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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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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으면 친구들끼리 서로 디스전도 대단하지만 사실 더 독한 건 그 상대들이었으면



성지준호 정환준섭 현준수겸

ㄴㅈㅈㅇ ㅋㅂㅈㅇ ㅅㅅㅊㅈㅇ




도쿄에서 적을 두고 대학을 다니는 성지, 준호, 현준 덕에 여섯 명은 도쿄에서 만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번엔 대학리그 원정 경기로 도쿄에 오게 된 수겸과 정환의 스케줄을 고려해 도쿄에서 만나기로 한 여섯 명.
장소는 가위바위보에서 최종 패배한 준호의,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성지와 준호 둘이 사는 자취방이었다.

올라오는 길은 원정경기답게 당연히 각각 몸담은 대학의 버스로 왔고, 원래대로라면 준섭은 혼자 왔겠지만 이정환 찬스로 해남대 버스를 함께 타고 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경기 모두 성지와 준호는 시간을 빼서 전부 보러 와 주었고, 유일하게 현준만 경기장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내가 보면 김수겸이 꼭 지더란 말이지."

석연치 않은 현준의 말 뒤에 따로 들은 수겸의 말은.

"아, 성현준 보면 긴장타서 못 뛰어. 평소 잘 되던 것도 꼬인다."

이래서 남은 사람 모두 그래 저러니 저 둘이 안 질리고 쭉 만나는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정환과 수겸이 경기 스케줄의 일로 협회를 찾고, 성지도 협회에 인맥이 있단 이유로 끌려간 사이.
오늘 저녁의 술자리를 세팅하던 남은 세 사람.

개중 집 주인격인 준호가 먼저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기, 성현준 넌 김수겸이랑 얼마나 알고 지낸 거야?"
".....21년? 22년?"

올해 19살인 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준호가 고개를 갸우뚱 하자 현준이 코웃음을 쳤다.

"걔네 어머니랑 우리 어머니 지역 볼링 아마추어 선수로 고등학생 때부터 쭉 같은 팀에서 뛰고, 아버지들은 테니스 동호회 회원으로 결혼 전부터 아셨다. 굳이 따지자면 난자랑 정자 생산일까지 거슬러 가 봐야지."
"이건 뭐... 그냥 운명이었네요."
"어. 그래서 사실 이정환이랑 마성지 하는 얘기 웬만한 건 다 알다 못해 내가 속사정까지 더 잘 안다. 저번의 커플사진은 나도 처음 듣는 거라 좀 당황하긴 했는데, 김수겸이 괜히 김수겸이겠어. 수겸이가 수겸이 짓 했구나 하고 넘어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과일을 썰던 손을 멈춘 준섭이 테이블 의자를 당겨 앉았다.

"정환이 형은요?"
"걔는 3살 땐가? 걔네 아버지가 어머니들 있는 볼링팀에 들어오셔서 그때부터 주말마다 봤을 걸."

안주용 치즈를 세팅하고 능숙하게 와인을 디켄팅하는 손길을 멈추지 않는 현준의 말에 이번엔 얼음을 냉동실에 얼려 두고 온 준호가 젖은 손을 셔츠에 닦으며 물었다.

"성지랑도 오래 알았어?"
"어어.. 우리 다섯? 여섯 살 땐가? 하여튼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명한 NBA 농구선수가 무슨 프로모션으로 입국해 싸인회 연 적 있어서 도쿄까지 원정 갔었는데, 그때 앞뒤로 줄 서서 기다리다 처음 알았다."

의외로 긴 네 사람의 인연에 왠지 소외감을 느낀 듯한 둘의 표정을 본 현준이 씨익 웃으며 접시에 랩을 덮어 감고는 의자를 빼 앉았다.

"뭐, 궁금한 거 있어? 내가 아는 건 다 알려 주마."

오늘 저 두 놈 과거 싹 다 까발려 주지.
누가 봐도 지금까지 오랜 기간 된통 당한 걸 갚아 주겠단 듯한 써늘한 미소에 준호와 준섭은 이걸 들어도 되나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제일 먼저 털린 건 조금 더 오래 알고 산 정환 쪽이었다.

"이정환 집 갔을 때 옷 안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본 적 있냐?"

현준의 질문에 준섭이 어어?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틀다 결국 가로저었다.

"아뇨. 보통은 거실이었죠. 형 방엔 들어갈 일 자체가 거의 없으니.."
".....허어??"

동시에 터진 의문사가 뭘 뜻하는지 알기에 준섭도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 그건.. 손님방 있으니까, 거기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이정환 병원 예약해 줘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했다 난."

두 형들의 진한 한숨 소리에 그저 하하 웃던 준섭이 머리를 긁적이며 현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게 왜요?"
"걔 결벽증 심각하다. 나중에 한 번 걔 방 가서 밖에서 입었던 옷 그대로 입은 채 침대에 앉겠다 해 봐라. 거기서 단박에 예스 나오면 넌 그걸로 끝이다. 평생 이정환 프리패스."
"우와아.. 형 저 무릎에까진 앉혀 주시던데..."
"그건 자기 옷도 이미 나갔다 와서 지저분하니 그런 거고. 그 정도는 김수겸이나 심지어 내가 해 달라 해도 냉큼 앉혀 줘."
"그렇구나아.."

