀 바탕의 옆구리에 선명히 새겨진 푸른색 '남룡생당'이란 글자에 동준과 훈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겁하며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뭐냐?"
"우리 짐 부릴 때 쓰는 차다. 타라, 짐짝들아."

훈이 잡히는 대로 가방을 두 손에 들고 가서 트렁크에 쑤셔박자 자연스레 동준이 운전석 문을 열고 올랐다.

"이기 8인승 맞는디 와이리 쫍노? 너거들 숨은 쉬아지나? 마 거그 등치들, 더 꾸기라. 느그 옆에 조막만한 아들 그래 뭉개고 싶나."

훈의 끊임없는 핀잔을 들으며 털럭털럭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퍼질 것만 같은 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동준이 미리 잡아 뒀다는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이걸 통으로?"
"와. 문제 있나."
"아니... 편하긴 하겠네. 방이 대체 몇 개야..."
"잠깐, 세 볼게.'

정환의 말에 1층 로비에 붙은 지도를 재빨리 훑은 준호가 대답했다.

"1층은 공용공간이네. 거실이랑 부엌, 샤워실만 있다. 2층에 미니 부엌이랑 2인용 방 2개. 3층엔 3인용 방 하나, 2인용 방 하나, 베란다. 여기서 바베큐도 된대."
"또 매번 하던 거 해야겠네. 모이자."

성지의 손짓에 나머지 인원들이 둥글게 모여 손을 꾹 쥐고 뒷짐을 지었다.

"가위, 바위, 보!!!"

고작 가위바위보가 이리 비장할 노릇일까.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도 치르는 듯한 표정에 하늘마저 질렸는지 파란색 위로 슬슬 구름이 덮여 갔다.




2층은 성지와 준호, 동준과 훈이 쓰기로 하고, 3층의 3인실은 수겸과 현준이, 나머지 하나는 정환과 준섭의 차지가 되었다.
각자 개인정비를 마치고 1층 로비에 집합하자 시간은 이미 오후 6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느그들 저녁은 우짤끼가?"

훈의 물음에 준섭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질문을 되돌렸다.

"근처에 뭐 있는데요?"
"머, 밥집이야 사방에 있고, 쩌그 편의점 있고, 마트는 쪼매 더 가야 되고, 시장은 자전거 있어야 편할 끼고, 여 코리아타운 가깝다. 거기 유명하다 카드마. 내도 가 본 적은 없지마는."
"내일 일정 오전부터죠?"
"자리 잡을라카믄 일찌감치 가야지."

가만히 말을 듣던 준호가 천정을 가리켰다.

"저기서 먹지? 베란다. 숯불."
"괘안나."
"나가서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보다는 집에서 먹고 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출발하는 게 좋지 않아?'
"하긴. 내일 일정도 자정 넘어 새벽에 끝난댔잖아."

준호의 말에 성지까지 한 마디를 더 얹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 쇼핑조 준비조 나눠라. 반반씩 하면 되나?"

수겸의 말에 서로서로 눈빛이 마주친다.

"훈이 니 길안내 해야 안 카나. 내는 여그는 잘 모린다."
"준섭아, 미안하지만 네가 저 모자란 것들 좀 챙겨라."
"성지 넌 좀 쉬어. 내가 다녀올게."

마지막으로 현준이 아무 말도 안 한 채 일어나 손목을 털며 계단을 올라가는 걸로 팀은 나누어졌다.

"짐 많을 텐데 차 끌고 가지?"
"아아, 내가 할게, 내가!!"

아까 전 동준이 운전했던 SUV의 차 키를 집어든 수겸의 손에서 준호가 재빠르게 열쇠를 스틸하곤 현관문을 연 덕분에 모두들 광란의 롤러코스터 행을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절제의 아이콘 권준호 덕에 예산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짐은 적지 않았다.
8명이 뭔가, 20명은 먹어도 될 듯한 식재료와 역시나 박스째 쟁여온 술, 술, 술.

아까 전 깨끗이 청소한 불판 아래 동준이 박력있게 뜯은 숯을 봉지째 들이붓자, 뒤에서 현준이 성냥을 들고 다가왔다.

"비켜. 데인다."
"니 이런 것도 할 줄 아나."
"......원래 이런 건 남편들이 하는 거라며 우리 집에서 쟤네 집에서 십수 년을 배웠다."

한숨을 팍 쉬면서도 자연스레 목장갑을 세 개 겹쳐 끼고는 신문지를 뭉쳐 숯 사이사이 구겨넣고 성냥을 그어 던지는 게 정말 꽤 해 본 모양새라 동준도 잠자코 철망만 얹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붙은 불 위로 철망이 오르고, 그 위에 사 온 재료들이 빼곡히 올라찼다.
두툼한 고기, 조개와 새우, 채소들까지.

"이정환, 거기 가리비 건져라. 더 두면 질겨진다."
"알았다. 성지, 거기 빈 접시 가져와."
"강동준이~, 가새 어데 있노? 여 와가 이 꼬기 쫌 쪼사 바라."
"여기 잔 다 채웠는데, 건배 하실 건가요?"

