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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18:48
졸업하고 만나서 술마시면 매번 상대 짝들에게 지 친구 디스배틀 들어가는거 보고싶다

성지준호 정환준섭 현준수겸

ㄴㅈㅈㅇ ㅋㅂㅈㅇ ㅅㅅㅊㅈㅇ




매번 내가 다시 저쪽과 술잔을 기울이면 내가 사람새끼가 아니라 개새끼다, 이 몹쓸 손모가지를 확 잘라버리겠다, 이 난리를 치면서도 이삼일쯤 지나면 누군가 슬쩍 그래서 너희 주말에 뭐하냐, 카나가와 안 오니, 이번엔 너희가 도쿄 올래, 단톡방에 올리는 그런 사이.
대개 집에 다니러 오는 준호 때문에 2주에 한 번 꼴로는 성지도 함께 카나가와를 찾았고, 이번 주말도 변함없이 여섯 명이 모였다.

"야, 타."
"오~ 정환~."

터미널에서 성지와 준호를 픽업하는 건 보통 정환의 일이다.
수겸도 면허는 있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농구공 쥐여서 코트에 넣었을 때보다 세제곱쯤 미친 드라이빙을 하는 걸 한 번 겪고 성지가 도중에 거하게 뒷좌석에 구역질을 한 뒤로 다시는 수겸이 운전하는 차에 안 탄다고 질색팔색을 한 게 이유다.

운전석 창에 팔을 턱 걸친 채 썬글라스를 쓴 정환을 본 성지가 반갑게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준호는 짐을 트렁크에 넣고 뒷좌석에 앉았다.

"너도 뒤에 타지?"
"네가 우리 운전기사냐. 매너없게."
"우리 준섭이가 거긴 꼭 자기만 앉히라신다. 한번만 더 옆자리에 성지 너 태우고 드라이빙하면 조수석 시트를 확 뽑아버리던지, 브레이크 선을 끊어 놓던지, 엔진오일 대신 참기름 붓는다더라. 부디 매너 가득 장착하고 친구의 무병장수를 도와라."

자, 뒤, 하는 손짓에 성지도 큭큭 웃으며 뒷좌석에 준호와 나란히 탄다.

"수겸이는."
"장 보러. 나머지 둘은 짐꾼. 오늘은 나가지 말고 집에서 마시잔다."
"아아, 내일 해장은 또 카레우동이겠네."
"말도 마. 3일 전부터 푹 끓여놨다고 사진 보내 줬다."

정환이 건넨 전화기 속 사진을 본 성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자식 이거 초등학생 때부터 합숙 가면 쭉 카레 담당 하더니 졸업하고 나서도 카레를 못 잃네. 이젠 거의 장인이겠다."
"성현준이 죽으려고 하더라. 처음엔 맹물에 시판 가루 대충 푸는 걸로 시작하더니 요즘엔 닭뼈에 소뼈에 양지에 월계수잎 부케가르니에 온갖 걸로 육수 빼는 것만 꼬박 하루고, 터메릭이니 큐민이니 한약방 냄새 풀풀 풍기는 재료 갈아 그램 수 달아 배합하고, 인도 직수입 버터로 웍에다 채소랑 고기 해산물 볶아내서 끓이는 게 무슨 전문점 수준인데, 그걸 일 년 365일 중 360일은 먹는다고. 그나마 설, 오봉, 자기 생일, 수겸이 생일, 크리스마스는 통크게 봐 주신대."
"...게다가 그걸 수겸이는 지시만 하고, 작업은 이제 백퍼센트 성현준 몫이 됐다는 거지."
"성현준 신부수업 하나는 제대로 받는구나. 누가 데려갈건지 시집 아주 잘 가겠어."
"이미 간 게 언젠데 또 보내려고 그러냐. 사람 두 번 죽이네, 잔인한 자식."

친구 잘못 만난 죄로 대리고통받는 친구의 친구에게 애도를 표하는 세 사람.
수겸의 집에 도착하자 성지가 자연스레 우편함을 뒤져 우편물과 함께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얘네 집도 참 한결같이 오픈 더 도어야. 저 열쇠 몇년째 저기 있냐?"
"12년인가, 13년쯤? 원래 화분 아래 뒀는데 수겸이가 농구공 잘못 던져 그 화분 박살낸 다음부터 우편함에 넣어 뒀으니."
"응? 열쇠고리 바뀌었다? 얘 이런 심플한 키링 취향 됐어?"
"아니, 그건 성현준 열쇠네. 오늘 나갈 때 문 성현준이 잠갔나보다."

