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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09:40
김수겸 정도면 안감독님 선수시절 잘 알 것 같은데 저런 분이랑 붙는다면 맨정신일까 과연





ㅅㅍㅈㅇ ㄴㅈㅈㅇ ㅇㅌㅈㅇ ㅋㅂㅈㅇ ㅌㅈㅈㅇ






불이 다 꺼진 체육관.
마지막으로 체육관을 나서며 문단속을 하려던 현준은 무슨 귀신이 내는 소리 같은 스산한 소리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숨소리마저 죽여야 들리는 소리.

지이이이익-. .........틱.
지이이익-. ............틱.

무거운 옷자락을 질질 끌다 발을 딛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게 정답이었네."

다른 녀석들은 저 소릴 듣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서 내일 전력에 문제가 있었을 텐데.

이미 익숙해진 소리에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안쪽의 부실로 향하자, 빠끔히 열린 문 틈 사이로 회의용 긴 테이블 앞에 창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사람의 뒷모습이 앉아 있는 게 보인다.

손에 든 종이를 가늘고 길게 찢는다.

지이이이이이이익-.

그걸 왼손 엄지와 검지로 힘주어 눌러 조그만 공처럼 돌돌 만 다음, 엄지손가락 손톱으로 튕겨 던진다.

틱. 틱틱틱...

가상의 림에 슛을 던지는 듯 똑같은 자리에 무더기로 쌓인 종이뭉치는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저 손장난처럼 보이겠지만, 현준의 눈에는 미칠 노릇이다.

수겸의 강박증이 또 도졌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던 서너 살 무렵엔 무슨 자폐인가 싶어 걱정스레 지켜보다 결국 증상이 낫지 않아 병원을 찾은 수겸의 부모님은, 담당 의사가 이웃 주민이란 것에 한 번, 아이의 증상이 강박증이란 것에 두 번 놀라야 했다.

-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짜증이 나고 불안할 때 증상이 나타납니다. 아마 앞으로도 완벽주의를 고수할 거예요. 난 무엇이든 해내야 하고, 언제나 톱이어야 하고, 실패란 있을 수 없고. 더 무서운 건 그걸 주위에 티를 내려 하지 않을 거란 겁니다. 누구도 돕지 못하게. 항상 의연하고 활기찬 성격일 거예요. 속은 텅 비도록 긁혀나갔으면서.

그럼 어쩌죠, 란 질문에 의사 겸 이웃 주민이 빙그레 웃었다.

- 눈치 채야죠, 먼저. 하나부터 열까지 쳐다보면서. 그리고 증세가 시작되면 채워 주는 겁니다. 제 스스로 파내는 속을. 옆에 딱 붙어서요. 걱정 마세요. 도와 드릴게요. 그러려고 오는 병원입니다.

거기다 이웃 좋단 게 뭡니까. 참, 어제 가져다 주신 사과 참 맛있더군요. 잘 먹었습니다.

차트를 작성한 의사는 펜을 내려놓은 뒤 겁먹은 기색 없이 그저 신기한 듯 진료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수겸의 앞에 몸을 숙여 눈을 맞추고 웃어 보였다.

- 앞으로 잘 해 보자, 파트너.

그 날이었을 것이다.
저녁 무렵 놀다 말고 갑자기 불려와서는 잔소리를 들었던 첫 날.

- 2인 3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 움직이면 돼. 그러려면 어떻게 할까?
- 봐야 돼. 언제 발을 떼나, 어떻게 움직이나.
- 그래. 관찰. 그리고 호흡. 네 심장이 상대와 똑같이 뛴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아마 좀 더 쉬울 거다.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게 쭉 같이 놀던 제 친구를 위한 거라면 앞으로 계속 도맡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교교한 달빛에 드러난 인영을 살핀다.

뭐가 문제일까.

가끔 틱 현상마냥 이쪽저쪽 갸웃대는 고개와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
박자를 맞추듯 소리없이 살짝 떨어졌다 내리는 발뒤꿈치.
일정한 간격으로 들리는 종이를 찢는 소리와, 그걸 뭉친 자그마만 종이공이 테이블을 때리는 소리.

"걱정돼? 무섭냐, 내일 시합."

현준의 물음에 수겸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그리고 곧, 크흐흐, 하는 나지막한 웃음이 흘렀다.

"..단 한 번도 무섭지 않은 적 없었다, 난. 모든 시합이... 다 무겁고, 무서웠어."
"그래."

