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가떨어지는 건 김수겸이 맞고 이정환은 타격감 전혀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데
벤치클리어링 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해남이겠지.

처음 김수겸 다운시킨 게 1학년 땐데 김수겸 정환이형이 들이박는 순간 애가 너무 종잇장처럼 팔락 쿠당탕 하고 저만치 나가떨어져서 순간 이정환 얼음처럼 굳어버림.

기절했나 싶게 눈까지 감고 누워있고 경기중단되고 들것나오고 선수분 정신 있어요 들리면 눈 좀 떠 보세요 의료진들 다급해지니 열여섯 이정환 울게 생겼지.
우리 정화니 생긴것만 아저씨지 맘은 비단결같이 곱고 여린 거 잘 아는 해남놈들 다 난리나서 코트로 뛰쳐나와서는

- 정환아, 괜찮다! 시합하다 보면 몸싸움도 하는 거야!
- 넌 어디 다친 데 없지? 삐끗하거나 까진 데는?
- 상양 치사하다아!! 우리 정환이한테 왜 그러냐!!

이러면서 정환이 등 두드려 달래 주고 애 제정신인지 눈 앞에 손 흔들어 보고 몸 여기저기 다친 데 없나 확인하고 해남 쪽 사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상양 쪽에 삿대질하고 우우~ 야유보내고.
심지어는 해남대 선배들까지도 관중석에서 벌떡벌떡 일어나서

- 이정환 나이스 커트!! 잘했다!!
- 저건 들이박은 쪽 잘못이다아!! 이정환 힘내라!!
- 넌 해남의 미래다! 상! 승! 해! 남!

이러고 위로하고 응원해줘서 저날 이정환 코트에서 잠깐 울었다.

그러면 상양은 뭘 하느냐.

김수겸 들것에 실려 나오자마자 선배들이 발로 차서 들것에서 바닥으로 우당탕 떨굼.

- 어디서 수작질이야. 당장 안 일어나냐?
- 확 주전에서 빼 버릴라. 벤치 지킬래?
- 니가 고작 저정도 애한테 들이박고 기절을 해? 그거야말로 상양의 수치다.
- 하여튼 이게 빠져서는 요즘 틈만 나면 눕지 왜? 너는 오늘 시합 끝나고 뛰어와라. 버스 탑승 금지다.

이 분위기라 이정환 눈물 쏙 들어가고 해남 쪽 전원 숙연해짐.

아니 쟤 1학년 에이스라며 저런 취급이야?
상양은 뭐 하는 학교지?

소리죽여 수군대는데 선배들 하는 거 구경만 하던 성현준 다가와서 여전히 죽은듯 누운 김수겸 옆에 쪼그려 앉아서는

- 수겸아, 다 들켰어. 발연기 그만 하고 발딱 일어나자. 안 그랬다가는 1학년 전부 다 구보로 집에 가게 생겼다.

하는 말에 에이 씨 하고 벌떡 일어나는 김수겸

- 아 좀 속아 줘요 좀! 성현준 너라도 장단 좀 맞춰 주지! 넌 씨, 나랑 결혼한 자식 맞아?
- 내가 빽이 있어, 뭐가 있어. 선배가 하라면 해야지.
- 니 빽, 나 있잖아 나!!
- 그래, 소리 잘만 지르네. 일어나. 저기 가서 이정환한테 쇼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들어가 뛰어라.
- 마누라 바가지 무섭다 참. 나 장가 잘못 들었어. 야, 이정환! 괜찮지? 미안하다! 저 멀쩡해요, 다시 들어갑니다!

이러고 씩씩하게 코트 복귀하는 김수겸때문에 이정환 저 날 시합 이기고도 김수겸이 뒤에서 쫓아오는 악몽 꿨다.

그렇게 3년 지나면 정대만 피해자 클럽 숫자만큼 김수겸 피해자 클럽도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나겠지.

- 김수겸이 쟤는 증량 안 한대니? 뭐 툭 치면 매번 우당탕이야? 아니다, 하긴 그 키에 증량 해 봤자 별다를 일 없겠다.
- 그거 다 페이크라잖아. 애들 잠시 서서 쉴 시간이랑 작전지시 내릴 시간 번다면서.
- 아이다, 금마 찐으로 죽어라 띠 와가 디 받드마. 내는 갸 마빡 터뜨릴 때 뭔 투우장 온 줄 아라따.
- 하긴. 그 정도는 해야 4번 달고 주전 뛰며 감독까지 해먹는 거지. 심지어 딴 데도 아니고 상양에서. 난 못 한다.
- 이정환 네가 제일 고생이 많다. 우리 중 네가 김수겸이랑 시합 제일 많이 해 봤지?

이 말에 이정환 마른세수하며

- 다음 주에 시합 또 있다. 나 주장 달고 첫 시합. 걔는 감독 되고 첫 시합. 시합 잡으러 저번 달에 우리 학교 왔는데 그 때 눈빛이 뭔 글래디에이터더라고...

하는 이정환의 목소리에 짠기운이 묻어나오고
모인 피해자들 모두는 어이구야 한숨쉬며 너나할것없이 깡생수 드링킹하겠지 뭐.

그시각 김수겸 끝까지 남은 부주장 성현준과 부실 정리하다 인상 찌푸리며 귀 후빌듯

- 누가 내 얘길 하나? 현준아, 너 속으로 내 욕 했니? 오늘 도시락 싸 준 꼬라지 보고 바가지 긁었다고? 키 크더니 간도 나날이 커지시나 봐요, 여보?
- 하늘에 맹세코 그런 적 없습니다, 감독님.
- 됐고 내일 너만 새벽 5시 집합. 간만에 정신 바짝 들게 운동장 두 시간만 혼자 빡세게 돌아보자.
- ....지금 밤 11시다. 집에 가면 12시라고오오.
- 알 바야.

말은 저래도 김수겸이 그 새벽에 나와서 자기랑 같이 달려 줄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빨리 들어가 10분이라도 더 자는 게 상책이다 하고 잽싸게 가방 메고 부실 불 꺼 버리는 성현준.

- 집에 밥 있나?
- 도시락 또 싸게?
- 나가 사 먹을 시간 없다며. 내일은 너 좋아하는 달걀말이 해 줄게.
- 만들기 쉽게 스크램블 해. 어차피 일 때문에 밥 위에 반찬 붓고 개밥 꼴로 만들어 일처리하면서 오른손 한 손으로 퍼먹는데 뭘 맨날 새벽부터 이상한 거 만든다고 시간을 들여. 그 정성으로 슛 연습을 더 해라.

이러고 속편히 집에 가는 김수겸은 상상조차 못 하고 있는 피해자클럽들인 거....




#슬램덩크

약 하나후지 현준수겸
2023.04.30 23:27
ㅇㅇ
모바일
내는 갸 마빡 터뜨릴 때 뭔 투우장 온 줄 아라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남훈이 이제 트라우마 극복했냐고 다행이네
[Code: f1a0]
2023.04.30 23:49
ㅇㅇ
모바일
수겸이 코트 위의 쌈닭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
[Code: 2f3e]
2023.05.01 02:51
ㅇㅇ
모바일
아니 김수겸 취급ㅋㅋㅋㅋㅋㅋㅋ
[Code: b9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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