고차원적 깨달음을 얻은 듯 끄덕대는 준섭의 옆에 턱을 괴고 있던 준호도 궁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지는?"
"걔 향수 쓰지? 스파이시한 걸로. 특히 시나몬 향."
"어떻게 알아? 나도 얼마 전에야 겨우 알았는데..."
"그거 향수 아니다. 벌레기피제지. 마성지 다리 네 개 넘어가는 동물이랑 상종 못 하거든. 여름 되면 모기장 두겹 세겹 꼭 치고 자고 모기향 연기로 집 안 뿌옇지 않았어? 등산, 하이킹, 물가 죄다 싫어하지? 여름에 계곡, 바다, 가 본 적 있냐?"
"어어... 없네에...."
"장담하는데, 권준호 네가 방아깨비라도 잡아서 눈 앞에 들이대는 순간 마성지 오열하며 그자리에서 거품 물고 기절한다."
"그 정도야...?".

항상 성지의 강단있는 모습만 봐 왔던 준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현준이 한 말이 현실과 맞아떨어졌기에 머릿속에 입력은 잘 해 두었다.

그렇게 그 날 밤엔 또 3인방의 디스전이 펼쳐졌고, 각자 자신의 생활반경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다 커플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타이밍이 돌아왔을 때.




집에 오자마자 코트에서 수 시간 뛰고 땀에 절어 있는 그 차림 그대로 제 방 제 침대에 털썩 드러눕는 준섭을 본 순간 정환은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 못박힌 사람마냥 서 있었다.
걷어올린 팔뚝에 소름이 돋아오른 게 준섭의 눈에도 보인다.
준섭이 씩 웃으며 정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형, 나 형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안아 주세요. 키스해 줘요."
"아... 아니 준, 준섭아, 준섭아? 우리 지금 막 들어왔..."
"그 들어오는 시간도 못 참을 것 같았다고요. 하고 싶어, 나."

응석부리듯 어깨를 살짝 흔드는 준섭의 모습에 정환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정환이 곧 잘 세팅된 머리를 제 손으로 헝클어뜨리며 침대로 뛰어들었다.

"너.. 책임 똑바로 지는 거다."
"네에에-."

이걸로 난 이정환 프리패스구나.

살짝 소금기가 묻어나는 정환의 키스를 받으며 준섭이 작게 웃는 소리를 이미 이성을 저만치 던져버린 정환은 차마 듣지 못했다.





"성지야, 성지야? 좀 와 볼래?"
"어, 준호, 왜?"

준호의 부름에 성지가 일어나 다가가자, 준호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저기에 있지, 바퀴벌레가 있는 거 같아."
"어, 어?"
"미안, 청소 잘 한다고 했는데... 그리고 저런 건 하수구 타고도 나온다잖아."
"어... 뭐...."
"나 못 잡겠어. 응?"

베란다 한쪽 구석을 가리키는 준호의 말에 성지의 표정이 한순간에 사악 굳으며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쩌지? 저대로 내버려 둘까?"
"그건 안 되지!!"
"그럼? 네가 잡을 거야?"

순진한 준호의 물음에 성지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차려라 마성지. 여기서 게거품 물고 기절하면 안 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바퀴벌레로 권준호 앞에서 기절하면 넌 앞으로 이 세상 살 자격이 없다.

면장갑 위에 목장갑에다 마지막으로 고무장갑을 덧대어 끼고 살충제와 빗자루를 꺼내드는 비장한 성지의 모습에 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그거 플라스틱 모형이야, 성지야, 란 말이 목구멍 바로 위까지 올라오는 걸 삼키는 게 지금으로서는 너무 힘들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나중에 듣게 된 수겸은 죽는다고 집 안을 뒹굴며 웃어댔다.

"하여튼 내가 못 산다 남편아. 넌 왜 기억력은 그렇게 귀신같이 좋아서 사소한 것 하나 못 잊고 십 년 이십 년 걸려서까지 꼭 피의 복수극을 펼치냐?"
"억울한데 어쩌라고. 나만 당하고 살아?"
'그래서, 정환이가 놀다 내 얼굴에 대고 축구공 차서 나 여기 눈가 찢어져 흉터 남은 거랑, 성지가 시합하다 파울플레이 해서 내 발목 인대 하나 해먹었던 거. 이제 좀 시원해?"
".....모르겠다. 아직 좀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툴툴대며 세운 무릎을 안고 구시렁대는 현준을 수겸이 등 뒤에서부터 꼭 끌어안았다.

"우리 질투쟁이, 어리광쟁이, 밴댕이 소갈딱지에 삐돌이. 너 이러는 거 애들 알면 큰일 나겠다."
"너밖에 모르잖아. 넌 말 죽어도 안 할 거고."
"그러니까아-, 넌 나 일찍 만나 꽉 잡혀 사는 거 천만 다행으로 알아라."

수겸의 시원한 미소에 현준도 겨우 따라 웃었다.

"이거 봐. 웃으니까 이렇게 미남인데."

킥킥 웃으며 제게 뽀뽀를 퍼붓는 수겸의 팔 안에서 결국 현준도 쌓인 앙금을 다 털어낸 양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슬램덩크
2023.05.01 06:53
ㅇㅇ
모바일
성현준 개무섭잖아ㄷㄷㄷㄷㄷ
[Code: c003]
2023.05.01 11:16
ㅇㅇ
모바일
와 현준이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될지를 모르겠닼ㅋㅋㅋㅋㅋ 진짜 너네 남우영하고 영사해라ㅠㅠㅠㅠㅠㅠ
[Code: a990]
2023.05.01 13:56
ㅇㅇ
모바일
현준이 복수 미쳤다ㅋㅋㅋㅋㅋ 근데 정환이랑 성지 진짜 찐사랑 ㅇㅈ... 이 세 커플 조합 너무 재밌고 좋다ㅋㅋㅋ
[Code: 12b0]
2023.05.01 20:38
ㅇㅇ
모바일
현준이 복수 오져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a4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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