집주인 없는 집에 자연스레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확 풍기는 카레 향기.
성지가 질색을 하며 가방을 던지는 동안 준호가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정환은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보리차를 꺼냈다.

"자, 웰컴드링크다."
"땡큐."

다 쓴 잔을 준호가 설거지해 치우는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일찍 도착했다? 성지, 오랜만이네. 권준호는 저번 주에 혼자 왔을 때 봤으니, 너만 3주만이다?"
"벌써 그렇게 됐나?"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서로 반갑게 껴안는 성지와 수겸의 뒤에서 현준이 현관에 어지러이 널린 신발들을 짝맞추어 나중에 신기 편하게 돌려놓고, 준섭은 사 온 물건을 냉장고와 찬장에 수납하기 시작했다.

"주종 뭐야?"
"메인은 위스키랑 진. 맥주랑 소주도 적당히 섞어 사 왔고. 안주는 준섭이가 저번 주부터 회 타령 하길래 광어랑 도미 연어 참치. 준호하고 정환이 넌 날것 싫어하니 대하 구워 줄게. 소금이 좋냐, 버터가 좋냐?"
"반반 하지."
"그래. 현준아, 저기 위에 아이스피크랑 아이스버켓 집어 줘. 우리 버터 남아 있지?"
"꺼내 줄게. 없으면 우리 집 가서 가져오던가."

찬장 제일 위의 버켓과 피크를 받아든 수겸이 냉동실에서 주먹만한 구슬 사이즈의 얼음을 꺼내 온더락 잔에 담고는, 커다란 네모 모양 얼음은 피크로 인정사정없이 조자려서 회 접시 아래에 수북이 깔았다.
성지가 한 손엔 산토리 가쿠, 다른 손엔 봄베이 사파이어를 들고 모두를 돌아본다.

"신준섭은 콜라 마신댔고, 준호는 가볍게 진 콕 해 줄까? 수겸이는 첫 잔은 스트레이트 두 마디에 노 체이서지? 성현준 넌 라임 넣은 버드와이저로 시작하고, 정환아 너랑 난 온더락 마시자."
"좋지."

오후 5시 반.

"잔 다 들었나?"

건배!!
유리잔들이 부딪히는 청아한 소리 뒤로 조금 이른 시간부터 절친들의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첫 마디는 오늘따라 술이 달다며 스트레이트를 연속으로 위장에 때려박던 수겸이었다.

"정환이 얘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동물원 갔다가 길 잃어서 내가 찾으러 다니는데, 갑자기 방송에서 김수겸 어린이 아버지가 미아보호소에서 아드님 찾는다고 나와서 나 졸지에 웃음 참기 챌린지 한 거 아냐? 준섭이 너랑 다닐 땐 안 그래?"
"요즘엔 덜 한데, 안 그러진 않죠."

어떤 맘인지 다 안다는 듯 웃는 준섭이 콜라를 한 모금 마시자, 성지가 수겸의 잔에 위스키를 채우며 말을 받는다.

"수겸이 넌 요새도 시합에 정신 팔리면 차 탈 때 신발 벗고 타냐? 비행기도 설마 계단 아래다 신발 덩그러니 놔두는 거 아니지? 난 쟤 원정 왔을 때 정신 놓고 원정버스에 신발 벗고 타는 바람에 버스는 떠나고 농구화만 남아있는 거 보곤 쟤가 미쳐도 어지간히 미쳤구나 처음 느꼈는데. 이젠 남편이 따라다니며 주워주겠구만."
"말도 마라. 고등학교 때도 경기장에 저지 두고 와, 교실에 타이 버리고 와, 다른 학교 시합 가서 걔네랑 블레이저 바꿔 입고 오고, 식당 갔다가 남의 신발 짝짝이로 신고 돌아오고... 틀린그림찾기와 보물찾기를 매일 하고 산다 내가."
"그래도 지금까지 성현준 너는 안 버리고 다니는 게 용하다."