불판 담당 성현준, 보조셰프 이정환, 서빙 담당 마성지에 잡일 담당 강동준까지.
빠릿하니 움직이는 남편들 덕에 속 편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머지 넷도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기엔 마음이 너무 너그러웠다.

"형, 아 해 봐요. 새우 까 왔어. 먹으면서 해요. 다음엔 뭐 줄까. 고기 먹을래요?"
"준아, 잠깐 요 와 본나. 아아-, 옳지, 잘 한다 내새끼. 꼭꼭 씹어 무라~"
"남편아 고개 좀 돌려 볼래? 이거 빨대 꽂았으니 쭉 마시면 돼. 아, 뭔데 식도가 타냐고? 전통소주. 35도쯤 되나?"
"성지야, 이거 너 딱 좋아할 맛이다. 먹고 가. 응? 쟤들 좀 잠깐 버려둬도 큰 일 안 나. 못본 척 앉아서 좀 먹어.".

이렇게 또 밤이, 그리고 또 술이 무르익어간다.




의외로 술에 약한 훈이 1번 타자였다.

"내 작년 섬머소닉 때 스태웅이 본 거 말 했드나?"
"너 도쿄 왔냐?"
"아이다. 여서 봤다꼬오."

수겸의 질문에 훈이 테이블에 반쯤 기대 손을 홰홰 저어 가며 말을 이었다.

"금마 안 그래 생기 가, 드릅게 잘 놀드구마. 떼창 잘 하데. 누가 선수 아이랄까 봐 뛰기도 음청 높게 뛰 가 다들 갸만 치아다보드라."

이걸 시작으로 또다시 시작된 흑역사 배틀.
이번에도 시작은 정환이었다.

"성지 너 전에 준호랑 락페 갔다 자리 잘못 잡아서 공연 내내 앞자리 사람 헤드뱅잉 할 때마다 머리카락에 쌍따귀 맞았댔잖아. 그래서 저기요 아가씨, 하고 어깨 잡았더니 아저씨였다며."
"성지야, 그랬어?"
"으응...."

정작 같이 간 준호만 새까맣게 몰랐던 얘기에 다들 웃음이 터진 순간, 다 같이 죽자 성지가 입을 열었다.

"수겸이 너 예전에 니 최애 밴드한테 속옷 벗어서 무대에 던진 거 니 남편은 아니? 뭐 공연 때마다 신발 벗어 휘두르며 맨발로 미친 듯 뛰다 신발 죄다 날려먹고 발바닥에 피 내며 돌아온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 같고."

순간 싸해진 분위기에 모두가 한 사람만 바라보는데, 정작 그 사람은 태연할 뿐이라 더 무서웠다.
콸콸콸.
용량이 적지 않은 사이다 컵에 전통소주가 아낌없이 꽉꽉 쏟아부어진다.
현준이 그걸 원샷하는 동시 터진 수겸의 입.

"아, 이정환 넌!! 너 열두 살 때 너 좋아하는 뭔 오케스트라 합창단 공항 영접 간다고 나한테 너 우리 집에서 잔다고 거짓말 해 달라고 하고 공항에서 밤 샜잖아! 그거 하필 9시 뉴스에 딱 걸려서 감독님 코치님한테 쥐잡듯 잡히고!! 나까지 혼나고!!"

그 말에 굳어버린 정환에게 준섭이 눈을 돌린다.

"...형."
"아니다 준섭아. 형은 이젠 네가 최고야."
"차라리 아이돌 덕질을 해 주세요. 금전적으론 그게 더 가볍겠다."

이게 농구인들인지 그냥 덕질하는 인간들인지.
우르르롹끼의 하루가 저물었다.




방을 대체 왜 정했을까.
3층 방과 방 사이 좁은 복도에 겹겹이 널부러진 7명을 버려둔 채 혼자 방에서 숙면을 취한 준섭이 허탈하게 웃으며 그 꼴을 쳐다보았다.

벽에 기댄 성지와 거의 크로스로 겹쳐 자고 있는 준호, 준호의 허리를 벤 동준, 동준의 허벅지를 벤 훈.
정환의 품에 코알라마냥 안겨 자는 수겸.
진짜 마지막까지 정신을 끌어모아 뒷정리를 한 건지 팔에 여기저기 화상을 입고 검댕을 묻힌 채 목장갑은 채 벗지도 못하고 베란다와 복도에 걸쳐져 길게 자빠져 자고 있는 현준.

"응.. 불은 다 꺼졌으니 다행이구나."

어제 쓴 바베큐 화로가 차게 식은 걸 확인한 준섭이 이리저리 몸을 틀며 아침 체조를 했다.

"편의점이나 다녀올까."

오늘도 하루가 길겠다는 생각을 하며 준섭이 전화기를 찾았다.

찰칵.

"하여튼 이 사람들은 봐도봐도 웃겨."

혼자 킥킥 웃은 준섭이 현관 열쇠를 챙겨들고 계단을 흥겹게 걸어내려갔다.




#슬램덩크
2023.05.03 16:59
ㅇㅇ
아니 현준이 왜 수겸이 감독님으로 저장해놓은 건데 ㅋㅋㅋㅋㅋ
[Code: 0b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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