메고 있던 더플백을 내려놓고 가까이 다가간 현준이 의자 대신 테이블에 걸터앉아 수겸이 뭉쳐 던진 종이뭉치를 한움큼 집어들자, 수겸이 손을 뻗어 현준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북산이 왜... 북산이 뭔데 안 선수가 거길 맡았지? 내 우상 중 하나였는데.. 내가 하고 싶던 플레이에 제일 가까운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는데. 정대만 녀석도 우리 러브콜 거절한 채 안 선수 보고 거길 갔다더니, 작년 송태섭이도, 올해 서태웅까지. 죄다 북산이야. 상양이 그렇게 우스워졌나? 내가 맡은 뒤로?"
"그럴 리가."
"대체 안 선수, 아니, 안 감독님은, 내일은 또 무슨 작전으로 부딪혀 올까. 난 그걸 어떻게 막으라고 지시하고, 어떻게 뚫으라고 지휘해야 할까. 차라리 코트에 나가서 직접 내 몸으로 부딪히는 게 낫지, 무슨 장기말마냥 너희들만 갖다 휘둘러야 하는 게 너무..."
"피곤하겠다. 힘도 들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제 다리 위에 올려진 손 위로 손을 올리자 교복 바지를 넘어서 허벅지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아마 집에 돌아가 확인하면 손톱 자욱이 무슨 그믐달의 궤적마냥 둥그렇게 남아 있을 터이다.
힘이 바짝 들어간 손등 위를 가볍게 문지르듯 살살 쓸어 본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뛰는 거지. 너 코트에서 그만큼 머리 쓰냐? 그냥 무의식적으로 몸 날려 가며 본능대로 뛰는 거잖아."
"그래도..."
"난 너 벤치에 있다 생각 안 해. 넌 쭉 나랑 같이 내 옆에서 뛰고 있잖아. 그러니 너도 잡생각 버리고 네 몸이, 네 심장이 원하는 대로 뛰어라. 우린 거기 맞춰서 따라갈게."
".....그래도..... 안 되면."

목소리의 힘이 빠진 만큼 손의 힘도 빠져나간다.
대신 그만큼의 힘을 담아 현준이 수겸의 손을 꾹 쥔다.

"그럼 그건 우리 책임인 거지. 우리 모두. 너 하나 말고."
"내가 지시한 거잖아. 내가 계획 짠 거고."
"시합이 언제 계획대로 흐르고, 애들이 지시대로 딱딱 움직였냐. 그냥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뚫고 나갔지. 아마 저쪽도 그럴 거다. 안 감독님 뛰어난 선수셨고 나도 존경하지만 북산 멤버들이 안 감독님 원하는 대로 착착 움직이진 않아. 그게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나도 모르지만, 거기서 빈틈을 찾아 파고들어 한 점이라도 더 넣고, 한 골이라도 더 막고. 그거 말곤 답이 더 있나."

너무 걱정 마라.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자 수겸이 고개를 푹 숙인다.
찢다 남은 종이 위로 회색 동그라미가 하나 둘 번져 간다.

"미안하다. 실력없는 센터라. 그래도 나 내일 죽을 각오로 뛸게."
"웃기시네. 너 스포츠 전문가들이 매긴 랭크 A 센터거든? 나야말로 이딴 게 감독이라 미안하다."
"그 이딴 게 대 상양에서 1학년부터 주전을 대놓고 차지하고 도내 톱 투 포인트가드로 불리는 분이시구나. 그럼 난 뭐가 되려나. 이까짓 거 정도는 돼야 하는데."

놀리는 듯한 현준의 말에 손바닥 아래의 머리가 작게 떨렸다.

"이제 겨우 웃네. 이젠 좀 나아졌어?"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방금 전까지 손톱을 박고 있던 허벅지 위에 푹 엎드려 얼굴을 비비자 그 부근만 교복 바지가 살짝 짙은 색으로 물들어 간다.

"뭐. 나 때문에 못 살겠다고? 너도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은 소리 하게?"

웃음섞인 현준의 말에 수겸이 빨개진 눈을 한 채 고개를 들고 싱긋 웃었다.

"네 덕에 산다고. 너 위해서 산다고. 너 하나 보고 산다, 내가."

그러니까 내일도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난 내일 말고 그 뒤로도 죽을 때까지 잘 부탁한다.

달빛에 부딪힌 그림자 두 개가 천천히 겹쳐진다.



#슬램덩크

약 하나후지 현준수겸
2023.05.02 13:54
ㅇㅇ
모바일
수겸이 너무 안쓰러운데 현준이가 내 가슴 찢어지는거 막아준다 평생 영사나해 이놈들 ㅠㅠㅠㅠㅠㅠㅠ
[Code: 1b93]
2023.05.02 16:05
ㅇㅇ
모바일
아악 애들아
[Code: 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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