킬킬 웃던 정환이 빈 잔에 위스키를 조금 따르고 물을 부은 뒤 잔 안의 얼음을 빙글빙글 돌리며 성지를 가리킨다.

"마성지 너야말로. 너 나랑 처음 경기 할 때 파울볼 살린다는 게 실수해서 발로 뻥 걷어찼다가 볼로 심판 얼굴 맞춘 거 기억 안 나? 그날 심판 쌍코피 터뜨리고 전반전에 퇴장당했잖아. 그 다음 경기엔 내내 벤치 신세였고. 우리 집에 그 장면 찍은 비디오 아직도 있다. 우울할 때마다 꺼내 보면 세상이 환하게 보여. 권준호, 내가 나중에 더빙 떠서 보내주마. 성지랑 싸우고 화나거나 하면 꺼내서 봐라."
"응, 그래. 고맙다 이정환."
"준호야, 그런 건 덥석 받는 게 아니야...."

골치가 아파진 성지가 봄베이 사파이어에 토닉워터를 섞으며 현준이 까 주는 새우를 받아먹는 수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저 여우 같은 거 봐라. 지 손은 손도 아니지. 성현준 넌 어쩌다가 저런 걸 만났니. 수겸이 쟤 7년 전엔가? 우리 학교 왔다가 경기 사진 찍으러 온 사진관 아저씨한테 딱 걸려서 기모노 풀착장에 메이크업까지 받은 채 너한테는 입 싹 닫고 나랑 커플사진 찍은 거 우리 집 앞 사진관에 7년째 대문짝만하게 박제된 거 못 봤지? 아이치 명물이야 아주. 거기선 나 애저녁에 장가든 유부남인 줄 알아. 내가 이럴 줄 알고 어머니한테 인증사진 찍어서 보내달라 했다. 자!"

하얀 시로무쿠 차림에 눈가의 발그레한 연지 하며 뭘 칠했는지 촉촉하니 빨간 입술의, 누가봐도 전통혼례를 치르는 신랑신부 같은 사진.
옆에 선 성지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훈훈한 외모다.

"응, 잘 나왔네. 나 맥주 말고 위스키 줘라. 스트레이트 세 마디. 체이서 없이."
"이야, 성현준이 드디어 달리네. 성지 잘한다!"

좋다고 웃으며 준섭이 마시던 콜라를 한 모금 얻어 마신 정환의 옆에서 손이 쑥 들어오더니 거의 다 빈 위스키 병을 집어 병째로 주욱 들이켠다.
손의 주인공은 준호.

"성지 넌 그 사진이 김수겸만 잡는 게 아니라 널 잡을 수도 있단 생각을 못 하나보지? 참 잘 나왔네. 그림같은 커플이구나. 난 갖다 대지도 못할 만큼. 그래, 김수겸 외모가 좀 차원이 다르게 대단하긴 하지."
"어? 어? 준호야, 준호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야, 성현준, 우리 딸리는 애들끼리 바람이나 찐하게 피워 볼까? 예쁘고 잘생긴 애들은 둘이 놀라고 둬."
"권준호, 난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되는 사태를 초래하고 싶진 않다. 거절하마."

자리에서 일어나 새 위스키 병을 꺼내 온 현준이 키릭, 하고 기세좋게 뚜껑을 따곤 준호와 자신의 잔에 사이좋게 위스키 스트레이트를 붓자, 준호가 잔을 들어 현준의 잔에 부딪혔다.

"정환이 너 전에 너희 아버지 출장갈때 바람 쐰다고 뒷좌석에 앉아 따라갔다가 톨게이트에서 직원이 아버지 보고선 회장님 모시고 출장가시나봐요 소리 들었다면서."
"성지야, 너 아직도 천둥치면 엄마아빠 방 뛰어들어가 두 분 사이에 끼어 자냐? 그러니 네가 형제가 없지."
"수겸이 중학교 때 아버지가 꺼내두고 잊어버린 럼주 감기로 코막혀서 냄새를 못 맡으니 모르고 시원하게 원샷때리곤 2박 3일 결석했단 말 했던가."

빈 병과 캔이 늘어 갈수록 점점 디스전은 심각해져 가고, 하나 둘 필름과 함께 이성도 날리면 잠자리 TMI까지 하고 있는데, 다행인 건 모두가 기억이 없어진 상태이고, 유일하게 술을 못 마시는 준섭이는 이미 아까 전 수겸의 침대를 차지하고 쿨쿨 잠들어 있느라 다음 날 얼굴 보고 민망할 일은 없다는 것 정도랄까.




역시나 이튿날 제일 일찍 일어난 것도 준섭이다.
거실을 빼꼼 내다보니 성지가 제 재킷을 벗어 이불 대신 준호에게 덮어 준 뒤 벽에 반쯤 쓰러진 꼴로 기대 자고 있고, 준호는 성지의 허벅지에 머리를 얹은 채 안경도 못 벗고 잠들어 있다.
소파에 길게 누운 현준의 다리는 거의 종아리 중간쯤부터 소파를 탈출해 있고, 어째서인지 그 발을 베개 삼아 바닥에 앉은 정환이 발바닥에 머리를 대고 팔짱을 낀 채 코를 골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준의 배 위에 안정적으로 엎드려 자는 수겸은 뭔가 잠꼬대 중인지 한 손이 허공을 휘적휘적 휘젓는 중이다.
그 모양에 준섭이 자연스레 전화기를 꺼냈다.

찰칵.

컬렉션을 하나 더 추가한 준섭이 피식 웃으며 어제 사 온 우동면을 꺼내고 냄비에 물을 받았다.
아마 조금 뒤 카레 냄새를 맡고 하나 둘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오겠지.

"포카리는 어제 사 뒀고, 보리차도 몇 병 있던 것 같으니, 됐나?"

식은 카레의 맛을 한 번 본 준섭이 뒤를 돌아 자고 있는 수겸에게 엄지를 두 개 척 들어 보인 뒤 끓는 물에 우동면을 퐁당 집어넣고 카레 냄비의 불을 마저 켰다.

"으어어~ 준섭이, 깼냐? 잘 잤니?"
"네. 일어나셨어요? 거기 안 불편해요?"
"내가 얘 깔고 자는 게 하루이틀이냐. 불편해도 깔린 애가 불편하겠지. 어으.. 이정환 쟤는 왜 저따 얼굴을 비비고 잔대? 얼굴에 무좀이나 옮아라."

기겁을 하며 정환의 얼굴을 손으로 받친 수겸이 제 허벅지를 딱딱 치며 카랑카랑한 소리로 외쳤다.

"자, 아침이다! 얼른 먹고 해장하게 나가서 바람 맞으며 뛰어야지!! 가볍게 10키로만 뛰자!!"
"아후... 김수겸 쟤는 진짜.... 한결같이 얄미워...."
"그만 소리쳐 좀... 일어난다, 일어나. 내가 너 보기 싫어서라도 뛰어서 도쿄까지 간다."
"덩치는 쪼끄만 게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골 울린다 자식아."

결국 짜증이 난 현준이 눈도 못 뜬 채 수겸을 확 잡아당겨 마우스 투 마우스로 시끄러운 입을 막고 나서야 나머지들은 아 저자식들 아침부터 안구테러... 내 시력 돌려내라, 하고 중얼대며 하나 둘 세면장과 샤워실, 냉장고 등으로 흩어져 각자의 오전 루틴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 몇 주 뒤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슬램덩크
2023.04.30 19: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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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커플 다 어른 되고 나서도 친한 거 좋다ㅠㅠㅠㅠㅠㅠㅠ 정환 수겸 성지는 어릴때부터 찐친이라 술 마시면 흑역사 공유하는거 진짜 웃기다고ㅋㅋㅋ
[Code: 1758]
2023.04.30 2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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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 배틀 존웃ㅋㅋㅋㅋㅋㅋㅋ
[Code: dd92]
2023.04.30 2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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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겸이 웃수저야 역시
[Code: daaf]
2023.05.01 1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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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섭이 사진첩속 컬렉션 보고싶닼ㅋㅋㅋㅋㅋㅋ 잠자리 tmi도 궁금해요 센세!!
[Code: 12b0]
2023.05.02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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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성지 천둥무서워하는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Code: 12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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